39화(6,125자) · 2025년 7월~12월 23일 · 2026년 3월 1일, 여의도와 부산
이사 떡
이재명의 삶 · 네오
2025년 7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천막 하나가 서 있었다. 국가공무원노조 해양수산부지부 윤병철 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들어가 앉은 단식 농성 천막이었다. 땡볕이 내리쬐는 날들이었다.
이전은 후보 이재명의 약속이었다. 4월 18일 부산에서 해수부 이전을 공약으로 꺼냈을 때, 민주당 시정평가 대안특별위원회 최인호 위원장은 그것을 부산에 모인 해양 기관들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라고 불렀다. 후보는 5월 14일 오후 부산 서면시장 유세에서 그 까닭을 댔다. “국가기관은 원래 여기저기 찢어 놓으면 안 된다.” 긴급 보고도 받아야 하고 늘 의논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니, 해양수산부만은 유일하게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2030년이면 북극항로가 활성화될 테니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늦는다고도 했다. 그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불가능한 약속은 하지 않는다.”
같은 후보의 10대 공약 6번은 「세종 행정수도와 ‘5극 3특’ 추진」이었다.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임기 안에 짓겠다는 약속도 거기 들어 있었다. 행정수도완성시민연대가 둘 사이의 틈을 짚었다. “세종 행정수도는 행정 효율과 조직 역량을 높이자는 취지로 건설하는 것인데, 세종에 있는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건 이런 취지에 역행한다.”
공약이 나오자 세종의 해수부 사람들이 먼저 흔들렸다. 5월 21일부터 27일까지 노조가 직원들에게 물었고, 응답자 631명 가운데 86.1퍼센트가 이전에 반대했다. 가장 큰 까닭은 자녀 양육과 주거, 부부 관계 같은 가정생활이었다. 이전에 맞춰 가족과 함께 이사하겠다는 직원은 12.7퍼센트였고, 80.3퍼센트는 이사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한 직원이 사정을 털어놨다.
“딸아이가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인데 대학교 진학을 위한 내신에 불리할 거 같아 부산 전학은 힘들죠. 세종 전셋집도 아직 1년 넘게 계약기간이 남아있어 부산에는 저 혼자 오피스텔을 구해야 할 거 같습니다. 아내랑 매일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는데 답답해서 한숨만 나옵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7월 2일부터 사흘 동안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했고, 7일에는 대통령에게 이전을 다시 생각해 달라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12일, 그가 국회 앞 천막을 찾았다. 그는 무더위 속 단식으로 건강을 잃을까 먼저 걱정했다. 윤 위원장이 말했다.
“공무원이기 때문에 국가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준비할 시간은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다고 했다. 배우자의 직장과 아이들 학교, 집까지 삶 전체가 흔들리면서 정신과 치료를 호소하는 직원도 있다고 했다. 최 시장은 정부를 향해 말했다. “새 정부가 해수부 부산 이전을 강행하면서 내세운 명분에 사회적 의구심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화나 설명도 없이 연내 이전을 졸속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 세종시 소상공인연합회는 해수부가 빠져나가면 인력과 행정 수요, 소비가 다 줄고 그 타격이 소상공인에게 돌아온다며, 해수부 이전이 공약이면 행정수도 완성도 공약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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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는 12월 8일에 시작됐다. 22일까지 세종 청사에서 부산으로 5톤 트럭 249대 분량의 짐이 내려갔다. 전체 직원 850명 가운데 휴직과 파견을 뺀 690명이 부산에서 일을 시작했다. 임시청사는 부산 동구 수정동의 20층 업무용 건물 IM빌딩 전체와 맞은편 협성타워 여섯 개 층이었다. 이삿짐이 내려가는 사이 11일, 전재수 해수부 장관이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물러났다. 부처는 장관 없이 새 청사에 들었다. 중앙부처가 수도권이나 세종 밖으로 홀로 옮겨 간 첫 사례였다.
전 직원이 부산으로 출근한 첫날인 22일 오전, 청사 주변 골목의 공기는 달라져 있었다. 현관 앞에는 「해양수산부」라고 새긴 화강암 표지석이 자리 잡았고, 가까운 도시철도 부산진역의 역 이름에는 「해양수산부」 표기가 더해졌다. 건물 외벽의 현수막에는 북극항로를 선도하고 해양 수도를 완성하겠다는 글귀가 걸렸다. 일곱 달 전 설문에서 이사 계획이 없다고 답한 사람이 열에 여덟이던 부처였다. 그 첫날 한 직원이 기자에게 말했다.
“한 살짜리 쌍둥이를 데리고 내려와야 해서 가족 때문에 걱정이 컸지만 생각보다 살 만하다.”
다른 직원은 그동안 세종과 부산을 오가며 지냈는데 이제 부산에 생활권을 만들고 정착하게 될 거라고 했다. 골목의 문구점 주인은 해수부의 대량 발주가 시작된 뒤로 매출이 서너 배 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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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오전, 이재명 대통령이 해수부 임시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었다. 부산에서 국무회의가 열린 것은 2019년 11월 문재인 대통령 이후 처음이었다.
“정부 출범 후에 첫 국무회의에서 해수부를 연내 부산 이전을 하자고 말씀드렸는데 그 약속을 지키게 됐다.”
빈 장관 자리도 그는 그대로 말했다. “아쉽게도 지금 해수부 장관이 공석인데, 후임 해수부 장관도 가급적이면 부산 지역에서 인재를 구해보도록 노력하고 있다.”
국무회의를 마친 대통령은 예정에 없이 부산진구 부전시장에 들렀다. 요즘 경기가 어떠냐고 묻는 그에게 상인들이 손을 맞잡으며 답했다. “부산 경기가 어려운데 잘 살게 해달라.” “부산에 와줘 감사하다.” 장사가 안된다고 하소연하는 어르신에게 그는 춥지 않으시냐고 묻고 호박고구마를 샀다. 온누리상품권으로 아몬드와 생선을, 현금으로 고추무침 같은 반찬을 샀다. 시장 상인회 일로 하소연하는 어르신의 이야기는 강훈식 비서실장에게 따로 자세히 들어 보라고 했다. 점심은 시장 안 횟집에서 국무위원들과 먹었다.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국가 운영의 최우선 과제다. 민생문제 해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달라.”
오후 청사 현판 제막식장에 도착한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행사장 대신 시민들 쪽으로 먼저 걸어갔다. 시민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했고, 그는 손을 흔들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박형준 부산시장, 해수부 직원들이 지켜보는 개청식에서 그는 이 청사가 단지 청사 하나를 옮긴 것이 아니라 북극항로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자리라고 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당부했다.
“이전 과정에서 묵묵히 노력한 우리 직원들에게는 그에 걸맞는 포상도 준비해 주기를 바란다.”
개청식에는 부산으로 본사를 옮기기로 한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 사람들도 왔고, 두 회사는 배에 다는 종인 호종과 감사패를 받았다. 대통령은 내년에 동남권투자공사와 해운거래소를, 2030년까지 해사법원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뱃길은 약 2만 킬로미터에 30일이 걸렸다. 북극해를 지나면 약 1만 3,000킬로미터, 20일 정도로 줄었다. 해수부는 2026년 하반기에 3,000TEU급 컨테이너선으로 그 길을 시범 운항할 국적 선사를 찾겠다고 했다.
같은 날 10개 부처가 참여하는 북극항로추진본부가 청사 15층에서 문을 열었다. 걸림돌은 이어진 업무보고에서 드러났다. 북극항로는 러시아 영해를 지나야 해서 러시아의 허가가 필요했다. 대통령이 러시아에 쇄빙선 비용을 주면 국제 제재 위반이 되느냐고 묻자, 장관 직무대행을 맡은 김성범 차관이 그렇다고 답했다. 해양경찰청 차례에는 우리 배타적경제수역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 이야기가 나왔다. 대통령은 열 척이 돈을 모아 내기도 부담스러울 만큼 벌금을 올려 버려야 한다고 했다. 장인식 해양경찰청장 직무대행이 답했다. “불법 조업은 반드시 응징하려 하고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
업무보고가 끝난 뒤, 해수부 공무원들은 새 동네 부산 주민들에게 이사 떡을 나눴다. 여름 내내 노조가 국회 앞 천막에서 이전에 맞서던 부처의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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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1일 삼일절, 여의도 국회는 엿새째 필리버스터 중이었다. 국민의힘이 2월 24일부터 이어 온 무제한 토론이었다. 법사위는 같은 날 대구·경북 통합법을 지역 반발을 이유로 보류해 두었다. 그날 오후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이 TK통합법을 거부하는 상황을 타개하겠다며, 국민의힘은 지금부터 필리버스터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대구·경북 통합법을 처리할 법사위를 열라는 요구였다.
충남 천안 유관순열사기념관에서 그 소식을 들은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받아쳤다. “국민의힘 스스로 찬성이든 반대든 한 목소리로 당론을 결정하라.”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광주·전남과 대전·충남, 대구·경북이 함께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는 원칙을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며, 남 탓하기 전에 정리된 단일안부터 가져오라고 했다. 법사위는 열리지 않았다.
본회의에서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은 통합이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라고 제안 설명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빠진 채 표결이 진행됐다. 재석 175명 가운데 찬성 159명, 반대 2명, 기권 14명이었다. 1986년 광주가 직할시로 승격하며 갈라진 광주와 전남이 40년 만에 다시 한 몸이 되는 법이었다. 발의된 지 꼬박 한 달 만이었고, 408개 조문에 특례가 394개였다. 광주시와 전남도를 없애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세우되, 청사는 광주와 무안, 전남 동부 세 곳에 나눠 두게 했다. 총칙에는 「광주정신」을 적었고, 매년 5조 원씩 4년간 20조 원의 정부 지원을 담보했다. 인구 320만, 지역내총생산 150조 원, 한 해 예산 25조 원의 지방정부가 7월 1일 출범할 참이었다.
1월 9일 청와대에서 광주·전남 국회의원, 광역단체장들과 점심을 함께한 자리에서 대통령은 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고 통합은 미래 성장동력을 얻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했다. 10대 공약 6번의 「5극」은 수도권과 동남권, 대경권, 중부권, 호남권의 다섯 초광역권이었다. 대통령은 1월 21일 신년회견에서 말했었다. “수도권 일극 타파를 위해 초광역 모델을 적극 육성하겠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단식으로 시작된 지방자치를 이재명 정부가 5극 3특으로 완성해 달라고 청했다.
남은 숙제는 법조문 안에 있었다. 20조 원은 명확한 근거 없이 행정·재정 지원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만 적혔고, 지방교부세 비율을 올리거나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돌리는 재정분권 조항은 빠졌다. 주청사를 어디에 둘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대구·경북 통합법은 그날 불발됐다.
연합뉴스 기자가 만난 광주의 서른여덟 살 회사원 김동진 씨는 규모가 커지면 지역 경쟁력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는 있다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교통이나 일자리, 생활 서비스가 실제로 어떻게 좋아지는지는 아직 체감되지 않는다.” 순천에서 카페를 하는 마흔다섯 살 정선영 씨는 기준을 하나 내놓았다. “그동안 정책적으로 소외됐다는 인식이 있었던 만큼 실제로 순천이 얼마나 발전하는지가 통합 성공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 같다.”
출처 · 서울신문, 2025년 7월 13일, 「해수부 이전 거센 ‘후폭풍’…해수부 노조·시민단체도 반대 ‘한목소리’」 · 더팩트, 2025년 7월 13일, 「최민호 세종시장 “해수부 부산 이전, 강행은 민주주의 아니다”」 · 노컷뉴스, 2025년 4월 18일, 「“빈손 비판? 해수부로 돌파”…이재명, ‘해수부 이전’ 부산 공약 꺼냈다」 · 대전일보, 2025년 5월 14일, 「이재명 “해수부·HMM 부산 이전 공약”…‘산은 이전’엔 거리두기」 · 뉴시스, 2025년 5월 12일, 「이재명 10대 공약 발표…“포괄임금 금지하고 세종의사당 임기 내 건립”」 · 아시아경제, 2025년 6월 13일, 「“중고생 애들 학교는? 집은 어쩌나”…해수부 부산행에 직원 86% 반대하는 이유〔관가 in〕」 · 서울신문, 2025년 12월 23일, 「북극항로 개척·기업 이전 기대감… 부산 경제도 살아나나」 · 경향신문, 2025년 12월 23일, 「장관 없는 해수부, 부산청사 시대 맞았다···내년부터 북극항로 시범사업」 · 문화일보, 2025년 12월 22일, 「‘부산→북극’ 항로로 ‘아시아→유럽’ 물류 출발 기지화」 · 데일리안, 2025년 12월 24일, 「李대통령의 ‘부산데이’…국무회의·해수부 개청식·부전시장까지 강행군」 · 부산일보, 2025년 12월 23일, 「이 대통령 ‘파격’ 부산 국무회의…부전시장에서 방문도」 · 머니투데이, 2026년 3월 1일, 「광주·전남은 하나됐지만...국힘, 필버 중단·늦은 요구 ‘TK통합법’ 불발」 · 뉴시스, 2026년 3월 1일, 「40년 만에 ‘한 지붕’…광주·전남 통합시대 7월 개막」 · 연합뉴스, 2026년 3월 2일, 「〔전남광주 통합〕 ⑤ 주민들 기대·우려 교차…지역별 온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