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6,150자) · 2020년 2월 24일~3월 4일, 과천과 가평
여섯 시간의 명단
이재명의 삶 · 네오
2020년 2월 24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 선 이재명 지사는 긴급행정명령을 읽었다. 근거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7조와 제49조였다. 도내 신천지 관련 시설 353곳을 14일 동안 강제로 닫고, 모든 집회를 금지한다고 했다. 교회 건물뿐 아니라 복음방과 센터, 신천지 측이 관리하는 모든 집회 가능 시설이 대상이었다.
대구의 신천지 집회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이 전국으로 번지던 때였다. 신천지 측이 22일 공개한 경기도 내 시설은 239곳이었다. 경기도가 교회 관계자와 종교 전문가, 시민 제보로 따로 찾아낸 곳은 270곳이었다. 명단이 서로 맞지 않았다. 도가 찾은 곳 가운데 111곳만 신천지 측 자료와 겹쳤고, 45곳은 현장에 가 보니 신천지 시설이 아니었다. 그는 신도 명단이 급한데 신천지 측이 질병관리본부 같은 중앙 부처와만 의논하겠다고 버틴다고 했다. 그리고 숫자 하나를 내놓았다.
“신천지 측으로부터 대구집회 참석자 20명을 통보받아 검사를 권했는데 초기에 10명이 거부해 강제검사 방침을 알리니 나중에 응했는데 이들 10명 중 2명이 확진됐다.”
그는 문이 닫히는 쪽 사람들의 마음도 말했다. “억울하고 불안한 마음이 클 신천지교회 관련자들의 입장과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고심도 깊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도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도지사로서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날 성남시온교회 문 앞에서는 담당 공무원이 강제폐쇄 안내문을 붙였다. 폐쇄 기간 동안 공무원이 353곳에 상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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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인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신천지 측에서 전체 신도 명단을 받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재명은 그 명단만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경기도 역학조사 과정에서 2월 16일 과천 예배에 신도 1만 명이 모였다는 사실이 나왔고, 참석자 가운데 서울 서초구와 경기 안양에 사는 두 사람이 이미 확진 판정을 받은 뒤였다.
오전 10시 30분쯤, 과천시 별양동 한 상가 건물 4층의 신천지예수교회 부속기관에 경기도 사람들이 들어갔다. 역학조사관 2명, 역학조사 지원 인력 25명, 공무원 20명, 그리고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의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2명이었다. 건물 밖에는 경찰 2개 중대 150여 명이 섰다. 안에는 신천지 관계자 10여 명이 있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지자체가 행정력으로 종교시설을 강제조사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이재명은 페이스북에 썼다. “대규모 감염을 막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없다. 신천지 측이 명단을 제출할 때까지 더이상 지체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는 과천 예배를 대구 집단감염의 원인으로 지목된 9,336명 집회와 비슷한 규모라고 했다. “출석 신도를 대상으로 군사작전에 준하는 방역을 실시하지 않으면 자칫 제2의 대구 신천지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신천지 측 자료를 믿을 수 없는 까닭도 댔다. “실제 오늘 확진 판정을 받은 성남시 한 확진자는 대구집회에 참석했지만, 신천지가 밝힌 20명 신도 명단에는 빠져 있었다.” 전날에는 신천지가 밝히지 않은 시설 34곳이 더 나왔다. 그러면서도 그는 같은 글에 이렇게 적었다.
“어제 기자회견에서 말했 듯 신천지는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그는 신도 명단을 손에 넣을 때까지 철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조사관들은 디지털 포렌식 방식으로 자료를 뒤졌다. 오후 4시 30분쯤, 들어간 지 여섯 시간 만에 명단이 나왔다. 도내 신천지 신도 3만 3,582명, 그리고 16일 과천 예배에 나온 신도 9,930명이었다. 현장에서 그는 취재진에게 말했다. “대규모 감염을 막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없어 강제조사에 나서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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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신천지 신도를 향한 말은 거칠었다. 2월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신천지를 강제로 해산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동의한 사람은 3월 초 120만 명을 넘었다. 온라인 댓글은 신도들을 「벌레」 「좀비」라고 불렀다.
26일 오후, 이재명은 신천지 신도 전수조사장을 찾았다. 확보한 명단의 신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예배에 나갔는지, 몸 상태는 어떤지를 묻는 자리였다. 그날 경기도가 꾸린 전수조사단은 259명이었다. 공무원이 49명이었고, 나머지 210명은 신천지 신도였다.
댓글에서 벌레로 불리던 사람들이 공무원들과 한 조사단이 되어, 같은 교회 신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먼저 16일 과천 예배에 나온 경기도 거주자 4,890명부터 돌렸고, 27일까지 그 가운데서 유증상자 215명이 나왔다. 28일까지 연락처가 없거나 연락이 닿지 않은 2,995명을 빼고 3만 814명이 조사에 답했다. 그중 740명이 증상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740명 모두에게 검사를 받게 했고, 결과가 음성이어도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하게 했다. 격리된 사람들의 상태는 하루 두 차례 넘게 확인하기로 했고, 연락이 닿지 않는 신도들은 경찰에 소재 파악을 요청했다.
28일 긴급 브리핑에서 이재명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증상자 740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356명이 과천 예배 참석자였고, 466명이 20대와 30대였다. 경기도는 음압격리병상을 늘리고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세우기로 했다. 그는 명단 이야기도 꺼냈다.
“경기도가 강제조사를 통해 자체 확보한 대구교회 참석자는 22명으로, 질병관리본부에서 확보한 20명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정부가 받은 그 20명의 명단이 경기도가 강제조사에 들어간 시점에 이미 지워져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신천지가 명단을 줄이거나 감췄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기도가 명단을 손에 넣던 때의 서버 상태와 신천지가 정부에 명단을 넘길 때의 서버 상태가 달랐다고 했다. 대구 신도 유증상자의 80퍼센트가량이 확진된 것을 보면, 경기도 신도 가운데서만 600명 넘게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 며칠간 어떻게 대응을 하느냐가 감염병과의 싸움에서 승패를 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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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오후 2시께, 이재명은 페이스북에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을 처음 언급했다. 실내 기자회견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고, 이만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사적으로 검사해 음성 판정됐다고 하지만, 고위험군으로 검사 확인이 필요하므로 검체 채취를 결정했으니 이에 협조해달라.” 오후 1시 40분께 가평군보건소장이 이미 검체 채취를 요구해 둔 뒤였다.
오후 3시 10분께, 가평 평화연수원 「평화의 궁전」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여든아홉 살의 이만희는 회색 양복에 노란 넥타이를 매고 마스크를 썼다. 손목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가 있었다.
“정말 죄송하다. 뭐라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할 지 모르겠다. 국민 여러분께 사죄를 고한다.”
그는 카메라를 향해 큰절을 했다. “정말 면목이 없다. 엎드려 사죄드리겠다.” 정부에 용서를 구한다며 한 번 더 절했다. 그러고 나서 반박이 시작됐다. “누가 잘하고 잘못한 것을 따질 때가 아니다.” 시설이 다 막혀 손발이 없어서 협조를 못 하는 지경이라고도 했다.
귀가 어두운 그의 곁에서 신천지 관계자가 질문을 옮겨 주었다. 진단검사 결과를 묻자 그가 답했다.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관계자가 옆에서 음성이라고 일러 주자 그가 다시 말했다. “음성이라고 해서 그런 줄로만 알고 있다.” 그러고는 매년 10월이면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다는 이야기로 말을 이어 갔다. 언제부터 연수원에 머물렀느냐는 물음에는 이렇게 답했다. “일을 봐야 되는데, 한 군데 가만히 있을 만한 팔자가 못 된다.” 17일에 왔다가 왔다 갔다 했다는 말이 이어졌다. 곁의 관계자가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속삭였다.
“움직이지 않고 여기에 있었다고 하시라.”
밀담 수준의 그 목소리는 마이크를 타고 그대로 중계됐다. 취재진의 항의가 쏟아졌고, 이만희는 십여 분 질의응답 끝에 항의 속에서 자리를 떴다. 남은 질문은 신천지 간부들이 받았다. 명단 제출에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에 내무부장은 31번째 확진자를 알게 된 날 예배 참석자 9,294명의 명단을 넘겼다고 반박했다. 그가 받았다는 검사는 2월 29일 통일교 재단 소유로 알려진 HJ매그놀리아 국제병원에서 한 것이었다. 회견이 끝나자 그는 검체 채취에 응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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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제목은 「이만희 씨 코로나 검사 거부 중…아무래도 제가 또 직접 가봐야 할 듯」이었다.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음 글이 올라왔다.
“이만희 씨, 지금 즉시 검체채취에 불응하면 감염병법상 역학조사거부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
역학조사를 거부하면 최고 징역 2년에 처할 수 있고, 현행범은 누구나 체포할 수 있다고 그는 적었다. 저녁 7시가 넘어 그는 도청을 나섰다. 가평군 보건소장과 경찰 지원 인력이 함께였다. 밤 8시 40분쯤 차가 「평화의 궁전」 앞에 닿았다. 굳게 닫혀 있던 대문이 열리고 역학조사관과 소방관들이 연수원 안으로 들어갔다.
박정연 가평군 보건소장은 이만희의 음성 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 “개인이 자비로 한 거예요. 주민들은 못 믿어요.” 신천지 평화연수원 김회영 총무는 총회장이 2월 29일 인근 병원에서 이미 검사를 받았고, 나이가 많아 또 검사하자는 말을 꺼내기가 곤란해 보건소에 검사할 수 없다고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연수원 안에 이만희는 없었다. 이재명이 오는 사이 그는 다른 차를 타고 연수원을 빠져나가 과천으로 갔다. 밤 9시쯤 과천보건소의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냈다. 9시 21분쯤, 이재명이 연수원 앞에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저희가 내부는 전부 수색을 했는데 여기 계시지 않은 건 확인이 됐습니다. 좀 아쉬운 것은 처음부터 응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요란하게 상황을 만든 점은 안타깝습니다.”
그는 필요한 검사는 이뤄졌다고 했다. “제일 중요한 건 방역이다. 총회장이 검사에 응했으니 총회장을 따라 신도들도 적극적으로 검사에 응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튿날 경기도는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의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고 밝혔다.
비판도 따라붙었다. SNS에 강제조사를 예고하고 실시간으로 글을 올리더니 정작 가평에서는 허탕을 쳤다며, 방역보다 인기를 노린 정치적 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신문 황비웅 기자는 칼럼에서 고발하지 않겠다던 이재명 지사도 결국 평화의 궁전을 급습해 압박에 가세했다고 썼다. 그는 신도들을 범죄집단으로 모는 낙인이 연락이 끊긴 신도들을 더 음지로 숨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3월 3일, 연수원 앞은 전날과 달랐다. 취재진과 경찰, 시위하는 사람들이 뒤엉켰던 자리에 적막이 돌았다. 5미터쯤 되는 커다란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거기 경기도청의 시설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출처 · 연합뉴스, 2020년 2월 24일, 「이재명 “353개 신천지 시설 14일간 강제폐쇄·집회금지”(종합)」 · 서울신문, 2020년 2월 24일, 「이재명 “검사불응 신천지 교인 2명 확진” 모든 시설 강제폐쇄」 · 서울신문, 2020년 2월 25일, 「경기도, 강제 역학조사로 신천지 신도 4만여명 명단 확보」 · 뉴시스, 2020년 2월 25일, 「‘제2 대구 사태 막는다’ 경기도, 신천지 과천본부 강제조사」 · 오마이뉴스, 2020년 2월 27일, 「경기도, 과천 신천지교회 예배 신도 중 유증상자 215명 확인」 · 서울신문, 2020년 2월 28일, 「경기도, 신천지 신도 3만여명 중 740명 유증상」 · 파이낸셜뉴스, 2020년 2월 28일, 「이재명 “신천지 신도명단 축소·은폐 시도..유증상자 740명”(종합)」 · 뉴시스, 2020년 3월 2일, 「이만희, 절하고 사죄·용서 구하다가도 “잘못 따질 때 아냐”(종합)」 · 노컷뉴스, 2020년 3월 3일, 「이만희, ‘코치’ 대동하고도 횡설수설…신천지發 의혹 더 키웠다」 · KBS, 2020년 3월 2일, 「이재명, 이만희 만나기 위해 가평..“코로나 검체 채취 불응 땐 현행범 체포”」 · 머니투데이, 2020년 3월 2일, 「이재명 “저 도착 전 이만희 과천으로..과천보건소 검사 확인”(종합)」 · YTN, 2020년 3월 3일, 「“현행범 체포 불사”..이재명 압박에 자진 검사한 이만희」 · 한겨레, 2020년 3월 3일, 「‘이재명 강제조사’ 이만희 코로나19 검사결과도 ‘음성’」 · 뉴시스, 2020년 3월 3일, 「신천지 잡는 이재명..“업무 능력?” VS “정치적 쇼?”」 · 서울신문, 2020년 3월 4일, 「〔오늘의 눈〕 혐오와 낙인이 사태 키운다/황비웅 사회2부 기자」 · YTN, 2020년 3월 3일, 「회견 이후 종적 감춘 이만희...“검찰 수사 언제든 응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