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6,737자) · 2017년 3월~2021년 10월, 서울과 수원

문재인과 이재명, 그리고 「우리 윤 총장님」

이재명의 삶 · 네오

2017년 3월 6일, 서울 마포구 오마이TV 스튜디오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2차 합동토론회가 열렸다. 성남시장 이재명은 재벌 개혁을 두고 선두 문재인 전 대표를 겨눴다. 문 전 대표가 대기업 준조세를 금지하겠다고 했다가 말을 바꿨다는 지적이었다. 준조세 가운데 법정 부담금을 없애면 국민 부담이 늘어난다고 했고, 정치권이 강자 편을 들면 어떡하느냐고 했다.

“법정 부담금은 (폐지하는 게) 아니라고 이미 말씀드렸는데, 이 시장의 질문이 유감스럽다.”

문 전 대표의 답이 길어지자 이재명이 채근했다. “A를 물으면 A라고 답을 달라.” 답변 시간이 끝나 갈 즈음 공격이 이어지자 문 전 대표가 사회자에게 해명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 사회자가 추가 시간을 줬다. 이재명은 같은 자리에서 기득권자들이 문재인 후보에게 대규모로 몰리는 것 같다며, 일종의 기득권 대연정이 아니냐고 물었다. 문 전 대표가 받았다.

“기득권자 일체를 다 타도 배제하자는 것으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갈 수 없다. 재벌 개혁으로 재벌 경쟁력을 높여줘야 한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끼어들었다. “서로에 대한 예의 지키자. 상대를 친재벌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것은 민주당 한솥밥 먹어온 동지적 우애를 깎아먹는다.” 안보 토론에서는 공격의 방향이 바뀌었다. 문 전 대표가 이재명이 주한미군 철수를 각오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자고 했다며 문제를 삼았다. 이재명은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비를 두 배로 올리겠다고 하니 최악의 경우를 각오해서라도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받았다.

열하루 뒤 서울 중구 MBN 본사의 4차 토론에서 그는 다시 문 전 대표의 캠프를 들었다. “(문 전 대표) 캠프에는 개혁에 부정적인 분들, 기득권자들을 대대적으로 끌어모았다.” 문 전 대표가 맞섰다. “저는 역대 청와대에서 가장 인사 검증이 깐깐했던 민정수석이었다.” 그는 한 번씩 쓸 수 있는 1분 발언 기회까지 꺼내 해명을 보탰다. “고위 공직자 인사 때가 되면 역대 청와대에서 가장 깐깐했던 민정수석 아니었나.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일곱 차례 토론 내내 이어진 공세를 4년 뒤 박용진 의원은 이렇게 돌아봤다.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UFC 수준으로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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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9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들어섰다. 기자들은 법무부 차관 후임 정도를 짐작했다. 수석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검사를 승진 임명했다고 읽자, 브리핑실의 기자 60여 명이 짧게 「아」 하고 탄성을 냈다. 취임 뒤 청와대 인사 발표에 기자들이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2012년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을 맡았다가 좌천된 검사였고, 전임자보다 연수원 기수가 다섯 단계 아래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이유를 댔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 그리고 또 공소유지, 그 점을 확실하게 해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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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봄, 이재명은 경기도지사 경선에 나섰다. 상대는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을 지낸 전해철 의원이었다. 경선이 한창이던 때 전 의원이 트위터 계정 @08_hkkim, 일명 「혜경궁 김씨」의 계정주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계정에는 전 의원을 겨냥한 글과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담은 글이 올라 있었다. 4월 9일 YTN 라디오에서 그가 말했다.

“고발까지 하게 된 것은 저에 대한 명예훼손보다는 전직 대통령, 현 대통령에 대해서 정말 너무 패륜적인, 해선 안 될 이야기를 해서 저로서는 도저히 이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생각에 고발 조치까지 하게 됐습니다.”

그는 계정이 이재명 후보 부인의 것이냐 아니냐가 논점은 아니라고 했다. 방송은 이재명 측에도 인터뷰를 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알렸다.

그해 11월 경찰은 계정주를 김혜경으로 특정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계정의 트윗 4만 7,000여 건에 드러난 개인정보와 휴대전화 교체 시기, 이메일 아이디의 접속 장소가 우연히 겹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11월 24일 이재명은 페이스북에, 자기와 아내는 준용 씨 특혜 채용 의혹이 허위라고 확신하지만 트위터 글이 죄가 되지 않음을 입증하려면 먼저 그 의혹이 허위임을 법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썼다. 대통령의 아들을 거론했다는 말이 당 안에 번졌다. 이철희 의원은 자진 탈당이 맞다고 했고, 당사 앞에서는 탈당을 요구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이해찬 대표는 정무적으로 판단할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고,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기소되더라도 탈당은 없다고 했다. 그날 열세 시간의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이재명에게 기자들이 그 글의 뜻을 물었다.

“제가 쓴 게 아닙니다. 저는 뭐 문준용 씨 억울하게 음해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변호인이 의견서에 그렇게 썼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계정이 아내의 것인지, 아내가 정말 썼는지를 법률상 따져 보는 것이 변호인의 의무라는 설명이었다.

12월 4일 김혜경이 수원지검에 출석했다. 일주일 뒤인 11일, 검찰은 그를 불기소했다. 전 의원에 관한 글은 작성자의 의견에 가까워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고 했다. 준용 씨에 관한 글은 이렇게 판단했다.

“특혜 채용 등 명예훼손 부분은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나 현 단계에서 게시한 자를 특정할 수 없어 혐의 여부 판단이 어렵다.”

검찰은 미국 트위터사로부터 가입자 정보와 게시 당시 IP 주소를 받지 못했고, 계정이 김혜경의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계정주를 특정했고 검찰은 특정하지 못했다. 사건은 불기소로 끝났다. 같은 날 이재명 본인은 친형 강제입원 시도 등 세 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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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17일,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문무일 총장보다 다섯 기수 아래였다. 파격 인사라는 말에 그는 짧게 답했다. “차차 지켜보십시오.” 민주당은 권력형 비리 수사의 성과를 들어 환영했고,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그가 야권 인사들을 향한 강압적인 수사로 스스로 「문재인 사람」임을 보여 줬다고 했다.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그에게 임명장을 줬다. 그 자리에는 조국 민정수석도 배석했고, 조 수석과 윤 총장은 환담장에서 대통령 맞은편에 나란히 앉았다.

“우리 윤 총장님은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권력형 비리를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았다.”

대통령은 덧붙였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되어야 한다.” 한 달 뒤인 8월 27일 아침,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된 조국을 둘러싼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대학과 사모펀드 운용사, 웅동학원 등 20여 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청문회 일정이 잡힌 다음 날이었고, 법무부에 미리 알리지 않았다. 조 후보자가 말했다. “진실이 아닌 의혹만으로 법무·검찰 개혁의 큰길에 차질이 있어선 안된다.”

2020년 11월 24일 오후 6시 5분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윤 총장의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를 배제한다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뺀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추 장관은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등 여섯 가지를 사유로 들었다. 12월 16일 오후 6시 30분쯤 대통령이 정직 2개월을 재가했다. “검찰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른 것에 대해 임면권자로 무겁게 받아들인다.” 같은 날 추 장관은 사의를 밝혔다. 청와대는 검사징계법상 대통령에게 재량이 없다고 설명했고, 윤 총장은 징계의 불법 부당성을 들어 소송에 나섰다. 법원이 징계 집행을 멈춘 이튿날인 크리스마스, 대통령이 대변인을 통해 말했다.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

2021년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윤 총장을 이렇게 평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섯 주 남짓 지난 3월 4일 오후 2시, 윤 총장이 대검 청사 현관에 섰다.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 그는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했고, 대통령은 그날 오후 바로 사의를 받아들였다. 그날 저녁 라디오에서 경기지사 이재명은 착잡하다고 했다. 그는 선출된 권력이 임명한 공직자의 책임을 말했다. “검찰이 있는 죄를 덮고 없는 죄를 만들며 권력을 행사하는 적폐 노릇을 하지 않았느냐는 점에 대해서 인식해야 한다.” 결국 정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잘해 주면 좋겠다고 하더니, 한마디를 얹었다. “응원은 아니다.” 7월 30일 오후 2시께, 윤 전 총장은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입당원서를 써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에게 건넸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제1야당에 들어가 초기 경선부터 정정당당하게 시작하는 것이 도리라고 했다.

*

2021년 10월 26일 오전 10시 57분,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이 마주 앉았다. 후보로 뽑힌 지 열엿새 만이었다. 배석자는 이철희 정무수석 한 사람이었다. 경선 막바지에는 이낙연 캠프의 설훈 의원이 대장동 의혹을 들어 이재명이 구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고, 무효표 처리를 두고 불복 시비가 사흘을 갔다. 청와대는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선거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미리 밝혀 두었다.

차담이 이어지는 동안 이재명이 2017년 경선 이야기를 꺼냈다. 네 해 반 전 토론장에서 기득권 대연정이라고 몰아붙이고, A를 물으면 A라고 답하라고 채근하던 사람이었다.

“제가 모질게 한 부분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

대통령이 편하게 받았다.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 아시겠죠.”

이재명은 전날 국회 시정연설을 꼼꼼히 봤다며 거의 대부분 공감했다고 했다. 정책은 과감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대통령의 말에 그가 답했다. “가끔 제가 놀라는 건데 대통령과 제 생각이 너무 일치해서 놀랄 때가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전례 없이 높아 참 놀랍다고 하자 대통령은 웃으며 다행이라고 했다. 지난번에 뵈었을 때보다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에는 대통령이 이렇게 답했다.

“이제는 피곤이 누적돼서 도저히 회복되지 않는다, 현재도 이 하나가 빠져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일종의 극한직업이라 일 욕심을 내면 한도 끝도 없더라고 대통령은 덧붙였다. 대통령은 대기업 아래의 작은 기업들이 힘드니 현장을 자주 찾아보라고 했다. 이재명은 이번 대선을 치르며 안 가 본 데를 빠짐없이 다 가 보려 한다고 했다. 11시 47분, 오십 분의 차담이 끝났다. 두 사람은 상춘재를 나와 비서동까지 함께 걸으며 가벼운 이야기를 나눈 뒤 헤어졌다.

출처 · 동아일보, 2017년 3월 7일, 「이재명 “기득권 대연정” 비판.. 발끈한 문재인 “해명할 시간 더 달라”」 · 조선일보, 2017년 3월 17일, 「이재명 “文 캠프는 기득권과 대연정” vs. 文 “난 가장 깐깐했던 민정수석”」 · 한국일보, 2021년 7월 7일, 「이재명 너무 때린다고? “이재명은 ‘UFC급’으로 문 대통령 공격했다”」 · CBS노컷뉴스, 2017년 5월 19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발탁 소식에 기자들도 ‘탄성’」 · SBS, 2017년 5월 20일, 「靑,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임명..전례 없는 파격 인사」 · YTN, 2018년 4월 9일, 「전해철 “혜경궁 김씨 의혹은 경선과정에서의 검증, 네거티브 아니다”」 · YTN, 2018년 11월 26일, 「이재명 지사, ‘문준용 특혜채용’ 거론..정치권 ‘옥신각신’」 · SBS, 2018년 12월 11일, 「검찰, 이재명 지사 기소·부인 김혜경 씨는 불기소」 · 세계일보, 2018년 12월 12일, 「“혜경궁 김씨 실계정주=김혜경?” 경찰과 검찰 왜 엇갈렸나」 · 머니투데이, 2019년 6월 17일, 「文,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與 “환영” vs 野 “‘문재인 사람’”(종합)」 · JTBC, 2019년 6월 17일, 「“검찰개혁 적임자”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예상된 ‘파격’」 · 조선일보, 2019년 7월 26일, 「“공정경쟁 확립” 알쏭달쏭한 윤석열 취임사」 · 경향신문, 2019년 7월 25일, 「문 대통령,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권력형 비리 엄정하게 임해 달라” 당부」 · 경향신문, 2019년 8월 27일, 「조국 의혹 전방위 압수수색..‘검찰개혁 상징’ 겨눈 검찰」 · 연합뉴스, 2020년 11월 24일, 「추미애, 윤석열 징계청구·직무배제 명령..헌정사상 초유」 · 머니투데이, 2020년 12월 16일, 「윤석열 징계와 동시에 추미애 사의..文 “검찰 바로서라”」 · 한겨레, 2020년 12월 25일, 「“국민 혼란 사과” 문 대통령, 검찰 개혁은 완수 의지」 · MBN, 2021년 1월 18일, 「〔신년회견〕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감사원장도 감싸」 · 경향신문, 2021년 3월 4일, 「윤석열 검찰총장 전격 사퇴..‘정치 행보’ 예고」 · 뉴시스, 2021년 3월 4일, 「이재명 “윤석열 사퇴 착잡해..공직 벗었으니 정치할 듯”」 · 프레시안, 2021년 7월 30일, 「윤석열, 국민의힘 전격 입당..“정권교체 위해서”」 · 연합뉴스, 2021년 10월 12일, 「설훈 “이재명, 구속 가능성 굉장히 높아..본선 가면 진다”」 · MBC, 2021년 10월 13일, 「이낙연 “경선 결과 수용”..이재명 “함께 정상 오를 동지”」 · 연합뉴스, 2021년 10월 26일, 「문대통령-이재명, 靑 회동..50분간 차담(종합)」 · 뉴시스, 2021년 10월 26일, 「이재명 “지난 대선 모질었던 부분 사과”..문 대통령 “1위 되니까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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