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6,236자) · 2025년 11월 27일 · 2026년 3월 25일, 고흥과 사천
가장 빛이 없는 시간
이재명의 삶 · 네오
누리호를 발사대로 옮기는 일은 2025년 11월 25일 오전 7시 20분에 시작할 예정이었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비 예보가 나왔고, 이송은 한 시간 반가량 늦춰졌다. 그 한 시간 반이 뒤의 일정을 모두 밀었다. 연구진은 이튿날 오전까지 제2발사대에 누리호를 세웠고, 유공압 엄빌리컬을 잇고 새는 곳이 없는지 점검하는 작업을 마쳤다.
이번 발사는 밤이었다. 누리호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야간 발사였다.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고도 600킬로미터에서 지구 자기권의 플라스마와 오로라, 대기광을 관측할 위성이었다. 그 빛은 아주 희미해서 태양광이 약한 새벽에만 제대로 잡혔다. 그래서 발사 시각은 자정을 넘긴 새벽으로 잡혔다. 하루 가운데 가장 빛이 없는 시간대였다.
발사를 닷새 앞둔 21일, 이번 발사를 총괄하는 우주항공청 한국형발사체프로그램장 현성윤 과장은 한국일보 기자와 통화하면서 부담을 느낄 새도 없다고 했다. 발사체와 발사 시설을 점검하고 위성 준비와 안전 문제를 확인하는 일정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다만 잠들기 전 침대에 누우면 압박이 밀려왔다. 실패하면 어쩌지, 모든 과정이 제대로 될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고 그는 털어놨다. 그가 꼽은 아찔한 순간은 최종 리허설에서 헬륨 공급라인의 누설이 발견됐을 때였다. 문제는 곧 풀렸지만 발사 안전과 바로 이어진 계통이어서 현장에 긴장이 감돌았다. 이번 누리호는 20분 안에 떠나야 했고, 그 창을 놓치면 정확한 궤도에 들어가기 어려웠다. 잠들지 않고 발사 순간만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오늘은 연기한다고 말해야 하는 일만은 없기를 그는 바랐다.
성공하는 순간 어떤 장면이 먼저 떠오르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2023년 3차 발사의 순간을 꺼냈다.
“환호하는 사람들 사이로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이번에도 그렇지 않을까요?”
이번 발사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만들었다. 2021년 1차부터 3차까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제작과 운영을 맡았고, 이번에는 민간 기업이 기술을 이전받아 제작과 조립 전 과정을 주관했다. 우주항공청이 문을 연 뒤 첫 발사이기도 했다. 3차 때보다 목표 고도는 600킬로미터로 높아졌고, 위성은 다섯 기가 늘어 13기가 실렸으며, 탑재량은 460킬로그램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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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 새벽, 발사 예정 시각인 0시 55분을 십 분쯤 남겨 두고 엄빌리칼 회수 압력 센서에서 신호 이상이 잡혔다. 발사체가 발사대의 연결 장치에서 제대로 떨어져 나갔는지를 압력으로 확인하는 센서였다. 발사지휘센터에 긴장이 돌았다. 확인해 보니 압력 상태는 정상이었고, 1시 4분께 발사 준비가 다시 끝났다. 새 발사 시각은 1시 13분이었다. 발사할 수 있는 시간 창의 끝자락이었다.
1시 13분, 누리호가 어둠을 가르고 올라갔다. 이 분 뒤인 1시 15분 1단이 떨어졌고, 곧이어 위성을 덮은 페어링이 벗겨졌다. 1시 17분께 2단이 분리됐다. 떨어져 나간 단들은 나로우주센터에서 430킬로미터, 1,585킬로미터, 2,804킬로미터 떨어진 공해 위로 떨어졌다. 발사 십이 분 남짓 만에 3단이 목표 고도 600킬로미터에 닿았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먼저 나갔고, 이어 20초 간격으로 큐브위성 12기가 두 기씩 우주로 나갔다.
1시 31분께 누리호는 비행을 마쳤다. 발사에서 십팔 분 이십오 초였다. 예상한 비행시간은 이십일 분 이십사 초였으니 삼 분쯤 빨랐다. 항우연 박종찬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1·2·3단 엔진의 연소 성능이 추정값보다 높게 나와 그만큼 일찍 닿았다고 설명했다.
발사지휘센터의 사람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손뼉을 쳤다. 그리고 고생한 동료들과 환하게 웃으며 끌어안았고, 손을 맞잡고 축하 인사를 나눴다. 우주항공청과 항우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람들이 한자리에 섞여 있었다. 닷새 전 현성윤 과장은 성공하는 순간 마음 졸였을 연구진과 기술자들과 함께한 모든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갈 것 같다고 했다. 그날 새벽 지휘센터에서 서로를 끌어안은 사람들이 바로 그 연구진과 기술자들이었다.
1시 55분께,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에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첫 신호가 들어왔다. 태양전지판이 펼쳐졌고 위성 상태는 정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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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브리핑에서 이상철 항우연 원장이 결과를 읽었다. “차중 3호와 12기 큐브위성이 모두 성공적으로 사출됐음을 확인했다.” 분리될 때의 고도는 601.3킬로미터로, 성공 기준인 600킬로미터 위아래 35킬로미터 안이었다.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배경훈이 말을 이었다.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한 사실을 국민 여러분께 전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그는 이번 발사를 정부와 민간, 국가연구소가 한 팀이 되어 치른 첫 민관 공동 발사라고 불렀다. 그날 이재명 대통령은 SNS에 글을 올렸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대한민국 우주 개발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연 순간이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쓴 그는 연구진에게 따로 인사를 남겼다.
“밤낮없이 힘을 다해주신 연구진과 관련 산업 종사자분들께 깊은 감사와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 멈출 줄 모르는 혁신으로 대한민국의 우주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여러분이 참 자랑스럽다.”
누리호는 10대 공약에 이름이 없었다. 공약에 가까운 것은 후보 시절인 2025년 5월 17일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경제 분야 정책의 한 문장이었다. “경제 성장을 견인할 인공지능, 바이오·헬스케어, 콘텐츠·문화, 방위·항공우주, 에너지, 제조업 등 첨단산업 R&D(연구개발)에 사상 최대 규모로 투자하겠다.” 정치권도 저마다의 기억으로 축하를 보탰다. 미사일사령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SNS에 이렇게 적었다. “군에서 미사일사령관으로 근무하며 로켓 엔진의 떨림과 추진체의 무게가 만들어내는 1초의 과학이 얼마나 치열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용단이 떠오른다고 했다. 나로우주센터 건립 계획은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에 세워졌고, 처음 낙점된 제주권이 제주도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고흥 외나로도에 센터가 들어섰다. 국민의힘 조용술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이번 성공을 대한민국이 선도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라고 했다.
박수 뒤에는 계산서가 남았다. 누리호는 한 번 쓰고 버리는 발사체였다. 누리호로 위성을 올리는 값은 1킬로그램에 약 3,500만 원이었고, 스페이스X는 290만 원에서 580만 원 수준이었다. 우주항공청은 다음 차세대 발사체를 처음부터 재사용형으로 만들자는 수정안을 냈지만, 우주청이 문을 열기 전에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기존 계획을 바꿔야 해서 기획재정부의 적정성 재검토에 걸려 있었다. KAIST 방효충 교수는 서두르지 말라고 했다. “반복 발사 횟수를 10회 정도 해서 성능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충분히 신뢰성이 입증될 때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개시할 수 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다음 걸음을 밝혔다. “7차 발사를 위한 내년도 예산을 계획 중이다. 8차 이후부터는 적어도 매년 1회 이상 누리호를 발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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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5일 오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KF-21 양산 1호기 출고식에 500여 명이 모였다. KF-21 시험비행 조종사와 방산업체 임직원, 공군사관생도와 항공과학고 학생, 14개국 외교사절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손석락 공군참모총장과 함께 도착해 외국 무관단과 악수했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의 경과보고가 끝나자 대형 디스플레이가 좌우로 열렸다. 그 사이로 KF-21 양산 1호기가 활주로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대통령은 웃으며 손뼉을 쳤고, 활주로로 내려가 1호기를 몰고 나온 두 조종사의 경례를 받았다. 전승현 중령은 KF-21의 최초 시험비행 조종사이자 시험비행 대대장이었고, 정다정 중령은 여군 최초의 KF-21 조종사였다. 대통령은 두 사람과 악수하며 어깨를 두드렸다. 기체의 이름은 보라매였다. 숫자 21은 시제 1호기가 출고된 2021년과, 21세기에는 우리 하늘을 우리 손으로 지킨다는 뜻을 함께 담았다. 최고 속도 마하 1.8, 최대 항속 거리 2,900킬로미터의 4.5세대 전투기였다.
국산 전투기는 2001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처음 그 청사진을 밝혔다. 개발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6만 4,500여 명의 연구진이 참여했다. 시제기 여섯 대가 지상 시험 955회와 비행 시험 1,601회를 거쳤다. 방사청은 42개월 동안 1,600여 회를 나는 사이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했다.
축사에서 그는 말했다. “마침내 대한민국은 땅과 바다에 이어 하늘에서까지 우리 기술과 의지로 평화를 지키는 무기를 보유하게 됨으로써 자주국방의 위용을 떨치게 됐다.” 이어 그는 그 기체를 만든 사람들 쪽으로 말을 돌렸다.
“우리가 마주한 이 위대한 순간은 결코 저절로 오지 않았다. 자그마치 25년이라는 긴 시간과 수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오늘의 이 순간을 만들었다.”
후보 이재명의 10대 공약 1번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 아래에는 「K-방산 국가대표 산업 육성」이 들어 있었다. 대통령은 그날 대통령으로서 무한한 자부심을 안고 이 순간을 5,200만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고 했고, KF-21을 방위산업 4대 강국으로 가는 발판으로 삼겠다고 했다. “외국의 원조 무기에 국방을 의존하던 가난한 나라가 이제는 독자 기술로 첨단 무기를 직접 만들고 그 무기를 세계 각국이 먼저 찾는 나라가 됐다.” 첨단 항공 엔진과 소재, 부품 개발에도 서둘러 들어가겠다고 했다.
남은 숙제도 같은 기체 안에 있었다. KF-21의 엔진 등 몇몇 핵심 구성품에는 미국산 기술이 들어 있어 수출할 때마다 따로 승인을 받아야 했다. 공동개발국 인도네시아는 분담금 납부를 여러 차례 미뤘고, 한국 정부는 그 분담금을 약 1조 6,000억 원에서 6,000억 원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기술 이전 범위를 줄이는 수정안을 확정해 두었다. 국내에서는 한국이 지나치게 양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블랙이글스가 축하 비행을 하는 동안 대통령은 안 장관과 손 총장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행사가 끝나자 그는 축구장 세 개 크기, 2만 1,000제곱미터의 고정익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말레이시아에 보낼 FA-50 13대, 폴란드에 보낼 FA-50 14대, 인도네시아에 보낼 T-50 4대가 조립되고 있었다. 김종출 KAI 대표가 말했다. “연간 50대 이상 생산 가능한 제조 능력을 구축하고 있다.” 대통령은 공정 시작부터 비행 운용까지 전 과정이 철저하게 체계화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하고, 조립 라인의 작업자들을 격려했다.
출처 · 뉴시스, 2025년 11월 27일, 「밤하늘 날아오른 누리호…한국판 뉴스페이스 시대 개막(종합)」 · 뉴시스, 2025년 11월 27일,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공식 확인…정부 “자주 우주역량 확보”(종합)」 · 머니투데이, 2025년 11월 27일, 「“뉴스페이스 시대 시작” 예상보다 빨랐던 누리호...우주센터 “해냈다”」 · 경기일보, 2025년 11월 27일, 「〔영상〕 긴장에서 환호로 바뀌는 순간...누리호 4차 발사 당시 지휘센터」 · 한국일보, 2025년 11월 26일, 「“누리호 발사 성공 순간, 누군가는 조용히 눈물을 훔칠 겁니다”」 · 머니투데이, 2025년 11월 27일, 「‘누리호 발사 성공’에 이재명 대통령 “가슴 벅차올라”…여야도 ‘감격’」 · 머니투데이, 2025년 11월 27일, 「“누리호 ‘우주 배달료’ 얼마예요?”… 누리호 연이은 성공, 그다음은」 · 세계일보, 2025년 11월 27일, 「〔누리호 성공〕 누리호 4차 발사 성공…민간주도 우주시대 첫발 내딛다」 · 연합뉴스, 2025년 5월 17일, 「이재명 “AI 3대 강국 우뚝…‘국민·기업 100조 펀드’ 조성”」 · 인천일보, 2025년 5월 12일, 「제21대 대선 정당별 10대 공약···이재명 ‘경제 강국’·김문수 ‘기업하기 좋은 나라’·이준석 ‘일 잘하는 정부’」 · 연합뉴스, 2026년 3월 25일, 「역사적인 KF-21 1호기 출고식…李대통령, 조종사 어깨 두드려 격려(종합)」 · 경향신문, 2026년 3월 25일, 「이 대통령, KF-21 양산 1호기 출고식 참석…“반세기 넘은 자주국방 염원”」 · 중앙일보, 2026년 3월 25일, 「KF-21 ‘보라매’ 양산 1호기 출고식…李 대통령 “자주국방의 위용”」 · 머니투데이, 2026년 3월 25일, 「李대통령 ‘축구장 3개 규모’ KF-21 고정익 생산현장 시찰…“체계화 확인”」 · 서울신문, 2026년 6월 11일, 「“1조원 넘게 깎아줬는데”…인도네시아, KF-21 시제기 인도 임박 〔밀리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