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6,043자) · 2018년 9월~2021년 8월, 경기도와 여의도
켜지지 않던 카메라
이재명의 삶 · 네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은 2018년 3월 새 건물로 옮기면서 수술실마다 CCTV를 달았다. 카메라는 달려 있었지만 돌아가지 않았다.
그해 9월 16일, 경기도지사 이재명이 페이스북에 계획을 올렸다. 10월 1일부터 연말까지 안성병원 수술실에서 CCTV를 시범으로 돌리고, 2019년부터는 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수술실로 넓히겠다고 했다. 그는 까닭을 이렇게 적었다.
“수술실은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돼 있고 마취 등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일부 환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환자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불안한 부분이 있었다.”
촬영은 환자가 동의할 때만 하고, 정보보호 관리책임자를 따로 두기로 했다. 경기도는 사흘 전인 13일에 수원, 의정부, 파주, 이천, 안성, 포천의 6개 병원과 병원 노조에게서 동의를 받아 두었다. 장비 구입과 설치에 드는 4,400만 원은 2019년 본예산에 넣었다. 공공병원 수술실에 CCTV를 켜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었다. 환자 동의 아래 촬영을 의무로 하자는 의료법 개정안이 19대 국회에 나온 적이 있었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폐기된 뒤였다.
10월 1일, 안성병원 수술실의 카메라가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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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가 반발하자 이재명은 공개 토론을 하자고 했다. 10월 12일, 경기도청 도지사 집무실에 사람들이 마주 앉았다.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과 강중구 부의장,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신희원 경기지회장, 그리고 안성병원 김영순 수간호사였다.
이재명은 토론의 문을 열며, 국민 상당수는 자기가 의식이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 할 것이라고 했다. 대리수술과 성추행 사건으로 국민의 걱정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은 수술실을 왜 공개해야 하느냐며 인격 침해를 말하고 있다고 양쪽을 짚었다.
강중구 부의장이 먼저 반대했다. 한 해 200만 건의 수술이 이뤄지는데 대리수술 같은 범법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했다. “CCTV 설치는 의료인의 인권침해뿐만 아니라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 그는 한 가지를 더 들었다. “수술 영상이 인터넷에 유출될 수도 있고, 의료인을 감시 목적으로 CCTV를 운영하는 곳은 선진국에도 없다.”
안기종 대표가 맞받았다. 범죄를 막는 장치는 원래 극히 일부 때문에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녹화된 영상을 열어 보는 것은 의료사고나 심각한 인권침해 정황이 있을 때뿐이라고 했다. 의료분쟁에서 환자는 백전백패이고, 의료기록을 조작해도 밝혀낼 수 없다고도 했다.
변호사였던 도지사는 계약의 말로 따졌다. 의사의 인권과 직업 수행의 자유를 말하지만, 환자도 돈을 내고 제 몸을 맡긴 대등한 계약 당사자라는 것이었다. “환자가 계약 수행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다는 것도 변호사 출신으로 볼 때 불균형하다는 의문이 든다.” 신희원 지회장은 숫자를 뒤집었다. 200만 건 가운데 극히 일부라고 하지만 환자의 생명은 하나뿐이고, 99명의 수술이 잘돼도 내가 한 명의 예외가 되면 그것을 증명할 길이 없다고 했다.
집중력 이야기도 나왔다. 이동욱 회장이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의사협회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8%가 CCTV 운영에 반대했고 이 중 60%가 수술 시 집중도 저하를 이유로 들었다.”
그 카메라 아래에서 일하던 김영순 수간호사가 대답했다.
“처음에는 수술실 내 제3의 시선이 의식됐는데 일에 몰두하며 잊어버리게 됐고 지금은 자연스럽게 됐다.”
토론은 한 시간 오십 분 남짓 이어졌다. 양쪽은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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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경기도는 보건복지부에 의료법 개정을 건의했다. 5월 30일에는 국회도서관에서 「수술실 CCTV 국회는 응답하라」 토론회를 열었고, 도지사가 직접 자리에 나왔다. 안성병원 시범사업에서 환자 66퍼센트가 촬영에 동의했다. 2018년 10월에 53퍼센트였던 동의율이 2019년 4월에는 85퍼센트까지 올라 있었다.
“도민의 반응이 좋아 이번 달부터는 경기도의료원 전체로 확대했다.”
국회에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수술실에 CCTV를 의무로 달게 하는 개정안이 올라가 있었다. 2018년을 기준으로 1,818곳이 대상이었다.
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은 도민 1,000명 여론조사에서 91퍼센트가 찬성했다는 결과를 내놓으며 말했다. “수술실 CCTV 설치 논란은 의사가 자초한 면이 있다.” 대한의사협회 이세라 기획이사는 이 일을 교각살우라고 불렀다. 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이었다. 그는 외과가 더 어려워져 수술하는 의사가 사라지는 「수술절벽」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심병은 어떻게 해도 고칠 수 없다.” 그는 말을 이었다. “환자는 CCTV가 아닌 신뢰하는 의사에게 몸을 맡겨야 안심한다.” 그는 카메라 대신 출입자 명부와 지문 인식, 수술실 입구의 CCTV, 내부 고발과 윤리교육을 내놓았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경기도의 설문 문항을 문제 삼았다. 마취 수술이 불안하냐고 물으면 불안하지 않다고 답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설문조사에 의도가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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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3일 오후, 이재명은 남양주 평내동의 국민병원을 찾았다. 경기도가 설치비 전액을 대겠다며 민간병원을 모았지만, 도내 병원급 의료기관 300여 곳 가운데 응모한 곳은 두 곳뿐이었다. 국민병원은 그 둘 가운데 하나였고, 이달 들어 수술실 카메라를 켰다.
이재명은 동의를 받아 찍고, 꼭 원할 때만 열어 보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지우기 때문에 개인정보나 기술이 새어 나갈 문제가 없다고 했다. 법으로 만들기 전에 공공 의료기관부터 전국에서 시행하면 좋겠다고 했다. 최상욱 원장이 말했다. “개인적으로 수술실CCTV는 의료진 감시가 아니라 의료진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응천, 김남국 의원과 김미리 경기도의원, 안기종 대표가 함께한 정담회 자리에 이나금이 있었다.
그녀의 아들 권대희는 2016년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인턴도 레지던트 과정도 거치지 않은 신입 의사가 맡았고, 가족은 그 사실을 듣지 못했다. 피가 쏟아지자 간호조무사가 의사 없이 혼자 35분 동안 지혈을 했다. 성인 남성 몸속 피의 70퍼센트가 빠져나갔다. 아들은 대학병원으로 옮겨졌고, 49일 만에 숨졌다. 병원은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그 병원 수술실에는 CCTV가 있었다. 어머니는 영상을 손에 넣어 500번을 돌려 봤다. 경찰에 넘길 때까지 200번, 경찰이 검찰로 사건을 보낸 뒤에 300번이었다. 병원 사람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모두 녹음했고, 녹취록을 푸는 데만 한 달이 걸렸다. 그녀는 국회 앞에서 100일 동안 1인 시위를 했다. 2019년 4월 18일 국회 앞 기자회견 도중에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날 국민병원에서 그녀는 도지사와 원장에게 지지의 뜻을 전했다. 물증이 있는데도 의사는 소송으로 가자고 했고, 검사는 사건을 뭉개 버렸다고 했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은 얼마나 비참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고는 힘주어 말했다.
“수술실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예방하고 선량한 의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수술실CCTV가 설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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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뒤인 2021년 2월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을 보류했다. 그날 이재명은 페이스북에 국회를 정면으로 겨눈 글을 올렸다. 국민의 뜻에 어긋나도록 설치를 외면하는 것은 위임의 취지에 반하고, 주권의 의지를 배신하는 배임 행위라고 했다. 다수결이 지배하는 국회에서는 책임 소재가 흐려 로비와 압박이 작동하기 쉽다고도 적었다.
이튿날 같은 당의 복지위 여당 간사 김성주 의원이 페이스북으로 답했다. “나는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한다.” 그는 법으로 강제하면 비용을 국가가 져야 하고 민간병원 설치비를 누가 낼지가 남는다고 했다. 그리고 도지사를 겨눴다.
“이 지사께서는 시장과 도지사 경험만으로 본인이 결정하면 행정이 따르는 것으로 이해하겠지만 입법기관인 국회는 여야 서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진지한 토론도 거치고 오랜 인내를 통해 제도개선에 합의해야 한다.”
그는 이렇게 맺었다. “CCTV 설치는 절대 물 건너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가 책임을 방기했다고 오해하거나 비난하지 않기를 바란다.”
2월 23일부터 이나금은 다시 국회 앞에 섰다. 같은 달, 경기도 지원으로 카메라를 단 민간병원 두 곳의 기록이 갈렸다. 의료진 전원이 동의한 병원은 수술 330건 가운데 265건을 녹화했다. 일부 의사가 반대한 다른 병원은 1월 4일부터 263건을 수술하는 동안 한 건도 찍지 않았다. 법에 강제 조항이 없는 한, 카메라는 달려 있어도 꺼진 채였다. 보건복지부가 뒤늦게 조사해 보니 전신마취 수술실을 갖춘 전국 1,842곳 가운데 CCTV를 운영하는 곳은 242곳, 13.1퍼센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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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훈 부장판사는 권대희가 수술받은 병원의 원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어머니를 적었다. 어머니가 수술실 CCTV를 모아 수술 관계자의 행적을 분 단위, 초 단위까지 확인했다고 했다. “사망한 아들의 사인에 관한 진실을 밝히려는 지난 수년간의 처절한 행적이 느껴진다.”
열이틀 뒤인 8월 31일, 국회 본회의가 의료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재석 183명에 찬성 135명, 반대 24명, 기권 24명이었다. 2015년 1월 7일 최동익 의원이 처음 법안을 낸 지 6년 7개월 만이었다. 전신마취처럼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 안에 CCTV를 달아야 하고, 환자가 요청하면 찍어야 한다. 촬영할 때 녹음은 하지 않고, 응급 수술이나 위험도가 높은 수술은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영상은 3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 설치비를 국가와 지자체, 병원이 어떻게 나눌지는 정하지 못한 채였다. 시행은 2년 뒤인 2023년 8월 30일로 미뤄졌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성명에 이름 하나를 적었다. 무자격자 대리수술로 아들을 잃고 1인 시위로 입법에 앞장선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 같은 이들이 없었다면 법안은 아직도 국회를 넘지 못했으리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그날 저녁 2021년 8월 31일이 한국 의료 역사에 오점을 남긴 날로 기억되리라고 했고,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재명은 페이스북에 썼다. “드디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적극 촉구해온 입장에서 크게 환영한다.” 그는 아쉬움도 감추지 않았다. “법시행이 2년이나 유예된 것은 저도 조금 아쉽다. 그러나 이제 첫 발을 뗐다.”
출처 · 데일리팜, 2018년 9월 17일, 「경기, 내달부터 전국최초 공공병원 수술실 CCTV 운영」 · 서울신문, 2018년 10월 12일, 「‘수술실 CCTV 운영’ 토론, 의사협회·환자단체 주장 팽팽히 맞서」 · 데일리팜, 2019년 5월 30일, 「이재명 지사 Vs 의사들, 수술실 CCTV 시범사업 ‘맞장’」 · 뉴스1, 2020년 11월 13일, 「이재명 “수술실CCTV, 환자-의료진 신뢰회복에 바람직”」 · 파이낸셜뉴스, 2020년 11월 14일, 「“수술실CCTV 전국으로 확대해야” 거침없는 이재명 〔김기자의 토요일〕」 · 경향신문, 2021년 8월 19일, 「병원 CCTV 500번 돌려본 어머니, 묻힐 뻔한 의료사고 법정 세웠다」 · 뉴시스, 2021년 2월 21일, 「이재명 “수술실 CCTV 무산, 국회 배임”…與 “토론 거쳐야 민주주의”」 · 파이낸셜뉴스, 2021년 2월 27일, 「〔단독〕 이재명표 수술실CCTV, 어렵게 달았는데 촬영은 ‘0’ 〔김기자의 토요일〕」 · 한겨레, 2021년 8월 31일, 「‘수술실 CCTV 의무화’법, 국회 본회의 통과..2023년 8월 시행」 · 메디게이트뉴스, 2021년 9월 1일, 「환자단체 6년 7개월만의 숙원, CCTV 설치법 국회 본회의 통과 환영」 · 한국법률일보, 2021년 9월 1일, 「수술실 CCTV 의무화 ‘의료법’, 군 성범죄 민간법원 이관 ‘군사법원법’ 국회 본회의 가결」 · 뉴스1, 2021년 8월 31일, 「‘CCTV 의무화’ 국회 통과..이재명 “작은 성과, 태산같은 변화 만들 것”」 · 국민일보, 2021년 9월 1일, 「이재명 “이제 첫 발 뗐다”..‘수술실 CCTV’ 국회 통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