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6,126자) · 2018년 6월~2020년 9월, 경기도

계곡의 평상

이재명의 삶 · 네오

2018년 6월 13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경수대로의 선거 캠프는 6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방송 3사의 출구조사가 그 시각에 나올 예정이었다. 발표가 가까워지자 사람들은 카운트다운을 함께 소리 내어 셌다.

숫자가 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59.3퍼센트,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 33.6퍼센트였다. 환호성이 터졌고, 캠프 안의 사람들이 “이재명”, “이재명”을 연달아 외쳤다. 전해철, 양기대, 김두관, 김경협, 이원욱, 소병훈 의원이 그 화면을 함께 지켜봤다. 전해철 의원이 말했다.

“실제 결과는 출구조사 결과보다 훨씬 더 압도적으로 이길 것으로 생각한다.”

조용한 선거는 아니었다. 남경필 후보 측은 그가 형수에게 욕설하는 음성 파일을 문제 삼았고, 자유한국당은 그 파일을 당 홈페이지에 올렸다. 5월 29일 KBS 토론회에서는 바른미래당 김영환 후보가 여배우 스캔들을 물었다. 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따라붙었고, 아내 김혜경의 계정이라는 「혜경궁 김씨」 의혹까지 나왔다. 지지율이 흔들릴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졌다.

밤 10시 40분께, 당선이 확실해진 그가 인계동 캠프에 들어섰다. 곁에는 김혜경이 있었다. 부부는 꽃목걸이를 목에 걸고 손을 맞잡은 채 사진을 찍었다. 그는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며 선거 마지막 날의 이야기를 꺼냈다.

“마지막 수원 유세에서 외롭다, 이런 말씀 드렸는데 역시 국민, 그리고 경기도민은 위대하다는 생각을 또 했다.”

그는 논란을 피해 가지 않았다. “여러 가지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경기도민의 압도적 지지를 잊지 않겠다. 도민의 뜻을 존중해서 머슴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그해 경기도는 「정명 천년」을 맞고 있었다. 그는 그 말을 당선 소감에 넣었다. “경기도 정명 천년, 새로운 천 년은 대한민국 새로운 중심 경기도를 만드는 것이어야 하고, 도민 삶의 질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대한민국 최고의 지방정부 돼야 한다.”

최종 득표율은 56.4퍼센트였다. 남경필 후보는 35.5퍼센트에 그쳤다. 일주일 전 경인일보 여론조사에서 그가 얻은 51.4퍼센트보다 높은 숫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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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은 7월 2일 의정부의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 자리에서 그는 1,300만 도민을 대표한 13명에게서 임명장을 받기로 돼 있었다. 청년배당 대상자, 농민, 전통시장 상인, 장애인, 소방관, 경찰관, 노인, 새터민, 청년, 현역군인, 대성동마을 주민, 외국인 이주노동자, 다둥이 가족이었다.

그 임명장은 끝내 건네지지 않았다. 태풍 쁘라삐룬이 북상하고 있었고, 그는 6월 30일 취임식을 취소했다. 도민에게 읽힐 취임사는 그 전날 직접 써 둔 터였다.

7월 1일은 휴일이었다. 오전 10시, 그는 김혜경, 염태영 수원시장과 함께 수원 현충탑을 참배했다. 그 길로 경기도청 재난상황실에 들어가 취임 선서를 읽었다. 제35대 경기도지사의 취임 절차는 그 선서 낭독이 전부였다.

11시, 같은 방에서 재난안전대책회의가 열렸다. 김진흥 행정2부지사와 간부 공무원, 재난안전본부 관계자가 자리했고, 시·군 부단체장들은 화상으로 들어왔다. 김진흥 부지사는 2016년 6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성남부시장으로 그와 손발을 맞춘 사람이었다. 첫 회의에서 그가 말했다.

“공직자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기에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첫 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단 한 명의 피해자도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공직자의 의무라고 했다. 그리고 그동안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관행이 되어 놓친 부분이 없는지 살펴 달라고 했다. 오후에 그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광명시 일대로 나갔다.

취임사는 서면으로 공개됐다. 첫 문장은 이랬다. “공정함이 살아 숨 쉬는 경기도를 만들겠습니다.” 그는 도지사를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도민의 명령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대리인이라고 적었고, 선거 기간에 약속한 것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겠다고 했다. “약속을 지키는 도지사, 경청하고 소통하는 도지사, 강자의 횡포를 누르고 약자를 돕는 도지사가 되겠다.”

임기 첫날부터 숙제가 쌓였다. 성남에서 하던 3대 무상복지를 경기도 전역으로 넓히는 일, 생애 최초 청년 국민연금, 골목경제를 살릴 지역화폐, 경기 북부의 통일경제특구가 줄지어 기다렸다. 경기도의 한 간부 공무원은 이 도정의 성패가 4년간 1조 4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마련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봤다. 도의회와 협치하고 주민을 설득하고 정부와 협의해야 공약을 지킬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가 선거에서 내건 넘버원 공약은 「경기퍼스트」였다. 자치경찰제 대비, 특별사법경찰관 강화, 국세·지방세 세입구조 개선,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 설치, 남북·동서 격차를 줄이는 규제 합리화가 그 안에 들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이름을 경기순환고속도로로 바꾸겠다는 약속도 거기 있었다. 노선의 81퍼센트, 103.6킬로미터가 경기도 땅을 지나는 길이었다. 그 이름은 서울시와 인천시를 비롯해 노선이 지나는 모든 자치단체의 동의를 얻은 끝에 바뀌었다. 2020년 9월 1일부터 그 길은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로 불렸다. 약속한 이름 그대로는 아니었다. 그는 SNS에 29년 만의 일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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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사법경찰관 강화라는 공약은 이듬해 여름 계곡에서 쓰였다. 2018년 11월 하천법 위반이 특사경의 직무 범위에 들어가면서, 계곡을 무단으로 차지한 영업을 특사경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됐다.

2019년 7월 8일부터 19일까지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이 포천 백운계곡과 양주 장흥유원지 등 도내 16개 계곡을 훑었다. 드론까지 띄웠고, 온정주의를 막으려고 단속 공무원을 자기 지역이 아닌 곳에 보냈다. 양주시청 공무원이 포천 백운계곡에 들어가는 식이었다. 69개 업소에서 74건이 나왔다. 백운계곡의 한 업소는 허가 없이 그늘막과 평상 등 758제곱미터에 이르는 가건물 12개를 세워 능이백숙과 이동갈비를 팔았고, 물놀이용 보를 쌓아 계곡물의 흐름까지 막아 두었다. 계곡을 무단으로 점용하면 하천법에 따라 최고 징역 2년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었다.

8월 1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그는 철거, 징수, 가압류, 감사, 수사의뢰를 한꺼번에 꺼냈다. “내년 여름 경기도 계곡이 깨끗하더라고 할 수 있게 공무원들이 움직여야 한다. 전체 모든 하천에 대해 전수조사하라.”

8월 23일 오후, 그는 양주 석현천의 고비골과 여울목에 섰다. 불법 영업소 두 곳이 헐리는 자리였고, 그는 그 철거를 직접 지휘했다. 그다음 석현리 마을회관에서 석현천, 장군천, 돌고개천, 갈원천 일대의 업주와 주민 40여 명과 마주 앉았다.

“현장에서 보니 안타깝다. 관광객들이 갈곳이 없다는 게 현실이다.” 그는 규칙 이야기를 했다. “예외없이 합의된 규칙은 지켜야 한다. 억울하겠으나 공정한 사회가 되길 위함이다. 도민 피해없고 업주도 도움되는 합리적 대안을 찾자.” 그리고 업주들을 향해 안 아플 정도로 멱살을 잡아도 좋다고 덧붙였다.

업주들의 반응은 격앙돼 있었다. 한 업주는 서민들이 해외에 가느냐, 해운대에 가느냐고 되물었다. 10만 원이면 이 계곡에서 실컷 놀다 간다고 했다. “단칼에 하루아침에 다 부수고 있다. 2천만 원 벌금 때린다, 징역 살린다 하니 철거하는 것이다.” 그런다고 표가 오르느냐고 따졌고, 광주 때처럼 한 번에 다 죽일 수는 있겠지만 그게 맞느냐고 물었다. 다른 업주는 호소했다.

“너무 가혹하다. 계고장이 매년 날라왔지만, ‘올해도 그러다 말겠지’ 생각했다.” 그는 불법이라고 해충 퇴치하듯 밀어 버리면 살길이 없다고 했다. “유예기간을 달라.”

그날 업주들은 도지사에게 고성을 쏟아냈고, 자리를 박차고 나간 업주도 있었다.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표 이야기 하는데 표 생각하면 이런 것 안해야 한다. 정치하는 이유는 세상을 공정하게 하자는 것이지 도지사 1년 더하려고 하는 것 아니다.” 유예를 말하는 업주에게는 사실 수십 년을 유예해 온 것이라고 했다. 자기는 1,350만 도민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상처를 수술하면 고통스럽지만 방치할 수 없다.”

업주들은 그 자리에서 다른 안도 내놓았다. 방문객이 계곡으로 내려갈 계단 같은 시설을 놓아 달라고 했고, 하천 부지 점용허가를 받아 세금을 내고 합법적으로 장사하겠다고 했다. 그는 방문객의 안전에 필요한 시설은 공공이 놓아야 한다고 답하고, 그 아이디어들이 법으로 가능한지 검토하라고 그 자리에서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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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오후, 그는 용문산과 유명산 사이에 숨은 가평 어비계곡에 갔다. 물고기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일 만큼 물이 좋다고 붙은 이름이었다. 수십 년 평상과 음식점이 차지했던 그 계곡에서 업주들이 제 돈으로 중장비를 빌려 시설을 걷어 내고 있었다. 바닥까지 보이는 맑은 계곡물에 햇살이 비쳤고, 단풍이 거기 더해졌다. 마을회관 간담회에서 그가 말했다.

“무작정 장사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앞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부당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되 해당 주민들이 천혜의 자연경관으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가겠다.”

12월 11일, 이화순 행정2부지사가 숫자를 내놓았다. 도내 하천에서 적발한 1,392곳 가운데 73.3퍼센트인 1,021곳이 철거됐다. 교량과 건축물, 방갈로와 천막을 합쳐 8,599개 시설이 사라졌다. 자진 철거를 거부하면 행정대집행과 이행강제금, 고발이 뒤따른다고 했고, 일을 미루는 시·군 공무원은 유착 여부를 수사의뢰하겠다고 했다. 이듬해부터는 하천계곡 지킴이를 두어 감시를 이어 가고, 특사경의 직무 범위를 더 넓혀 달라는 제도 개선을 정부에 건의해 두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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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정비를 시작한 지 1년이 됐다. 25개 시·군 187개 하천의 불법 시설 1,436곳 가운데 1,383곳, 96.3퍼센트가 철거됐다. 도는 정비한 계곡에 주차장과 화장실, 녹지와 친수공간을 놓는 데 254억 원을 들이기로 했고, 「청정계곡 복원지역 도민환원 추진 TF」도 꾸렸다.

1년 전 양주 마을회관에서 유예를 달라고 했던 돌고개 유원지의 업주 B씨는 그날을 이렇게 돌아봤다. “단칼에 자르는 이재명 지사의 말에 사형선고를 받는 느낌이었다.” 그는 이어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 지사의 말이 맞고 옳은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올여름 계곡 상권을 살리려면 경기도와 시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당부는 잊지 않았다.

5월 22일, 동두천 탑동계곡에서 오리백숙 등을 팔던 A씨는 불법 시설이 철거된 계곡 앞에 있었다. 1년 전 이맘때까지 그곳은 그의 평상이 놓이던 자리였다. 그는 깨끗해진 계곡을 보며 이렇게 말을 던졌다.

“매년 이맘때면 여름 장사를 위해 평상과 그늘막을 준비했었는데, 이제 장사는 할 수 없게 됐지만 깨끗해진 계곡을 보니까 이재명 지사가 잘한 것 같아요.”

출처 · 데일리안, 2018년 6월 13일, 「여배우 스캔들도 못꺾은 이재명, 출구조사 결과 나오자 ‘환호’」 · 데일리안, 2018년 6월 14일, 「형수 욕설·여배우 스캔들에도 끄떡 없었던 이재명」 · 뉴시스, 2018년 6월 13일, 「〔당선인터뷰〕 경기도지사 이재명 “‘대한민국의 중심’ 도민 열망 실현”」 · 아주경제, 2018년 7월 2일, 「이재명 “공정함이 살아 숨 쉬는 경기도를 만들겠습니다”」 · 오마이뉴스, 2018년 7월 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임기 첫 일정 “태풍 쁘라삐룬 긴급점검회의”」 · 노컷뉴스, 2018년 7월 1일, 「이재명 道政 출범 ‘파격 행보’.. 강력 개혁 드라이브 본격화」 · 머니투데이, 2018년 7월 1일, 「취임 첫 행보 이재명 지사 “공직자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 안전과 생명 지키는 것” 일성」 · 연합뉴스, 2018년 5월 30일, 「〔공약비교:경기〕 “심화발전 경기퍼스트” vs “확대성장 광역서울도”」 · 오마이뉴스, 2020년 8월 31일, 「이재명 “서울외곽순환도로 명칭 ‘수도권제1순환선’으로 변경”」 · 세계일보, 2019년 8월 1일, 「이재명식 계곡 불법 운영 철퇴..불법행위 모두 형사입건」 · 머니투데이, 2019년 8월 12일, 「이재명 “경기도 계곡을 깨끗하게..위법시설 강제철거”」 · 노컷뉴스, 2019년 8월 25일, 「이재명, ‘계곡불법’ 철퇴…“표 생각하면 안해”」 · 경기일보, 2019년 11월 28일, 「〔지지대〕 하천·계곡 불법시설물 자진철거」 · 뉴스토마토, 2019년 12월 11일, 「경기도 “계곡·하천 불법시설물 철거, 공무원 유착 시 징계”」 · 노컷뉴스, 2020년 5월 28일, 「〔영상〕계곡 영업 못하게 됐지만…식당들도 “이재명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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