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6,712자) · 2010년 11월~2018년 12월, 서울과 수원
김부선 의혹
이재명의 삶 · 네오
2010년 11월 11일 오전, 인터넷 한겨레에 「매거진 esc」의 인터뷰 한 꼭지가 올라왔다. 꼭지 이름은 「김어준이 만난 여자」였고, 글은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이 썼다. 그가 마주 앉은 사람은 배우 김부선이었다. 두 사람은 김부선의 단골이라는 국립극장 건물 한구석의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김어준은 6년 전에도 그를 오래 인터뷰한 적이 있었고, 마지막으로 본 것은 2년 전 촛불집회의 거리에서였다고 적었다.
이야기는 대마초에서 시작해 촛불로, 드라마에서 잘린 사연으로 쉬지 않고 넘어갔다. 촛불집회에 나간 것만 50번이었고 주차비만 몇 백이 들었다고 김부선은 말했다. 그 사이에 한 남자의 이야기가 끼어들었다. 지난 대선 직전에 만난 「변호사 출신의 피부 깨끗한」 정치인이었다.
“총각이라는데 그 인생 스토리가 참 짠하더라고. 인천 앞바다에서 연인들처럼 사진 찍고 지가 내 가방 메주고 그러면서 데이트했지.”
그 남자가 알고 보니 유부남이었다고 김부선은 말했다. 다시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약조를 받았는데, 그 남자가 지난 지방선거에 나가 당선됐다고도 했다. 김어준은 그 대목을 이렇게 받아 적었다.
「듣고 보니 유명 정치인이다. 하지만 실명은 내지 말란다. 그가 가진 권력으로 자신을 괴롭힐 거라고.」
글 끝머리에서 김어준은 김부선의 편에 서겠다고 선언했다. 「하여 난 언제나, 언제까지고, 편파적으로, 김부선의 편일 것임을 선언하는 바이다. 김부선, 만세!」 기사 어디에도 그 정치인의 이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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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이튿날 오후부터 인터넷 매체를 타고 번졌다. 11월 13일 미디어오늘은 인터넷에서 이미 상대방의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썼다. 누리꾼들이 찾아낸 것은 그해 4월 한 지역신문에 실린 어느 정치인의 인터뷰 기사였고, 그 아래에 「나 한테 총각이라고 했잖아」 같은 댓글이 달려 있었다. 그해 6월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재명의 이름이 그렇게 입에 올랐다.
김부선은 그달 자신의 팬 카페에 글을 올려 그 소문을 부인했다. 조선일보는 몇 해 뒤, 김부선이 그 정치인을 1961년생이라고 했다가 이재명이 1964년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니셜조차 다르다며 부인했다고 적었다.
이름이 처음 공개된 자리에 오른 것은 2014년 6·4 지방선거를 열 달 앞둔 2013년이었다. 김부선이 자기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이재명 변호사님, 내 아이 아빠 상대로 (이혼)위자료 유산 양육비 모두 받아준다고 하시더니 어느 날 행방불명되셨다. 덕분에 쫄쫄 굶고 있다. 왜 거짓 약속을 했나. 당신은 아주 무책임한 변호사가 맞다」
2016년 1월 25일, 성남시장 이재명이 트위터에 그 글의 캡처를 담은 링크를 붙여 답했다. 김부선이 딸 양육비를 못 받았다며 법 문의를 해 와서, 바빠서 변호사사무실 사무장과 상담하게 했다는 것이었다. 상담해 보니 이미 양육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포기시켰다고 들었다고 그는 적었고, 그걸 두고 남 탓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틀 뒤 김부선은 페이스북에 그를 「성남 사는 가짜 총각」이라고 불렀다. 같은 달, 김부선은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몇 년 전 딸 양육비 문제로 이 시장에게 자문을 구했고 좋지 않은 결과로 끝이 났었다고 그는 적었다.
「이 시장에게 미안하고 이 시장과는 이런 일 외에는 아무 관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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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9일 밤, KBS1이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를 내보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자유한국당 남경필, 바른미래당 김영환, 정의당 이홍우 후보가 토론에 앞서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토론 도중 김영환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물었다.
“주진우 기자가 여배우에게 보낸 메일을 우연히 봤다. 이재명이 아니라고 페이스북에 쓰라고 했다는 내용이 있다. 여배우가 누군지 아시죠?”
“그런 사람이 있다. 옛날에 만난 적 있다.”
“얼마나 만났나. 답변하셔야 하는 것 아니냐.”
“여기는 청문회장 아니다.”
김영환 후보는 국회의원 20년을 했지만 이렇게 문제가 많은 사람은 처음 본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받았다. 이튿날 포털 검색어 윗자리를 「이재명 여배우 스캔들」이 하루 내내 차지했다. 그날 이재명 후보는 공식 블로그의 가짜뉴스 대응 게시판에 「〔100%가짜뉴스〕 여배우 김부선과의 악성 루머 진실」이라는 글을 올렸다. 김부선과는 변호사로서 딸 양육비 법률자문을 하는 과정에서 만났을 뿐이라고 했고, 김부선의 두 차례 사과문을 함께 실었다.
엿새 뒤인 6월 5일 밤, 방송 3사 주최 토론회가 자정을 넘겨 이어졌다. 김영환 후보는 여배우와 주차장에 간 일이 있느냐, 전화한 적이 있느냐, 옥수동에 간 적이 있느냐고 잇달아 물으며 「예」 「아니오」로만 답하라고 했다. 그리고 말했다. “사실이 아니라면 저는 교도소에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후보는 이곳이 경찰서가 아니라고 맞섰다. 해명할 시간을 달라는 그와 질문을 이어 가는 김 후보 사이에 실랑이가 붙자, 지켜보던 이홍우 후보가 그만하라며 두 사람을 말렸다. 이재명 후보가 말했다.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하고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6월 10일 밤, KBS 9시 뉴스에 김부선이 나왔다. 그는 석 달을 숨어 있었고 이제는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변호사와 의뢰인으로 만났다면 사무실에서 만나야지 왜 새벽에, 밤에 만나자고 전화를 하느냐고 물었고, 거짓이면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이재명 캠프는 공식 블로그에 반박 글을 올렸다. 만남의 기간과 장소가 말할 때마다 달라진다는 점,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 날짜 같은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짚었다. 글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정치공작세력들로부터 반복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는 김부선씨와 그분의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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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 밤 11시 20분쯤, 개표율 37.8퍼센트에서 당선이 확실해진 이재명이 MBC 개표방송의 인터뷰에 연결됐다. 첫 질문은 소감이었다. 그는 1,300만 도민의 삶을 책임져야 해서 100만 시의 시정을 맡고 있을 때보다 많은 책임감과 하중을 느낀다고 답했다. 두 번째 질문은 선거 막판에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는 말로 시작했다.
“네, 감사합니다. 잘 안 들리는데요.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는 귀에 꽂은 인이어를 스스로 뺐다. 생방송 인터뷰는 거기서 끝났고, 밤사이 인터넷에는 태도를 나무라는 글과 당선 날 그런 걸 물어야 했느냐는 글이 함께 쌓였다.
이튿날 새벽, 그는 아내 김혜경과 나란히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켰다. 어제 인터뷰를 보고 실망한 분이 많으시냐고 먼저 물었다. 시간이 지나니 자기가 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고는 웃었다. 언론사들과 미래 이야기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다들 지난 이야기,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해서 언짢았다고 사정을 댔다. 그리고 말했다. “제 부족함입니다.” 수양해야겠다는 말도 보탰다.
화면 속 김혜경이 입을 열었다. 선거 내내 남편의 이름과 함께 한 배우의 이름이 오르내렸고, 그 이야기는 부부가 나란히 앉은 그 화면 앞에까지 와 있었다.
“상처받았거나 고통스럽지 않았다. 사실이 아니니까.”
그는 걱정해 주고 힘내라고 말해 준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날은 6월 14일이었고, 지켜보던 누리꾼 몇이 오늘이 키스데이라며 뽀뽀를 해 달라고 졸랐다. 부부는 뽀뽀 대신 서로를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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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나왔다. 거의 한 달 만의 출연이었다. 하 의원이 일부러 피하신 것 같다고 말을 걸자 김어준이 받았다. “하태경 의원님은 일부러 피할만큼 중요한 인물이 아니다.” 설전이 몇 마디 오간 끝에 하 의원이 본론을 꺼냈다.
“2010년에 김부선 씨의 ‘성남 가짜 총각 문제’를 최초로 이슈화시킨 분이 우리 공장장이란 걸 국민들이 잘 모른다.”
“최초로 이슈화시킨 게 아니라 인터뷰를 했었다. 그리고 그때는 상대가 특정되지 않았다.”
하 의원은 그때 실명을 듣지 않았느냐고 거듭 물었다. 김어준은 들은 이야기는 인터뷰에 다 들어 있다고 했다. “당시 쓸 수 있는만큼 쓴거다. 그게 김부선 씨의 요구이기도 했다.” 몇 년 뒤에 이재명 시장의 이름이 계속 거론됐다고 말한 다음, 그는 선을 그었다.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필요로 한다면 필요한 시점과 자리에서 필요한 말을 할 준비가 되어 있고, 자기 결정을 대신 해 줄 필요는 없다고 했다. 7월 24일, 김어준은 바른미래당이 이재명을 고발한 사건의 참고인으로 경찰에 나왔다. 약속한 시간보다 두 시간 일찍이었다.
10월 16일 오후 4시 5분, 경기도지사 이재명은 수원 아주대병원 웰빙센터 1진찰실에 들어갔다. 김부선이 작가 공지영과 통화한 녹취에서 그의 신체 한 곳에 크고 까만 점이 있다고 한 데 대한 검증이었다. 피부과와 성형외과 전문의가 한 명씩 들어갔고, 경기도청 출입기자들이 참관했다. 그날 그는 이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너무 치욕스럽다고 했다. 아침 라디오에서는 혈관이 뭉쳐서 생긴 빨간 점 하나 말고는 몸에 점이 없다고 하고, 한마디를 보탰다. “우리 집은 어머니 덕에 피부가 매우 깨끗하다.” 진찰실에 들어가고 칠 분 뒤 의료진의 소견이 나왔다.
“점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동그란 점이나 레이저 흔적, 수술 봉합, 절제 흔적이 없다.”
김부선 측 강용석 변호사는 혼자서 생쇼를 하고 있다며 점은 증거로서 가치도 없다고 했다.
11월 1일, 분당경찰서가 수사를 마쳤다. 이재명을 둘러싼 고발 혐의 일곱 가지 가운데 친형 강제입원 등 세 건은 기소 의견, 김부선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와 명예훼손 두 건은 불기소 의견이었다. 경찰은 김영환, 김어준, 김부선을 참고인으로 불렀지만 스캔들을 확인할 증거를 얻지 못했다. 그날 오전 의정부 경기도 북부청사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은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안개가 걷혀 진실이 드러난다.”
경찰의 송치 결과를 두고 그는 페이스북에 썼다. 무리한 짜맞추기 수사라고 경찰을 비판한 글이었는데, 거기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김부선 누명을 벗은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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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1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결론을 냈다. 친형 강제입원 시도, 토론회에서 검사 사칭을 부인한 발언, 대장동 개발이익을 적은 선거공보를 두고는 그를 재판에 넘겼다. 여배우 스캔들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불기소였다. 그가 김부선과 김영환 전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한 건도 불기소였다.
검찰 관계자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연예인 스캔들 문제 있죠?」를 비롯해 김 전 후보의 질문이 추상적이었고, 이 지사는 그에 반박한 즉답 상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토론회에서 이 지사가 (김 전 후보의 말을) 부인한 것을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없다.” 김부선은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했지만, 함께 찍은 사진이나 제3자의 진술 같은 객관적 증거는 거의 없었다. 2010년 11월 한 인터뷰 기사에 이름 없이 실렸던 이야기는 그렇게 여덟 해 만에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닿았다.
출처 · 한겨레, 2010년 11월 11일, 「김부선 “촛불 50번 들었건만 돌아온 건..”」(〔매거진 esc〕 김어준이 만난 여자) · 미디어오늘, 2010년 11월 13일, 「김부선 “총각이라 속인 정치인과 잤다” 폭로, 왜?」 · 조선일보, 2017년 2월 26일, 「‘가짜 총각아, 기억하시죠?’..김부선, 또 ‘가짜 총각’ 언급」 · MBN, 2016년 1월 27일, 「김부선 “성남 사는 가짜 총각” 이재명 시장과 SNS 설전」 · 중앙일보, 2021년 7월 16일, 「사과했다? 고발도 했다..11년째 이재명 옥죄는 스캔들 전말」 · 스타투데이, 2018년 5월 30일, 「이재명, 여배우 김부선 관련 질문에 “옛날에 만난 적 있다”」 · 중앙일보, 2018년 5월 31일, 「김영환 “여배우 얼마나 만났나” 이재명 “변호사·의뢰인의 만남”」 · 조선일보, 2018년 5월 31일, 「김영환 “여배우 아시죠” 이재명 “만난 적 있다” 김영환 “얼마나”」 · 스타투데이, 2018년 5월 30일, 「이재명, 여배우 스캔들 해명 “100% 가짜뉴스..김부선은 의뢰인”」 · 아시아경제, 2018년 6월 6일, 「이재명 ‘여배우 스캔들’ 2차 공방..김영환 “사실 아니면 교도소行”」 · 스포츠투데이, 2018년 6월 11일, 「김부선 인터뷰·이미소 심경글에, 이재명 “100% 정치공작”」 · 스포츠경향, 2018년 6월 10일, 「이재명 측, 김부선과 딸 이미소에 “정치공작세력에 이용 당하고 있어”」 · 스포츠경향, 2018년 6월 14일, 「이재명 인터뷰 태도 논란.. 예민한 질문에 “잘 안 들린다” 스스로 중단」 · 시사저널, 2018년 6월 15일, 「‘아슬아슬 행보’ 이재명의 험난해 보이는 대선고지」 · 서울경제, 2018년 6월 14일, 「이재명, 키스데이 맞아 라이브 방송 중 ‘키스 대신 포옹’」 · 티브이데일리, 2018년 7월 3일, 「김어준, 김부선-이재명 스캔들 최초 언급 “저나 주진우 기자 말할 준비 돼 있다”(김어준의 뉴스공장)」 · 헤럴드경제, 2018년 7월 24일, 「뉴스공장 김어준, “난 그냥 들었을 뿐”.. ‘김부선 스캔들’ 이슈화 의혹 벗을까」 · 동아일보, 2018년 10월 17일, 「이재명 신체검증한 병원 “점이나 절제 흔적 없다”」 · 서울신문, 2018년 11월 1일, 「이재명 여배우와의 불륜 혐의 불기소 의견 송치」 · 스타투데이, 2018년 11월 2일, 「이재명, ‘여배우 스캔들’ 불기소에 “김부선 누명 벗어 그나마 다행”」 · 아시아경제, 2018년 12월 11일, 「檢, ‘친형 강제입원 시도’ 이재명 기소·김혜경 불기소(종합)」 · 스타투데이, 2018년 12월 12일, 「“김부선, 증거 거의 없어”..檢 이재명-김부선 ‘여배우 스캔들’ 종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