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6,559자) · 2009년 5월~2018년 3월, 봉하와 성남

노무현과 이재명

이재명의 삶 · 네오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아침,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저를 나서 경호관 한 사람과 마을 뒷산 봉화산에 올랐다. 오전 6시 40분, 그는 어릴 적부터 오르던 부엉이 바위에서 아래로 몸을 던졌다. 양산 부산대병원은 오전 9시 30분 그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집을 나서기 전 그는 컴퓨터에 짧은 유서를 남겼다. 집 가까운 곳에 작은 비석 하나만 남기라고 적었다.

그날 민주당 부대변인 이재명은 봉하로 내려가 조문했다. 스물두 해 전 사법연수원 노동법학회에 인권변호사 노무현이 특강을 왔다. 판사나 검사가 되지 않더라도 변호사로서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그 강연에서 얻고, 노동·인권 변호사의 길을 고른 연수생이 그였다. 저녁 6시 30분쯤 주민들의 오열 속에 전직 대통령의 시신이 봉하마을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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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인 5월 25일 오후 4시, 경기도 안에 차려진 분향소는 65곳이었다. 성남에는 여섯 곳이 섰다. 시가 차린 곳이 하나, 민주당이 차린 곳이 셋이었고, 그 가운데 하나가 분당 야탑역 광장이었다.

성남시의 분향소는 그날 성남종합운동장 인라인롤러경기장 안에 차려졌다. 이튿날 아침 한나라당 소속 이대엽 성남시장이 조문했다. “전직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를 100만 시민과 함께 애도한다.” 신발을 벗고 조문한 직원들과 달리 시장 혼자 구두를 신은 채였고, 그 모습이 인터넷에 돌면서 「구둣발 조문」이라는 말이 붙었다.

같은 날 이재명은 부대변인 이름으로 논평을 썼다. 논평은 세 단체장을 이름으로 불러 세웠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주당이 분향소를 차리려고 낸 공공장소 사용 요청을 거부했고, 이효선 광명시장은 시민들이 스스로 차린 분향소마저 철거하라고 했다. 이대엽 성남시장은 뒤늦게 분향소를 차리면서 동네 사람 말고는 일부러 차를 타고 가야 하는 동네 귀퉁이 건물 안에 자리를 잡았다고 썼다.

“시민들이 국화꽃 한송이 놓고 전직 대통령을 추모하려는 소박한 희망을 자치단체들이 방해하고 있다.”

논평에는 이런 문장도 있었다. “국민이 전직 대통령의 국민장에 분향하고 추모하는 것도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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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탑역 광장의 분향소에서 그는 상주 역할을 했다. 그 분향소를 차린 민주당 분당갑지역위원회는 닷새 동안 8만여 명의 시민에게서 조문을 받았다고 나중에 밝혔다.

분당은 노무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던 동네였다. 그 분당에서 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이틀 사이 2만~3만 명에 이르렀다. 5월 28일 뉴시스는 야탑역 광장 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눈물을 훔치며 고인을 애도하는 사진을 실었다. 그날 같은 분향소에서 찍은 다른 사진 기사의 제목은 이랬다.

「정책은 반대했어도 당신은 영원한 대통령입니다」

국민장 전날인 그날 밤 7시, 야탑역 광장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영결식은 이튿날 오전 11시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다. 경기도 관계자는 그 무렵 도내 분향소마다 늦은 시간 학원을 다녀온 교복 차림의 자녀와 함께 오는 부모들이 종종 눈에 띈다고 했다.

석 달 뒤인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 그 광장에서는 이재명이 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분당갑지역위원회가 미디어 관련법 개정 철회를 요구하며 22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비보를 들은 그들은 농성을 멈추고 그 자리에 다시 분향소를 차렸다. 분향소는 장례가 끝나는 날까지 24시간 열렸고, 그는 상주 자격으로 조문객을 맞았다. 위원회 간사 정진상이 분향소를 차린 까닭을 밝혔다. “그분을 떠나보내는 슬픔을 분당 주민들과 함께 하려고 분향소를 마련했다.” 한 해에 두 번, 같은 광장에서 그는 전직 대통령의 상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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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23일은 서거 1주기였고, 6·2 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일요일이었다. 경기도의 기초단체장 후보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그날 하루 확성기와 로고송을 쉬기로 했다. 민주당 성남시장 후보 이재명은 분향소에서 그날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같은 선거에서 맞붙은 한나라당 황준기 후보도 마이크 연설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열흘 뒤 이재명은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다섯 해가 지난 2015년 5월 15일 오후, 서거 6주기를 앞두고 성남시장 이재명이 일행과 함께 봉하 묘역을 찾았다. 그는 헌화대에 꽃을 놓고 분향한 뒤 너럭바위로 걸어가 묵념했다. 경남에서 강연 요청이 있어 왔다가 6주기이기도 해서 겸사겸사 왔다고 했다. 그는 고인을 이렇게 말했다.

“열정이 대단한 분이셨고, 역사와 대중, 사람에 대해 깊은 애정이 있었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그렇게 하셨다.”

질문은 곧 경남의 일로 넘어갔다. 진주의료원을 닫고 무상급식을 멈춘 홍준표 경남지사를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 그는 잘라 말했다.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이유도 댔다. “정치인은 못 가진 사람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하는데, 그 분은 반대로 하고, 기득권 정치인과 다르지 않다.” 그러고는 한마디를 더 보탰다. “역설적으로 홍 지사는 성남시를 많이 홍보해 주는, 고마운 측면도 있다.” 참배를 마친 그는 사저로 가서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그날 저녁 7시에는 진영한빛도서관 공연장에서, 이튿날에는 고성과 진주와 거창에서 그의 강연이 잡혀 있었다. 강연 제목은 무상급식과 복지를 말하는 「위기 대한민국을 말하다」였다.

2016년 11월 4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나온 날에도 그는 봉하에 있었다. 묘역 앞에서 그는 담화를 두고, 대통령으로서 자격과 권위를 모두 잃은 사람이 제3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스스로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했다. “국민을 우롱한 처사라 생각한다.” 방명록에는 「70년 적폐, 친일 독재 부패를 청산하고 공평하고 공정한 나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라고 적었고, 권 여사와 40분쯤 이야기를 나눴다. 그날 밤에는 부산 벡스코에서 「두려움에 맞서라」라는 이름의 토크콘서트가 잡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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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5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 이재명이 봉하에 왔다. 김영진 의원과 경남도당 사람들, 오세주 전 노사모 전국대표가 함께였다. 경선 후보로 등록한 뒤 현충원과 광주 5·18 묘역을 먼저 들렀다가 오는 길이라고 그는 말했다. 차에서 내린 그는 페이스북 방송에 먼저 인사를 했다. 사람들이 몰려와 인사를 건넸고, 한 스님은 달마도를 선물했다. 너럭바위 앞에서 그는 무릎을 꿇고 바위에 손을 얹어 쓰다듬었다. 지지자들이 환호하려 하자 그가 말렸다.

“이곳은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잠들어 계신 곳으로 너무 소리를 지르면 안 된다. 적당히 하자.”

방명록에는 「대통령님의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의 꿈을 이재명이 공정사회로 완성하겠습니다」라고 썼다. 그날 기사들은 그의 봉하행을 다르게 읽었다. MBN은 노무현의 「적통」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야권 정통성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행보로 봤다. 노컷뉴스는 지지율이 내리막인 캠프의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포석으로 봤다. 그날 오전 그는 국회 정론관에서 대연정을 역사와 촛불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라고 부르고 오는 길이었다. 묘역에서도 그는 안 지사의 대연정을 다시 겨눴다. “대연정이 본인의 소신이라면 끝까지 밀고 가고 비판과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기자들 앞에서 그는 노무현과의 인연을 부풀리지 않았다. 노 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고 함께 일한 인연도 없다고 먼저 말했다. 그다음에야 꿈이 같다고 했고, 노 전 대통령의 이상을 실천하려고 치열하게 싸워 왔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꿈꾸었던 세상과 그 이상을 실천하고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는 권 여사를 예방해 30분쯤 환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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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4일, 이재명은 열흘 전 시장직을 내려놓은 전 성남시장이었다. 사흘 전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했고, 이날이 첫 공식 행보였다. 첫 행선지는 봉하였다. 캠프 관계자는 지방선거 출마를 노 전 대통령에게 먼저 알리겠다는 후보의 뜻에 따라 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날 아침 머니투데이는 그를 친노 정치인으로 분류되지는 않는 사람으로 적었다. 당의 다수인 친문과 운동권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그가 시장 시절 해마다 노 전 대통령을 참배해 왔다고 썼다.

같은 기사는 그가 정치에 나선 계기도 노무현에게서 찾았다. 시민운동에 한계를 느끼던 무렵, 선거에서 15퍼센트만 얻으면 선거비용을 돌려준다는 참여정부의 제도를 보고 그는 2006년 지방선거와 2008년 총선에 나섰다. 그런 뜻에서라면 자기도 친노 정치인이라고 그는 너스레를 떨곤 했다.

그날 오전 9시 30분쯤 박원순 서울시장이 먼저 일정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묘역을 다녀갔다. 박 시장은 방명록에 「새 봄 새 세상 새 시작」이라고 적었고, 꽃바구니에는 「그립습니다」라고 썼다.

오후 1시쯤 이재명이 아내 김혜경과 함께 봉하마을에 닿았다. 그는 미리 일정을 알렸고, 지지자들이 함께 왔다. 마침 참배하러 온 시민들도 모여들어 사진을 찍었다. 그는 묘역 앞에서 헌화하고 분향했다. 방명록에 그는 이렇게 적었다.

「사람 사는 세상의 꿈,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왜 봉하에 왔느냐는 물음에 그는 31년 전의 강연장으로 돌아갔다. “제가 사회운동을 하게 된 계기가, 노무현 대통령께서 변호사로 있을 때 사법연수원 강연을 듣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준비하며 (노 전 대통령께) 가장 먼저 알려드리고 싶었다.”

경선 상대는 전해철 의원과 양기대 전 광명시장이었다. 같은 토요일 전해철 의원은 수원역 광장의 경기여성대회와 수원의 양기대 선거사무소 개소식, 오산의 문영근 오산시장 예비후보 개소식을 돌았다. 이재명만 경기도를 떠나 김해에 있었다. 그 경선을 두고 그는 친문이다 아니다를 가르는 것이 불필요한 나누기이고 이간질이라고 했다. “저도 문재인 대통령을 사랑하고 지지한다.” 그는 같은 당은 한 식구이고, 경쟁은 당연하며, 누가 이기더라도 팀원으로 도와야 한다고 했다.

묘역 옆 사저에서는 김해을 지역구의 김경수 의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에 박 시장을 맞았던 그가 오후에는 이재명을 안내했다. 그는 사저로 들어가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저녁에는 김해문화원에서 노무현재단 김해지회가 마련한 강연에 섰다. 주제는 지방분권과 민주시민의식이었고, 허성곤 김해시장과 김해 시민, 재단 회원 35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강연 중에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훌륭한 스승이라고 불렀다. 다시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게 만드는 사람이 최고의 스승이라는 까닭이었다. 그는 한 문장을 덧붙였다.

“충분히 대가를 치르고 다시는 권력을 이용해 이런 범죄행위를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도록 하면 좋겠다.”

그날 그가 묘역에 올린 꽃바구니에는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잊지 않겠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서울신문,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노 전대통령 시간대별 행적」 · 연합뉴스, 2021년 7월 1일, 「‘흙수저’ 변방의 장수에서 與유력주자로..이재명 누구(종합)」 · 연합뉴스, 2009년 5월 25일, 「〈盧전대통령 서거〉 경기지역 분향소 65개」 · CBS노컷뉴스, 2009년 5월 26일, 「민주당 “조문 방해하는 자치단체장들”」 · CBS노컷뉴스, 2009년 5월 27일, 「이대엽 성남시장 ‘구둣발 조문’ 물의」 · 뉴시스, 2009년 5월 28일, 「〈盧전대통령 서거〉“정책은 반대했지만..” 분당도 추모열기」 · 뉴시스, 2009년 5월 28일, 「〈盧전대통령 서거〉“정책은 반대했어도 당신은 영원한 대통령입니다”」 · 뉴시스, 2009년 5월 28일, 「〈盧전대통령 서거〉국민장 전날 밤, 경기지역 곳곳 추모식」 · 뉴시스, 2009년 8월 18일, 「〈金 전 대통령 서거〉성남 분당 야탑역 광장에 분향소 설치」 · 뉴시스, 2010년 5월 22일, 「〔6·2지방선거〕 故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경기 기초단체장 후보들 “확성기 안쓴다”」 · 오마이뉴스, 2015년 5월 15일, 「봉하마을 찾은 이재명 “홍준표, 중요한 사람 아니다”」 · 연합뉴스, 2016년 11월 4일, 「봉하마을 찾은 이재명 “담화, 사퇴·탄핵 요구 확대 가능성”(종합)」 · CBS노컷뉴스, 2016년 11월 4일, 「이재명 성남시장,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 오마이뉴스, 2017년 2월 5일, 「노무현 묘소 참배한 이재명 “공정사회 완성하겠다”」 · MBN, 2017년 2월 5일, 「이재명 시장, 봉하마을 방문 “노 전 대통령과 나는 서로 닮아”」 · CBS노컷뉴스, 2017년 2월 5일, 「봉하마을 찾은 이재명 “대연정이 소신이라면 비판 감수해야”」 · 연합뉴스, 2018년 3월 24일, 「박원순·이재명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부산·김해서 특강도」 · 머니투데이, 2018년 3월 24일, 「공식행보 나서는 이재명..첫 행선지가 ‘봉하마을’인 이유는」 · 중앙일보, 2018년 3월 24일, 「“盧에 가장 먼저 알리고 싶었다” 봉하마을로 간 이재명」 · 동아일보, 2018년 3월 24일, 「이재명, 봉하 방문..“盧에 경기지사 출마 알리고 싶었다”」 · 오마이뉴스, 2018년 3월 24일, 「박원순-이재명, 노무현 대통령 묘소 방명록에 뭐라고 썼나」 · 뉴스1, 2018년 3월 24일, 「김해 간 이재명 “MB는 훌륭한 스승”..왜?」 · 뉴스1, 2018년 3월 25일, 「이재명 봉하마을, 전해철 안산, 양기대 수원..분주한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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