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6,763자) · 2025년 6월 11일~2026년 5월 7일, 여의도
4000에서 7000까지
이재명의 삶 · 네오
2025년 6월 11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대통령이 들어섰다. 취임하고 일주일 만이었고, 대통령이 된 뒤 처음 나선 경제 현장이었다. 강훈식 비서실장이 곁에 있었고,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그를 맞았다. 대통령이 찾아간 곳은 시세판이 번쩍이는 시장이 아니라 시장감시위원회였다. 그는 주가조작과 불공정거래의 흔적을 매매 기록에서 찾아내는 실무 직원들과 마주 앉았다. 취임 뒤 일주일 사이 코스피는 5.81퍼센트가 올라 있었다.
선거 때 그는 두 가지를 약속했다. 하나는 5월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낸 10대 공약에 적힌 「주주 충실 의무 도입 등이 담긴 상법 개정」이었다. 다른 하나는 숫자였다. 대한민국의 회복과 성장으로 코스피 5000시대를 실현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그 무렵 코스피는 3000에도 닿지 못하고 있었다. 야권에서는 허풍이라는 말이 나왔다.
간담회에서 그는 불공정거래를 저지른 사람이 다시 저지르는 비율이 평균 29퍼센트를 넘는다는 숫자를 꺼냈다. 한 번 걸리면 시장에서 내보내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들이고, 의심 계좌는 곧바로 거래를 멈추고, 부당이익은 과징금으로 거둬들일 길을 찾으라고 했다. 감시 인력을 늘리는 방안도 살피라고 했다.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에는 배당소득세를 깎아 주는 세제 개편도 꺼냈다. 불법으로 돈을 벌면 몇 배로 물어내고 엄한 형벌을 받게 된다는 말을 한 뒤, 그는 거래소의 직원들 앞에서 이날의 뜻을 밝혔다.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첫날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열흘 남짓 지난 6월 20일, 코스피는 3년 6개월 만에 3000선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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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일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에 숫자가 떴다. 재석 272, 찬성 220, 반대 29, 기권 23.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사가 충실해야 할 대상은 그때까지 회사였는데, 이제 회사와 주주가 됐다. 감사위원을 뽑을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합쳐서 3퍼센트로 묶였고, 상장회사는 전자 주주총회를 열 수 있게 됐다. SBS Biz는 그 법에 이재명 정부의 1호 민생법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같은 날 같은 본회의에서 계엄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의사봉을 쥔 우원식 국회의장이 말했다.
“어려운 쟁점이 있던 법안인데 여야가 합의해 줘 감사하다.”
같은 날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8단체가 공동 입장문을 냈다. 첫 문장이 이랬다. “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아쉽게 생각한다.” 이사가 소송을 막을 수단이 없고, 3퍼센트 규칙 때문에 투기 세력이 감사위원 자리에 들어올 수 있다는 걱정이 뒤를 이었다. 그들은 경영판단원칙을 법에 적고 배임죄를 고치고 경영권 방어 수단을 들여 달라고 했다. 이사가 주주에게도 충실해야 한다는 한 줄을 두고, 주식을 쥔 사람들과 회사를 이끄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쪽에 섰다.
개정 상법은 7월 22일 공포되자마자 시행됐다. 상법 제382조의3의 몇 글자가 바뀐 것만으로 몸을 사리는 쪽도 생겼다. 투자한 회사에 이사를 보내던 벤처캐피털 가운데 일부는 운용 내규에 이사 등기를 원칙적으로 막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 업계 관계자가 전했다. 8월 25일에는 2차 개정안이 국회를 넘었다. 자산 2조 원이 넘는 상장사는 집중투표제를 피할 수 없게 됐고, 따로 뽑는 감사위원은 한 명에서 두 명 이상으로 늘었다. 9월 2일 국무회의가 그 법을 의결했고, 시행은 공포 1년 뒤로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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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월요일, 코스피가 장이 열리자마자 4000을 넘었고 마감까지 내려오지 않았다. 종가는 4042.83이었다. 하루 사이 101.24포인트, 2.57퍼센트가 올랐다. 사상 처음 4000을 넘긴 종가였고, 삼성전자 주가는 그날 처음 10만 원을 넘었다. 코스닥도 902.70으로 1년 반 만에 900선을 되찾았다.
민주당은 곧바로 서면 브리핑을 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상법 개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꿔 내는 촉매제가 됐다고 썼다. 정청래 대표가 말했다. “대한민국 종합주가지수가 4000을 넘었다. 국운이 계속 상승했으면 좋겠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코스피 4000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그날 하루 지도부도 대변인도 말이 없었다. 말은 이튿날 오전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나왔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이 말했다. “지금은 자화자찬하고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그는 이번 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이 이끈 장이라고 했다. 실제로 10월 한 달 늘어난 시가총액 약 508조 원 가운데 반도체가 약 253조 원으로 절반이 넘었다. 김도읍 의장은 노란봉투법을 없애고 중대재해처벌법을 고쳐야 한다고도 했다. 숫자는 하나였고, 그 숫자를 읽는 눈은 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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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5000 돌파를 축하하는 화면이 떴다. 장중 5,019.54였다. 종가는 4,952.53으로 5000 아래에서 끝났지만, 코스피가 처음 5000을 밟은 날이었다. 코스닥도 2퍼센트 올라 970.35에 닿았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그 숫자를 코스피 출범 46년 만의 대기록이라고 불렀다.
그날 대선 때의 말들이 다시 불려 나왔다.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김문수는 그때 이렇게 말했다. “기본적인 경제 기반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사람이 주식을 5000까지 올리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맞는다.” 논객 진중권은 지난 기록을 셌다. “코스피가 1000에서 2000 가는 데 18년 걸렸고, 2000에서 3000 가는 데 12년 걸렸다.” 그는 5000 공약을 비과학적이고 정치적인 허풍이라고 불렀다. 전 국민의힘 대변인 송영훈은 비꼬는 쪽을 골랐다. “기왕 지르는 거 통 크게 한 5000정도 지르시지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은 날 오전 국회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는 지도부가 돌아가며 5000을 입에 올렸다. 정청래 대표가 말했다. “코스피 5,000 시대의 꿈은 이뤄진다.” 박홍근 의원이 말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임기 내 코스피 5,000을 약속했는데 8개월도 되지 않은 지금 공약을 조기 달성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다음 일을 꼽았다. 주가조작 엄벌, 자사주 소각 의무화, 주주 친화적인 제도였다. 같은 당 안도걸 의원은 주가가 오르는 사이 환율도 함께 치솟는 것을 걱정하며 환율 안정 대책을 요청했다. 대통령은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우는 것이 아니라 정상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주가를 조작하면 집안이 망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 주겠다는 말도 다시 했다. 주식 투자를 부동산에 버금가는 투자 수단으로 만들면 기업도 자본을 구하기 쉬워진다는 것이 그의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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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 오후, 3차 상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올랐다. 회사가 사들인 자기 주식을 1년 안에 태워 없애라는 법이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무제한 토론에 들어갔고, 윤한홍 의원이 연단에 섰다. 토론은 밤을 넘겼다.
25일 오전, 대통령이 X에 글을 올렸다. “자사주 소각 입법이 한시라도 빨리 되면 좋겠다. 해는 짧은데, 갈 길이 멀다.” 기업 대다수가 받아들이고 주주들도 반기는 법을 왜 밤을 새워 막느냐고 그는 야당에 물었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비롯해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고도 적었다. 같은 날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는 부동산에 묶여 있던 돈이 생산적인 자본시장으로 흘러가는 조짐이 고무적이라고 했다.
그날 코스피는 6,022.70으로 문을 열었고 6,083.86으로 닫았다. 처음 넘은 6000이었다. 하나은행 딜링룸의 딜러들이 기념 세리머니를 했다. 같은 날 스물네 시간 만에 무제한 토론이 끝났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전에 본회의장을 나갔다. 재석 176, 찬성 175, 기권 1. 새로 사들인 자사주는 1년 안에, 이미 쥐고 있던 자사주는 1년 6개월 안에 소각해야 하고, 어기면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인수합병 같은 일로 어쩌다 회사 손에 들어온 자사주도 소각 대상이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실질적 대안도 없이 획일적인 소각 의무화를 강행했다고 했다. 경영권이 약해지고 규제가 지나치며 기업의 유동성이 압박받는다는 것이 그들의 이유였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회사가 취득한 자사주를 1년 안에 소각하게 해 주주의 이익을 키우는 법이라고 맞섰다. 법은 3월 6일부터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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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7000을 넘었다. 종가는 7,384.56으로 하루 6.45퍼센트가 뛰었다. 삼성전자는 14.41퍼센트, SK하이닉스는 10.64퍼센트가 올랐고, 외국인은 하루에 3조 1,350억 원어치를 사들여 사상 최대 순매수를 기록했다. 4일과 6일 이틀 장 동안 외국인이 사들인 주식은 6조 원어치가 넘었다. 6000을 넘고 47거래일 만이었다.
증권가의 말은 들떠 있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이 말했다. “AI 투자가 이란 사태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줄이지 않고 있다.”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말했다. “2027년에 코스피 8,000선이 불가능하지 않다.” 정청래 대표는 단군 이래 가장 높은 코스피라고 했고, 윤석열 정권 때 3000도 못 됐던 지수가 정부 출범 1년도 안 돼 두 배 넘게 뛰었다고 했다. 빚을 내 주식을 사는 돈도 함께 불었다. 신용거래융자는 27조 원에서 36조 원이 됐다. 이튿날 아이뉴스24 이균성 데스크는 칼럼에 이렇게 적었다. “분수에 넘치는 주식 투자, 신뢰와 대화를 상실한 노사 관계, 국민보다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정치. 모두 추락에 앞서 나타나는 전조 현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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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칼럼이 나온 5월 7일 저녁, MBC 뉴스는 다른 숫자 하나를 전했다. 국민연금이 그해 1월부터 4월 말까지 넉 달 동안 250조 원을 벌었다. 수익률은 16퍼센트였고, 넉 달 만에 한 해 전 1년치 수익을 넘었다. 기금은 1,700조 원을 넘었다.
한 해 전 국민연금이 번 돈은 231조 6,000억 원이었다. 그해 국민연금이 연금으로 내준 돈이 약 49조 7,000억 원이었으니, 1년 동안 번 돈으로 다섯 해 가까이 연금을 줄 수 있었다.
국민연금의 기금은 일하는 사람들이 다달이 낸 보험료가 쌓인 돈이다. 연 4.5퍼센트의 수익률을 가정한 셈법에서 그 기금이 바닥나는 해는 2056년이었다. 그 해가 이제 2100년 뒤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 남재우 선임연구위원은 그 숫자의 뜻을 짧게 말했다. “기금 운용을 잘해서 좋은 수익을 내면 그만큼 고갈 시점이 연장될 수 있다.” 같은 연구원의 이효섭 실장은 연금개혁과 높은 수익을 함께 들며, 이제 청년들이 큰 고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했다.
여의도의 전광판에서 네 자리로 뛰던 숫자는 그렇게, 아직 연금을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한 사람들의 노후로 건너갔다.
출처 · 남도일보, 2025년 5월 12일, 「〔21대 대선 10대 공약〕 이재명 “AI 등 집중육성 새 성장기반 구축”」 · 머니투데이, 2026년 5월 28일, 「‘5천피 공약’ 1년 만에 ‘8천피’ 돌파…“한국증시 재평가 이뤘다”」 · SBS Biz, 2025년 6월 12일, 「“주식시장 장난치면 패가망신”…이재명 ‘5천피’ 의지 피력」 · 뉴시스, 2025년 6월 11일, 「李, 주가조작에 ‘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주식으로 장난치면 패가망신”(종합2보)」 · SBS Biz, 2025년 7월 3일, 「상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李정부 1호 민생법안」 · 데일리안, 2025년 7월 3일, 「경제8단체 “상법개정안 통과 아쉽다... 조속한 보완 기대”」 · 조선비즈, 2025년 7월 24일, 「‘법적 리스크만 커진다’ 투자회사 이사직 내려놓겠다는 VC들」 · SBS, 2025년 9월 2일, 「이 대통령, ‘더 센’ 상법 개정안·‘노란봉투법’ 국무회의 의결」 · 경향신문, 2025년 10월 27일, 코스피 사상 첫 4000 돌파 기사 · 뉴시스, 2025년 10월 27일, 「코스피 사상 첫 4000선 돌파」 · 주간경향, 2025년 10월 27일, 「민주 “코스피 4000 돌파,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성과”」 · 헤럴드경제, 2025년 10월 27일, 「‘코스피 4000 돌파’ 조용한 국힘, 이유는 〔이런정치〕」 · 뉴시스, 2026년 1월 22일, 「“허풍 떨지마”…‘코스피 5000’에 야권 인사들 발언 재조명」 · 연합뉴스, 2026년 1월 22일, 「與, 코스피 5,000 돌파에 “역사적 순간…6천, 7천 시대 열겠다”」 · 헤럴드경제, 2026년 1월 22일, 「이 대통령 ‘5000피 공약’ 달성…여당 “6000, 7000시대 열겠다”」 · 뉴스핌, 2026년 2월 24일, 「〔속보〕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상정...국민의힘, 필버 돌입」 · 경향신문, 2026년 2월 25일, 「종가 6083.86···지붕 뚫는 코스피, 이제는 ‘육천피’ 시대」 · 매일경제, 2026년 2월 25일, 「6천피 뚫은 날 ‘자사주 소각’ 의무화…3차 상법개정안 본회의 통과」 · 동아일보, 2026년 2월 25일, 「‘자사주 소각 의무화’ 3차 상법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 YTN, 2026년 2월 26일, 「‘자사주 소각 의무화’ 3차 상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국민의힘 불참」 · 연합뉴스, 2026년 5월 6일, 「〔코스피 7,000〕 ‘6천피’서 불과 47거래일…‘초고속 랠리’ 신기록 행진(종합)」 · 아이뉴스24, 2026년 5월 7일, 「〔데스크칼럼〕 반갑고도 두려운 코스피 7000 시대」 · MBC, 2026년 5월 7일, 「코스피 불장에 국민연금도 넉 달 만에 ‘250조’ 수익‥이미 작년 수익 초과」 · 조선비즈, 2026년 2월 27일, 「국민연금 231조 벌어 4.7년치 재원 확보... 역대급 수익률에 고갈 시점 늦춰지나」 · 프레시안, 2026년 5월 6일, 「정청래 “코스피 7000 경이롭다…李대통령 ‘부동산 메시지’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