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6,632자) · 2003년~2017년 1월, 부산과 서울
부산저축은행과 문재인
이재명의 삶 · 네오
2011년 2월 17일 오전,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저축은행 본점의 셔터는 내려져 있었고 출입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이었는데도 예금자 400여 명이 몰려왔다. 그날 아침 금융위원회가 임시회의를 열어, 저축은행업계 자산 1위인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모회사에 6개월 영업정지를 내렸다. 사람들은 은행이 밖에서 보이게 붙여 놓은 공고문을 읽는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의 일정을 설명해 줄 직원은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오늘이 적금 만기가 되는 날이라 낮에 찾으러 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영업정지를 당했다니 황당하다.”
한 예금자가 그렇게 말했고, 쉰세 살 김모 씨는 셔터 앞에서 한숨을 쉬었다. “부산지역에서 가장 큰 대형 저축은행이라서 안전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영업정지를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다른 은행보다 이자가 높아 노후자금을 넣어 두었다는 70대 예금자는 5,000만 원이 넘는 돈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에 고개를 떨궜다. “내 돈 다 날리게 생겼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은행에 5,000만 원 이상을 맡긴 사람은 4,740명, 그 돈은 1,592억 원이었다.
열사흘 뒤인 3월 2일, 가지급금 신청 첫날이었다. 전날 자정부터 줄을 선 사람들이 있었고, 아침 7시 반께 본점 앞에 모인 예금자는 3,000명에 이르렀다. 예금보험공사 직원들은 번호표를 위조하지 못하게 신청자들의 손등에 붉은 매직으로 대기번호를 적었다. 번호는 순식간에 2,000번을 넘었다. 대부분 50~60대인 사람들이 갑자기 추워진 날씨 속에 밀리다가 몇은 탈진했다. 새벽 4시부터 기다렸다는 쉰여덟 살 김모 씨가 말했다.
“아들 결혼식이 4월에 예정돼 있어 결혼자금으로 일부라도 예금을 찾기 위해 가지급금을 신청했다.”
그는 한 문장을 더 보탰다. “필요한 자금에는 턱없이 모자라지만 가지급금이라도 제때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아들의 결혼식을 한 달 남짓 앞둔 아버지의 손등에, 제 돈을 찾을 차례가 붉은 숫자로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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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그해 3월부터 여덟 달 동안 130여 명을 투입해 부산저축은행그룹 다섯 계열 은행을 수사했다. 11월 2일, 최재경 중수부장이 대검 청사에서 결과를 발표했다. 박연호 회장을 비롯해 76명을 기소했고, 그 가운데 42명이 구속이었다. 불법대출 6조 315억 원, 분식회계 3조 353억 원을 더한 금융비리는 9조 780억 원에 이르렀다. 다만 퇴출을 막으려던 로비의 실체는 끝까지 드러나지 않아, 의혹 해소에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 발표에 들지 않은 대출이 하나 있었다. 2009년 부산저축은행이 성남 대장동의 민영개발 시행사에 내준 1,155억 원의 PF 대출이었다. 대출을 알선한 브로커 조우형은 2011년 4~5월 중수부에 세 번쯤 나가 조사를 받았다. 그가 조사받은 일은 로비 자금 전달에 관한 것이었고, 그는 기소되지 않았다. 몇 해 뒤 예금보험공사의 수사 의뢰를 받은 수원지검이 대출 알선 대가로 수수료 10억여 원을 챙긴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열 해 뒤 이 대출은 대선판에 올라왔다. 2021년 10월 16일, 대장동 의혹을 받던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은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2011년 대검이 부산저축은행을 대대적으로 수사했는데 수사 주임 검사는 중수2과장 윤 후보였다.” 2022년 2월 25일 텔레비전 토론에서 그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물었다.
“부산저축은행 일반대출인데 다른 건 기소하면서 왜 대장동 대출만 봐줬습니까?”
“부산저축은행은 SPC(특수목적법인) 대출로 배임 혐의가 되는 부분만 기소한 겁니다.”
“일반대출도 두 건 기소하셨다니까요.”
“일반대출을 누가 기소합니까?”
토론 뒤 이재명 측은 공소장에 일반대출로 기소한 시행사 두 곳의 이름이 있다며 수원 망포동의 ㈜세움과 서울 독산동의 ㈜송유산업개발을 들었다. 윤석열 측은 차명 법인으로 직접 부동산에 투자한 혐의가 수사 대상이었고, 일반 PF 대출은 다른 단서가 없는 한 수사 범위에 들지 않았다고 맞섰다. 같은 토론에서 이재명이 조우형 이야기를 꺼내자 윤석열이 받았다. “전 그 사람 본 적 없다.” 이재명은 짧게 말했다. “아이고 참 희한하네.” 열흘 뒤 국민의힘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조우형의 검찰 진술 조서를 공개했다. 윤석열 중수과장을 만나거나 조사받은 적이 있느냐는 검사의 물음에 조우형은 이렇게 답해 두었다. “아니오, 없습니다. 저는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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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은행의 이름이 처음 선거판에 오른 것은 2012년 3월 1일이었다. 새누리당 이종혁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재인을 겨눴다. 문 후보가 지분 25%를 가졌던 법무법인 부산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부산저축은행 한 곳에서 59억 원어치 사건을 맡았다는 주장이었다.
“문 후보는 당시 담당자인 금감원 유병태 국장에 전화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국민 의혹이 사실인지 밝혀야 한다.”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이 4월 6일 반박했다. “문재인 민주당 부산 사상구 후보는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해 누구에게 청탁전화를 하거나 기관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 문 후보는 그 국장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고 적은 진술서를 검찰에 보냈다. 법무법인 부산은 이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8월 30일, 부산지검 공안부가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2003년 여름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문재인이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맡은 금융감독원 유병태 비은행검사1국장에게 전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통화의 내용은 이랬다.
“철저히 조사하되 예금 대량인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히 처리해달라.”
문 후보는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없고, 전화를 했다면 민정수석의 업무로 지역 현안을 보고받고 사실을 확인하려 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59억 원이 건당 10만~20만 원짜리 부실채권 지급명령 신청 같은 사건의 수임료였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고소당한 이 전 의원에게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사실을 적시한 부분은 진실에 부합하고, 압력 행사라는 말은 당시 지위와 대화 내용을 감안한 평가적 표현이라는 판단이었다.
가을이 되자 공세는 숫자를 키웠다. 10월 18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은 59억 원에 문 후보가 대표변호사로 돌아온 2008년 이후의 10억 3,000만 원을 더했다. “특가법상 알선수재나 알선수뢰를 적용해 죄책을 물어야 한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원론으로 답했다. “수임료 받은 것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으니 수사의 필요성이 있는지 검토하도록 하겠다.” 11월 14일에는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기자회견에서, 법무법인 부산이 신용불량자 5만 명의 채권을 연장하는 서류를 써 주고 한 명당 14만 원씩 70억 원을 챙겼다는 의혹을 내놓았다. 법무법인 부산의 한 관계자는 숫자부터 바로잡았다. “(건당) 10만 원 받아서 세무서에 신고했는데 14만 원으로 부풀려졌다.”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이 맞받았다. “문 후보는 법무법인 부산이 이 사건을 수임하기 전에 법무법인 부산을 그만뒀으며, 사건수임과 소송, 이익배분에 아무런 관련된 일을 한 적이 없다.” 문재인은 2003년 청와대에 들어가며 법무법인 지분을 모두 넘겼다. 권성동 의원은 변호사 대여섯 명의 작은 법무법인에서 대표변호사가 아무것도 몰랐다는 말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12월 5일 권 의원이 다시 회견을 열었다. 그는 문 후보의 이름이 적힌 법원 서류를 내밀며, 문 후보가 신용불량자 채권 소멸시효 사건에 소송대리인으로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서민 대통령을 부르짖던 문 후보가 실제로는 영세서민과 영세자영업자를 상대로 소송대리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취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그 서류가 어느 사건이든 소속 변호사 이름을 모두 적어 발급하는 송달·확정증명원이고, 판결문에는 문 후보의 이름이 없다고 했다. 권 의원이 중학생도 아니고 법률가인데 그걸 몰랐겠느냐는 말도 보탰다. 이튿날 조원진 불법선거감시단장이 새 숫자를 꺼냈다. “2009년 말 기준으로 ‘법무법인 부산’이 쌓아놓은 부당수익금이 무려 41억원이나 된다.”
해가 바뀐 2013년 4월 2일, 전국저축은행피해자대책위가 문재인을 알선수뢰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문 전 후보 측은 서면조사에서 압력을 넣거나 청탁한 일이 없고 수임료도 정당하게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가 말했다.
“원칙대로 다 조사했지만 고발 혐의를 입증할 근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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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해 가까이 지난 2017년 1월, 성남시장 이재명은 탄핵 정국에서 대선 주자 지지율 3위에 올라 있었고 1위는 문재인 전 대표였다. 1월 13일 그는 SNS에 문 전 대표를 향한 공개 질의를 올렸다. “문 대표께서는 지난 10일 재벌개혁 정책을 발표하셨는데, 제가 이미 밝힌 재벌체제 해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고는 법인세 인상은 왜 빠졌느냐고 물었다.
1월 15일에는 트위터에서 사드를 꺼냈다. “사드는 일방적으로 미국에 이익될 뿐 한국안보에는 크게 도움이 안되고 피해만 큽니다. 문재인 대표님 입장이 왜 바뀌었는지 설명이 필요합니다.”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의 비판 댓글이 줄을 이었다. 그가 되물었다.
“문대표님이 사드 설치 반대했다가 사실상 수용으로 돌아선 이유를 묻는 게 개싸움입니까? 문재인 고문의 국가 중대사인 사드배치 관련 입장 변경이유를 묻는 게 침 뱉는 겁니까?”
그 밤이 지난 1월 16일 새벽, 그의 트위터에 한 줄이 올라왔다.
“59억원이 적은 돈? 저는 20년 변호사 할 동안 수임한 사건 다 합해도 50억이 안 된다.”
59억 원은 2012년 새누리당이 문 전 대표의 옛 법무법인을 겨눠 내세운 바로 그 숫자였다. 글은 이내 지워졌다. 그날 아침 기사는 그가 글을 곧 지운 이유를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고 적었다.
같은 날 아침 정치권에는 다른 말이 돌았다. 그가 차기 서울시장 자리를 약속받고 이번 경선에서는 문 전 대표를 도울 것이라는 밀약설이었다. 그는 입장문을 내 그런 밀약설이야말로 청산돼야 할 구태 공작정치라고 했다. “제게 중도포기는 없다.” 그리고 덧붙였다. “기초단체장으로서 여기까지 온 것도 이미 기적이다. 이미 시작된 기적이 여기서 멈출 이유는 없다.”
이튿날 같은 당 안희정 충남지사가 트위터에 썼다. 대통령으로서 누구를 구속시키고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말하는 대통령이 이끄는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냐는 물음이었다. 그는 이어 썼다. “민주주의만이 정의의 역사를 만든다.” 안 지사 측은 이 시장이 15일 박근혜 대통령도 감옥에 가야 한다고 한 말을 두고 한 지적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이 시장의 공개 요구에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지운 글은 그의 트위터에서 사라졌다. 그 화면을 찍어 둔 사진이 그날 아침 신문 기사에 실렸다.
출처 · 연합뉴스, 2011년 2월 17일, 「‘영업정지’ 부산저축은행 본점 예금자 몰려(종합)」 · 파이낸셜뉴스, 2011년 2월 17일, 「문닫힌 부산저축은행 예금자들 한숨만」 · 연합뉴스, 2011년 3월 2일, 「부산저축은행 가지급금 신청 첫날 ‘북새통’>」 · 경향신문, 2011년 11월 2일, 「부산저축은행 금융비리 9조원대, 76명 기소.. 로비 규명은 미흡」 · 연합뉴스, 2021년 10월 16일, 「이재명 “구속될 사람은 尹..대장동 대출, 왜 수사 안했나”」 · 연합뉴스, 2022년 2월 26일, 「〔팩트체크〕 윤석열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일반대출은 기소 안 했다?」 · 조선일보, 2022년 3월 7일, 「“대장동 대출 브로커, 부산저축銀 수사때 尹 본 적 없다고 진술”」 · 아이뉴스24, 2012년 3월 1일, 「이종혁 “문재인, 부산저축은행 로비 연관 의혹 답해야”」 · 머니투데이(뉴스1 제공), 2012년 4월 6일, 「민주, “문재인 부산저축은행 관련 청탁·압력행사한 적 없다”」 · 매일경제, 2012년 8월 30일, 「검찰, “문재인, 부산저축은행 관련 금융감독원에 전화한 사실 확인”」 · SBS, 2012년 10월 18일, 「문재인-부산 저축은행 70억 수임 의혹 제기」 · YTN, 2012년 11월 14일, 「새누리, ‘문재인 후보, 부산저축은행 70억원 수임 의혹’ 공세」 · YTN, 2012년 11월 14일, 「“법무법인 부산, 채권추심 소송 70억 수임”..“문 후보는 소송과 무관”」 · 오마이뉴스, 2012년 11월 16일, 「문재인 로펌, 부산저축은행 수임료 10억 더 있었다」 · 조선일보, 2012년 11월 17일, 「信不者 수임 놓고.. 민주 “김무성 고발 검토” 새누리 “文 해명하라”」 · 뉴시스, 2012년 12월 5일, 「文측 “‘부산저축銀 소송대리’는 허위사실..고소 검토”」 · 연합뉴스, 2012년 12월 6일, 「새누리 “文, 부산저축은행 부당수익금 41억원 쌓아놔”」 · 경향신문, 2013년 4월 5일, 「‘저축은행 수사 무마’ 고발된 문재인 무혐의」 · 헤럴드경제, 2017년 1월 14일, 「이재명, 문재인에 공개질의 “법인세 인상·재벌해체 동의하나”」 · KBS 뉴스, 2017년 1월 16일, 「이재명-박원순 “문재인 사드 입장 왜 바꿨는지 설명 필요”」 · 중앙일보, 2017년 1월 16일, 「이재명, 문재인 부산저축은행 의혹 비난글 올렸다가 이내 삭제」 · 데일리안, 2017년 1월 16일, 「이재명, ‘문재인과 서울시장 밀약설’에 “구태 공작정치” 비판」 · 조선일보, 2017년 1월 16일, 「문재인-이재명 밀약설 내용은?..이재명 “일방포기 없다” 반박」 · 조선일보, 2017년 1월 17일, 「문재인 압박한 이재명을 안희정이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