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6,351자) · 2025년 9월~2026년 4월, 용산과 양구

떼인 월급

이재명의 삶 · 네오

2025년 9월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가 열렸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임금체불 보고를 올렸다. 장관은 체불이 나라 살림 어디까지 번지는지부터 짚었다.

“임금 체불이 곧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장관은 체불이 어디에 몰려 있는지도 짚었다. “30%의 기업에서 체불이 반복되는데, 그게 (전체) 체불액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사업주가 떼먹고, 또 떼먹었다.

보고를 듣던 이재명 대통령이 말을 보탰다. 그런 곳은 혼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리고 자기 이야기를 했다.

“저도 월급 많이 떼먹혀 봤는데, (상습적으로) 그러면 안 된다.”

노예도 아니라고 그는 덧붙였다. 국무위원들 앞에서 대통령이 꺼낸 것은 통계가 아니라 제 몸으로 겪은 일이었다. 그는 말을 이었다.

“처벌이 약해서 그런다. 중대범죄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선을 그었다. “재범한다든지 충분히 줄 수 있는데 안 주고 버틴다든지 그러면 엄벌해야 한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 이야기도 꺼냈다. 강제 출국을 당하면 임금을 영영 떼먹을 수 있으니 일부러 그런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임금을 떼먹고 신고해 강제 출국시키는 것은 나라 망신을 시키는 일이라고도 했다. 임금을 떼인 외국인 노동자는 출국을 미뤄 주고, 돈을 받을 때까지 기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석 달 전 대선에서 그가 내건 10대 공약 7번은 「노동 존중 사회」였다. 공약 기사에 실린 세부는 포괄임금제 금지를 근로기준법에 명문화하는 것과 범정부 차원의 주 4.5일제였다. 임금체불이라는 말은 그 공약 문구에 없었다. 국무회의 탁자 위에서 그 말이 공약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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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정부서울청사에 김영훈 장관이 섰다. 범정부 임금체불 근절 추진 TF가 만든 대책이었다. 장관은 임금체불을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임금절도이자 심각한 범죄라고 불렀다. 그리고 체불을 뿌리 뽑는 일이 노동존중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대책의 첫 줄은 처벌이었다. 체불 범죄의 법정형을 3년 이하 징역에서 5년 이하 징역으로 올린다. 하반기 근로감독은 계획했던 1만 5,000곳에서 2만 7,000곳으로 늘린다. 체불이 한 번이라도 있으면 다 갚기 전까지 정책자금 융자와 공공 지원사업 참여를 막는다. 다시 체불한 사업주에게는 반의사불벌을 적용하지 않고 과징금과 징벌적 손해배상, 출국금지를 함께 건다. 다단계 하도급 현장에는 발주자가 노동자에게 임금을 직접 주는 제도를 들이기로 했다. 그해 체불 청산율 목표는 87퍼센트였다.

엿새 뒤인 9월 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전국 기관장 회의가 열렸다. 김영훈 장관은 전국의 지방관서장들에게 대책을 현장으로 내려보냈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체불 피해 구제에 철저히 대응하라고 했다. 강제 퇴거가 우려되는 신고 사건은 서둘러 처리해, 노동자가 출국하기 전에 사건을 마무리하라고 했다. 현장 예방점검은 1만 2,000곳으로 늘리고, 12월까지 다달이 주제를 정해 감독하라고 했다. 10월 중에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임금체불 합동 감독에 나설 테니 각 지방관서가 협업을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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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흘 뒤인 9월 15일, 김영훈 장관이 같은 청사에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한 해에 노동자 세 명 이상이 산업재해로 숨진 기업에는 영업이익의 5퍼센트 안에서, 적어도 30억 원의 과징금을 물린다. 2028년까지 산업안전 감독관을 3,000명 늘린다. 급박한 위험이 우려되는 경우 노동자가 작업을 멈출 수 있게 작업중지권의 요건도 풀었다. 장관은 올해를 산재왕국의 오명을 벗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같은 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입장을 냈다. 과징금과 영업정지, 공공입찰 제한이 개별 기업은 물론 연관 기업과 협력업체의 경영에까지 번져 국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경총은 우리 사업주 처벌이 이미 최고 수준인데도 산재가 뚜렷이 줄지 않았다고 짚었다.

“강력한 엄벌주의 기조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인가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경총은 한 줄을 더 보탰다. “산재 예방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은 처벌 중심 정책을 탈피하고 기업의 자율안전관리체계 정착을 유도하는 다양한 지원 중심의 정책과 예방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를 요청한다.” 벌로 막겠다는 정부와, 벌로는 안 막힌다는 경영계가 같은 날 같은 문제를 두고 정면으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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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벌을 먼저 꺼냈다. 9월 11일 고용노동부는 고액의 임금을 거듭 떼먹은 사업주 51명의 이름을 공개하고, 이들을 포함한 80명에게 신용 제재를 걸었다. 최근 3년 안에 임금 체불로 두 번 이상 유죄가 확정되고 1년 안의 체불 총액이 2,000만 원 이상인 사업주들이었다. 가장 많이 떼먹은 사람은 부산의 운수·창고업 사업주로, 4억 2,000여만 원이었다. 서울과 부산의 한 숙박업 사업주는 노동자 30명의 임금 1억 9,000여만 원을 주지 않아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름이 공개된 사업주들은 2028년 9월 10일까지 정부지원금과 경쟁입찰에서 막히고 출국금지 대상에도 올랐다. 10월 23일부터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명백한 고의로 임금을 떼이거나 3개월 이상 장기 체불을 당한 노동자는, 노동부에 진정을 내는 것과 따로 법원에 체불 임금의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퇴직자에게만 붙던 연 20퍼센트의 체불임금 지연이자는 아직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에게까지 넓어졌다. 3개월분 이상 임금을 주지 않거나 다섯 번 이상 모두 3,000만 원 이상을 떼먹은 상습 체불 사업주의 체불 정보는 신용정보기관과 공유하기로 했다. 정부는 인공지능으로 고위험 사업장을 골라 감독하겠다고 했고, 2조 원 수준의 한 해 체불액을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걸었다.

12월 9일 국무회의에서 그 화살이 한 번 정부 쪽으로 돌았다. 대통령은 근속 1년이 안 되면 퇴직금을 주지 않는 제도를 꺼내 들고, 11개월 15일 일한 사람에게는 왜 퇴직금을 주지 않느냐고 물었다. 김영훈 장관이 답했다. “그 제도(근속 1년이 지나야 퇴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 대통령의 대답은 짧았다.

“정부가 그러고 있다”

그는 이어 정부부터 하는 일을 늘어놓았다. “정부도 2년 지나면 정규직된다고 1년 11개월 만에 다 해고하고, 계약도 아예 1년 11개월만 한다. 또 퇴직금 안주겠다고 11개월씩 계약하고 있다.” 그리고 부탁 하나를 얹었다. “1년이 지나면 한 달치를 더 주는 건데 웬만하면 그 전에도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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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30일, 고용노동부가 2025년 한 해의 체불 성적표를 내놓았다.

임금을 떼였던 노동자들이 돌려받은 돈은 1조 8,644억 원이었다. 역대 최대였다. 떼인 돈 가운데 돌려받은 몫을 뜻하는 청산율은 90.2퍼센트로, 한 해 전 81.7퍼센트에서 8.5퍼센트포인트 올랐다. 역대 최고였고, 대책을 낼 때 잡았던 87퍼센트도 넘겼다. 체불 피해 노동자는 26만 2,304명으로 한 해 전보다 7.4퍼센트 줄었다. 3년 만의 감소였다.

막지 못한 것도 같은 표에 있었다. 체불액은 2조 679억 원으로 오히려 1.1퍼센트 늘었다. 제조업이 전체의 29.7퍼센트를 차지했다. 3주 뒤 경향신문이 다른 숫자를 꺼냈다. 2025년 체불 사건 가운데 사법처리로 이어진 것은 22.6퍼센트뿐이었다. 정부가 사업주 대신 노동자에게 준 대지급금 6,845억 원 가운데 사업주에게서 돌려받은 돈은 1,793억 원, 회수율은 26.2퍼센트였다. 진보당 윤종오 의원이 말했다.

“체불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법처리 비율을 대폭 높이는 등 보다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2026년 3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재석 179명 가운데 찬성 177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됐다. 임금체불 사업주의 최고형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올라갔다. 같은 날 통과된 법으로 근로감독관은 73년 만에 노동감독관이라는 새 이름을 얻게 됐다. 다단계 하도급 현장에서는 도급금 가운데 노동자 임금을 따로 떼어 주도록 했다. 김영훈 장관은 그 법을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을 보호하는 민생 법률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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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외국인 노동자 이야기를 꺼낼 때, 강원도 양구에서는 이미 한 사건이 터져 있었다.

2023년과 2024년, 필리핀에서 온 계절근로자들이 양구의 농가에서 일했다. 브로커로 지목된 한 업체가 항공료 명목으로 임금의 일부를 떼어 가져갔다. 노동자 91명이 진정을 냈고, 떼인 돈은 2억 원 가까이 됐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전했다. “브로커가 ‘계절근로자들이 한국에 오기 위한 항공료를 내줬고, 그 돈을 임금에서 공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고를 당한 농장주 129명은 노동부에 탄원서를 냈다. 양구군의 관리가 부실했던 탓이라며,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했다. 9월 19일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업무협약을 맺고 합동 TF를 꾸렸다. 법무부는 임금체불이 확인되면 보호를 일시 해제하겠다고 했다. 임금을 떼인 외국인이 보호소에서 출국을 기다리다 돈을 받지 못하고 떠나는 일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2025년 12월 29일, 고용노동부 강원지청이 양구의 농가 70여 곳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브로커로 지목된 업체의 수수료를 임금에서 공제한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했다. 피해 노동자는 90명, 체불액은 1억 7,000만 원가량이었다. 탄원서를 낸 농가 쪽 피해는 법무부와 협의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법률 지원으로 돕겠다고 했다.

그 무렵 필리핀으로 돌아가 있던 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 두 가지였다. 중개인이 가로챈 임금을 돌려받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 다시 일하는 것이었다. 12월, 필리핀에서 한 계절근로자가 말했다.

“저희 다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떼인 돈을 돌려 달라는 말 다음에 나온 것은 원망이 아니었다. 임금을 떼인 그 나라에서 다시 일하게 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2026년 3월, 법무부는 피해 사실이 소명된 노동자들을 단기 방문 비자로 다시 들어오게 한 뒤 임금체불·산업재해 피해자용 비자로 바꿔 주는 재입국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4월 16일, 춘천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양구 체불 피해 계절근로자 66명의 체류자격을 계절근로 자격으로 바꿔 주겠다고 발표했다.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던 사람들이 한국에서 다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 김종복 소장이 말했다.

“임금체불 등 부당한 피해를 입은 계절근로자에게 실질적인 권리 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하겠다”

출처 · 서울신문, 2025년 9월 2일, 「이 대통령 “임금체불은 중대범죄”…바가지 논란엔 “대책 마련하라”」 · 뉴시스, 2025년 5월 12일, 「이재명 10대 공약 발표…“포괄임금 금지하고 세종의사당 임기 내 건립”」 · 남도일보, 2025년 5월 12일, 「〔21대 대선 10대 공약〕 이재명 “AI 등 집중육성 새 성장기반 구축”」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5년 9월 2일, 「“임금체불은 절도”…체불범죄 법정형 ‘5년 이하 징역’으로 상향」 · 데일리안, 2025년 9월 15일, 「연 3명 이상 산재사망 기업, ‘과징금 폭탄’…노동안전 종합대책 발표」 · SBS Biz, 2025년 9월 15일, 「경총, 정부 노동안전대책 두고 “국가경제 악영향…처벌중심 탈피해야”」 · 뉴스1, 2025년 9월 8일, 「노동장관 “10월 중 지자체와 임금체불 합동 감독…준비 철저히”」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5년 11월 7일, 「떼먹은 임금 2조 원 “체불은 절도”…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인다」 · 연합뉴스, 2025년 9월 11일, 「고액·상습 임금체불 사업주 51명 공개…신용제재 80명」 · 파이낸셜뉴스, 2025년 12월 9일, 「이 대통령 “똑같은 일하면 비정규직은 더 많이 줘야…왜 최저임금 주나”」 · 헤럴드경제, 2026년 1월 30일, 「체불 노동자수 3년만에 감소…청산율 90% ‘역대 최고’」 · 경향신문, 2026년 2월 20일, 「〔단독〕 임금체불 엄벌 경고에도…사법처리 비율은 22%로 여전히 낮아」 · 서울경제, 2026년 3월 12일, 「임금 체불 시 ‘5년 이하 징역’...근로기준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 데일리안, 2026년 3월 12일, 「73년 만에 감독관 명칭 변경…임금체불 최고형 징역 ‘3년→5년’」 · 경향신문, 2025년 9월 1일, 「필리핀 계절근로자 임금체불 사태 확산…신고당한 농가들 “양구군 책임” 탄원서」 · 조선비즈, 2025년 9월 24일, 「임금 체불 수사·인신 매매 점검… 정부, 외국인 근로자 관리 강화」 · MBC강원영동, 2025년 12월 29일, 「고용노동부 강원지청, 양구 필리핀 계절근로자 임금체불 시정명령」 · KBS, 2026년 3월 19일, 「법무부 “양구 피해 계절근로자, 재입국 추진”」 · 강원도민일보, 2026년 4월 16일, 「양구 임금체불 피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66명 국내 취업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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