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6,479자) · 2016년 6월~2018년 4월, 광화문과 성남

천막과 교복

이재명의 삶 · 네오

2016년 6월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단식농성용 천막 하나가 섰다. 성남시장 이재명은 그 안에서 기한을 두지 않고 굶겠다고 했다. 수원시장 염태영과 화성시장 채인석이 곁에서 하루 동조 단식에 들어갔고, 회견문 끝에는 용인시장 정찬민, 고양시장 최성, 과천시장 신계용까지 여섯 시장의 이름이 나란히 올랐다.

“정부의 지방자치 죽이기에 맞서 단식 농성을 시작한다.”

싸움의 씨앗은 그해 4월 22일에 뿌려졌다. 행정자치부가 지방재정 개혁안을 내놓았다. 경기도가 시와 군에 나눠 주는 조정교부금의 배분 방식을 바꾸고, 법인지방소득세를 공동세로 돌리는 안이었다. 재정수요보다 수입이 많아 정부 교부금을 받지 않는 경기도의 여섯 불교부단체에서 예산이 모두 8,000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회견문은 정부를 향해 물었다. “지방재정 악화의 원인을 마치 6개 불교부단체의 책임으로 몰아붙이는데 재정자립도 50% 미만인 기초자치단체가 95.5%에 이르게 된 비참한 현실이 과연 소수 불교부단체의 탓이냐.” 그리고 한 문장을 더 세웠다. “행정자치부의 칼끝은 지방자치와 분권의 심장을 겨누고 있다.”

회견을 마치고 천막에 들어선 이재명은 환하게 웃었다. 그는 물을 마셨고, 자기를 취재하러 몰려든 기자들을 거꾸로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그날 오후 천막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그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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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오전 9시, 세종대왕 동상 가까운 그 천막에서 간부회의가 열렸다. 부시장과 구청장, 국장급 등 4급 이상 공무원 20여 명이 성남에서 올라왔다. 안건은 천막 바깥의 싸움과 상관이 없었다. 여름철 재난재해 대비와 공사장 안전 관리, 전염병 예방을 차례로 짚었고, 시장은 도시정비사업 등 주요 사업 일곱 건에 서면으로 결재했다. 굶는 시장이 간부들에게 당부했다.

“시정 최고책임자가 현장을 떠나 있으니 행정 누수가 없게 평소보다 더 시정을 챙겨달라.”

정부의 개편을 두고 그는 말을 고르지 않았다. 정부가 재정 파탄을 유도해 지자체를 정부 산하기관으로 만들고 통제하려 한다고 했다. 행정자치부의 셈은 달랐다. 경기도가 조정교부금 2조 6,000억 원 가운데 52.6퍼센트, 약 1조 4,000억 원을 성남 등 여섯 시에 몰아주는 것이야말로 특혜라고 했다.

“재정 여건이 좋은 지자체의 재원을 나누면 형편이 어려운 지자체에 효과가 있다.”

신문 지면에서도 반론이 나왔다. 서울신문 최광숙 논설위원은 여섯 시가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부자 도시 1위부터 6위까지라고 적었다. 성남은 2014년 쓰고 남은 순세계잉여금만 6,600여억 원이라 곳간이 넘쳐 난다고 했다. 전국 226개 자치단체 가운데 절반 넘는 곳이 지방세로 공무원 인건비도 대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그는 칼럼에 「부자 도시들의 내 밥그릇 챙기기」라는 제목을 달았다. 천막 앞에는 보수단체 회원 30여 명이 찾아와 외쳤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에게 맡기고 이재명 시장은 성남시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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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에는 안내문이 붙었다. 「하실 말씀은 이메일, 페이스북, 쪽지 등으로 보내 주세요」. 그래도 사람들은 직접 찾아왔다. 성남시 집계로 하루 600명에서 1,000명이 천막을 찾았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8일에 다녀갔고, 국회의장에 선출된 정세균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 20여 명이 왔다. 6월 10일에는 문재인 전 대표가 앉았다 갔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함세웅 신부, 소설가 이외수, 세월호 유가족도 그 천막을 거쳐 갔다. 이재정 교육감은 누리과정 예산을 떠넘겨 교육자치를 마비시키듯 지방자치도 같은 방법으로 죽이려 한다고 했다.

이름이 남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다. 응원하는 말을 피켓에 적어 들고 온 시민이 있었고, 포스트잇에 격려 글을 써서 천막에 붙이고 가는 시민이 있었다. 지방에서 휴가를 내고 서울로 올라온 시민도 있었다. 한 대학생은 시장에게 편지를 건넸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단식이 하루빨리 중단되게 조금이라도 도울 길을 찾아보겠다」

버티라는 응원이 아니었다. 정부를 움직일 힘도, 국회에 자리도 없는 학생이 밥을 끊은 시장을 그만 굶게 할 길을 찾아보겠다고 적었다. 피켓을 든 손과 포스트잇을 붙인 손, 휴가를 낸 사람의 걸음이 그 천막 앞을 하루 600번, 1,000번씩 오갔다.

6월 11일, 광화문광장에서 「지방재정 개악 저지, 지방자치 수호 시민문화제」가 열렸다. 그날은 비가 왔다. 빗속 집회에는 서울의 김수영 양천구청장과 김영배 성북구청장, 문석진 서대문구청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소병훈 의원은 당의 생각을 전했다. “우리 당에서는 교부금 배분이 세금 이전의 문제인 만큼 시행령이 아닌 법안에 집어넣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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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일, 단식 9일째의 이재명은 연합뉴스 기자와 마주 앉았다. 그는 인터뷰 내내 몸을 한쪽으로 기울이고 있었다. 단식이 길어지면서 얼굴이 수척해졌고, 목소리는 낮았다.

“오래 앉아있기 힘들다. 오늘부터 시간 날 때마다 눕는다.”

그래도 말은 물러서지 않았다. “근본적 대책 나올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이어가겠다.” 그는 단식을 접을 조건도 말했다. “정부가 무슨 대안을 내든지, 야권이 실행 가능한 대책을 만들어 준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추상적인 얘기로만 접기 어렵다.”

16일 오후, 민주당 안전행정위원 아홉 명이 천막을 찾았다. 17일, 단식 열하루째에 김종인 대표가 다시 왔다. 그는 정부가 갑자기 예산을 빼앗아 가면 자치단체가 계획한 일에 차질이 생긴다고 했다. 그리고 천막 안의 시장에게 말했다.

“당에서 책임을 지고 해결하겠으니 오늘로 단식을 풀어요.”

그는 제도로 풀 일이지 감정으로 풀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너무 오래 굶으면 국민들 시선이 별로 좋지 않으니 오늘 중으로 끝을 내 달라고도 했다. 이재명은 정부 보조금이 끊기면 220개 자치단체가 곧바로 부도가 나는 형편이고, 사정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건강을 걱정하는 김종인의 말에 그는 힘이 없다고 했고,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책임져주신다는데 계속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표께서 저를 살려주신 겁니다.”

그날 그는 페이스북에 썼다. “권력과 재화의 중앙독점화는 정상적 사회를 가로막는 장벽이며, 역사가 발전하는 방향도 아니다.” 단식을 푼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싸움은 국회로 넘어가지 못했다. 8월 22일, 국무회의가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원안대로 처리했다. 여섯 시의 예산은 2019년부터 5,000억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여섯 시장은 공동성명을 내고 다수의 목소리가 묵살됐다고 했다. “지방재정 건전화라는 정부의 고유한 책임을 자치단체의 재정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본말이 전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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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11월 17일 오전, 이재명은 2017년 예산 편성 기자회견을 열었다. 예산은 2조 6,042억 원, 그 가운데 사회복지가 6,915억 원이었다. 그는 중학생에게만 주던 무상교복을 고등학교 신입생까지 넓히겠다고 했다. 무상교복 예산은 56억 원, 중학생 25억 원에 고등학생 31억 원이었다. 교복 살 돈이 없어 선배들이 입다 물려준 헌 교복을 입는 학생들이 지금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의 교복 정도는 사회가 책임질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시의회는 민주당 15석, 자유한국당 15석, 국민의당 1석, 바른정당 1석이었다. 12월 본예산에서 고교 교복비 30억 8,300만 원은 저소득층 600명분만 남고 29억 원이 깎였다. 이듬해 4월 21일, 추가경정예산에 다시 올린 29억 890만 원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반대 7, 찬성 5로 잘렸다. 학부모들의 요청이 이어져 시는 추경을 다시 냈다. 6월 29일 본회의에서 교복비를 살리는 수정안이 표결에 부쳐졌다. 찬성 16, 반대 17이었고, 한 표가 모자랐다.

9월 22일, 임시회 본회의 표결은 무기명 투표였다. 찬성 14, 반대 16, 기권 1이었다. 이튿날 이재명은 페이스북에 「무상교복 네 번째 부결한 성남시 의원들이십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고, 상임위에서 반대한 의원 여덟 명의 이름과 지역구를 적었다.

“본회의 무기명 비밀투표로 장막 뒤에 이름을 숨겼지만, 상임위 기록이 있다. 공인의 공적 활동은 공개되고 책임져야 한다.”

명단은 SNS로 빠르게 퍼졌다. 의원들의 전화번호까지 인터넷에 돌았고 비난이 쏟아졌다. 27일, 시의회 자유한국당협의회 이재호 대표 등 여덟 명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시장은 의회와 시민 분열을 조장하는 경거망동을 즉각 중단하라.” 그들은 반대 의원들이 정상적인 의정활동이 어려울 만큼 협박성 문자를 받으며 조리돌림을 당했다고 했고, 마녀사냥식 협박이라고 불렀다.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도 곧바로 맞불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개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잘못입니까, 숨기는 것이 잘못입니까?” 같은 날 오후 김남준 성남시 대변인이 성명으로 받았다.

“공개하지 말아야 할 기밀(機密)과 숨기고 싶은 밀사(密事)는 다르다.”

10월 26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다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재명 시장은 법을 지키고, 집행부는 보건복지부와의 협의와 조례 개정 절차부터 밟으라고 했다. 그들은 자치단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새로 만들 때 복지부 장관과 협의하라는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2항을 들었다. 교복비를 현금으로 주는 것도 조례에 어긋난다고 했다. 성남여성회 신옥희 대표는 예산 통과를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12월 29일 새벽, 2018년 본예산을 두고 자유한국당 이재호 의원 등 열다섯 명이 낸 수정안이 기명투표에서 찬성 17, 반대 15로 가결됐다. 고교 신입생 9,500명의 교복비 약 28억 1,000만 원 가운데 저소득층 몫 약 1억 4,500만 원만 남고 26억 6,500만 원이 깎였다. 중학교 신입생 7,500명의 교복비 약 22억 2,000만 원은 그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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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제도 협의를 밟았다. 2018년 2월 9일, 정부의 사회보장위원회가 성남시의 교복 지원 사업을 받아들였고, 14일에는 복지부가 고등학교 교복 지원에 동의했다. 그해 3월, 이재명은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서려고 시장직을 내려놓았다. 정부 협의부터 받아 오라던 야당의 반대 명분은 사라져 있었다. 4월 9일, 제236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추경이 통과됐다. 2016년 11월부터 여덟 번 막힌 예산이었다. 26억 6,000만 원으로 그해 입학한 고등학생 9,000여 명에게 교복비를 소급해 줄 수 있게 됐다.

4월 27일, 성남시는 고교 신입생 학부모들에게 교복비를 신청하라고 알렸다. 신청서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내면 됐다. 한 명에게 동복 21만 900원, 하복 8만 5,230원이었다. 합쳐서 29만 6,130원이었다.

출처 · 서울신문, 2016년 6월 8일, 「“보복성 지방재정 개편 철회” 경기시장 3명 단식농성」 · 경향신문, 2016년 6월 7일, 「지방재정 개혁 반발 단체장들 단식 농성」 · 오마이뉴스, 2016년 6월 7일, 「〔사진〕 광화문 단식 시작한 이재명 시장의 하루」 · 연합뉴스, 2016년 6월 8일, 「이재명 ‘단식행정’..광화문 농성현장서 간부회의」 · 연합뉴스, 2016년 6월 10일, 「이재명 광화문 단식농성 4일째..각계 격려 발길」 · 서울신문, 2016년 6월 15일, 「‘지방재정 개편 반대’ 이재명 성남시장 단식 8일째…야권 인사들 응원 방문 잇따라」 · 서울신문, 2016년 6월 15일, 「〔서울광장〕 부자 도시들의 내 밥그릇 챙기기」 · 연합뉴스(서울신문 게재), 2016년 6월 15일, 「9일째 단식 이재명 “근본대책 나올 때까지 농성 계속”」 · 서울신문, 2016년 6월 17일, 「이재명 성남시장 10일 만에 단식 중단 선언... “당 믿고 중단”」 · 머니투데이, 2016년 6월 17일, 「이재명, 광화문 단식 중단..“김종인 대표, 저를 살렸다”」 · KBS 뉴스, 2016년 8월 23일, 「지방재정개편안 국무회의 통과..6개 불교부단체 비판」 · 서울신문, 2016년 11월 18일, 「성남, 무상교복 고교 신입생까지 확대」 · 서울신문, 2017년 4월 21일, 「성남시 ‘고교 무상교복’ 또 무산」 · 서울신문, 2017년 6월 30일, 「성남 고교 무상교복 세 번째 무산」 · 경향신문, 2017년 9월 27일, 「‘무상교복 반대 의원 명단 공개’ 파장 확산.. 시의회 여당, 여당, 성남시간 공방 가열」 · 노컷뉴스, 2017년 9월 27일, 「무상교복 반대..한국당 “조리돌림” vs 민주당 “공적활동 공개”」 · MBN, 2017년 9월 27일, 「이재명 ‘고교 무상교복 예산’ 반대 의원 명단 공개에 “시민 분열 조장” vs “무기명투표 뒤에 숨지 말 것”」 · 뉴스1, 2017년 10월 26일, 「“고교 무상교복 반대 한국당 의원, 심판투쟁 하겠다”」 · 오마이뉴스, 2017년 12월 29일, 「이재명도 못 이긴 성남시의회 고집.. 무상교복 결국 무산」 · 뉴시스, 2018년 3월 14일, 「‘쌈닭·전투형 노무현·무수저’ 이재명 시장의 8년」 · 서울신문, 2018년 4월 10일, 「성남시, 8전9기 끝 ‘고교 무상교복’ 지원」 · 서울신문, 2018년 4월 27일, 「“성남 고교 무상 교복 신청하세요” ... 신입생 한 명당 29만 61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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