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6,191자) · 2015년 6월~2016년 1월, 성남

절반만 먼저

이재명의 삶 · 네오

2015년 6월 6일은 토요일이었다. 밤 8시 10분쯤, 성남시장 이재명의 페이스북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성남에 사는 사람 하나가 메르스 1차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글이었다. 그는 그 의심환자가 사는 아파트와 서울의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전문가라는 직업,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이름까지 적었다. 정부가 확진자가 거쳐 간 병원 이름조차 밝히지 않던 때였다. 그날 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수백 통의 전화가 걸려 왔고, 근무자는 밤을 꼬박 새웠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10일까지로 잡았던 휴업을 12일까지 늘렸다. 밤 11시 49분, 시는 빠른 정보공개가 최선의 메르스 대응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튿날 그는 까닭을 댔다. “사스 사태때 홍콩은 확진환자가 사는 아파트 동까지 공개한 사례 있다. 단지를 공개하지 않으면 모든 시민이 우리 동네가 아닐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 의심환자는 열이 난 뒤로 마스크를 쓰고 자가용으로 혼자 출퇴근했다. 그는 그 점을 알리려 했다고 했다. “의심자는 의료전문가이자 자녀를 둔 어머니인데 발열후 메르스 확산을 막으려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접촉을 줄이는 등 정말 노력했다.”

보건복지부는 시장이 자기 지역 시민의 개인신상정보를 공개한 것을 상식 밖의 일이라고 했다. 경기도교육청 조대현 대변인도 말을 보탰다. “학교 이름을 공개하는 것만이 메르스 확산을 막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날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메르스 관련 병원 24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에는 틀린 곳이 있어 세 시간 만에 고쳐 다시 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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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성남시와 복지부가 맞붙은 자리는 메르스만이 아니었다. 이재명은 2014년 재선 선거에서 무료산후조리원을 건강보장 공약의 핵심으로 내걸었다. 20~30대 젊은 부부를 위한 좋은 공약이라고 했다. 시가 그 약속을 꺼내 들자 복지부는 선착순 입소에 따른 형평성을 문제 삼아 받아들이지 않았다.

6월 24일, 그는 YTN 라디오 「수도권 투데이」에 나왔다.

그는 성남시가 강행하면 제재 방법을 강구하겠다며 복지부가 위협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물러서지 않았다. “계속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 주민들을 위해서 강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렇게 해도 복지부가 제재할 방법은 지금으로서는 없다고 했다. 94억 원이라는 예산은 처음에 드는 산후조리원 설치비와 시설비까지 넣어 3~4년 동안 드는 돈이라고 했다. 선착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복지부의 설명을 정면으로 받았다. “성남시가 하겠다는 건 저소득층 또는 다자녀 가정처럼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을, 하위 10% 내지 20% 범위에서 수용하겠다는 거다. 누가 선착순으로 하냐? 세상에 말이 되냐?” 그는 복지부가 이런 거짓말로 지방정부의 정책을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진행자가 대권 도전도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자기 같은 사람이 무슨 그런 걸 하겠느냐고 받았다. 진행자가 다시 물었다.

“일단 부인은 안하시는군요.”

“길은 막을 필요 없지 않나?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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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청년이 나왔다. 2015년 10월, 성남시는 3년 이상 성남에 산 24세 청년 1만 1,300명에게 분기마다 25만 원, 한 해 100만 원을 주는 청년배당 계획을 내놓았다. 예산은 113억 원이었다. 시가 그린 그림은 그보다 컸다. 24세에서 시작해 대상을 19세부터 24세까지 넓힐 생각이었다. 이재명은 청년배당을 기본소득의 개념으로 설명했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이 사회에 기여한 데 대한 후배당이라면, 청년배당은 우리 세대를 부양할 역량을 키워 주는 선투자라고 했다.

곧바로 반론이 붙었다. 성남시의 재정자립도는 56.18퍼센트였다. 전국 243곳 자치단체 가운데 74곳은 자체수입으로 인건비도 대지 못했다. 대도시 시장들 사이에서는 성남시만 할 수 있는 복지정책이고 서울 강남구도 하기 어려운 정책이라는 말이 나왔다. 서울의 한 구청장은 청년배당이 스위스 같은 선진국에서도 부결된 정책이라고 했다. “청년 일자리 해결은 비정규직 해소와 최저임금 인상 등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정부의 손은 12월에 한꺼번에 움직였다. 12월 1일, 국무회의가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복지부와 협의하지 않거나 조정 결과를 따르지 않는 지자체는 교부세를 깎을 수 있게 됐다. 12월 3일, 국회는 지자체가 공공산후조리원을 세울 근거를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재명은 그것을 상식의 승리라고 불렀다. 같은 날 사회보장위원회 강완구 사무국장은 다른 말을 했다.

“법의 근거가 있든 없든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신설·변경 협의는 해야 한다.”

그는 한 문장을 더 붙였다. “사회보장기본법에 ‘어떤 것은 협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이 없다.”

복지부는 무분별한 무상지원이 되지 않도록 이용자 부담 같은 운영 방안을 시행령에 담겠다고 했다. 12월 11일에는 청년배당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가 이유를 댔다. “사업 취지가 불분명하고, 중앙 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와 유사하며 재원 조달 방안 등이 마련돼 있지 않아 성남시의 청년배당 제도를 수용하지 않는다.” 성남시만 쓸 수 있는 상품권은 대개 전통시장의 음식점 같은 곳에 쓰여 취업 역량과는 관계가 없다고도 했다. 시는 복지부의 불수용 처분과 교부세 시행령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으로 걸었다.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지침,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조항,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가 그 상대였다. 성남은 2019년까지만 분권교부세를 받게 돼 있었고, 2016년 몫은 87억 원이었다. 12월 30일, 복지부는 성남을 포함한 아홉 개 자치단체의 복지사업 열네 개에 예산안 재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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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이재명은 강행을 밝혔다.

“보건복지부의 부당한 불수용 처분과 대통령의 위법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했지만 그 결과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없다.”

계산은 절반이었다. “중앙정부가 교부금을 주지 않을 것에 대비해 2019년까지 각 무상 복지 사업비를 절반만 집행하고 나머지 절반은 권한쟁의심판 결과에 따라 쓰기로 했다.” 신생아 9,000명에게 산후조리 지원금 25만 원을 지역화폐로, 중학교 신입생 8,900명에게 교복비 15만 원을 현금으로 주기로 했다. 청년 1만 1,300명에게는 분기마다 12만 5천 원, 한 해 50만 원이었다. 세 사업의 예산 194억 원 가운데 98억 3,500만 원이 먼저 풀렸다. 그는 성남이 분권교부세 대상에서 저절로 빠지는 2020년부터는 3대 무상복지를 100퍼센트 시행하겠다고 했다.

1월 6일, 경기도가 재의를 요구했다. 성남시 김남준 대변인은 이를 지방자치 훼손이자 복지 후퇴를 종용하는 부당한 결정이라고 했다. 1월 7일, 산후조리 지원금 지급이 시작됐다. 1월 18일, 남경필 지사의 경기도는 성남시의회의 예산 의결이 무효라며 대법원에 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튿날 이재명은 SNS에 썼다. “정부압박으로 절반밖에 못주고, 남경필 도지사의 대법제소와 집행정지신청으로 중도 중단될 수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남 지사는 자치단체장인가요? 정부하수인인가요? 여러분이 직접 남 지사에게 물어 주십시오.”

시는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냈다. “그동안 중앙 정부와 경기도에 자치권을 훼손하지 말 것을 수차례 경고했다.” 성명은 세 사업의 뿌리도 적었다. “3대 무상복지 사업은 성남시가 2013년까지 4572억원의 부채를 청산하고 복지확대 정책에 따라 새로 시작하는 사업이다.” 김남준 대변인은 경기도에 맞서려고 특급 변호인단을 꾸렸다고 밝혔다. 같은 주 18일부터 21일까지 중학교 신입생 학부모들의 계좌에 교복비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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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아침, 성남시 50개 동 주민센터에서 청년배당 지급이 시작됐다. 대상자들은 지난주 시가 보낸 안내문을 받고 주민센터를 찾았다. 그해 청년배당 사업비 113억 원 가운데 절반만 먼저 풀린 돈이었다. 낮 12시까지 세 시간 만에 1,951명이 받아 갔다. 한 해 대상자의 17.27퍼센트였다. 손에 쥐는 것은 성남에서만 쓰는 지역화폐, 성남사랑상품권 12만 5천 원어치였다. 문종성 씨는 스물네 살이었다.

“지금 ‘헬조선’이라고 불릴 정도로 청년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데 청년배당을 받아서 많은 힘이 될 것 같다.”

이재명은 청년배당을 우리 사회가 청년세대에게 보내는 최소한의 성의라고 불렀다. 그 성의는 계획의 반이었다. 당초 계획했던 분기별 25만 원의 절반인 12만 5천 원만 주게 돼 아쉽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다고 했다. “자체 조례가 만들어져 있고 의회가 의결한 예산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집행을 중지할 수는 없다.”

시의회 새누리당협의회 이상호 대표의원은 다른 장부를 펼쳤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을 애타게 하는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서는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외면하면서 자신의 공약인 청년 배당은 강행하고 있다.” 그는 한 문장을 더 얹었다. “내가 하면 복지요, 남이 하면 포퓰리즘이라는 전형적인 정치적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중원구에 사는 마흔여덟 살 이규원 씨는 소득과 재산을 따지지 않고 청년 모두에게 50만 원을 나눠 주는 것을 복지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했다. “정말 세금을 내고 싶지 않다.” 취업한 청년도, 소득과 재산이 넉넉한 집의 자녀도 대상에 들어 있었다. 한 성남시 주민은 다른 길을 말했다. “좀더 절실하고 어려운 청년들한테 좀더 집중적인 지원이 바람직하지않나 생각합니다.” 지급이 시작되자 곧 중고 거래 사이트에 상품권이 정가의 75~80퍼센트 값으로 올라왔다. 시는 다음부터 전자카드로 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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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1일, 중원구 상대원1동 주민센터에도 상품권을 받으러 온 청년들이 많았다. 성남사랑상품권 12만 5천 원을 손에 쥔 스물네 살 유모 씨가 말했다. “좋아요.” 그는 청년들이 알바나 인턴을 많이 한다고 했다. 꼭 필요한 데 쓰겠다고 했다.

주민센터를 찾은 사람이 청년만은 아니었다. 쉰두 살 한모 씨는 위임장과 신분증을 들고 왔다. 직장에 출근한 딸을 대신해 받으러 온 길이었다. 상품권을 받아 든 그는 멋쩍게 웃었다. 딸아이가 신경을 써 주는구나, 관심을 가져 주는구나 하며 청년배당을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청년에게 주는 배당을 받아 든 손 가운데에는 일하러 간 딸 대신 온 어머니의 손도 있었다.

그날 오후 6시까지 만 24세 대상자 1만 1,300명 가운데 8,512명이 배당을 받았다. 이틀 만에 75퍼센트였다. 정부의 반대 속에 반으로 줄어든 돈이었고, 경기도의 소송은 대법원에 걸려 있었다.

출처 · 서울신문, 2015년 6월 8일, 「〔메르스 공포-정치권 등 움직임〕 이재명 성남시장 ‘의심자’ 개인정보 공개 논란」 · 서울신문, 2015년 6월 7일, 「이재명 성남시장, 메르스 환자 정보 공개 “환자 이동 경로는?”」 · 서울신문, 2015년 6월 7일, 「〔메르스 병원 24곳 공개〕 황당 명단 “영등포구를 여의도구로”」 · 서울신문, 2014년 5월 24일, 「〔후보자 인터뷰〕 “시민주치의·무료 산후조리원 약속”」 · 경향신문, 2015년 6월 24일, 「이재명 성남시장 “복지부가 위협까지 하고 있는 상태”」 · 서울신문, 2015년 10월 9일, 「성남시 ‘연 100만원 청년배당’ 복지 논쟁」 · 서울신문, 2015년 12월 4일, 「“무상 공공조리원 없다”… 당국, 지역·대상 제한 방침」 · 서울신문, 2015년 12월 12일, 「성남 청년배당 거부한 복지부」 · 서울신문, 2016년 1월 5일, 「성남시 ‘3대 무상복지’ 이달부터 강행」 · 서울신문, 2016년 1월 7일, 「성남시, 3대 무상복지 강행 재확인」 · 노컷뉴스, 2016년 1월 19일, 「이재명, 청년배당 대법 제소한 남경필…“정부 하수인”」 · 서울신문, 2016년 1월 20일, 「‘3대 무상복지사업’ 성남시 “대법 제소는 자치권 청부 자해”」 · 뉴스1, 2016년 1월 20일, 「성남시 ‘청년배당’ 지급 시작…3시간 만에 1951명 수령」 · KBS 뉴스, 2016년 1월 20일, 「〔앵커&리포트〕 보육 대란 속 성남시 ‘청년 수당’ 논란」 · 서울신문, 2016년 1월 21일, 「성남시 ‘청년 배당’ 지급 시작… 거세지는 논란」 · 머니투데이, 2016년 1월 21일, 「〔단독〕‘상품권깡 논란’ 성남시 청년배당, 전자카드로 바뀐다」 · 노컷뉴스, 2016년 1월 22일, 「성남 만 24세, ‘청년배당 75% 돌파’…“좋아요라고 전해라”」 · 서울신문, 2018년 5월 9일, 「성남시, 정부상대 복지관련 권한쟁의심판 3건 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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