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6,159자) · 2010~2017년, 성남 대장동과 신흥동
두 개의 셈
이재명의 삶 · 네오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의 제1공단 터는 오래 비어 있었다. 1970년대에 수출전진기지로 들어선 공장들은 도시가 커지면서 하나둘 밖으로 떠났다. 2005년 6월 공단 이전이 끝났고 2007년에는 남은 건물마저 헐려, 8만 4천여 제곱미터의 빈 땅만 남았다. 2009년 5월 도시개발구역이 지정되고 개발계획이 승인됐다. 그해 11월에는 민간사업자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가 그 가운데 7만 4,146제곱미터를 4,250억 원에 사들였다. 계획대로라면 그 자리에는 아파트와 주상복합이 올라갈 터였다.
그 땅을 공원으로 달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성남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2001년 조사에서 시민 57.6퍼센트가 공원화를 원했다. 2003년 4월에는 시민단체 서른 곳 남짓이 「1공단 녹지문화공간 만들기 시민운동본부」를 꾸렸고, 그해 주민 84.4퍼센트가 공원화를 지지했다. 그들은 일부만 공원으로 만들면 인근 주민들만의 휴식공간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땅 전체를 요구했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던 변호사 이재명은 2010년 지방선거에 나서며 그 땅을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취임하고 일주일 뒤인 7월 8일, 성남시는 민선 5기 10대 역점사업을 발표했다. 시립병원 건립 옆에 1공단 공원화가 적혀 있었다. 새 시장이 공무원들에게 말했다.
“임기 내에 시민에게 약속한 사업이 가시화될 수 있도록 성남시 모든 공직자가 긍정적인 사고로 업무에 매진해 주길 당부한다.”
시는 새 시장의 공약대로 신흥동 1공단 부지 8만 4,235제곱미터를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보름이 채 안 돼 반론이 나왔다. 성남시는 며칠 전 재정 위기를 이유로 지불유예를 선언한 참이었다. 공원을 만들려면 2005년의 도시기본계획과 2009년의 개발계획을 모두 취소해야 했고, 경기도의 승인까지 2년 넘게 걸릴 일이었다. 4,250억 원을 치르고 땅을 산 사업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도 뻔했다. 시 관계자는 짧게 답했다. “부지 매입을 위해 어떻게 돈을 마련할지 여러 가지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빚을 못 갚겠다는 시가 수천억 원짜리 공약을 붙든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업자는 2010년에 이미 도시개발사업 시행자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해 둔 터였다. 이듬해 5월, 시는 그 신청을 자격 미달이라며 거부했다. 사업자는 7월에 취소소송을 냈다. 공원을 약속한 시장과 아파트를 지으려던 사업자가 법정에서 마주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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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나올 곳은 10킬로미터 떨어진 분당구 대장동이었다. 판교신도시 남쪽 끝, 녹지로 둘러싸인 땅이었고 지하철역과는 멀었다. 2004년 대한주택공사가 「한국판 베벨리 힐스」로 개발하겠다던 땅이었다. 그 뒤 공영으로 추진되던 사업이 민영개발로 바뀌면서 탈이 났다. 민영개발사업권을 따내는 과정에서 뇌물이 오갔고, 개발업자와 전직 LH 본부장, 정치인 동생 등이 구속됐다. 2010년 6월, 주택공사의 뒤를 이은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사업을 포기했다.
2012년 봄 총선에서 1공단은 다시 쟁점이 됐다. 땅을 사들이려면 4,000억 원이 넘게 들었고, 시는 해마다 판교특별회계로 1,500억 원을 갚아야 했다. 땅 주인은 2009년에 이미 정해진 도시개발계획대로 상업·업무·문화·주거 기능을 갖춘 개발을 하겠다고 버텼다. 성남환경운동연합은 시민 다수가 공원을 원한다는 조사 결과를 다시 내밀며 공원 조성을 다그쳤다. 그해 6월 6일, 시는 1공단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지정 뒤 3년이 지나도록 사업자가 실시계획 인가를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2007년 건물을 헐어 낸 뒤 다섯 해째 버려진 땅이 흉물로 남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6월 27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시장은 대장동을 꺼냈다.
“분당 대장동 지역 91만여㎡를 공영개발해 남은 이익금으로 1공단을 전면 공원화하겠다.”
그는 셈을 내놓았다. “도시개발공사를 설립, 민간자본을 유치해 대장동을 개발하면 3100억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1공단을 단 한 푼의 혈세부담 없이 도심공원으로 조성하고 대장동 개발이익 대부분을 환수하는 이중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서로 떨어진 두 땅을 한 사업으로 묶는 결합개발이었다. 1공단 땅의 일부는 법원과 검찰청 몫으로 쓸 수 있다고 했다. “1공단 부지 일부를 성남지원·지청 부지로 매각하거나 현 지원·지청 인근 부지를 편입, 확대 재건축하도록 하는 등 1공단과 연계해 지원·지청 이전 문제도 해결하겠다.”
대장동의 땅 주인들이 들고일어났다. 지주들로 꾸려진 대장동도시개발추진위원회는 민간개발을 원했다. 이상락 위원장이 전화로 말했다. “당초 시에서 공영개발과 민간개발을 함께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어 말했다. “인제 와서 협의도 없이 결합개발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당황스럽다.” 주민들은 선거를 염두에 둔 꼼수라며 반발했다. 시장의 정책마다 반대해 온 시의회가 승인을 내줄지도 알 수 없었다.
2013년 봄에는 시가 수원지법 성남지원과 수원지검 성남지청을 1공단 터로 옮기겠다고 했다. 단대동의 청사는 지은 지 30년이 지나 낡았고 늘려 지을 자리도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공원을 기다리던 시민단체 서른 곳 남짓이 반발했다.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는 본시가지가 평지공원 한 곳 없이 슬럼화되고 있다며, 전면 공원화가 도시의 품격을 지킬 마지막 수단이라고 맞섰다. 공원을 약속한 시와 공원을 요구해 온 시민단체가 땅의 쓰임을 두고 맞부딪쳤다. 2014년 1월, 시는 대장동 개발이익을 1공단 공원화에 재투자하는 결합개발 계획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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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30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결합개발을 함께할 민간사업자를 골랐다. 민관이 함께 사업을 하는 방식이었고, 공모에 신청서를 낸 컨소시엄은 셋이었다. 공사는 하나은행 등 금융기관 여섯 곳이 들어간 「성남의 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했고, 다음 달 사업협약을 맺고 특수목적법인을 세우겠다고 했다. 대장동에 5,993세대 규모의 주거단지를 짓고, 거기서 얻은 이익을 1공단 공원화에 넣는 계획이었다.
석 달 뒤 6월 15일, 성남시가 밑그림을 확정했다. 대장동 91만 2,868제곱미터 가운데 42만 2,387제곱미터를 개발해 5,914세대를 들이고, 주차장과 버스차고지, 주민센터와 파출소, 초·중학교를 짓기로 했다. 1공단 터 5만 6,022제곱미터는 공원이 되고, 나머지는 법조단지 이전 예정지로 사업구역에서 빠졌다. 공사는 특수목적법인에 지분 50퍼센트 초과를 현금으로 출자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들어갈 사업비는 1조 1,333억 원이었고, 2016년 하반기나 2017년 초에 첫 삽을 떠 2020년 말에 마칠 계획이었다. 성남에서 떨어진 두 지역을 묶어 개발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법정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2014년 8월 수원지법은 소송의 실익이 없다며 사업자의 소를 각하했지만, 2015년 8월 서울고법은 시가 재량권을 남용했다며 사업자의 손을 들어 줬다. 사업자는 결합개발 자체를 멈춰 달라는 소송도 따로 냈다.
2016년 2월 17일,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공단을 결합개발에서 일단 떼어 내고 대장동부터 하기로 했다. 소송의 원인을 먼저 없애는 것이 최선이라고 공사는 판단했다. 이튿날 대법원은 이미 사업구역 지정이 해제돼 소송의 실익이 없다며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다섯 해 가까이 끈 소송에서 시가 이겼다. 5월에 시는 1공단 땅을 공원으로 정하는 의견청취안을 시의회에 냈다. 대장동을 맡은 성남의뜰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분 51퍼센트를 가진 회사였다. 그해 11월 8일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이 고시됐고, 12월부터 땅과 지장물 보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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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7일, 이재명 시장이 성남시청에서 기자들 앞에 섰다. 그날 그는 1공단 공원조성계획을 결정고시했다. 공영개발로 얻는 대장동 개발이익은 5,500억 원이었다. 1공단 공원 조성비 2,761억 원, 대장동 북쪽 터널과 남쪽 진입로와 배수지 공사비 920억 원, A10블록 임대부지 1,822억 원을 더한 값이었다. 광역교통부담금 같은 법정부담금 910억 원은 셈에서 뺐다.
대장동 사업을 공공개발로 돌려놓았기에 5,500억 원이라는 엄청난 개발이익을 성남시민을 위해 쓸 수 있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그 돈은 공공이 가진 인허가권을 행사해서 생기는 개발이익금이었다. 그는 개발이익 전체를 공공이 거둬 국민을 위해 쓰는 것이 개발 방식 가운데 가장 좋은 경우라고 했다. 공공이 인허가 권한을 쓰지 않고 수수방관했다면 공원도 시 재정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기업들이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이런 엄청난 수익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공공이 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 개발이익은 민간 기업에 귀속돼 관외로 유출된다.” 그러고는 그 몇 해가 어땠는지를 털어놓았다.
“돌아가신 아버지 친구분, 초등학교 친구, 정치인까지 제가 아는 인맥이란 인맥을 총동원해 민간개발을 하게 해달라고 하면서 뇌물을 건네는 다양한 방법까지 제시하는 등 상상을 초월한 어려움이 있었다.”
개발이익은 공공기관이 거둬 시민을 위해 써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힘들고 어려웠지만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그는 이익을 거둬도 분양가로 부담이 넘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싸게 조성한다고 싸게 분양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짐을 하나 얹었다. “1공단 공원조성사업과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개발이익금의 사회 환원이라는 지역개발 역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겠다.” 사업시행자는 성남의뜰이었다.
공원은 8만 4천 제곱미터 가운데 4만 6,615제곱미터에 들어서기로 했다. 야외공연장과 사계절썰매장, 인공폭포와 다목적광장, 연결육교와 숲 놀이터, 문화플랫폼이 그려졌고, 곁의 땅에는 법조단지가 오기로 했다. 시는 2017년 5월 토지보상에 들어가 2018년 말까지 공원을 마치겠다고 했다. 2012년 여름 시장이 대장동에서 거둘 수 있다고 내다본 돈은 3,100억 원 이상이었고, 다섯 해 뒤 시가 내놓은 셈은 5,500억 원이었다.
공장이 떠난 뒤 민간사업자가 바뀌고 소송이 이어지는 사이 그 땅은 열 해 가까이 비어 있었다. 시민들이 바란 것은 땅 전체였고, 계획에 담긴 것은 그 절반 남짓이었다. 그래도 아파트와 주상복합이 올라갈 자리였던 공단 터에 공원조성계획이 고시됐다.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성남에는 가족들이 함께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마땅한 공원이 없는 것 같아요.”
시민단체 서른 곳 남짓이 운동본부를 꾸린 2003년 봄에서 열네 해가 지나 있었다. 단 한 푼의 혈세부담 없이 공원을 만들겠다던 다섯 해 전의 셈대로, 2,761억 원은 10킬로미터 떨어진 대장동의 땅에서 나올 돈이었다.
출처 · 연합뉴스, 2007년 6월 8일, 「성남시 1공단 공원화 지지부진」 · 연합뉴스, 2010년 7월 8일, 「성남시, 시립병원건립·1공단 공원화 추진」 · 연합뉴스, 2010년 7월 21일, 「‘모라토리엄’ 성남시, 1공단 공원화 추진 논란」 · YTN, 2010년 7월 21일, 「〔경기〕 성남 공원화사업 추진 논란」 · 뉴시스, 2012년 3월 18일, 「성남 1공단 공원화사업 총선 ‘핫이슈’ 부상, 성남시 무대책 일관」 · 경향신문, 2012년 6월 6일, 「경기 성남1공단 개발 지정고시 해제…흉물로 남나」 · 뉴시스, 2012년 6월 27일, 「이재명 성남시장 “대장동 공영개발…이익금은 1공단 공원화 투입”」 · 서울신문, 2012년 8월 9일, 「성남 ‘제1공단·대장동 결합개발’ 주민반대로 표류」 · 연합뉴스, 2013년 4월 24일, 「성남 법원·검찰청사 1공단 터로 이전」 · 뉴시스, 2015년 3월 30일,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개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 뉴시스, 2015년 6월 15일,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개발계획 밑그림 확정」 · 연합뉴스, 2016년 2월 17일, 「성남 대장동 개발 ‘시동’…‘제1공단’ 부지 일단 제외」 · 연합뉴스, 2016년 2월 18일, 「대법, 성남1공단 사업시행자 소송 성남시 ‘승소’ 판결」 · 연합뉴스, 2016년 5월 19일, 「성남 대장동 ‘미니신도시’ 개발 탄력…‘1공단’ 분리」 · 동아일보, 2016년 11월 18일, 「성남 대장지구, 미니 신도시 조성 본격 시동」 · 서울신문, 2017년 3월 7일, 「이재명 “대장동 택지개발 이익 환수 1공단 부지 공원 조성사업 추진”」 · 뉴스1, 2017년 3월 7일, 「성남 제1공단 10여년 만에 공원으로 탈바꿈」 · 노컷뉴스, 2017년 3월 8일, 「내홍 겪던 성남 제1공단 공원조성사업 ‘본격화’」 · 연합뉴스TV, 2017년 3월 8일, 「옛 성남1공단자리에 공원 조성…‘구도심의 오아시스’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