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6,428자) · 2025년 7월 29일, 용산

노동자도 사람이다

이재명의 삶 · 네오

2025년 7월 28일,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60대 작업자가 천공기 곁에 서 있었다. 천공기는 분당 최대 100회로 고속 회전하며 땅에 구멍을 뚫는 기계다. 사면을 보강하는 작업이었다. 그는 암반에 구멍을 낼 자리를 맞추고 있었고, 몸에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맨 추락방지용 안전띠가 걸려 있었다. 그 안전띠의 고리가 돌아가는 천공기에 감겼다. 그는 기계에 끼여 숨졌다. 현장을 맡은 시공사는 포스코이앤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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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33회 국무회의가 열렸다. 그날의 토론 안건은 중대재해 근절 대책이었다. 6월 20일 대통령은 국무회의의 일부를 생중계할 방안을 찾아보라고 처음 지시했고, 그 뒤로 모두발언과 미리 맞춰 둔 토의가 몇 차례 화면에 나갔다. 국무회의를 국민 앞에 열겠다는 약속은 선거 때 낸 10대 공약 어디에도 없었다. 산재와 닿는 약속은 다섯 번째 공약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였다.

참모들 사이에서는 녹화해 두었다가 공개하거나 일부만 내보내자는 의견이 나왔다. 대통령은 심층토론을 전부 공개하라고 했다. 이규연 홍보수석이 그 지시를 전했다. 중대재해 근절대책은 국민 모두에게 가감 없이 알려야 할 사안이니 토론 과정을 여과 없이 생중계하라는 지시였다. KTV와 유튜브 채널에 국무회의장이 떴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주고받는 토론이 처음으로 실시간 화면에 나갔다.

대통령이 말했다. “올해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를 근절하는 원년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하루 전 의령의 일을 꺼냈다.

“포스코이앤씨라는 회사에서 올해 들어 다섯 번째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 살자고 돈 벌자고 간 직장이 전쟁터가 된 것 아니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고가 나고 같은 방식으로 사람이 죽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그는 짚었다. 이어지는 말은 법률 용어였다.

“예상할 수 있는 일들을 방어하지 않고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은 까닭은 거의 다 돈이 들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안전이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지 비용으로 생각해서 아껴야 되겠다고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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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단속 현황을 물었다. 김 장관은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 후진국형 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이 주문했다.

“사람 목숨을 지키는 특공대라고 생각하고 산업현장 안전 규정 위반을 정말로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장관이 답했다. “직을 걸겠다.”

대통령은 그 말을 받아 그대로 돌려주었다. “상당 기간이 지나도 산재가 줄어들지 않으면 진짜로 직을 걸어야 한다.” 장관이 다시 답했다. “그렇게 하겠다.”

카메라는 그 문답을 자르지 않았다. 장관이 자기 자리를 걸고 대통령이 그 약속에 기한을 다는 장면이 그대로 화면에 나갔다. 김 장관은 솜방망이 처벌을 짚으며 형사처벌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 같은 경제적 제재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질문을 바꿨다. “산재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 제재 조항이 있느냐?” 그는 처벌의 효과부터 의심했다. “형사처벌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사고가 실제로 나지 않은 상태에서 징역을 살릴 수도 없지 않나?” 법 자체를 두고도 한마디를 보탰다. “저 역시 이 법이 그렇게 실효적인가 하는 의문이 있긴 하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아리셀 화재 사건을 보고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20년, 박중언 본부장에게 징역 15년이 구형됐다고 했다. 대통령이 물었다.

“사망자가 몇 명이 나왔나?”

“23명이 사망했다.”

대통령은 스물세 명이 죽은 사건의 구형이 교통사고를 처리할 때보다 별로 세지도 않다고 했다. 정 장관은 법원에 엄한 처벌을 구하고 있지만 이런 사건에는 양형기준조차 없다고 털어놓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산재를 낸 기업이 ESG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의 말이 그 위에 얹혔다. 똑같은 사망사고가 상습적으로 되풀이되면 징벌적 손해배상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했고, 시장을 끌어들였다.

“이 사실을 공시해서 투자자들이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만들어야 한다.”

국토교통부를 향해서는 지키는 쪽이 손해를 보는 구조를 꼬집었다. “법을 잘 지키면 손해 보고 안 지키면 이익을 본다.” 단속을 세게 하라는 주문이 뒤따랐다. 그리고 그는 SPC그룹이 야간 장시간 노동을 고치겠다고 나선 일을 꺼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라는 얘기가 있다. 노동자도 사람이다. 12시간씩 밤에 그것도 주야 맞교대로 이어서 일한다는 게 쉽지 않다.”

그는 기업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철저하게 관리하되 원활한 기업활동을 위해 규제 합리화 등 지원할 테니 노동자들을 쥐어짜서 돈 벌지 말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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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은 한 시간 넘게 끊기지 않고 전파됐다. 같은 날 대통령은 SNS에 적었다. “오늘부터 국민의 알 권리 확대와 투명한 국정 운영을 위해 국무회의를 공개했다.” 앞으로도 비공개가 불가피한 부분을 빼고는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튿날 한겨레21은 대통령이 산업현장 안전을 이토록 챙기는 까닭을 짚었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은 짧았다. “대통령 자신도, 아버지도, 형도 노동자 출신이다. 열악한 산업 현장에서 일했던 경험이 산재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 같다.”

유튜브로 회의를 한 시간 넘게 지켜본 사람 가운데 전직 국회 보좌관 이진수가 있었다. 그는 오마이뉴스에 「생중계 국무회의가 재밌다니... 살다살다 별일이다」라는 기고를 보냈다. 「오늘(7월 29일) 부로 내 최애 프로그램은 ‘국무회의 생중계’다. 진짜 재미있다. 이런 박진감 있는 드라마가 없다.」 칭찬만 적지는 않았다. 새로 온 장관들을 두고 그는 이렇게 썼다. 「아직 초임이라 그런지 질문에 비해 답들이 무디다.」

세계일보는 회의 당일 사설에서 다른 쪽을 봤다. 국가안보나 대외정책이 회의에서 드러날 수 있고, 대중을 의식하면 논의가 움츠러들 수 있다고 했다. 공개된 내용이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 찬반 갈등을 일으켜 정책을 막는 장애가 될 수 있다며, 불화의 불씨가 되지 않게 안전장치를 함께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관가에서는 생중계가 문답 퍼포먼스로 소비되면 실무자들이 대통령이 원하는 답에 맞추는 보여주기식 문화가 굳을 수 있다는 걱정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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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발언이 나오고 일곱 시간 뒤, 인천의 포스코이앤씨 본사에서 정희민 대표가 기자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회사는 모든 현장의 작업을 즉시 멈추고, 안전장치를 갖출 때까지 무기한 미루겠다고 했다. 그 기사는 그해 회사 현장에서 숨진 노동자를 넷으로 셌다. 대표가 말했다.

“잠재된 위험 요소를 전면 재조사해 유사사고를 예방하고 생업을 위해 출근하신 근로자분들께서 안전하게 일하시고 퇴근하실 수 있는 재해예방 안전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겠습니다.”

출근한 사람이 퇴근하는 일, 의령의 60대 작업자에게는 그 하루의 끝이 오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포스코이앤씨의 전국 65개 공사 현장과 본사에 산업안전보건감독을 시작했다. 8월 4일 이 회사의 광명~서울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또 한 작업자가 크게 다쳐 의식을 잃었다. 이튿날 정희민 대표가 물러났다. “포스코이앤씨를 책임지고 있는 사장으로서 이러한 사고가 반복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모든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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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대통령은 국정과제를 내놓으며 약속했다. “국민의 정책효능감을 배가시켜 나가고 이 모든 과정을 국민들께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생중계는 그 뒤로 더 넓어졌다. 11월 11일 국무회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그날 부처 보고 가운데 두 건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비공개로 하기로 돼 있다고 알렸다. 대통령이 되물었다.

“비공개해야 될 이유가 특별히 있느냐?”

그는 보안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면 공개로 토의하자고 했다. “대통령령 안건 논의만 비공개로 하고 나머지는 다 공개 논의하자.” 그날 법률안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과정까지 화면에 나갔다. 국무회의의 거의 모든 과정이 공개된 것은 정부 수립 뒤 처음이었다.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두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결정 과정을 풀었다. 산업계는 48% 안을 선호했지만 위험성이 있어 뺐다고 했다. “과학자들은 ‘65% 안’도 권고했는데 무리가 따라서 달성할 수 있는 53%와 61% 사이 형태로 결정하게 됐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그것이 산업계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카메라 앞에서 털어놓았다. 정책을 발표할 때는 지원을 약속했다가 실제로는 지원이 없었던 앞 정부들의 사례 때문에 산업계가 불안해한다고 했다. 대통령은 그것을 잘 챙기라고 기업을 하던 사람을 산업부 장관으로 모신 것이라며 한 번 더 일렀다. “잘 챙기라.”

이튿날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원래 모두발언까지만 취재진에게 열기로 돼 있었다.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시도지사들에게 회의 내용을 공개하면 어떻겠느냐고 동의를 구했고, 모두가 좋다고 했다. 회의는 거의 편집되지 않은 채 녹화로 공개됐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이 따졌다. “적어도 이번 논의에 서울이 늘 겪는 역차별에 대해 개선되는 것도 포함되면 좋겠다.” 그는 한 번 더 못을 박았다. “서울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방세를 내는데, 돌아오는 1인당 예산은 가장 적은 점을 꼭 논의해달라.” 김두겸 울산시장은 자율성이 보장되는 것이 지방 성장의 가장 근본이라고 하더니,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재정을 지원해 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라는 농담을 던졌다.

비판도 남았다. 이듬해 4월 22일, 최광숙 서울신문 대기자는 칼럼에서 물었다. “특정 사안에 대해 이미 결론을 내린 대통령 앞에서 어느 누가 다른 얘기를 할 수 있겠나?” 대통령이 앞에 설수록 장관의 존재감은 사라진다고 그는 썼다. 회의도 업무보고도 다 생중계되자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전통적인 취재력이 힘을 잃었다는 말이 나왔다.

2025년 12월 30일, 경찰이 의령 사고 현장의 포스코이앤씨 현장소장을 구속했다. 이듬해 1월 19일 검찰은 그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안전팀장과 공사팀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천공기의 회전축이 드러나 있으면 작업자의 장비가 기계에 말려 들어가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검찰은 현장이 천공기 덮개를 다는 것 같은 기본적인 안전조치조차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본 것은 하나 더 있었다. 그 위험을 미리 제기한 사람이 있었는데도 현장은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고, 그것이 사고를 불렀다. 위험을 먼저 말한 사람은 그날 숨진 60대 노동자 자신이었다.

출처 · 서울신문, 2025년 7월 29일, 「李대통령 “산재 사망 반복 기업, 주가 폭락하게 해야”」 · 뉴시스, 2025년 12월 30일, 「경찰, ‘의령 천공기 끼임 사망 사고’ 포스코이앤씨 현장소장 구속」 · 국제신문, 2026년 1월 19일, 「‘의령 천공기 끼임 사망 사고’ 포스코이앤씨 현장소장 구속 기소」 · 뉴시스, 2025년 5월 12일, 「이재명 10대 공약 발표…“포괄임금 금지하고 세종의사당 임기 내 건립”」 · 머니투데이, 2025년 7월 29일, 「이재명 대통령, 사상 첫 국무회의 ‘생중계’ 지시…“앞으로도 최대한 공개”」 · 세계일보, 2025년 7월 29일, 「李대통령 “산재 사망 반복한 기업 징벌적 손해배상 검토”」 · 중앙일보, 2025년 7월 29일, 「국무회의 생중계한 李 “산재는 미필적고의 살인…산재 기업 주가 폭락”」 · 쿠키뉴스, 2025년 7월 29일, 「李대통령, 노동부 장관에 “산재 안 줄어들면 진짜 직 걸라”」 · CBS노컷뉴스, 2025년 7월 29일, 「초유의 국무회의 생중계…李 “산재 근절에 장관직 걸어라”」 · 연합뉴스, 2025년 7월 29일, 「“주가 폭락하게”…李대통령, 생방송 국무회의서 산재예방 강조」 · 오마이뉴스, 2025년 7월 29일, 「이 대통령, 아리셀 대표 20년 구형에 ‘세지 않다’ 평가」 · 한겨레21, 2025년 7월 30일, 「이 대통령이 ‘산업현장 안전’ 이슈를 강력하게 챙기는 몇가지 이유」 · 오마이뉴스, 2025년 7월 30일, 「생중계 국무회의가 재밌다니... 살다살다 별일이다」 · 세계일보, 2025년 7월 29일, 사설(국무회의 생중계 평가) · SBS Biz, 2025년 7월 30일, 「李 “미필적 고의 살인”…7시간 만에 고개 숙인 포스코E&C」 · 동아일보, 2025년 8월 5일, 「포스코이앤씨 정희민 사장 사의…“반복된 사고에 무거운 책임”」 · 경인일보, 2025년 8월 13일, 「국정기획위 ‘국민보고대회’ 5대 목표·23대 전략·123대 과제 제시」 · 헤럴드경제, 2025년 11월 12일, 「李대통령의 각별한 ‘공개 토론’ 사랑…관료들 ‘긴장’ 속 솔직토크 〔이런정치〕」 · 기자협회보, 2026년 1월 29일, 「다 생중계하는 시대… 취재 방식 변화에 고민 깊어진 언론」 · 서울신문, 2026년 4월 22일, 「〔최광숙 칼럼〕 생중계 국무회의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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