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6,274자) · 2025년 4월 27일~5월 1일, 고양·서울·연천

잠시 해프닝

이재명의 삶 · 네오

2025년 4월 27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 10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마지막 경선이 열렸다. 수도권과 강원, 제주의 표를 열고 그동안 쌓인 표를 모두 더하는 자리였다. 이재명 89.77퍼센트, 김동연 경기도지사 6.87퍼센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3.36퍼센트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당 계열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나온 가장 높은 득표율이었다.

이재명은 손을 들어 인사했다. 수락연설은 숫자에서 시작했다.

“모든 것들이 무너지는 불안과 절망, 고통 속에서도 한가닥 희망을 안고 89.77%라는 역사에 없는 압도적 지지로 저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해주셨다.”

그는 3년 전의 일을 꺼냈다. 2022년 3월, 그는 대통령 선거에서 졌다. 그 패배를 그는 제 이름으로 받았다.

“그 뼈아픈 패배의 책임자, 저 이재명을 여러분이 다시 일으켜주셨다.”

그는 날짜 하나를 짚었다. “23년 전 오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날이다.” 2002년 4월 27일이 그랬듯 이날도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방금 경선에서 맞섰던 두 사람의 이름도 불렀다.

“이제부터 김동연의 비전이 이재명의 비전이고, 김경수의 꿈이 이재명의 꿈이다.”

그는 민주당의 명령이자 국민의 명령을 받아 반드시 이기겠다고 했다. 완전히 새로운 나라, 희망과 열정이 넘치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답하겠다고 했다. 연설의 끝은 그의 이름이었다. “이재명은 지금부터 여러분이 지어준 희망의 이름, 여러분이 다시 살려준 기회의 이름이다. 그래서 지금은 이재명이다.” 연설을 마치고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압도적인 지지를 책임으로 받아들인다고, 그래서 더 무겁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리고 판을 넓혔다.

“저는 진보당이든, 보수당이든 관계없이 이 내란을 극복하고, 헌정 질서를 회복하는 데 함께하는 분들은 최대한 후보를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무렵 그의 사건 하나가 대법원에 올라가 있었다. 2021년 12월 방송에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며 그와 골프를 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한 발언, 그리고 백현동 부지의 용도를 바꾼 것이 국토교통부의 압박 때문이었다고 한 국정감사 발언이었다. 1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대로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사라지는 형이었다. 3월 26일 서울고법은 두 발언 모두 무죄로 뒤집었다. 그는 그날 양복 안에 방탄복을 입고 법정에 섰고, 선고가 끝나자 사필귀정 아니겠냐고 했다. 검찰은 선고 2시간 30여 분 만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날 이렇게 말했다.

“대법원에서 신속하게 6·3·3원칙에 따라 재판해 정의가 바로잡히길 기대한다.”

선거법 사건은 1심 6개월, 2심과 3심은 각 3개월 안에 끝내라는 원칙이었다. 대법원은 4월 22일 사건을 대법관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로 넘겼고, 선고일을 5월 1일로 잡았다.

*

5월 1일, 노동절이었다. 이재명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노총과 정책협약을 맺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 그는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 아니라 노동절이라고 먼저 짚었다.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를 넓히고 노동이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기업이 있어야 노동도 있고 노동이 있어야 기업도 있다.”

그는 자기에게 붙는 말들을 스스로 늘어놓았다. “제가 노동자를 만나면 반기업이라 하고 기업인을 만나면 우클릭, 심하게는 쇼라고 얘기한다.” 반도체 연구 인력에게 주 52시간제의 예외를 두자는 법을 두고는 토론을 해 봤는데 서로 믿지 않는다고 했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심각한데 52시간제와 관련한 예송논쟁으로 아직도 반도체법을 처리하지 못했다.” 노동과 기업 사이에서 그는 한 문장으로 선을 그었다. “필요할 땐 협력하고 또 필요할 땐 싸워야 한다.”

협약서에는 한국노총의 7대 과제가 담겼다. 첫 줄이 주 4.5일제 도입과 장시간 노동 근절이었고, 65세 정년 연장 법제화와 노조를 설립할 권리 보장, 노동 존중 헌법개정이 뒤를 이었다. 그는 협약과 공약을 구분해 달라고 했다. “이걸 민주당의 정책 공약으로 오인하지 않아 주길 바란다.” 협약 과제는 한국노총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 과제이고, 최선을 다해 함께 이행해 보겠다는 약속이라고 했다. 그는 정년 연장을 사회적 합의로 추진하고, 노란봉투법도 다시 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자리를 옮긴 곳은 종로의 한 실내 포장마차였다. 파견과 용역, 특수고용처럼 정해진 틀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의 간담회였다. 민주당 민병덕 의원과 배달 라이더, 택배 기사, 학교 급식 조리사들이 둘러앉았다. 플랫폼 회사가 정하는 약관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숙제를 냈다. “약관 규제 실태 관리 조직이 필요한 것 같으니 그것을 검토해 달라.” 보험 이야기에는 돈이 어디서 나와야 하는지까지 말했다. “(비전형 노동자를) 보험 체계에 편입시키려면 누군가는 돈을 대줘야 하는데, 정부가 해줘야 하고 쉽지 않지만 검토를 해야 한다.”

민병덕 의원이 그동안 막혔던 사정을 설명했다. 관련 법을 고치려 할 때마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에 가로막혔다는 것이었다. 이재명이 받았다.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을 바꿔야 되겠다.”

그 간담회가 이어지던 사이, 대법원에서 선고 소식이 전해졌다.

*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나란히 앉았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었다. 전원합의체에 사건이 넘어온 지 9일 만이었다.

다수의견은 열 명이었다. 정치인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그 말을 한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정한다고 봤다. 표현의 의미는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그 잣대를 대자 골프 발언의 뜻이 정해졌다.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그 의미를 확정하면, 골프 발언은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원심 판결은 깨졌고, 사건은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되돌아갔다.

반대의견은 두 명이었다.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이 다르게 읽었다.

“골프 발언은 궁극적으로 6, 7년 전에 있었던 피고인의 행위나 교유관계에 관한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다.”

두 대법관은 의견인지 사실인지 가르기 어려운 말은 원칙적으로 의견으로 보는 것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넓혀 온 대법원 판결의 흐름에 맞는다고 했다. 이 두 사람은 2020년과 2021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다수의견에 선 대법관 아홉 명과 조희대 대법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10 대 2였다.

국민의힘은 판결을 받아 들고 곧바로 사퇴를 요구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말했다.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명백히 판결한 후보에 대해서 국민이 대통령으로 선출할 이유가 전혀 없다.” 국민의힘 경선을 치르던 김문수 예비후보가 거들었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한동훈 예비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정치인 자격도 박탈된 것과 다름 없다. 즉각 사퇴해야 한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민주당을 향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여 즉각적인 후보 교체를 단행해야 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사건을 돌려받은 서울고법을 향해서도, 6월 3일 대선 전에 이 후보의 법적 위험에 대해 분명한 판단을 내려 달라고 했다.

그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를 읽었다. “저는 이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직을 내려놓습니다.” 그는 자기 앞에 두 길이 있었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그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입니다.” 그리고 오래 고민했다고 했다. “이러한 결정이 과연 옳고 또 불가피한 것인가 오랫동안 고뇌하고 숙고한 끝에, 이 길밖에 길이 없다면, 그렇다면 가야 한다고 결정하였습니다.”

국회 본관에서는 민주당이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당 대표 직무대행을 겸한 박찬대 원내대표가 시각부터 짚었다. “3시에 대법원이 파기환송 선고하고 4시에 한덕수가 사퇴, 사실상 대선출마를 선언합니다. 이 무슨 짜고 치는 고스톱입니까?” 그는 판결의 속도를 문제 삼았다.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지 단 9일 만에, 단 2번 심리하고 졸속으로 판결 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고 납득할 수 없다.”

6만 쪽이 넘는 재판 기록을 한 번 제대로 읽기도 어려운 기간이라고 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쿠데타는 결국 실패로 귀결할 것이다. 대통령은 사법부가 아닌 주권자 국민이 뽑는다.”

당 안에서는 다른 말들도 나왔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이 말했다. “우리 사회 뿌리 깊게 남아있는 내란 잔당들이 마지막 몸부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병기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 달만 기다려라」라고 썼다. 논란이 일자 그는 그 문장을 「그래봤자 대통령은 이재명이야」로 고쳤다.

*

간담회를 마친 이재명은 판결 내용을 확인했다. 기자들이 물었고, 그는 판결 자체를 두고 길게 말하지 않았다.

“글쎄 제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의 판결인데, 중요한 것은 법도 국민의 합의인 것이고 결국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

후보를 바꾸라는 말이 사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는 그 말에도 에둘러 답했다. “뭐 정치적 경쟁자들 입장에서는 뭐 온갖 상상과 또 기대를 하겠지만 정치는 결국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 그날 그는 SNS에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도 사법부도 아닌 국민이라고 쓰고, 오로지 국민만 믿고 당당하게 나아가겠다고 적었다.

일정은 바뀌지 않았다. 그날부터 3박 4일, 「경청버스」를 타고 경기 북부에서 강원과 경북, 충북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첫 행선지는 접경지역이자 민주당이 약하다는 경기 포천이었다. 신읍사거리 근처에 사람이 몰렸다. 그는 옛날 통닭집과 꽃집, 토스트 가게와 실내 포차, 횟집과 고깃집을 차례로 들어갔다 나왔다. 몇 시간 전 대법원 판결을 받은 사람의 얼굴은 예상보다 밝았다. 파란 우비를 입은 여성 지지자들이 멋있다고 소리쳤고, 다른 여성 지지자 하나는 사람들을 말렸다. “이 후보에게 너무 가까이 가지 말아달라.” 차에 오르기 전 그는 두 손으로 엄지를 치켜들어 보였다.

연천으로 넘어가서도 그는 가게 문을 하나씩 열었다. 그날 포천과 연천에서 그가 들른 곳에는 카페와 패스트푸드점, 미용실과 통신사 대리점도 있었다. 한 김밥집에 들어서자 점주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날 오후 대법원에서 나온 판결을 점주도 알고 있었다.

“어떡해요.”

걱정을 들은 쪽이 거꾸로 점주를 달랬다. 선거 한 달을 남기고 후보 자격이 흔들린 날이었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잠시 해프닝이다.”

출처 · 경인일보, 2025년 4월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새로운 대한민국 꼭 만들 것”」 · 대전일보, 2025년 4월 27일, 「〔속보〕 이재명, 민주 경선 최종 득표 89.77% 압승… 김동연 6.87%·김경수 3.36%」 · 한겨레, 2025년 4월 27일, 「이재명 “압도적 정권탈환으로 ‘새 시대 열라’ 국민이 명령”」 · 매일경제, 2025년 4월 27일, 「〔속보〕 ‘역대 최고 득표’ 이재명 “압도적 지지는 ‘책임’이라고 생각...무겁게 느껴져”」 · 서울신문, 2025년 3월 26일, 「이재명 “진실·정의 기반 제대로 된 판결”…민주당 의원 60여명 집결」 · 국민일보, 2025년 3월 26일, 「이재명, 선거법 2심 무죄… 최대 사법리스크 해소」 · 뉴시스, 2025년 5월 1일, 「이재명 “반도체법 주52시간 예외 적용 실익 없어…예송논쟁 벗어나야”(종합)」 · 중앙일보, 2025년 5월 1일, 「경청투어 나선 이재명…“어떡해요” 지지자에 “아무것도 아니다”」 · 연합뉴스, 2025년 5월 1일, 「‘일반인 관점에서’ vs ‘다양한 해석여지’…10대 2 나뉜 대법원」 · 뉴시스, 2025년 5월 1일, 「권성동, 이재명 선거법 파기환송에 “법치 복원…후보직 즉시 사퇴하라”」 · 오마이뉴스, 2025년 5월 1일, 「이재명 파기환송에 김문수·한동훈·이준석, ‘이재명 사퇴’ 총공세」 · 한겨레, 2025년 5월 1일, 「사퇴 한덕수 “더 큰 책임 지겠다”…대선출마 내일 예상 〔전문〕」 · 미디어오늘, 2025년 5월 1일, 「이재명 유죄취지 대법원에 “한달만 기다려라” “쿠데타”…“복수예고?”」 · MBN, 2025년 5월 1일, 「〔21대 대선〕 이재명 “제 생각과 전혀 다른 판결” 민주 “사법 쿠데타”」 · 머니투데이, 2025년 5월 1일, 「박찬대 “회부 9일만 ‘졸속’ 파기환송, 6만쪽 기록 한번 읽기도 불가”」 · MBC, 2025년 5월 1일, 「이재명 “중요한 것은 국민의 뜻”‥대법 선고에도 묵묵히 일정 소화」 · 데일리안, 2025년 5월 2일, 「〔현장〕 ‘유죄 취지’ 파기환송에도…이재명, 약세지역 포천서 여유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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