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301자)

방 안

고립 청년 돌봄 매니저 · 도결애

월요일 아침 일곱 시⁠, 쟁반이 문 앞 바닥에 닿는 소리가 평소보다 조심스러웠다⁠. 국그릇이 아니라 넓은 대접이 닿는 소리였다⁠. 아버지가 내려간 뒤 문을 한 뼘 열고 내려다보았다⁠. 떡국이었다⁠. 국물 위에 노란 지단과 하얀 지단이 따로 부쳐져 가늘게 썰려 있었다⁠. 노란 것은 두께가 들쭉날쭉했고 하얀 것은 가장자리가 조금 탔다⁠. 아버지가 계란 열 개 가운데 몇 개를 버렸을지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쟁반을 방 안으로 들이지는 않았다⁠. 숟가락을 들었다가 내려놓고 문을 닫았다⁠. 대신 상담 앱을 열었다⁠.

「⁠오늘 사람을 방에 들여⁠. 뭐 치워야 돼⁠?⁠」

「⁠소중한 손님을 맞이하시는군요⁠! 환기를 하고⁠, 조명을 밝게 하고⁠, 편안히 앉을 자리를 마련해 보세요⁠.⁠」

창은 커튼째 두 해 동안 열지 않았다⁠. 조명을 밝게 하면 방바닥의 머리카락이 다 보일 것이었다⁠. 나는 앱이 시킨 것 가운데 하나도 하지 않고 섬유 유연제를 커튼에 뿌렸다⁠. 바닥을 두 번 닦았다⁠. 매트리스 이불을 개었다가 다시 펴서 각을 맞춰 개었다⁠. 의자는 하나뿐이었다⁠. 결국 둘 다 바닥에 앉으면 된다고 정하고 나니 열한 시였다⁠.

*

새해 첫날 밤⁠, 경찰서 복도라는 말이 적힌 쪽지 뒤로 한 장이 더 나왔다⁠. 「⁠다음 월요일에 들어와요⁠. 방으로⁠.⁠」 나는 이레 동안 두 장을 코트 안주머니에 같이 넣고 다녔다⁠. 목요일 회기에는 문이 한 뼘만 열렸고⁠, 우리는 날씨와 게임 이야기만 했다⁠. 건은 경찰서라는 말을 다시 꺼내지 않았고 나도 묻지 않았다⁠.

2028년 1월 10일 월요일 오후 두 시⁠, 경첩 앞에 앉으려는데 손잡이가 먼저 돌아갔다⁠. 딸깍⁠. 문이 한 뼘을 지나 반을 지나 끝까지 열렸다⁠. 경첩이 끼익 울었다⁠. 문짝이 복도 벽에 닿아 멈추었고⁠, 방 안의 공기가 복도로 나왔다⁠. 따뜻하고 탁했고⁠, 섬유 유연제 냄새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섞여 있었다⁠.

건은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눈을 덮는 검은 머리⁠, 회색 후드티⁠. 처음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보였다⁠. 키가 나보다 조금 컸고⁠, 후드티 안의 몸이 생각보다 말랐다⁠. 발에는 내가 준 회색 털양말을 신고 있었다⁠.

“⁠신발 벗고 들어와요⁠. 아⁠, 벗고 왔구나⁠.⁠”

“⁠이 집은 구두 신으면 계단이 혼나서요⁠.⁠”

방은 여섯 평쯤 되었다⁠. 암막 커튼이 창을 다 덮었고⁠, 책상 위 모니터 두 개만 푸르게 빛났다⁠. 바닥에 매트리스가 깔려 있었는데 이불은 각을 맞춰 개어 놓았다⁠. 떡볶이 용기와 치킨 상자는 씻어서 크기대로 포개 문 옆에 쌓아 두었다⁠. 버릴 날을 기다리는 탑이었다⁠.

“⁠이 탑은 언제 버려요⁠?⁠”

“⁠아버지 잠든 새벽 네 시에 대문 밖에 내놔요⁠. 이 년 동안 분리수거는 완벽했어요⁠. 구청에서 상 줘야 돼요⁠.⁠” 책상 한쪽에는 낡은 자물쇠와 도어락 부품이 크기대로 줄지어 있었다⁠. 놋쇠 자물쇠⁠, 쇠사슬 자물쇠⁠, 버튼이 빠진 번호 키⁠. 다 고친 것들이라고 건이 말했다⁠.

“⁠아버지가 문 앞에 놓고 간 거⁠. 두 해 치요⁠.⁠”

나는 매트리스 끝에 앉지 않고 바닥에 앉았다⁠. 건도 바닥에 앉았다⁠. 우리 사이에 팔 하나 길이만큼 장판이 있었다⁠. 모니터 하나에 뉴스 창이 열려 있었다⁠. 「⁠석 달 넘게 정서적으로 고립된 청년 16⁠.9%⁠」 건이 손을 뻗어 창을 닫았다⁠.

“⁠그런 거 보면 내가 숫자 같아서요⁠.⁠”

“⁠저도 회사에서 숫자로 셉니다⁠. 건 씨는 지금 회사 시스템에 사례 하나예요⁠.⁠”

“⁠알아요⁠. 매니저님 그 말 할 때 목소리 안 숨겨서 좋아요⁠.⁠”

*

방문을 연 것은 쪽지로는 안 되는 말이 있어서였다⁠. 이 말은 문 아래 틈으로 나가지 않는다⁠. 문 한 장을 사이에 두고 하면 문이 말을 반으로 깎는다⁠. 나는 서지헌의 얼굴을 보고 말해야 했다⁠. 보고 말해야 서지헌이 어디서 숨을 멈추는지 알 수 있었다⁠.

“⁠두 해 전 11월이었어요⁠. 밤 열 시쯤⁠. 응암동 빌라 삼 층에서 출장 문 따기가 들어왔어요⁠.⁠”

나는 책상 위 놋쇠 자물쇠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말했다⁠. 손에 쇠를 쥐고 있어야 말이 나왔다⁠.

“⁠남자가 계단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자기 집이라고⁠. 가게 규칙이 있어요⁠. 문 따기 전에 신분증하고 그 집 주소가 같은지 보는 거요⁠. 신분증이 없으면 그 집 앞으로 온 우편물이라도⁠. 남자가 신분증을 차에 두고 왔다고 했어요⁠. 내가 아버지한테 전화했어요⁠.⁠”

남자의 숨이 이상했다는 것을 나는 빌라 계단에서도 들었다⁠. 계단을 뛰어 올라온 사람도 아닌데 숨이 짧았고⁠, 말끝마다 침을 삼켰다⁠. 소리로 사람을 가린다고 가게 손님들 앞에서 자랑하던 귀였다⁠. 이 귀로 들은 것을⁠, 나는 아버지의 한마디에 내려놓았다⁠. 나는 서지헌에게 남자의 숨 이야기까지 했다⁠. 아버지 이야기보다 숨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

서지헌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숨도 바꾸지 않았다⁠. 듣기만 했다⁠.

“⁠아버지가 그랬어요⁠. 그 사람 통장님 조카라고⁠, 통장님이 전화해서 부탁했다고⁠. 신분증 보지 말고 빨리 따고 신사동 넘어가라고⁠. 신사동에 출장 하나가 더 밀려 있었거든요⁠.⁠” 나는 자물쇠의 걸쇠를 엄지로 눌렀다⁠. 딸깍⁠. “⁠일 분 걸렸어요⁠. 남자가 고맙다고 했어요⁠. 나는 신사동으로 갔어요⁠.⁠”

“⁠그 집은 남자의 집이 아니었네요⁠.⁠”

나는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한 마디만 했다⁠. 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헤어진 여자 집이었어요⁠. 남자는 불 꺼진 집에서 여자가 오기를 기다렸어요⁠. 여자는 크게 다쳤어요⁠. 살았어요⁠. 살았다는 걸 나는 동네 커뮤니티 댓글로 알았어요⁠.⁠”

이틀 뒤 경찰이 가게로 왔다⁠. 아버지와 나는 각각 진술을 했다⁠. 경찰서 이 층⁠, 조사실 문은 한 뼘쯤 열려 있었다⁠. 나는 먼저 진술을 끝내고 복도 의자에서 아버지를 기다렸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문틈으로 나왔다⁠. 아버지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고⁠, 경찰서 복도는 조용했다⁠.

“⁠아버지가 그랬어요⁠. 저는 분명히 확인하라고 했습니다⁠. 아들이 깜빡한 겁니다⁠. 아직 어려서요⁠.⁠”

서지헌의 숨이 처음으로 멈췄다⁠.

“⁠아버지가 조사실에서 나와서 내 앞을 지나갔어요⁠. 나를 안 봤어요⁠. 의자에 앉은 나를 한 번도 안 봤어요⁠. 나는 그다음 날부터 가게에 안 나갔어요⁠. 경찰은 나한테 혐의가 없다고 했어요⁠. 몰랐으니까⁠. 동네는 혐의가 있다고 했고요⁠.⁠”

*

건이 놋쇠 자물쇠를 책상 위에 도로 놓았다⁠. 쇠가 나무에 닿는 소리가 방 안에서 크게 울렸다⁠. 나는 장판 위에 손바닥을 짚었다⁠. 장판이 미지근했다⁠. 아래층 거실의 난방이 이 방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녹음이 있어요⁠?⁠”

“⁠있어요⁠.⁠” 건이 대답했다⁠. “⁠내 전화기는 통화를 저절로 녹음해요⁠. 출장 갈 때 손님 주소 받아 적기 귀찮아서 켜 놨던 거예요⁠. 두 해 동안 안 지웠어요⁠. 한 번도 안 틀었고요⁠. 지우려고 누른 적은 있어요⁠. 지울까요⁠, 하고 물어보는 창이 뜨면 손가락이 안 움직였어요⁠.⁠”

“⁠왜 안 트셨어요⁠?⁠”

“⁠다친 분은 지금 어디 계세요⁠?⁠”

“⁠이사 갔어요⁠. 수색 쪽으로⁠. 커뮤니티에 이사 간다는 글을 올렸었어요⁠. 현관에 잠금장치 세 개 단 집으로 간다고⁠.⁠” 건이 책상 위 자물쇠들을 보았다⁠. “⁠그 글에 댓글 달려다가 말았어요⁠. 백 번은 말았어요⁠.⁠”

“⁠틀면 아버지 가게가 끝나요⁠. 삼십 년 한 가게예요⁠. 시장 골목 사람들이 열쇠집 양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거짓말쟁이가 돼요⁠. 그 여자분 앞에서도요⁠.⁠” 건이 머리카락 사이로 나를 보았다⁠. “⁠엄마가 그러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나를 팔았다고 했다고⁠.⁠”

“⁠들으셨어요⁠?⁠”

“⁠바닥으로 다 올라와요⁠. 엄마가 나중에 아버지한테 따지는 소리까지⁠.⁠” 건은 무릎을 끌어안았다⁠. “⁠아버지는 나를 팔았고⁠, 나는 아버지를 안 팔기로 했어요⁠. 방 안에 있으면 아무도 안 물어봐요⁠. 나가면 누가 물어볼 거고⁠, 나는 대답할 거예요⁠.⁠”

“⁠건 씨⁠.⁠” 나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려고 장판을 짚은 손에 힘을 주었다⁠. “⁠이걸 안고는 석 달 못 버팁니다⁠. 삼월 육일에 아버님은 차를 부르실 거고⁠, 의사는 몸무게를 볼 거예요⁠. 병원에 들어가면 녹음이 든 전화기부터 맡겨야 해요⁠. 방이 녹음을 지켜 주는 것도 삼월 육일까지예요⁠.⁠”

“⁠그럼 삼월 육일까지만 지키면 되죠⁠.⁠”

“⁠건 씨가 지키는 게 아버님이에요⁠, 녹음이에요⁠?⁠”

건이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휴대전화를 들고 화면을 오래 내려다보았다⁠. 화면 빛이 머리카락 사이로 들어가 눈 밑을 파랗게 비췄다⁠.

내 휴대전화가 주머니에서 떨렸다⁠. 팀장이었다⁠. 받지 않자 메신저가 왔다⁠. 「⁠17일 회의 자료에 응암동 건 입원 연계 검토도 같이 넣어 주세요⁠~ 아버님 쪽에서 원하시면 우리 제휴 병원 바로 연결돼요^^⁠」 화면을 껐는데도 방 안이 잠깐 더 밝았다⁠.

“⁠회사죠⁠.⁠” 건이 말했다⁠. “⁠매니저님 회사 메신저는 소리가 달라요⁠. 띵 하고 두 번⁠.⁠”

“⁠입원 연계를 검토하래요⁠.⁠”

“⁠매니저님은요⁠?⁠”

“⁠저는 지난해에 한 번 검토했어요⁠. 회사 말대로요⁠.⁠” 내 입에서 지난해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장판을 짚은 손바닥이 축축해졌다⁠. “⁠그 사람은 퇴원하고 제 번호를 지웠어요⁠. 성과급은 통장에 그대로 있고요⁠.⁠”

건이 나를 보았다⁠. 이번에는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 넘기고 보았다⁠. 두 눈이 다 보였다⁠. 생각보다 순한 눈이었다⁠.

*

서지헌도 무엇을 지키고 있었다⁠. 지난해의 의뢰인에게서 받은 돈을 쓰지 않고⁠, 문 앞에 앉는 일로⁠. 나만 지키는 줄 알았다⁠. 방 안에서 두 해 동안 나는 내 것만 들었다⁠. 문 밖의 사람도 속에 닫힌 방을 하나씩 갖고 있다는 것을⁠, 나는 소리로는 몰랐다⁠.

나는 무선 이어폰 통을 열었다⁠. 한쪽을 내 왼쪽 귀에 꽂고⁠, 남은 한쪽을 손바닥에 올려 서지헌에게 내밀었다⁠.

“⁠스피커로는 못 틀어요⁠. 바닥으로 내려가요⁠.⁠”

서지헌이 이어폰을 집었다⁠. 손가락 끝이 내 손바닥을 스쳤다⁠. 차가울 줄 알았는데 따뜻했다⁠. 서지헌이 이어폰을 오른쪽 귀에 꽂았고⁠, 줄이 없는 이어폰인데도 우리는 줄로 이어진 사람들처럼 가까이 붙어 앉았다⁠. 팔 하나 길이였던 장판이 어깨 하나 길이로 줄었다⁠. 서지헌의 코트 소매가 내 후드티 소매에 닿았다⁠. 남색 니트의 털이 소매 사이로 조금 비어져 나와 있었다⁠. 고개를 숙이자 서지헌의 흰 셔츠 깃 아래로 파란 사원증 줄이 늘어져 내 무릎에 닿았다⁠. 줄 끝의 사원증이 장판 위에서 뒤집혔다⁠. 뒷면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서지헌의 숨이 내 귀 옆에서 들렸다⁠. 헤드셋보다 가까웠다⁠.

녹음 목록을 내렸다⁠. 두 해 전 11월 19일⁠, 밤 열 시 이 분⁠. 「⁠아버지⁠」 길이 일 분 사십 초⁠.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췄다⁠. 손끝이 떨려서 화면이 자꾸 다른 녹음으로 넘어갔다⁠. 서지헌의 손이 내 손등 위에 얹혔다⁠. 누르지도 끌지도 않고 얹혀만 있었다⁠. 손바닥이 따뜻했고⁠, 엄지 옆의 거스러미가 내 손등을 조금 긁었다⁠. 서지헌은 나를 재촉하지 않았다⁠. 문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기다렸다⁠. 서지헌이 기다리는 소리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소리였다⁠.

재생을 눌렀다⁠. 이어폰 안에서 트럭 엔진 소리가 먼저 났다⁠. 그리고 아버지의 목소리가⁠, 두 해 전 그대로 우리 두 사람의 귀 안으로 들어왔다⁠.

“⁠신분증 보지 마⁠. 그 사람 통장님 조카래⁠. 빨리 따고 넘어가⁠.⁠”

6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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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 · 고립 청년 돌봄 매니저 · 나오늘 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