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5,341자)

경첩

고립 청년 돌봄 매니저 · 도결애

아버지의 아침은 여섯 시 사십 분⁠, 현관 신발장 문이 끼익 열리면서 시작된다⁠. 작업화 두 짝이 시멘트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냄비가 가스레인지에 놓이는 소리⁠, 국자가 냄비 바닥을 긁는 소리가 차례로 올라온다⁠. 일곱 시가 되면 계단 일곱 번째 칸이 울고⁠, 쟁반이 방문 앞 바닥에 닿고⁠, 주먹이 문을 세 번 친다⁠. 쿵⁠, 쿵⁠, 쿵⁠. 다음은 대문이고⁠, 골목에 세워 둔 일 톤 트럭의 시동이다⁠. 트럭은 두 번 만에 시동이 걸리고⁠, 걸리고 나면 배기관이 기침을 한다⁠.

12월 9일 목요일 아침에는 트럭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아버지가 가게에 나가지 않고 집에 남았다는 것을⁠, 나는 이불 속에서 들었다⁠.

화요일 밤부터 열이 났다⁠. 목이 칼칼하더니 수요일에는 침을 삼킬 때마다 귀까지 따끔했다⁠. 이틀 동안 배달을 시키지 않았고⁠, 새벽에 욕실에도 가지 않았다⁠. 몸을 일으키면 방이 반 바퀴씩 돌았다⁠. 생수병 두 개로 버텼다⁠. 이 집에서는 이틀 동안 내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카드 문자도⁠, 물 내리는 소리도 없었다⁠.

아버지는 일곱 시에 쟁반을 놓고 문을 세 번 두드린 다음 내려가지 않았다⁠. 문 앞에 서 있었다⁠. 아버지가 서 있으면 복도 마룻장이 발뒤꿈치 무게로 아주 조금 내려앉는다⁠. 십 분쯤 지나 아버지의 목소리가 문틈으로 들어왔다⁠.

“⁠건아⁠. 물 내리는 소리가 이틀째 안 났다⁠.⁠”

두 해 만에 아버지가 문에 대고 한 말이었다⁠. 대답하려고 입을 벌렸는데 목에서 바람 소리만 났다⁠. 아버지는 조금 더 서 있다가 내려갔다⁠. 일곱 번째 칸이 평소보다 늦게 울었다⁠.

아홉 시가 지나자 부엌에서 아버지가 전화를 걸었다⁠. 바닥으로 올라오는 말은 늘 끝이 뭉개졌지만 숫자와 동네 이름은 또렷했다⁠. 신사동 빌라 도어락 교체는 내일로 미루고⁠, 시장 정육점 셔터 열쇠는 오후에 가게 앞에 맡겨 두라고 했다⁠. 가게 문을 하루 닫으면 시장 골목 사람들이 열쇠집 양반 어디 아프냐고 서로 묻는다는 것을⁠, 아버지도 나도 알았다⁠. 마지막 통화는 짧았다⁠. 아버지가 공구상에 경첩 나사 길이를 물었다⁠.

방 안은 낮에도 밤이었다⁠. 두꺼운 암막 커튼 둘레로 겨울 햇빛이 실처럼 새어 들어와 벽에 금을 그었다⁠. 책상 위 모니터는 잠들어 있었고⁠, 키보드 옆에 아버지가 지난주 쟁반 옆에 두고 간 도어락이 놓여 있었다⁠. 버튼 몇 개가 눌리지 않는 낡은 번호 키였다⁠. 두 해 동안 아버지는 고장 난 도어락이나 자물쇠를 가끔 쟁반 옆에 올려놓았고⁠, 나는 밤새 고쳐서 문 밖에 내놓았다⁠. 국은 안 먹어도 도어락은 고쳤다⁠. 아버지도 국그릇은 다시 올려 보내도 고친 도어락은 꼭 가져갔다⁠. 두 해 동안 우리가 같이 한 일은 도어락 고치기 하나였다⁠. 이번 도어락은 아직 뚜껑도 열지 못했다⁠.

머리맡의 휴대전화를 끌어당겼다⁠. 월요일 밤 상담 앱과 나눈 말이 화면에 남아 있었다⁠.

「⁠문 밖 남자가 쪽지 답장을 넣었어⁠. 대출인 거 안대⁠. 그래서 더 못 간대⁠.⁠」

「⁠상대방이 당신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네요⁠. 그 마음이 느껴지시나요⁠?⁠」

「⁠붕어빵 꼬리부터 먹냐고 물어봤어⁠. 맞으면 문 한 번 두드려 달래⁠.⁠」

「⁠귀여운 질문이네요⁠! 두드려 보셨나요⁠?⁠」

「⁠안 두드렸어⁠. 나 머리부터 먹어⁠.⁠」

「⁠그럼 머리부터 먹는다고 알려 주는 것도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어요⁠!⁠」

앱은 언제나 좋은 시작을 찾아냈다⁠. 나는 끝까지 찾지 않았다⁠.

*

같은 목요일 아침 아홉 시⁠, 나는 합정역 근처 공유 오피스 칠 층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회사가 빌려 쓰는 방 세 개 가운데 창이 있는 방이었다⁠. 화이트보드에 팀장이 이번 분기 숫자를 적어 두었다⁠. 「⁠담당 의뢰인 212명 · 방 밖으로 나온 사례 31건⁠」 옆자리 매니저가 숫자를 보며 하품을 참았다⁠.

팀장은 노트북 화면을 벽에 띄웠다⁠. 새로 만든 소개 자료였다⁠. 「⁠석 달 집중 패키지 · 실패 시 제휴 병원 입원 연계⁠」 아래에 작은 글씨로 「⁠입원 연계도 방 밖으로 나온 사례로 집계⁠」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 이번 분기 투자 미팅이 있어요⁠. 숫자가 조금만 더 올라가면 내년 구청 위탁도 이어 가고⁠, 매니저님들 계약도 연장돼요⁠.⁠” 팀장은 웃으며 나를 보았다⁠. “⁠서 매니저님 응암동 건은 아버님이 결정권자시죠⁠?⁠”

“⁠의뢰는 아버님이 하셨습니다⁠. 그래도 당사자는 건 씨예요⁠.⁠”

“⁠그럼요⁠. 그런데 우리 고객은 아버님이세요⁠. 아버님이 석 달이라고 하셨으면 석 달이에요⁠.⁠” 팀장은 다음 화면으로 넘겼다⁠. “⁠회기 인증 사진 꼭 올려 주시고요⁠. 문 사진도 괜찮아요⁠. 투자사가 현장 느낌을 좋아하더라고요⁠.⁠”

월요일에 나는 닫힌 방문 사진을 올렸고⁠, 회사 시스템은 사진 옆에 「⁠회기 완료⁠」라는 초록 도장을 찍었다⁠. 갈색 문짝 한 장이 투자사 자료의 현장 느낌이 되었다⁠. 회의가 끝나자 팀장이 복도에서 내 어깨를 가볍게 쳤다⁠.

“⁠작년처럼만 해 주세요⁠. 서 매니저님 그때 정말 잘하셨어요⁠.⁠”

나는 대답 대신 사원증 줄을 만졌다⁠. 지난해 겨울 다른 집 방문 앞에서 받은 성과급은 통장에 그대로 있었다⁠.

점심을 거르고 6호선을 탔다⁠. 합정에서 응암까지는 열 정거장 남짓이었고⁠, 낮 열차는 비어 있었다⁠. 맞은편 창에 내 얼굴이 비쳤다⁠. 사원증 사진보다 머리가 짧았고 눈 밑이 어두웠다⁠. 광고판에서는 상담 앱 광고가 돌았다⁠. 「⁠밤 세 시에도 대답하는 친구⁠」 고립 청년 열에 일곱이 인공지능에게 위로를 받는다는 보고서를⁠, 나는 지난달 회사 교육 자료에서 읽었다⁠. 읽으면서 나도 밤에 같은 앱을 켠 적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을 지날 때 휴대전화가 떨렸다⁠. 모진국의 음성 문자였다⁠.

「⁠오늘은 오지 마시오 아니 오시오 두 시 말고 지금 오시오 아 이거 어떻게 끄⁠」

문자는 거기서 끊겨 있었다⁠.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나는 남은 정거장을 서서 갔다⁠. 앉아 있으면 다리가 저절로 떨렸다⁠.

*

오후 한 시 오십 분⁠, 응암동 대문 앞에 닿기도 전에 나는 소리를 먼저 들었다⁠. 모터가 돌다가 멎고⁠, 다시 돌다가 멎었다⁠. 끝이 쇳소리로 갈라지는 드릴 소리였다⁠.

대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현관에는 모진국의 작업화가 한 짝은 뒤집힌 채 벗겨져 있었고⁠, 신발장 위에 드릴 상자가 뚜껑이 열린 채 놓여 있었다⁠. 구두를 벗어 던지고 계단을 두 칸씩 올랐다⁠. 일곱 번째 칸이 울었는데도 모진국은 돌아보지 않았다⁠.

모진국은 방문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복도 바깥으로 열리는 문이라 경첩이 복도에 나와 있었다⁠. 위쪽 경첩 나사 네 개 가운데 둘이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모진국이 아래쪽 경첩에 드릴을 댔다⁠. 손등에 핏줄이 돋았다⁠.

“⁠아버님⁠.⁠”

“⁠비키시오⁠.⁠”

나는 비키지 않고 아래쪽 경첩과 드릴 사이로 몸을 밀어 넣어 문에 등을 대고 앉았다⁠. 드릴 끝이 내 어깨 옆에서 멈췄다⁠. 모진국의 숨이 거칠었다⁠. 숨을 참았다가 한꺼번에 내쉬던 사람이 오늘은 참지 못했다⁠.

“⁠이틀이오⁠. 물 내리는 소리도 카드 문자도 이틀째 없소⁠. 아침에 불렀는데 대답도 없고⁠.⁠” 모진국이 턱으로 쟁반 옆 빈 바닥을 가리켰다⁠. “⁠도어락도 안 나왔소⁠. 지난주에 올려 둔 거⁠. 이 년 동안 한 번도 안 빼먹던 녀석이오⁠.⁠”

쟁반 옆 바닥에는 국그릇 자국만 동그랗게 남아 있었다⁠. 나는 도어락이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모진국이 도어락 이야기를 할 때 목소리가 처음으로 갈라졌다는 것은 알았다⁠.

“⁠그럼 119를 부르시죠⁠. 문은 제가 말로 해 보겠습니다⁠.⁠”

“⁠119가 오면 저 녀석이 문 열어 줄 것 같소⁠? 구급대원이 문짝 부수는 거나 내가 경첩 푸는 거나 같소⁠.⁠”

“⁠다릅니다⁠.⁠” 나는 모진국의 눈을 보았다⁠. “⁠구급대원은 오늘 왔다가 가요⁠. 아버님은 내일 아침에도 이 문 앞에 쟁반을 놓으셔야 하고요⁠. 아버님 손으로 경첩을 풀면⁠, 다음부터는 아버님이 노크하실 때마다 건 씨가 드릴 소리를 먼저 떠올릴 겁니다⁠.⁠”

“⁠아버님 열쇠 하시잖아요⁠. 손잡이 따는 게 경첩 푸는 것보다 빠르실 텐데요⁠.⁠”

모진국의 드릴이 잠깐 멈췄다⁠.

“⁠따는 건 안 하오⁠.⁠”

“⁠왜요⁠?⁠”

“⁠안 하는 건 안 하는 거요⁠.⁠” 모진국은 내 눈을 피해 경첩을 보았다⁠. “⁠살아 있으면 드릴 소리를 떠올리겠지⁠. 떠올리라고 해⁠.⁠”

모진국이 내 어깨 너머로 드릴을 다시 댔다⁠. 나는 손바닥을 펴서 경첩을 덮었다⁠. 드릴 끝이 손등에 닿았다⁠. 쇠가 차가웠다⁠. 모진국의 검지가 방아쇠 위에서 떨렸다⁠.

“⁠손 치우시오⁠.⁠”

“⁠삼 분만 주세요⁠. 삼 분 동안 아무 소리가 없으면 제가 직접 경첩을 풀겠습니다⁠.⁠”

모진국은 대답하지 않았고 드릴을 내리지도 않았다⁠. 우리는 그대로 굳었다⁠. 내 손바닥 밑에서 경첩이 문의 무게를 받치고 있었고⁠, 문 안쪽 어딘가에 열이 나는 사람이 있었다⁠. 주머니에서 휴대전화가 떨렸다⁠. 회기 인증 사진을 올리라는 알림일 터였다⁠. 오늘 사진에는 드릴이 같이 찍힐 것이다⁠.

나는 문에 뒤통수를 대고 말했다⁠.

“⁠건 씨⁠. 서지헌입니다⁠. 목요일 두 시예요⁠. 아버님이 지금 경첩을 풀고 계세요⁠. 저는 아버님 손을 막고 있고요⁠. 삼 분 드렸어요⁠. 소리 하나만 내 주세요⁠. 기침이든 뭐든요⁠.⁠”

*

문을 통해 들으면 드릴 소리는 이 사이로 들어온다⁠. 이틀 동안 열로 웅웅거리던 머리에 드릴 소리가 박혔다⁠. 모터가 돌다가 멎을 때마다 끝이 높게 갈라졌다⁠. 베어링 하나가 닳아서 나는 쇳소리였다⁠.

나는 이 쇳소리를 안다⁠. 스물두 살 봄⁠, 아버지 가게에서 처음 받은 월급으로 이 드릴을 샀다⁠. 아버지는 비싼 걸 샀다고 혀를 찼고⁠, 한 달 뒤부터 출장 갈 때마다 내 드릴을 빌려 갔다⁠. 베어링이 닳은 것도 아버지가 빌려 가서였다⁠. 드릴은 두 해 동안 아버지 트럭 짐칸에 실려 있었다⁠. 아버지는 내 드릴로 남의 집 문을 달고⁠, 오늘은 내 방문을 떼러 왔다⁠.

문 밖에서 두 남자가 맞서고 있었다⁠. 아버지의 말은 짧고 거칠었고⁠, 서지헌의 말은 낮고 느렸다⁠. 서지헌이 손바닥을 경첩에 대는 소리가 났다⁠. 살이 쇠에 닿는 소리는 생각보다 크다⁠. 드릴 끝이 살 위에서 떨리는 소리도 들렸다⁠. 아버지가 방아쇠를 당기면 드릴은 경첩보다 먼저 남의 손을 뚫을 것이다⁠.

휴대전화를 쥔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다⁠.

「⁠문 밖에서 드릴 소리 나⁠」

「⁠많이 놀라셨겠어요⁠. 지금 안전한 곳에 계신가요⁠? 위급한 상황이라면 119에 연락하세요⁠.⁠」

앱은 문 밖으로 손을 뻗지 못했다⁠. 문 밖에서 서지헌이 작게 말했다⁠. “⁠일 분 지났어요⁠.⁠” 삼 분이라고 했다⁠. 나는 이불을 걷었다⁠. 방이 반 바퀴 돌았다⁠. 바닥에 손을 짚고 문까지 기어가는 동안 무릎에 닿는 장판이 차가웠고⁠, 귀에서는 피가 도는 소리가 났다⁠. 문짝은 서지헌의 등에 바깥에서 조금 눌려 있었다⁠. 나는 서지헌의 등 반대편에 내 등을 댔다⁠. 나무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등이 등에 기대어졌다⁠. 문 너머의 등이 움찔했다⁠. 서지헌도 알아챘다⁠.

목을 가다듬었다⁠. 바람 소리가 먼저 나왔고⁠, 두 번째에야 목소리가 되었다⁠.

“⁠아버지⁠.⁠”

복도가 조용해졌다⁠. 드릴 모터가 꺼졌다⁠. 아버지의 숨이 멎는 소리가 문을 지나 들어왔다⁠. 이 년 만에 아버지에게 하는 말이었고⁠, 무슨 말을 할지는 한 번도 정해 둔 적이 없었다⁠. 입에서 나온 것은 엉뚱한 말이었다⁠.

“⁠그 드릴 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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