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5,265자) · 명주 · 11월 19일

진술

관찰 일지: 그 집 사람들 · 도경

만 19세 이상 이용가

월요일 아침에 우편물이 왔다. 윤 선생이 대문 우편함에서 신문과 함께 꺼내 들어왔는데, 현관에서 봉투 하나를 따로 빼서 부엌 식탁 위에 놓았다.

“아주머니 앞으로 왔습니다.”

누런 관공서 봉투였고 받는 사람 칸에 내 이름이 찍혀 있었다. 오명주 귀하. 봉투 뒷면 봉합선이 한 번 떨어졌다가 다시 붙은 것처럼 울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윤 선생 앞에서 뜯지 않았다.

“출석 요구서일 겁니다. 수요일이죠?”

“뜯어 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윤 선생은 구두 뒤축을 한 번 튕기고 나갔다. 일곱 시 십 분이었다. 열일곱 해 동안 남의 집에서 내 이름으로 온 우편물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방에 들어가 뜯어 보니 11월 19일 수요일 오전 아홉 시, 성북경찰서 형사과였다. 봉투 안쪽에 한 번 접혔던 자국이 두 개 있었다. 요구서는 한 번만 접혀 있었다.

11월 17일 월요일. 07:05 우편. 출석 요구서. 봉투 뒷면 한 번 뜯겼다 붙은 자국.

*

11월 19일 수요일. 08:30 경찰서 도착. 09:00 진술 시작.

경찰서는 버스로 이십 분이다. 나는 삼십 분 일찍 갔다. 늦으면 그것이 기록에 남는다. 복도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자판기 커피 냄새와 락스 냄새가 섞여 났고, 누군가 전화기에 대고 「그러니까 제 차가 아니라니까요」를 세 번 되풀이했다.

조사실은 생각보다 작았다. 창이 없고 형광등이 하나 있었다. 책상 건너편에 배 형사가 앉고 옆에 오 형사가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 내 공책 한 권 반이 놓여 있었다. 공책 여기저기 노란 색종이 쪽지가 꽂혀 있었는데, 내가 꽂은 것이 아니었다. 쪽지는 스물일곱 장이었다. 나는 앉자마자 그것을 셌고, 세고 나서야 내가 세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배 형사가 내 눈길을 따라가더니 멋쩍게 웃었다.

“그거 제가 꽂은 거예요. 처음엔 다섯 장만 꽂으려고 했는데 읽다 보니까 자꾸 늘더라고요. 아주머니 공책은 이상해요. 칠 시 십 분만 계속 나오다가 갑자기 한 줄이 튀어요. 튀는 줄마다 꽂다 보니까 이렇게 됐어요.”

“튀는 줄이 스물일곱입니까?”

“지금까지는요.”

오 형사가 옆에서 한 장을 더 꺼내 책상에 올려놓았다. 아직 안 꽂은 쪽지였다.

“오늘은 진술서를 씁니다. 말씀하시는 대로 적고, 다 적으면 읽어 보시고 서명하시면 됩니다. 틀린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말씀하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열여섯 해 동안 매일 밤 그것을 했다. 적고, 읽어 보고, 틀리면 두 줄을 긋는다.

세 시간 동안 나는 말했다. 시각을 말하고 소리를 말하고 불빛을 말했다. 10월 2일의 대문 세 번과 현관 매트의 구두를 말했다. 16일 마당의 봉투와 손목을 말했다. 20일 인터폰과 19시 32분 사랑방을 말했다. 22일의 약 한 알과 차고 셔터 두 번과 끝 방 불빛과 23시 52분 현관의 신문지를 말했다. 23일 아침 일곱 시 부엌의 커피와 봉투를 말했다.

그리고 한 문장을 스무 번쯤 썼다. 이건 제가 본 것이고요, 이건 제 생각입니다.

한 번은 배 형사가 볼펜을 멈췄다.

“아주머니, 생각은 안 적어도 돼요. 진술서엔 본 것만 있으면 돼요.”

“적어 주십시오.”

“왜요?”

“빼면 제가 본 것만 남습니다. 본 것만 있으면 읽는 사람이 그게 다인 줄 압니다. 제가 못 본 게 훨씬 많습니다. 생각이라고 적어 두면 거기가 빈 자리라는 게 보입니다.”

배 형사는 입을 조금 벌렸다가 다물고 적었다. 오 형사는 적지 않고 나를 봤다.

*

열 시 반쯤 배 형사가 공책 한 곳을 폈다. 노란 쪽지가 꽂힌 자리였다.

“16일 밤요. 23시 17분, 윤 선생 마당에 나옴, 여자 손목 잡음.”

“네.”

“잡았다. 그 정도예요? 부검에서 왼쪽 손목에 멍이 나왔거든요. 엿새 된 멍이요.”

나는 무릎 위에서 손을 폈다 쥐었다.

“일지에는 잡았다고 적었습니다. 누구나 쓸 수 있는 말이라서요. 진술서에는 쥐었다고 적어 주십시오.”

“차이가 있어요?”

“손등에 힘줄이 섰습니다. 가방끈이 팔꿈치까지 흘러내렸고, 그분이 뒤꿈치를 흙에 박았습니다. 잡은 손으로는 그렇게 안 됩니다.”

배 형사가 한참 나를 보다가 「잡았다」에 두 줄을 긋고 옆에 「쥐었다」를 적었다. 그러고 괄호를 열어 내가 말한 힘줄과 가방끈과 뒤꿈치를 적었다. 두 줄 그은 자리가 내 공책에서 늘 보던 모양이었다.

“아주머니, 공책에서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어요.”

“말씀하세요.”

“13일 밤. 윤지훈 씨가 22일 밤에 끝 방에 있었다, 아버지가 자정 넘어 올라와서 그 사람 이제 안 온다고 했다. 이건 들으신 거죠?”

“들은 것입니다.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만 제가 압니다.”

“법에서는 이걸 전해 들은 말이라고 해요. 그 사람이 직접 와서 말해야 증거가 돼요.”

“압니다. 그래서 들은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분 오실까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훈 씨가 수도꼭지를 보던 얼굴이 떠올랐다. 어머니가 거짓말한 사람이 돼요.

“그건 제가 대답할 게 아닙니다.”

*

열한 시에 십 분을 쉬었다. 배 형사가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타 왔는데 이번에도 두 봉지였다. 배 형사가 담배를 피우러 나간 사이 오 형사가 자리에 남았다.

“이거 여쭤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따님이 계시다고요. 공책에 한 줄 있더군요. 10월 30일, 전화, 딸, 약 육 분.”

“스물아홉입니다.”

“저희 딸이 스물여섯입니다. 넉 달째 얼굴을 못 봤습니다. 제가 집에 들어가면 걔는 자고, 걔가 일어나면 저는 나와 있어요.”

오 형사는 종이컵을 두 손으로 감쌌다. 양복 어깨에 이번에도 흰 가루가 앉아 있었다.

“아주머니는요?”

“일 년 가까이 못 보다가 지난달에 전화했습니다. 방을 하나 비워 놨다고 하더군요. 제 방이라고요.”

“좋으셨겠습니다.”

나는 종이컵을 내려다봤다. 커피 위에 형광등이 떠 있었다.

“무서웠습니다.”

오 형사가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압니다.”

그 한마디 뒤에 배 형사가 돌아왔고, 담배 냄새를 달고 앉았다. 오 형사는 다시 볼펜을 들었다.

*

12:30 진술 종료. 진술서 칠 장.

열두 시 반에 진술서가 나왔다. 일곱 장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없이 입술만 움직여 읽었다. 이십 분이 걸렸다. 틀린 곳이 두 군데 있었다.

한 군데는 시각이었다. 23시 20분이 23시 10분으로 적혀 있었다. 다른 한 군데는 말이었다. 「여자가 봉투를 뿌리쳤다」로 적혀 있었다.

“이건 틀렸습니다. 뿌리친 게 아니라 손등으로 밀었습니다. 세게 민 게 아닙니다. 사모님이 봉투를 놓치셨습니다.”

“그게 그거 아니에요?”

“뿌리쳤다고 하면 그분이 화가 나서 그런 게 됩니다. 그분은 화가 난 게 아니라 안 받기로 한 겁니다. 그건 제 생각이고요.”

배 형사가 머리를 긁적이다가 고쳤다. 고치면서 중얼거렸다.

“열여섯 해 하셨다더니, 보이네요.”

나는 서명했다. 열일곱 해 동안 내가 서명한 종이는 근로 계약서 스물세 장과 서약서 일곱 장이었다. 그날 그 종이가 하나 더 늘었다.

*

정문을 나서자 검은 세단이 서 있었다. 뒷좌석 창이 내려가고 강동수 씨가 얼굴을 내밀었다. 이번에도 웃고 있었다.

“오명주 씨, 타시죠. 모셔다드릴게요. 어차피 같은 집 가시잖아요.”

“버스 타겠습니다.”

강동수 씨가 차에서 내렸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에게 손짓을 하자 차가 천천히 따라왔고, 강동수 씨는 나와 나란히 걸었다. 버스 정류장까지 이백 미터였다. 그 사람 구두가 보도블록 이음새마다 딱딱 소리를 냈다.

“진술 잘하셨어요? 세 시간이나.”

“적힌 대로 말했습니다.”

“그 적힌 거 말인데요.”

강동수 씨가 걸음을 늦췄다. 나도 늦추지 않을 수 없었다.

“사모님 반지가 없어졌습니다. 10월 22일에요. 안방 화장대 위에 있던 다이아 반지요. 결혼 삼십 주년 때 대표님이 해 드린 거요.”

정류장 표지판이 보였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날 밤 안방에 물 떠다 드린 분이 오명주 씨라고, 그 공책에 적혀 있다면서요.”

그 줄을 이 사람이 어떻게 아는지 나는 묻지 않았다. 그날 물을 떠다 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윤 선생이다. 부탁한 사람은 부탁받은 사람이 어디 갔는지 안다.

“그날 제 시각은 경찰서에 있습니다. 21시 10분에 들어가서 21시 14분에 나왔습니다. 사모님이 불 꺼 달라고 하셔서 끄고 나왔습니다.”

“그 공책을 쓴 사람이 오명주 씨잖아요.”

강동수 씨는 여전히 웃었다. 웃는 입과 달리 목소리는 사무적이었다.

“자기 알리바이를 자기가 쓴 거예요. 법정에서는 그걸 그렇게 읽어요. 첫 집 반지 일도 있으시고. 고소장은 오늘 오후에 접수됩니다.”

버스가 왔다. 나는 버스에 올랐다. 문이 닫히기 전에 강동수 씨가 한 발 다가와 말했다.

“오명주 씨, 이런 거 안 하셔도 되는 분이잖아요. 그냥 조용히 다음 집 가시면 되는데.”

문이 닫혔다. 버스가 출발했고 검은 세단이 한동안 뒤따라오다가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빠졌다. 나는 손잡이를 쥐고 서 있었다. 손바닥에 땀이 나서 쇠 손잡이가 미끄러웠다.

12:52 경찰서 정문. 강동수. 사모님 반지 10월 22일 없어졌다고 함. 고소장 접수 예정(본인 말).

*

집에 돌아온 것은 한 시 사십 분이었다. 대문에서 현관까지 열두 걸음. 그날은 열둘이었다.

현관에 사모님이 서 계셨다. 언제부터 거기 서 계셨는지 신발장 위에 놓인 찻잔이 식어 있었다.

“다녀오셨어요?”

“네.”

“다 말씀하셨어요?”

“다 말씀드렸습니다.”

사모님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리고 옆으로 비켜서 나를 들여보내셨다. 나는 신발을 벗다가 손을 멈췄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었다.

“사모님, 반지 없어지셨습니까?”

사모님의 오른손이 왼손을 덮었다. 덮은 손 아래 넷째 손가락에 아무것도 없었다. 반지를 오래 낀 손가락에는 반지를 빼도 그 자리가 남는다. 살이 가늘게 파여 있고, 거기만 볕을 덜 받아 색이 옅다. 사모님 손가락에 그 자리가 있었다.

“아주머니는 몰라도 돼요.”

“고소장이 오늘 들어간다고 합니다. 제 이름으로요.”

사모님이 입술을 깨무셨다. 신발장 위 찻잔 속에 식은 차가 한 번 흔들렸다.

“그이가 그렇게 하겠대요?”

“강동수 씨가 그랬습니다.”

사모님은 대답하지 않으셨다. 덮은 손을 끝내 떼지 않고 계단을 올라가셨다. 네 번째 칸을 건너뛰셨다. 그 칸을 건너뛰는 사람은 이 집에서 나 하나인 줄 알았다.

13:40 귀가. 대문→현관 열두 걸음. 13:42 현관. 사모님. 반지 여쭘. “몰라도 돼요.” 왼손 넷째 손가락 반지 없음, 자국 있음.

마지막 줄의 「자국 있음」은 본 것이다. 그런데 그 자국이 무슨 뜻인지는 짐작이었다. 나는 짐작 칸을 펴고 적었다.

※ 반지를 뺀 손가락. 없어진 반지가 아니라 뺀 반지.

9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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