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5,392자)
삼백 명이 동시에 나를 채점했다
면접관 속마음이 들린다 · 피오담
2026년 12월 17일 목요일 오후 한 시 오십 분, 성수 컨벤션홀 강당 무대에 의자 넷이 놓여 있었다. 의자 앞 탁자마다 이름표가 있었다. 「사회 · 도형석(성수 뷰티기업 협의회 인사분과장)」 「로아랩 인사 상무」 「대학 취업지원센터장」, 그리고 맨 끝에 「백윤아(전 결담 신입사원)」.
객석은 삼백 석이었고 빈자리가 없었다. 앞쪽 다섯 줄은 회사 인사 담당자들이 목에 명찰을 걸고 앉았다. 뒤쪽은 취준생들이었다. 맨 뒤 벽에는 카메라 세 대와 기자들이 있었다.
나는 엄마가 새벽에 다린 남색 재킷을 입고 무대 계단을 올랐다. 패널석 의자에 앉는 순간이었다.
강당이 무너져 내렸다.
‘저 사람이 A 씨.’ ‘협박범.’ ‘아니래, 사직서 냈대.’ ‘어린데.’ ‘도 전무 앞에서 저기 앉다니.’ ‘우리 회사 얘기 나오면 어떡하지.’ ‘단발 예쁘다.’ ‘오늘 몇 시에 끝나.’ ‘저 재킷 다림질 잘됐네.’
삼백이었다. 삼백 개의 속이 한 번에 덮쳐 오는데 하나하나가 다 나를 재고 있었다. 숨이 가빠졌다. 탁자 밑에서 두 손을 꽉 쥐었다. 박람회장에서 쓰던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매달릴 한 목소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숨이 끊어지려던 순간, 강당 맨 뒷줄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왔다.
‘허리 펴. 잇몸 넣고. 재킷 어깨 각 잘 나왔다. 내가 다렸으니까.’
엄마였다. 예슬 옆자리에서 핸드백을 무릎에 올려놓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엄마의 속은 볼륨이 제일 컸다. 나는 엄마의 목소리에 매달렸다. 다리미와 탈수기 소리 속에서 엄마 목소리만 골라 듣던 세탁소 2층처럼. 삼백 개의 소리가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나는 허리를 폈다.
*
두 시 정각, 도형석 전무가 마이크를 잡았다. 남색 넥타이, 반백 머리, 안경. 원고는 없었다.
“오늘 간담회에 결담의 신입사원이었던 백윤아 씨를 모셨습니다. 기사에서 A 씨로 나온 분입니다. 저희는 감출 것이 없어서 직접 모셨습니다.”
객석이 술렁였다. 입보다 속이 더 술렁였다.
“먼저 들려드릴 것이 있습니다.” 전무가 손짓하자 무대 뒤 스크린에 음성 파형이 떴다. “10월 21일, 결담 대표이사실 회의 녹음입니다. 대표이사실 회의는 모두 녹음됩니다.”
스피커에서 내 목소리가 나왔다.
“한 자리 더 만드는 게 소문 하나 막는 것보다 싸요.”
이어서 마 대표의 목소리. “그거 협박이에요?” 다시 내 목소리. “제안이에요.”
전무가 음성을 멈췄다. 강당이 조용했다. 속은 조용하지 않았다.
‘협박범 맞네.’ ‘기사가 맞았네.’ ‘저렇게 들어간 거면 할 말 없지.’ ‘근데 소문이 뭐였는데.’
전무가 나를 보았다. 재고 있었다.
‘먼저 쳤다. 이제 이 애가 무슨 말을 해도 협박범의 말이다.’
전무는 바보가 아니었다. 녹음을 언제 틀어야 하는지 정확히 알았다. 내가 입을 열기 전에, 내 입을 먼저 더럽혀 두었다.
나는 마이크를 잡았다. 손이 떨려서 마이크가 탁자에 한 번 부딪혔다. 퉁, 하는 소리가 강당을 울렸다.
“맞아요. 제 목소리예요.”
객석 앞줄 누군가가 속으로 웃었다. ‘인정하네.’
“저는 그 자리를 그렇게 얻었어요. 면접장에서 합격자가 사장 조카로 정해진 걸 알았고, 사장실에서 그걸로 거래했어요. 정규직 한 자리를 더 만들라고요. 그 한 자리 때문에 원래 2등이던 지원자가 3등이 됐어요. 그래서 12월 2일에 사직서를 냈어요.”
객석이 다시 술렁였다. 방향이 조금 바뀌었다. ‘사직서?’ ‘원래 2등?’ ‘2등은 누군데.’
“제가 정한 자리는 하나예요. 결담에는 해마다 한 자리씩 있었어요. 올해 신입 하나, 지난달 경력 하나, 작년에 하나, 재작년에 하나.”
“근거 없는 말씀은 삼가 주시죠.” 전무가 말했다. 낮고 느렸다. “근거 있으면 보여 주시고요.”
*
객석 세 번째 줄에서 한 사람이 일어났다. 베이지 재킷, 뒤로 묶은 갈색 머리. 소경민 팀장이었다. 손에 투명 파일을 들고 있었다.
“근거는 제가 갖고 있습니다.”
카메라 세 대가 한꺼번에 경민 팀장을 향했다.
“결담 인사팀장 소경민입니다. 대기발령 중입니다. 2026년 결담 마케팅 신입 최종 면접 원본 평가표입니다. 면접관 네 명이 서명했습니다. 원래 순위는 1등 백윤아, 2등 탁성우, 3등 마지원입니다.” 경민 팀장이 숨을 한 번 골랐다. “최종 결과 보고서에는 1등 백윤아, 2등 마지원, 3등 탁성우로 올라갔습니다. 순위를 고친 사람은 저입니다. 세 해 동안 그렇게 했습니다. 고칠 순서를 불러 준 분은 저기 계십니다.”
경민 팀장이 무대의 사회자 자리를 가리켰다.
객석 뒤쪽에서 누군가 일어났다. 남색 패딩, 손에 든 평가표 한 장. 탁성우였다. 성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평가표를 머리 위로 들었다. 합계 칸 옆 볼펜 동그라미 속의 「2」가 강당 뒤쪽에서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들고 있는 팔이 흔들리지 않았다.
전무는 일어나지 않았다. 마이크를 고쳐 잡았다.
“소경민 팀장은 지금 회사 문서 무단 반출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순위를 고쳤다는 것도 본인 진술이고, 제가 시켰다는 것도 본인 진술입니다. 근거는 소 팀장의 손글씨 수첩뿐이죠.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메일 한 통, 문자 한 줄 없습니다.”
‘없다. 지원이한테 보낸 것도 다 지웠다. 내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전무의 속은 겉말과 똑같았다. 전무는 자기 말을 사실로 믿고 있었다. 객석의 속이 다시 흔들렸다. ‘손글씨 수첩이면 약하지.’ ‘팀장이 혼자 한 거 아냐?’ ‘도 전무가 그런 걸 남길 사람이 아니지.’
*
맨 뒷줄에서 엄마 옆자리가 비었다. 지원이었다. 검은 후드티에 슬랙스, 백팩에 드럼 스틱 두 개. 지원은 통로를 따라 무대 앞까지 걸어왔다. 걸음이 박자를 타고 있었다. 쿵, 따, 쿵쿵, 따. 무대 아래에서 멈춰 휴대전화를 들어 올렸다.
“메일 한 통, 문자 한 줄 없다고 하셔서요.”
지원이 객석을 돌아보았다.
“마지원입니다. 결담 마케팅 신입 2등으로 합격했던 사람이고, 결담 대표이사 조카입니다. 저기 계신 도형석 전무님은 우리 큰어머니 동생이에요. 그래서 우리 집안 단톡방에 계세요.”
전무의 속이 처음으로 멈췄다.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러다 한 마디가 왔다.
‘……지원이.’
지원이 휴대전화를 무대 위 영사 담당자에게 건넸다. 스크린에 단톡방 화면을 찍어 둔 사진이 떴다. 날짜와 시각, 보낸 사람의 이름.
「10월 11일 오후 9:14 · 도형석 — 지원아, 화요일 최종 질문 이거 나온다. 외워 와. 순위는 삼촌이 맞춘다.」
밑에 파일이 하나 붙어 있었다. 「최종면접_예상질문」. 지원이 파일을 열게 했다. 질문 다섯 개가 떴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세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그리고 세 번째 줄. 「(다른 지원자에게) 아버님은 무슨 일 하세요?」
강당 맨 뒤 카메라들이 한꺼번에 스크린을 찍었다. 셔터 소리가 비처럼 쏟아졌다.
“삼촌은 보내고 나서 바로 지웠어요. 모두에게서요.” 지원이 말했다. “저는 지워지기 전에 화면을 찍고 파일도 받아 뒀어요. 그때는 일부러 틀리게 대답하려고 외우려던 건데.”
객석 몇 군데서 웃음이 터졌다. 웃음 위로 속이 터졌다. ‘다른 지원자한테 아버지 직업을 물으라고 미리 써 놨네.’ ‘순위는 삼촌이 맞춘다.’ ‘삼촌.’
*
전무가 마이크를 내려놓지 않았다. 목소리도 무너지지 않았다.
“집안 조카한테 면접 요령 알려 준 걸 채용 비리라고 하시면, 여기 앉은 분들 다 해당됩니다.”
앞쪽 다섯 줄이 굳었다. 속이 쏟아졌다. ‘맞는 말이다.’ ‘우리도.’ ‘나도 작년에.’ ‘조카, 사장 딸, 협의회 회장 외손자.’ ‘손 들라고 하면 어떡하지.’ 수백 개의 ‘나도’가 한꺼번에 내 귀로 왔다. 엄마 목소리가 수백 개 밑으로 묻힐 뻔했다.
수백 개 가운데 한 목소리가 다르게 떨렸다. 앞에서 네 번째 줄, 안경 쓴 단발. 노미란 대리였다.
‘말하고 싶다. 무섭다. 말하고 싶다. 상환일 26일. 두 번 남았다. 말하고 싶다.’
나는 탁자 위 예비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서 내려갔다. 사회자도 패널도 막지 않았다. 네 번째 줄 끝에서 미란 대리 앞에 마이크를 내밀었다.
“노미란 대리님, 하실 말 있으시죠?”
미란 대리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안경이 김 서린 것처럼 흐려 있었다. 미란 대리가 마이크를 받았다. 한 번에 일어나지 못하고 의자 팔걸이를 짚고서야 일어났다.
“결담 인사팀 노미란입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가 아니라요. 확인했습니다.” 미란 대리의 목소리는 작고 빨랐고, 마이크가 작은 목소리를 강당 끝까지 실어 날랐다. “올해 신입 최종 순위, 제가 입력했습니다. 전무님이 말로 불러 주셨어요. 메일은 남는다고요. 지난달 경력직도요. 로아랩 상무님 조카분이요. 제가 손으로 받아 적어서 입력했습니다.”
패널석의 로아랩 상무가 안경을 벗었다. 객석 앞줄의 속이 일제히 로아랩 상무에게로 쏠렸다.
패널석 가운데 앉은 대학 취업지원센터장이 탁자 위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옆 사람에게 속삭였다. “이거 오늘 다 기사 나가죠?” 스피커가 속삭임을 강당 끝까지 날랐다. 객석 뒤쪽 취준생들이 한꺼번에 웃었다. 센터장은 마이크 스위치를 찾느라 탁자 밑을 더듬었고, 끝내 찾지 못해 마이크를 손수건으로 덮었다. 웃음이 가라앉는 동안 성우는 평가표를 든 팔을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
*
도형석 전무가 일어났다. 천천히. 마이크를 든 채로 객석을 내려다보았다. 셔터 소리가 멈췄다.
“처벌은 받겠습니다.”
목소리가 낮고 느렸다. 면접장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부스 뒤 창고에서와 같았다.
“다만 한 가지는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 계신 인사 담당자분들 가운데 절반은 저와 같은 일을 했습니다. 시킨 사람이든, 받은 사람이든, 고친 사람이든. 손 드시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강당이 얼어붙었다. 입은 다 다물었다. 속은 하나도 다물지 않았다. ‘맞다.’ ‘나도.’ ‘저 사람 혼자 나쁜 놈은 아니다.’ ‘그래도 저 사람이 했다.’ ‘내년엔 안 한다.’ ‘내년에도 시키면.’ 수백 개의 속이 서로 부딪혔다. 전무의 말은 맞았고, 맞았기 때문에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전무는 목에 건 「협의회 인사분과장」 명찰을 벗어 사회자 탁자에 올려놓았다. 명찰 끈을 가지런히 감아서. 마이크도 명찰 옆에 눕혔다. 그러고는 무대 계단을 내려와 가운데 통로를 걸었다. 걸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카메라들이 전무를 따라 돌았다.
통로 중간, 마이크를 든 채 서 있던 내 옆을 지나갔다. 전무가 나를 보았고, 마지막으로 재었다.
‘증거는 내 휴대전화가 아니라 우리 집 단톡방에 있었다. 백윤아는 끝까지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했다. 증명은 남들이 했다.’
맞는 말이었다. 나는 들었을 뿐이고, 들은 것은 끝까지 증거가 되지 않았다. 원본은 경민 팀장이, 메시지는 지원이, 입력은 미란 대리가, 「2」는 성우가 들고 왔다.
강당 문이 닫혔다. 내 휴대전화가 재킷 주머니에서 한 번 떨었다. 문자였다.
「내일 아침 아홉 시, 사장실로 와요. 원본 들고. — 마상구」
맨 뒷줄에서 엄마의 속이 들렸다. ‘허리 폈다. 잇몸 나왔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