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400자)
원데이 클래스
주인을 지키는 키링 인형 · 연채온
월요일 아침, 공방 계정에 메시지가 하나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원데이 클래스 신청합니다. 오늘 오후 두 시 한 명. 수강료는 원래 금액의 열 배로 드리겠습니다. — 폭신컴퍼니 피승진」
슬아가 메시지를 소리 내어 읽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우리 원데이 클래스 있었어?”
“없어.”
“그럼 열 배는 영 원이네.”
해나는 답장을 보냈다. 「클래스 없습니다.」 일 분 만에 답이 왔다. 「그럼 제가 첫 수강생이 되겠습니다.」
오후 두 시 정각, 문 방울이 울렸다. 승진은 회색 정장 차림으로 하얀 봉투와 카페 쿠키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봉투를 작업대에 내려놓자 슬아가 봉투 두께를 눈으로 쟀다. 해나는 봉투를 승진 앞으로 도로 밀었다.
“돈 안 받아요.”
“그럼 쿠키라도 받아 주세요. 쿠키는 저희 회사 거 아닙니다.”
해나는 대답 대신 무탁이 늘 앉던 낮은 의자를 가리켰다. 승진은 의자를 내려다보았다. 무릎까지밖에 오지 않는 의자였다. 승진은 정장 바지를 한 번 추스르고 의자에 앉았다. 무릎이 턱 밑까지 올라왔다. 슬아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며 어깨를 떨었다.
*
해나는 크림색 몸통 하나와 펠트 귀 조각, 바늘 하나를 승진 앞에 놓았다.
“귀부터 달아 보세요. 시접 접어서 감침질로요.”
“감침질이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
“천 끝을 감싸면서 꿰매는 거예요. 이렇게요.”
해나가 귀 하나를 한 땀 한 땀 보여 주었다. 승진은 해나의 손가락을 눈으로 따라갔다. 따라가는 눈은 빨랐는데 손이 따라오지 못했다. 첫 땀에서 승진은 바늘로 검지를 찔렀다. 두 번째 땀에서는 엄지를 찔렀다. 세 번째 땀은 귀를 지나 정장 소매까지 뚫고 들어갔다.
“사업부장님, 귀가 팔에 붙었어요.”
승진이 팔을 들어 올리자 토끼 귀가 소매 끝에서 대롱거렸다. 승진은 귀를 한참 내려다보았다.
“팔에 귀가 달린 토끼면 새 캐릭터로 가도 되겠는데요.”
“농담하시는 거예요?”
“반은요. 귀여운 건 어디 붙어도 팔립니다.”
슬아가 참지 못하고 작업대에 엎드렸다. 승진은 소매에서 귀를 뜯어내고 다시 시작했다. 일곱 번째 찔렸을 때 승진의 검지 끝에 피가 맺혔다. 해나가 밴드를 건넸다. 승진은 밴드를 감으며 투덜거리지 않았다. 대신 손목시계를 보았다.
“귀 하나에 이십삼 분 들었습니다. 사장님은요?”
“삼 분이요.”
“공장에서는 이 초입니다. 귀는 공장이 이기네요.”
“귀는 그래요.”
*
“사업부장님.”
해나가 귀 조각을 내려놓았다. 승진이 밴드 감은 손가락을 접었다.
“중학생 때 차옥 수선에 오셨죠. 교복 바지 단 줄이러.”
승진의 손이 작업대 위에서 멈췄다. 바늘이 손가락 사이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승진은 바늘을 줍지 않았다.
“누가 그러던가요?”
“떡볶이집 이모가요. 할머니가 체육복 자투리로 토끼를 만들어 줬다고 했어요. 귀 한쪽만 초록인 토끼요.”
승진은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창밖 골목에서 줄 선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어왔다. 승진은 허리를 굽혀 바닥의 바늘을 주웠다. 바늘을 해나의 손목 바늘꽂이에 직접 꽂아 주었다. 손끝이 해나의 손목에 닿을락 말락 했다.
“그 토끼, 아직 있습니다.”
“보여 주세요.”
“다음에요. 오늘은 수강생이니까요.”
승진은 다시 귀 조각을 집어 들었다. 해나는 더 묻지 않았다. 승진의 귀 끝이 빨갛게 달아 있었다.
*
세 시 반, 문 방울이 울리고 근무복 위에 점퍼를 걸친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망원지구대 팀장이었다. 지난주 순경이 몰래 줄을 선 것을 보고 웃었다는 팀장이었다. 팀장은 승진을 보고 잠깐 멈칫했다가, 작업대 앞 의자에 앉았다.
“우리 순경이 하도 자랑을 해서요. 줄은 못 서고, 사장님이 따로 시간을 내 주신다고 해서.”
“천 가져오셨어요?”
팀장은 점퍼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하늘색 손수건은 가장자리가 해져서 실밥이 너풀거렸다.
“집사람이 결혼할 때 준 거예요. 이십 년 됐어요. 경찰 시험 붙던 날 이걸로 땀 닦았어요.”
해나는 손수건 가장자리에서 올을 풀었다. 금실 한 가닥과 함께 엄지와 검지로 비볐다. 승진이 낮은 의자에서 상체를 내밀었다. 꼬인 실이 금빛으로 번지는 것을 승진은 숨도 쉬지 않고 보았다.
“꼬는 건 누구나 돼요.” 해나가 말했다. “사업부장님 손으로 해도 돼요. 공장 기계로 해도 되고요. 실은 헌 천을 먹으면 금빛이 돼요.”
“그럼 어려운 게 뭡니까?”
해나는 대답하지 않고 바늘에 금실을 꿰었다. 팀장을 보았다.
“밤에 어느 길로 가세요?”
팀장은 웃으려다 말았다. 해나의 얼굴을 보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순찰 돌 때 말이에요, 집에 갈 때 말이에요?”
“더 무서운 길이요.”
팀장이 잠깐 생각했다.
“집에 갈 때요. 순찰은 둘이 도니까. 지구대 뒷문으로 나와서 빌라 골목으로 들어가요. 거기 고양이 밥 주는 할머니가 계세요. 밤 열두 시에도 계세요. 제가 늘 들어가시라고 하는데 안 들어가세요. 할머니 지나면 계단이에요. 계단이 마흔두 개예요. 제가 세어 봤어요. 계단 위가 우리 집이에요. 계단 중간쯤에 센서 등이 고장 났어요. 구청에 세 번 신고했어요.”
해나는 첫 땀을 놓았다. 지구대 뒷문이 열렸다. 빌라 골목으로 들어갔다. 고양이 밥그릇 옆에 쪼그려 앉은 할머니가 손을 흔들었다. 계단을 하나씩 올랐다. 스물한 번째쯤에서 센서 등이 켜지지 않았다. 해나의 바늘이 느려졌다. 어두운 계단 한 칸 한 칸을 바늘이 더듬었다.
승진은 손목시계를 보지 않았다. 해나의 손을 보지도 않았다. 해나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해나의 눈은 작업대를 보고 있었지만 작업대에 있지 않았다. 입술이 아주 작게 움직였다. 숫자를 세고 있었다. 스물둘, 스물셋.
사십 분이 지났다. 해나가 별의 왼쪽 아래 꼭짓점을 짧게 끊었다. 손끝이 따뜻했다. 별이 크림색 가슴 위에서 빛을 머금었다. 팀장은 토끼를 두 손으로 받아 들고,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헛기침을 했다.
“이거 무전기 옆에 달면 되죠?”
“무전기 옆이요. 남한테 주시면 안 되고요.”
팀장은 토끼를 점퍼 안에 품고, 문턱에서 한 번 더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문 방울 소리가 잦아들자 해나가 작업대 위의 손수건 자투리를 집었다.
“한 번 해 보셔도 돼요.”
해나가 손수건에서 푼 올 한 가닥과 금실 한 가닥을 승진의 손바닥에 올려 주었다. 승진은 두 가닥을 엄지와 검지 사이에 넣고 서툴게 비볐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승진이 숨을 참고 조금 더 세게 비비자 손가락 사이에서 금빛이 번졌다. 하늘색 올이 금실에 감겨 들어가며 길어졌다.
승진은 손가락을 벌리고 꼬인 실을 내려다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술이 조금 벌어져 있었다. 해나는 승진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열다섯 살 남자아이를 보았다. 승진은 실을 해나에게 돌려주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이건 공장에서도 되겠습니다.”
“네. 실은 돼요.”
승진이 낮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무릎이 뚝 소리를 냈다.
“사장님, 별 놓는 동안 계단을 세셨죠.”
“네.”
“팀장님 집 계단을요.”
“네.”
승진은 밴드 감은 검지를 엄지로 문질렀다. 오래 문질렀다.
“그걸 열 번 하시는 거네요. 하루에.”
“열 번까지만 돼요.”
“알겠습니다.” 승진은 쿠키 상자를 작업대 한가운데로 밀었다. “오늘 수업 감사했습니다. 수강료는 다음에 다른 걸로 드리겠습니다.”
*
밤 아홉 시, 해나와 슬아는 떡볶이집 평상에 앉아 승진이 두고 간 쿠키를 먹었다. 버터 냄새가 진했다. 슬아는 쿠키를 세 개째 먹다가 휴대전화를 평상 위에 내려놓고 화장실에 갔다. 화면이 켜졌다. 알림이 떴다.
「[폭신컴퍼니] 구슬아 님, 캐릭터 디자이너 처우 안내드립니다. 연봉 사천팔백만 원 · 해외 라인 참여 · 회신 기한 10월 29일」
해나는 화면을 보지 않으려 했다. 알림은 해나가 보지 않으려 하는 사이에 두 번 더 떴다. 「회신 부탁드립니다」 「피승진 부장님이 직접 연락드릴 예정입니다」
슬아가 돌아와 평상에 앉았다.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가, 화면을 보고, 해나를 보았다.
“봤어?”
“떴어.”
“봤네.” 슬아가 휴대전화를 뒤집어 내려놓았다. “지난달에 받았어. 명함 받은 날. 정식 제안은 지난주.”
“왜 말 안 했어?”
“말하면 네가 이런 얼굴 할 거니까.”
“무슨 얼굴?”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얼굴.” 슬아가 쿠키 부스러기를 손바닥으로 쓸어 모았다. “해나야, 나 학자금 이천삼백 남았어. 너네 공방에서 받는 돈으로는 이자 내면 끝나. 이번 달에 월세 올랐잖아. 하루 열 개에 삼만 원으로 우리 둘이 언제까지 버텨?”
“버틸 수 있어.”
“너는 버틸 수 있지. 할머니 공방이 있으니까. 할머니 실패도 있고. 나는 없어.”
슬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놀랄 때나 화날 때 슬아는 목소리가 낮아졌다.
“폭신에 세 번 떨어졌어. 세 번. 네 번째에 저쪽에서 먼저 왔어. 내 도안이 공장에서 찍혀서 전국 가방에 달리는 거, 나 그거 하려고 의상학과 갔어.”
“공장 토끼는 안 지켜.”
“네 토끼도 열 명만 지켜.” 슬아가 해나를 똑바로 보았다. “나는 디자인으로 만 명한테 닿고 싶어. 지켜 주지 못해도. 귀엽다고 웃게라도.”
해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평상 밑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가 쿠키 부스러기를 핥았다. 말선이 가게 안에서 텔레비전 소리를 키웠다. 저녁 뉴스가 일본의 캐릭터 키링 판매가 해마다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대답 안 했어.” 슬아가 말했다. “29일까지야.”
“알았어.”
“알았다고 하지 마. 가지 말라고 해.”
해나는 입을 열었다. 가지 말라는 말이 혀끝까지 왔다가 내려갔다. 할머니가 수선집에서 해나에게 별 놓는 법을 처음 가르치던 날이 떠올랐다. 열다섯 살이었다. 할머니는 별을 놓는 사람은 자기 별을 못 단다고 했다. 그럼 할머니 별은 누가 놔 주느냐고 묻자, 할머니는 바늘을 내려놓고 오래 웃었다. 남이 놔 줘야지. 근데 다들 바빠서 안 놔 주더라.
“가지 마.”
해나가 겨우 말했다. 슬아는 쿠키 부스러기를 털고 일어났다.
“늦었어. 그 말.”
슬아는 쿠키 상자를 평상에 두고 골목을 걸어 나갔다. 슬아의 가방 손잡이에서 해나가 지난봄에 놓아 준 토끼가 흔들렸다. 귀는 슬아의 졸업 작품 자투리인 노란 체크 천이었다. 망원시장 입구의 가로등 밑을 지날 때 토끼의 별이 한 번 반짝였다. 해나는 슬아가 모퉁이를 돌 때까지 평상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
밤 열한 시, 해나가 공방 불을 끄려는데 휴대전화가 떨렸다. 승진의 메시지였다.
「오늘 수업에서 하나 배웠습니다. 사장님은 열한 번째 별에서 길을 놓치시죠. 손이 아니라 머리가 지치는 거고요.」
「열한 번째 별이 왜 비뚤어지는지 저도 압니다. 제가 그 길을 스물네 해 동안 걸었으니까요.」
「목요일 오후 세 시, 김포 공장으로 오세요. 보여 드릴 게 있습니다. 주소 보내 드립니다.」
해나는 메시지를 두 번 읽었다. 앞치마 주머니에서 실패를 꺼냈다. 실패는 차가웠다. 맞은편 체험관은 불이 꺼져 있었고, 유리문 안쪽에서 사람 키만 한 토끼 인형의 그림자가 가로등 불빛에 길게 누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