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5,010자) · 삼백이십억

참고인

격자 오류 · 문가온

시의회 본회의장 옆 소회의실은 방청석이 스무 자리였다. 나는 정직 중이라 공무원 출입구로 못 들어갔다. 시민 출입구로 들어가 방청권을 받았다. 방청권 뒷면에 주소를 적는 칸이 있었다. 나는 내 주소를 적었다. 옆에서 옥순 반장이 방청권을 받아 들고 한참 볼펜을 쥐고 있었다. 반장은 주소 칸에 331-208이라고 적었다. 안내 직원이 그 종이를 보고 난처하게 웃었다. 반장은 웃지 않았다. 직원은 종이를 받아 방청권 상자에 넣었다.

방청석에는 스무 명이 앉았다. 옥순 반장, 준호 엄마, 박말순 할머니, 108-441에서 온 공장 작업복 남자 둘, 402-017에서 민 선배 차를 타고 온 할머니 하나. 민 선배, 강 팀장. 강 팀장은 오늘도 작은 양복이었다. 권혜린 부장은 오지 않았다. 올 수 없었다. 부시장 출석 자리에 설계부장이 방청석에 앉아 있으면 그건 선언이 된다. 부장은 대신 아침에 문자 한 줄을 보냈다. 「속기록 원문 요청해 뒀습니다. 인사위원회 것도.」

한 시 오십 분, 복도 끝 정수기 앞에서 한설을 만났다. 한설은 종이컵에 물을 받아 놓고 마시지 않고 있었다. 컵을 쥔 손가락 끝이 하얬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 섰다. 한설이 컵을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받아서 반을 마시고 돌려주었다. 한설이 나머지 반을 마셨다. 그리고 빈 컵을 구겨 쓰레기통에 넣었다. 들어가지 않고 튕겨 나왔다. 한설이 주워서 다시 넣었다.

“두 번 넣어야 들어가네요.”

한설은 그 말을 하고 소회의실로 들어갔다.

오후 두 시, 행정사무감사가 시작됐다. 도시계획국 소관. 증인석에 남궁현 부시장이 앉았다. 은발이 형광등 아래서 하얗게 빛났다. 그 옆 참고인석에 한설이 앉았다. 회색 점퍼 대신 흰 블라우스를 입었다. 무릎 위에 공책 두 권을 포개 놓았다. 2015년 권과 새 공책.

첫 질의는 도시건설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이 했다. 부시장과 친한 사람이라고 강 팀장이 귀띔해 주었다. 질문은 부드러웠다. 스마트밸리 사업의 경제 효과, 일자리, 세수. 부시장은 숫자로 대답했다. 막힘이 없었다.

여당 의원은 마지막에 참고인석으로 몸을 돌렸다.

“참고인. 본인이 지운 구역에 본인이 십일 년째 살고 있다고요. 지번이 다시 생기면 보상금이 나올 텐데, 그걸 노리는 거 아닙니까?”

한설은 마이크를 자기 쪽으로 조금 당겼다.

“그 구역 보상금 대상자 명단을 만든다면 저는 맨 끝에 넣어 주십시오. 아니면 빼 주십시오. 제가 지웠으니까요. 다만 제 이름을 빼도 백열한 명이 남습니다. 그중 스물여덟 명은 거기서 태어났고, 태어나서 한 번도 주소를 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아이들은 아무것도 노린 적이 없습니다.”

여당 의원은 더 묻지 않았다. 서류를 덮었다. 방청석에서 준호 엄마가 소매로 눈가를 한 번 눌렀다.

두 번째 질의자는 야당 초선 의원이었다. 서른아홉. 서류철 대신 종이 두 장을 들고 있었다.

“참고인께 여쭙겠습니다. 성함과 당시 소속.”

“한설입니다. 2015년 좌표설계부 신입. 임시 계정 T-0417.”

방청석이 조금 웅성거렸다. 부시장은 참고인석 쪽을 보지 않았다. 앞만 봤다.

“2015년 9월 3일 새벽, 좌표 세 곳을 지도에서 제외한 작업자가 참고인입니까?”

“네. 제가 눌렀습니다.”

한설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공책 위에 두 손을 포개고.

“지시자는 누구였습니까?”

“당시 설계부장 남궁현입니다. 새벽 두 시 이십 분에 감사실로 직접 오셨고, 종이 한 장에 좌표 셋을 적어 주셨습니다. 셋째 좌표는 제 집이었습니다. 부장님은 제 인사 기록 주소를 알고 계셨고, 그래서 저에게 시키셨습니다. 「한 선생 집이죠. 그러니까 한 선생이 하는 게 맞아요.」 그 말은 제가 그 자리에서 파일로 적어 두었습니다. 두 시 이십육 분 작성, 두 시 오십 분 저장. 원본 파일의 생성 기록을 제출했습니다.”

의원이 부시장을 봤다.

“증인, 사실입니까?”

부시장은 마이크에 몸을 기울였다. 웃었다. 이가 보였다.

“십일 년 전 새벽에 신입 직원 방에 제가 갔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다만 격자 오류 정리는 설계부 통상 업무였고, 결재는 제가 일괄로 했습니다. 그 신입이 무슨 메모를 썼든 그건 개인 기록이고요.”

“보정값 유효 기간은 누가 정했습니까?”

“제가 정했습니다. 사업 일정에 맞춰서. 지난주 인사위원회에서도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의원은 첫 번째 종이를 들어 보였다.

“그 인사위원회 속기록입니다. 증인 발언 그대로. 「내가 정했죠. 사업 일정에 맞춰서.」 맞습니까?”

“맞습니다.”

의원은 두 번째 종이를 들었다.

“참고인께 묻겠습니다. 세 좌표의 유효 기간, 사천이십일 일, 사천오십 일, 사천삼십팔 일. 누가 입력했습니까?”

“제가 입력했습니다. 부장님은 그 칸을 부르지 않으셨습니다. 비워 두면 무기한이 됩니다. 저는 무기한으로 두기 싫었습니다.”

“왜 그 숫자입니까?”

한설은 그때 처음으로 공책을 폈다. 2015년 권 맨 뒷장. 연필 글씨가 흐려져 있었다.

“세 숫자가 다르게 끝나야 했습니다. 같은 날 만료되면 그날 밤 감사 담당 한 사람이 셋을 한꺼번에 정렬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날짜를 벌렸습니다. 402-017은 열이레 먼저, 108-441은 열이틀 나중. 다른 사람이 근무하는 밤에 하나씩 틀리게. 한 사람이 놓치면 다른 사람이 보라고.”

방청석이 조용했다. 민 선배가 앞자리 등받이를 손으로 쥐었다. 402-017. 열이레 먼저. 그 밤의 근무자가 민 선배였다.

“그리고 331-208은.”

한설은 거기서 한 번 숨을 쉬었다.

“사천삼십팔 일 뒤가 할머니 생신이었습니다. 그날 새벽에 우리 집 합계가 틀리면, 누가 한 번은 들여다볼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는 그해 겨울에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그날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나는 첫날 밤을 떠올렸다. 새벽 두 시, 419,428,800. 그 숫자가 뜬 밤이 한 사람의 할머니 생일이었다. 나는 그 밤 정렬 단추 위에 커서를 올려 두고 있었다.

의원이 부시장을 봤다. 오래 봤다.

“증인. 증인은 지난주 인사위원회에서, 그리고 방금 이 자리에서, 증인이 정하지 않은 숫자를 증인이 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 공개 기록으로.”

부시장은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거두지 않은 채로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그 신입이 결재도 없이 공문서 기간을 임의로 입력했다는 거네요. 그건 공전자기록 위작이에요. 본인이 방금 자백한 거고.”

“증인, 질문에 답하십시오. 숫자를 누가 정했습니까?”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결과는 같아요. 그 땅은 지번이 없고, 지번 없는 구조물은 보상 대상이 아니에요. 법대로 가면 스마트밸리 이단계 사업비에서 보상비 삼백이십억이 빠집니다. 시민 세금 삼백이십억.”

그는 그 숫자를 자랑처럼 말했다. 말하고 나서 방청석을 한 번 봤다. 방청석의 스무 명이 그를 보고 있었다. 삼백이십억이 누구의 몫이었는지 아는 사람들이.

의원은 종이를 내려놓았다.

“증인. 지번을 지운 사람이 지번이 없다는 이유로 보상을 안 하는 걸, 증인은 절감이라고 부르십니까?”

부시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처음이었다. 그는 물컵을 들어 물을 마셨다. 컵을 내려놓는 소리가 마이크에 잡혔다. 딱.

감사는 네 시에 끝났다. 위원회는 두 가지를 의결했다. 331구역 행정대집행 보류 권고. 그리고 감사원 감사 청구. 권고는 권고였다. 강제력이 없었다. 부시장은 의결이 끝나자 비서와 함께 옆문으로 나갔다. 나가면서 참고인석 쪽을 한 번 봤다. 한설은 그 눈을 받았다. 피하지 않았다.

복도에서 한설에게 봉투 하나가 건네졌다. 도시계획국 법무팀 명의. 「공전자기록 위작 혐의 고발 예정 통지.」 부시장실이 감사 끝나기 전에 준비해 둔 것이었다.

한설은 그 봉투를 뜯어 한 번 읽고, 새 공책 사이에 끼웠다. 봉투 모서리가 공책 밖으로 조금 삐져나왔다. 한설은 그걸 밀어 넣지 않았다.

“예상했어요.”

“한설 씨.”

“이제 저는 지운 사람이에요. 공식적으로. 그런데 이상하죠.”

한설은 복도 창밖을 봤다. 시의회 앞 광장에 저녁 해가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지운 사람이 되니까 제 이름이 다시 생겼어요. 고발장에는 주소를 적어야 되거든요. 법무팀이 제 주소를 찾느라 인사 시스템을 뒤졌대요. 못 찾아서 331-207이라고 적었대요.”

한설은 웃었다. 소리 없이. 그 웃음이 무엇인지 나는 알았다. 할머니도, 옥순 반장의 남편도, 이 사람도, 모두 담 너머 번지로 적혀 있었다.

옥순 반장이 다가와서 한설의 어깨를 한 번 쥐었다. 박말순 할머니가 한설의 손을 잡았다. 108-441에서 온 남자 하나가 휴대폰 번역기를 켜고 한설에게 무슨 말을 했다. 번역기가 읽었다. 「당신은 우리를 지웠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우리를 셌습니다. 두 번째가 더 깁니다.」

한설은 그 번역기 화면을 한참 봤다. 그리고 새 공책을 폈다. 오늘 날짜 아래에 적었다. 방청석 스무 명. 그 아래 작게. 우리 쪽.

그날 밤 권혜린 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속기록 원문을 받았다고 했다. 부시장 발언 두 번. 「내가 정했죠.」 그리고 삼백이십억.

“유안 씨. 부시장실이 재계고를 냈어요. 권고는 무시하고, 계고 기간을 줄여서요. 안전 위험 구조물이라는 사유로. 대집행 영장은 모레 나가고, 집행일은 스무 날 뒤예요.”

“재정렬안은요.”

“제 결재란은 채웠어요. 부시장 결재로 올라가면 반려될 거예요. 규정상 격자 전면 재정렬은 부시장 결재 사항이니까.”

부장은 잠깐 말을 멈췄다.

“그런데 규정에 하나 더 있어요. 긴급 정합 조치. 격자에 실제 거주가 확인된 누락이 있을 때, 설계부장과 담당 설계자 두 사람의 키로 즉시 실행할 수 있어요. 사후 보고. 2009년에 누가 넣은 조항인데 한 번도 안 썼어요.”

“담당 설계자가 정직 중입니다.”

“알아요. 정직은 석 달이고, 스무 날 뒤는 석 달 안이에요.”

전화 너머에서 부장이 숨을 한 번 내쉬었다.

“생각해 봐요. 키를 돌리면 오만 천사백육십 집 주소가 한꺼번에 바뀌어요. 그 전화는 제가 받는다고 했지만, 기안자 칸에는 유안 씨 이름이 들어가요. 정직 중인 직원이 키를 돌린 게 돼요.”

전화가 끊겼다. 방 안이 조용했다. 냉장고 소리만 났다. 나는 지갑을 꺼냈다. 종이 두 장. 「217」. 그리고 「몇 시든」.

8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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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인 · 격자 오류 · 나오늘 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