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5,002자) · 셈이 넷

부시장실

격자 오류 · 문가온

부시장실 호출은 사흘 뒤 오전에 왔다. 비서실 전화였고, 사유는 없었다. 「부시장님이 잠깐 뵙자고 하십니다. 열한 시.」 나는 그 전화를 받기 전날 밤, 십일 년 전 감사 기록을 세 번 더 열어 봤다. 열어 볼 때마다 조회 기록이 남는다. 누가, 언제, 어느 기록을 열었는지. 감사 기록도 감사를 받는다.

부시장실은 본관 십이층이었다. 문을 열면 먼저 창이 보인다. 해은시 전경이 통유리 한 장에 다 들어온다. 격자 필름은 붙어 있지 않았다. 도시가 줄 없이 펼쳐져 있었다. 남궁현 부시장은 창 앞 소파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나를 맞았다. 예순둘. 은발을 짧게 깎았고, 셔츠 소매 단추를 풀어 한 번 접어 올렸다. 악수하는 손이 건조하고 따뜻했다.

“유안 씨. 앉아요. 커피?”

“괜찮습니다.”

“좌표설계부. 나 거기 부장이었어요. 십 년 넘게. 아직도 새벽 두 시에 합계 돌리나?”

“돌립니다.”

“좋은 일이에요. 그 시각이 제일 정직하지.”

부시장은 탁자 위 서류철을 내 쪽으로 밀었다. 두께가 얇았다. 표지에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감사 기록 조회 이력이 올라와서요. 331-208, 2015년 구월. 일곱 번. 유안 씨가 열었더라고.”

“업무상 확인했습니다. 면적 합계 불일치가 있었습니다.”

“그렇지. 보정값 만료. 알아요.”

부시장은 웃었다. 그 웃음에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그거 내가 넣은 숫자예요. 사천삼십팔 일. 스마트밸리 이단계 착공 예정일에 맞춘 거지. 그때쯤이면 저 구역은 계고 들어가고, 구조물은 정리되고, 합계가 틀려도 틀린 자리에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깔끔하게 정렬 한 번 돌리면 끝.”

부시장은 그 말을 숨기지 않았다. 숨길 필요가 없다는 듯이. 나는 그 태도가 무엇보다 무서웠다.

“거기 사람이 백열두 명 삽니다.”

“알아요.”

“스물여덟 명은 거기서 태어났습니다. 출생신고가 안 됐습니다.”

“알아요.”

“2023년에 구급차가 못 들어가서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그것도 알아요.”

부시장은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창밖으로 331구역 쪽이 보였다. 거기만 지붕이 낮았다.

“유안 씨. 주소 없는 사람한테는 보상할 필요가 없어요. 법이 그래요. 없는 사람한테 시 예산을 주면 그게 배임이에요. 나는 법을 어기지 않았어요. 지도를 고쳤을 뿐이지. 지도 고치는 게 우리 부서 일이었잖아요.”

“그건 고친 게 아니라 지운 겁니다.”

“같은 말이에요. 유안 씨도 해 봤잖아.”

부시장은 서류철을 펼쳤다. 첫 장에 삼 년 전 내 작업 기록이 있었다. 〈217-104 지도 제외(사유: 격자 오류) — 작업자: 유안〉. 둘째 장에 행정대집행 결과 보고서가 붙어 있었다. 비닐하우스 아홉 동. 보상 대상 없음. 첨부 서류 목록 맨 아래에 내 작업 기록 번호가 적혀 있었다.

“유안 씨 정렬 덕분에 그 대집행이 깔끔했어요. 서류상으로는 유안 씨가 첫 단추를 끼운 거예요. 지번이 없으니까 보상도 없었고.”

나는 그 서류를 봤다. 손이 차가워졌다. 삼 년 전 그 밤, 십 분. 합계는 맞았고 빨래는 없어졌다. 그 사이에 이 사람의 결재가 있었는지 나는 몰랐다. 몰랐다는 게 아무것도 덜어 주지 않았다.

“그래서 제안하는 거예요.”

부시장이 서류철을 덮었다.

“331-208, 이번에 깔끔하게 정렬 돌려 줘요. 보정값 만료됐으니까 합계 틀린 거 맞추는 거지. 유안 씨 업무예요. 그리고 내년에 도시계획국 스마트밸리 추진단으로 와요. 좌표 아는 사람이 필요해요. 팀장 자리.”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그 사람들이 거기 사는 걸 알고 지우셨습니까?”

“알았죠. 모르고 지우면 그게 실수고, 알고 지우면 그게 행정이에요.”

부시장은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잔 받침에 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정확했다.

“유안 씨, 주소가 뭔지 알아요? 주소는 이 도시가 누구를 셈에 넣는지 정하는 거예요. 셈에 넣으면 돈이 들고, 안 넣으면 안 들어요. 이십이 년 전에 안쪽 좌표 밀었을 때 이 도시가 열한 달을 앓았어요. 나는 그걸 봤어요. 그래서 배웠지. 밀지 말고 빼면 된다는 걸. 빼면 아무도 안 앓아요. 빠진 사람들만 빼고.”

“안 하면요.”

“안 하면.”

부시장은 창밖을 봤다. 오래 봤다. 그리고 나를 보지 않고 말했다.

“217-104 대집행 서류가 감사에 올라가겠죠. 첫 단추 끼운 사람 이름으로. 331-208 계고는 그대로 가고요. 구십 일 뒤에 그 골목은 없어져요. 유안 씨가 뭘 하든.”

나는 일어섰다. 부시장도 일어섰다. 그는 문까지 나를 배웅했다. 문고리를 잡은 채로 한마디를 더 했다.

“유안 씨. 나는 그 사람들이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그냥 거기 땅이 필요한 거예요. 좋고 싫고가 없어요. 그래서 흔들 데가 없는 거고.”

문이 닫혔다. 십이층 복도는 카펫이 두꺼워서 발소리가 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봤다. 아무것도 없는 얼굴이었다. 첫날 밤 감사실 유리문 너머에서, 한설이 이런 얼굴을 봤을 것이다.

오후에 나는 감사 기록을 한 번 더 열었다. 조회 이력이 또 남을 것이다. 상관없었다. 이번에는 331-208 한 줄만 보지 않았다. 2015년 9월 3일 새벽, T-0417이 한 작업 전체를 뽑았다.

〈02:31 — 좌표 402-017 지도 제외 — 보정값 입력(유효 기간 4,021일)〉 〈02:38 — 좌표 108-441 지도 제외 — 보정값 입력(유효 기간 4,050일)〉 〈02:44 — 좌표 331-208 지도 제외 — 보정값 입력(유효 기간 4,038일)〉 〈승인: 설계부장 남궁현 — 일괄〉

세 개였다. 같은 밤, 같은 계정, 같은 승인. 십삼 분 사이에.

402-017의 보정값은 이미 열이레 전에 만료됐다. 그날 야간 감사 담당은 내가 아니었다. 기록을 보니 정렬이 돌아가 있었다. 민 선배 이름으로. 오류 처리. 십 분. 나는 402-017 위성 사진을 불러왔다. 산 밑 골짜기에 컨테이너 여섯 동이 있었다. 지금 사진에도 있었다. 아직은.

108-441의 보정값은 열이틀 뒤에 만료된다.

나는 셈을 적었다. 종이에. 손으로.

331-208. 백열두 명. 402-017. 모름. 이미 정렬됨. 108-441. 모름. 열이틀 남음. 217-104. 아홉 동. 이미 없음. 내가 지움.

넷이었다. 사흘 전에는 하나였다. 셈이 늘어나고 있었다. 늘어나는 셈 가운데 하나는 내 이름이었다.

저녁에 나는 산업단지 끝으로 차를 몰았다. 108-441 인접 도로까지는 지도가 있었다. 고물상 간판이 보였다. 철판 담 너머로 폐지와 고철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그 산 뒤로 슬레이트 지붕이 낮게 이어져 있었다. 지도에는 고물상 부지 끝에서 선이 끊겼다. 선이 끊긴 자리에 사람이 걸어 나왔다. 양동이 두 개를 들고. 양동이에 뿌연 물이 찰랑였다. 그 사람은 철판 담 끝 틈으로 나와 도로 가장자리 빗물받이에 물을 부었다. 부을 때 고개를 돌려 주위를 봤다. 누가 보면 안 되는 일을 하는 사람처럼. 그리고 빈 양동이를 들고 틈으로 돌아갔다. 나는 차 안에서 그 틈을 오래 봤다. 틈의 폭은 어깨 하나였다. 들것은 안 들어간다.

차를 돌리기 전에 강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 팀장은 컵라면을 먹다가 받은 목소리였다.

“108-441이요? 거기 고물상 뒤 아니에요. 산업단지 끝.”

“가 보셨습니까?”

“가 봤죠. 이천십구 년에 하수관 공사 때. 고물상 뒤에 쪽방이 이어져 있었어요. 주소가 없어서 하수관 연결을 못 했어요. 거기 사람들 물 버리는 거 보셨어야 되는데. 양동이로 날라요. 담 너머 우수관까지.”

“몇 명쯤입니까?”

“그땐 서른 명쯤? 공장 사람들. 외국 사람도 있었고.”

전화를 끊고 나는 차창 밖을 봤다. 산업단지 굴뚝들이 해를 등지고 검게 서 있었다. 그 굴뚝들 끝 어딘가에 108-441이 있고, 열이틀 뒤 새벽 두 시에 그 블록의 합계가 틀린다. 그 밤 감사 담당이 누구든, 교범대로 하면 십 분이다.

민 선배에게는 문자를 보냈다. 402-017, 열이레 전 새벽, 선배 이름으로 정렬. 위성 사진 한 장을 붙였다. 컨테이너 여섯 동. 답은 한 시간 뒤에 왔다. 「봤다.」 그리고 삼십 분 뒤에 한 줄이 더 왔다. 「토요일에 가 볼게. 혼자. 부장님한테는 아직 말하지 마.」 나는 그 문자를 오래 봤다. 요구르트 뚜껑에 「217」을 적던 볼펜 글씨가 떠올랐다. 민 선배는 숫자 보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토요일에 산 밑 골짜기까지 차를 몰고 간다. 숫자를 보러 가는 게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야간 감사 근무표를 열었다. 열이틀 뒤 새벽 담당은 민 선배였다. 근무 교대 신청서를 썼다. 사유란에 「개인 사정」이라고 적었다. 교대 신청은 부장 결재가 필요하다.

권혜린 부장은 그날 저녁 여섯 시에 결재했다. 반려하지 않았다. 결재란 옆에 작은 메모가 붙어 있었다. 부장 글씨였다.

「개인 사정이 뭔지는 안 묻겠습니다. 대신 그날 밤 정렬 단추는 누르기 전에 저한테 전화하세요. 몇 시든.」

나는 그 메모를 두 번 읽었다. 몇 시든. 그리고 떼어 지갑에 넣었다. 지갑 안에는 이미 종이가 하나 있었다. 민 선배가 요구르트 뚜껑에 적어 준 「217」. 둘을 나란히 넣었다.

그날 밤 331-208에 들렀다. 철문 옆 계고장은 여전히 반으로 접혀 있었다. 누군가 그 접힌 자리에 테이프를 붙여, 다시 펴지지 않게 고정해 두었다. 테이프 위에 아이들 글씨가 있었다. 거꾸로 된 3과 동그라미 두 개짜리 8. 옥순 반장이 수도 앞에서 나를 보고 말했다. 준호가 깁스 푸는 날 그 테이프 옆에 아저씨 이름 칸을 비워 두겠다고 했다고. 약속 지키면 거기 적고, 안 지키면 깁스에 적겠다고. 반장은 그 말을 전하면서 웃지 않았다.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평상에서 한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종이를 내밀었다. 손으로 적은 셈. 넷.

한설은 셈을 읽다가 402-017에서 손가락을 멈췄다. 108-441에서 멈췄다. 331-208에서는 멈추지 않았다. 알고 있는 줄이라서.

“세 개였네요. 그날 밤.”

한설이 말했다. 목소리가 아주 작았다. 질문이 아니었다.

나는 그 말투를 들었다. 모르는 사람이 처음 알게 된 목소리가 아니었다. 오래 알던 것을 남의 입으로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4화는 어땠나요?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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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만더2026.05.25· 4화

    인물이 설명 없이 행동으로 드러나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