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5,011자) · 죄송합니다

계고장

격자 오류 · 문가온

감사 기록은 칠층 서버실 옆 보관 시스템에 있다. 작업 하나에 기록 한 줄. 누가, 언제, 어느 좌표를, 무엇으로 바꿨는지. 승인자는 누구인지. 나는 아침 여섯 시에 감사실로 돌아와 십일 년 전 기록을 열었다. 커피는 새로 타지 않았다. 식은 커피 표면에 먼지가 한 점 떠 있었다.

〈2015-09-03 02:44 — 좌표 331-208 지도 제외(사유: 격자 오류) — 작업자: T-0417 — 승인: 설계부장 남궁현〉 〈2015-09-03 02:44 — 좌표 331-208 보정값 1,600 입력(유효 기간 4,038일) — 작업자: T-0417〉

T-0417은 임시 계정이었다. 신입이 정식 계정을 받기 전에 쓰는 번호다. 누구에게 발급됐는지는 인사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는데, 연결된 인사 기록이 없었다. 주소가 없어서 인사 시스템이 못 찾는 사람. 퇴직 처리도 안 된 사람.

승인자 칸의 이름은 연결이 살아 있었다. 남궁현. 십일 년 전 좌표설계부장. 지금 해은시 부시장. 새벽 두 시 십육 분에 331구역 정비 계고에 결재한 사람.

유효 기간 사천삼십팔 일. 나는 그 숫자를 계산기로 나눴다. 십일 년 하고 이 주. 누군가 보정값 기간을 정확히 계산해서 넣었다. 십일 년 뒤 어느 새벽에 합계가 틀리도록. 그 새벽에 알림이 설계부로 오도록. 실수로 넣은 숫자가 아니었다. 날짜를 맞춘 숫자였다.

일곱 시 반에 나는 한 가지를 더 열었다. 217-104. 삼 년 전 내가 오류로 처리한 좌표였다. 위성 사진 보관함에서 그 좌표의 삼 년 전 사진을 불러왔다. 비닐하우스 아홉 동이 있었다. 하우스 사이에 빨래가 걸려 있었다. 사람이 사는 비닐하우스였다. 지금 사진을 불러왔다. 아파트 공사장이었다. 타워크레인 두 대가 서 있었다. 그 사이 삼 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록은 한 줄이었다. 「217-104 일대 무허가 구조물 행정대집행 완료. 보상 대상 없음.」 대집행 날짜는 내가 정렬을 돌리고 넉 달 뒤였다.

나는 그 사진 두 장을 나란히 띄워 놓고 한참 앉아 있었다. 삼 년 전 그 밤에 십 분 걸린 일이었다. 십 분 동안 나는 교범대로 했고, 선배들이 가르친 대로 했고, 합계를 맞췄다. 합계는 맞았다. 빨래는 없어졌다.

출근하는 사람들 발소리가 복도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창을 닫았다.

오전 아홉 시에 계고 공문 전문이 도시계획국 게시판에 올라왔다. 해은 스마트밸리 이단계 사업. 대상지 331구역 일대. 「지적 공부상 등록되지 않은 무허가 구조물」 스물세 동. 자진 철거 기한 구십 일. 기한 경과 시 행정대집행. 보상 대상 여부: 「지번 없는 구조물은 보상 대상 아님.」

나는 마지막 줄을 오래 봤다. 지번 없는 구조물은 보상 대상 아님. 지번을 지운 사람이 지번이 없다는 이유로 보상을 안 한다. 그 사이에 십일 년이 있었고, 그 십일 년 동안 거기서 스물여덟 명이 태어났다.

오후 두 시에 나는 다시 331-207에 갔다. 이번에는 낮이었다. 담이 햇빛을 받아 하얬고, 철망에 비닐봉지 하나가 걸려 펄럭였다. 철문 앞에 사람이 넷 서 있었다. 도시계획국 조끼를 입은 공무원 하나, 그리고 작업복 차림의 남자 셋. 작업복 등판에 「해은정비」라고 찍혀 있었다. 한 사람이 사다리를 들고 있었고, 한 사람이 둘둘 만 종이 뭉치를, 한 사람이 테이프를 들고 있었다.

철문 안쪽에 옥순 반장이 서 있었다. 문지방을 사이에 두고. 그 뒤로 사람들이 골목에 줄지어 서 있었다. 스무 명쯤. 어른들 다리 사이로 아이들이 앞줄에 나와 있었다. 아이 하나는 왼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있었다. 어젯밤 그 아이였다.

“계고장만 붙이고 가겠습니다. 법적 절차입니다.”

공무원이 말했다. 목소리가 높지 않았다. 여러 번 해 본 목소리였다.

“붙이세요. 밖에다가.”

옥순 반장이 말했다.

“대문에 붙여야 효력이 있습니다.”

“대문이 어딘데요. 여기 주소도 없는데 대문이 어디 있어요.”

작업복 반장이 테이프를 뜯었다. 찍 소리가 났다. 그는 철문 옆 코팅한 쪽지 위에 계고장을 댔다. 「택배 여기 두고 가세요」가 계고장 아래로 가려졌다. 테이프가 쪽지 네 귀퉁이 위를 지나갔다.

나는 그때 앞으로 나갔다.

“잠깐만요.”

반장이 돌아봤다. 사십 대 후반. 턱에 수염 자국이 파랬다.

“누구세요.”

“좌표설계부 유안입니다.”

나는 신분증을 보여 줬다. 공무원이 신분증을 보고 조금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같은 시청 사람이었다.

“계고장은 붙이셔도 됩니다. 그런데 그 종이 위에 말고 옆에 붙여 주십시오.”

“이게 뭔데요.”

“여기 사는 분들이 택배 기사님께 쓴 쪽지입니다. 주소가 없어서 못 찾으신다고, 죄송하다고.”

반장은 쪽지를 보지 않았다. 계고장 모서리를 손바닥으로 한 번 더 눌렀다.

“설계부가 무슨 상관이에요. 저희는 도시계획국 용역입니다.”

“이 블록에 주소가 없는 건 설계부가 지도에서 뺐기 때문입니다. 십일 년 전에. 그러니까 상관이 있습니다.”

골목이 조용해졌다. 공무원이 나를 봤다. 옥순 반장이 나를 봤다. 목발 짚은 아이가 어른들 다리 사이에서 나를 봤다. 반장은 나를 한참 보더니 코로 웃었다.

“그럼 설계부가 도로 넣으면 되겠네.”

“넣을 겁니다.”

그 말은 준비한 말이 아니었다. 입에서 먼저 나갔다. 나간 뒤에야 그 말의 무게가 따라왔다. 넣으려면 재정렬을 해야 한다. 재정렬을 하면 331-208 뒤의 모든 블록 번호가 한 칸씩 밀린다. 사만 세대가 넘는다. 나는 그 계산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아직은.

반장은 테이프를 도로 뜯지 않았다. 대신 계고장 윗부분만 한 번 더 붙이고, 사다리를 접었다.

“설계부 유안 씨. 이름 적어 갈게요. 위에 보고해야 되니까.”

“적으십시오.”

그들이 갔다. 나는 계고장 아래쪽 테이프 두 줄을 손톱으로 조심스럽게 떼었다. 테이프는 코팅 위라 깨끗하게 떨어졌다. 계고장 아랫단을 반으로 접어 올렸다. 「죄송합니다」가 다시 보였다. 계고장은 떼지 않았다. 떼면 공무집행방해가 된다. 반만 접는 것은 교범에 없었다.

옥순 반장이 문을 열어 주었다. 경첩이 녹슬어 끼익 소리가 났다.

골목 안은 낮에 보니 밤과 달랐다. 집마다 창틀에 화분이 있었다. 고추, 상추, 방울토마토. 담 너머 전신주에서 끌어온 전깃줄이 햇빛에 검게 번들거렸다. 수도는 골목 중간 공용 수도 하나였다. 수도꼭지 아래 고무 대야에 물이 찰랑였다. 그 옆 벽에 달력이 걸려 있었는데, 달력 날짜 칸마다 사람 이름이 적혀 있었다. 물 받는 순서였다.

한설이 골목 끝 평상에 앉아 있었다. 무릎 위에 공책 한 권을 펴고. 공책에는 사람 이름과 나이가 줄지어 있었다. 인구 대장이었다. 누가 만들라고 한 게 아니라 한설이 십일 년 동안 적은 것이었다.

나는 평상 옆에 섰다.

“T-0417 아십니까?”

한설은 공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임시 계정이요. 신입들 쓰는.”

“십일 년 전 331-208을 지운 계정입니다. 연결된 인사 기록이 없습니다.”

“그럼 못 찾으시겠네요.”

한설은 그 말을 하고 공책 한 장을 넘겼다. 종이 넘기는 소리가 필요 이상으로 컸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어젯밤처럼 이 사람은 대답 대신 다른 것을 내밀 것이다. 이번에는 공책이었다.

“백열두 명이에요.”

한설이 공책을 내밀었다. 나는 받았다. 이름 백열두 개. 그 옆에 태어난 해. 그중 스물여덟 줄에 작은 동그라미가 있었다.

“동그라미는.”

“여기서 태어난 애들이요. 출생신고가 안 된 애들. 병원에서 낳은 애는 셋뿐이고, 나머지는 여기서 받았어요. 옥순 언니가 받았어요.”

“학교는.”

“취학 통지서가 주소로 가요. 주소가 없으니까 안 와요. 안 오면 학교에서도 몰라요. 열아홉 명이 학교를 안 가요. 못 가요.”

목발 짚은 아이가 평상 옆으로 와서 섰다. 깁스 위에 매직으로 뭔가가 잔뜩 적혀 있었다. 아이들 글씨였다. 숫자들. 331-208. 331-208. 331-208. 그리고 하나는 삐뚤게 「준호 다리」.

“애들이 적어 줬어요.”

한설이 말했다.

“병원에서 주소를 물어봤대요. 준호가 331-208이라고 했대요. 간호사가 그런 주소는 없다고 했고요. 그래서 애들이 적어 줬어요. 깁스에. 다음에 누가 물어보면 보여 주라고.”

준호가 깁스를 내 쪽으로 조금 들었다. 보여 주려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숫자들을 봤다. 아이들 글씨라 3이 거꾸로 된 것도 있었다. 8이 동그라미 두 개를 따로 그려서 붙인 것도 있었다.

“아저씨.”

준호가 말했다.

“아까 넣는다고 했잖아요.”

“했지.”

“진짜로요?”

나는 준호를 봤다. 그리고 한설을 봤다. 한설은 공책을 덮고 나를 보지 않았다. 대답을 대신해 주지 않겠다는 얼굴이었다. 어젯밤 「아이가 기다려요」라고만 하던 그 얼굴.

“진짜로.”

준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목발을 짚고 골목 안쪽으로 갔다. 가다가 돌아서서 한 번 더 확인했다.

“거짓말하면 깁스에 아저씨 이름 적을 거예요.”

골목에 웃음이 퍼졌다. 옥순 반장이 웃었고, 창틀에 기댄 아이들이 웃었다. 한설도 웃었다. 소리 없이.

돌아오는 차 안에서 부장에게 전화가 왔다. 좌표설계부장 권혜린. 목소리가 차가웠다.

“유안 씨, 도시계획국에서 항의 들어왔어요. 설계부 직원이 계고 집행을 방해했다고.”

“방해 안 했습니다. 옆에 붙여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도로 넣는다고 했다면서요. 331-208.”

“했습니다.”

전화 너머가 잠깐 조용했다.

“내일 아침 아홉 시에 제 방으로 오세요. 그리고 오기 전에 계산 하나 해 오세요. 331-208을 넣으면 몇 세대 주소가 바뀌는지.”

전화가 끊겼다. 나는 차를 갓길에 세웠다. 노트북을 열었다. 재정렬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331-208을 격자에 넣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사십칠 분이 걸렸다. 이 계산기는 도시 전체를 삼 분에 정렬한다. 사십칠 분 동안 차창 밖으로 해가 기울었고, 계기판 시계 끝자리가 사십칠 번 바뀌는 동안 나는 화면의 진행 막대만 봤다.

〈재정렬 시뮬레이션 — 영향 블록 2,640 · 주소 변경 세대 42,308 · 연동 시스템 19 · 정합성 충돌 26〉

사만 이천삼백여덟. 나는 그 숫자를 보고, 깁스 위의 삐뚤어진 8을 떠올렸다. 동그라미 두 개를 따로 그려서 붙인 8.

2화는 어땠나요?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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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한책상2026.05.23· 2화

    조용한데 계속 긴장돼요. 이런 톤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