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5,042자) · 합계
331-208
지도에서 지워진 동네 · 문가온
해은시의 면적은 419,430,400제곱미터다. 가로 512칸, 세로 512칸, 한 칸에 1,600제곱미터. 사십 미터 곱하기 사십 미터짜리 정사각형 이십육만 이천백마흔네 개가 이 도시다. 나는 이 숫자를 삼 년 동안 매일 새벽 두 시에 확인했다.
야간 감사는 좌표설계부 칠층 감사실에서 혼자 한다. 새벽 두 시가 시스템이 가장 조용한 시각이다. 낮에는 이 도시의 모든 것이 좌표를 두드린다. 택배 시스템, 구급 배차, 전력 검침, 학교 배정, 쓰레기 수거 경로. 두 시가 되면 그 두드림이 잦아들고, 격자가 제 모양 그대로 드러난다. 나는 그 시각이 좋았다. 모니터 불빛이 책상 위 식은 커피 표면에 네모나게 비치고, 에어컨 송풍구가 일정한 소리를 냈다. 합계를 돌리면 화면 오른쪽 아래에 숫자가 뜬다. 419,430,400. 그 숫자가 뜨는 순간 하루가 닫혔다. 삼 년 동안 하루도 틀린 적이 없었다.
오늘 합계는 419,428,800이었다.
차이는 1,600. 블록 하나다.
나는 합계를 다시 돌렸다. 같았다. 격자 전체를 행 단위로 쪼개서 돌렸다. 331행에서 1,600이 비었다. 331행을 칸 단위로 쪼갰다. 331-207 다음이 331-209였다. 331-208이 없었다.
격자에서 칸이 빠지는 일은 없다. 격자는 계산이라서 빠질 수가 없다. 빠지는 것은 지도다. 격자 중에 사람이 쓰는 칸만 골라 그린 것이 지도이고, 지도에서 빠진 칸은 격자 합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오늘 합계가 틀렸다는 것은, 누군가 지도가 아니라 격자 쪽을 건드렸다는 뜻이었다. 오늘 밤. 아니면 격자 쪽 보정값이 오늘 밤 만료됐거나.
보정값을 조회했다. 331-208 자리에 가짜 면적 1,600이 십일 년 동안 채워져 있었다. 누가 십일 년 전에 331-208을 지도에서 빼면서, 격자 합계가 안 틀리게 빈자리에 숫자를 괴어 둔 것이다. 그 괴어 둔 숫자의 유효 기간이 오늘 밤 끝났다. 십일 년짜리였다.
나는 이런 것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삼 년 전, 입사 두 달째 되던 밤이었다. 217-104. 그때 나는 그것을 오류로 처리하고 정렬을 다시 돌렸다. 정렬을 돌리면 번호가 당겨지고, 없던 자리는 없던 것이 된다. 십 분이면 끝나는 일이다. 선배들이 그렇게 가르쳤다. 나는 오늘도 그렇게 하려고 했다.
마우스를 정렬 단추 위에 올렸다.
그때 알림이 떴다. 구급 배차 시스템에서 넘어온 전달 알림이었다. 설계부로 넘어오는 알림은 좌표 오류 때문에 배차가 실패한 건뿐이다.
〈배차 실패 — 02:17〉 〈요청 좌표: 331-208〉 〈사유: 유효하지 않은 좌표〉 〈요청 내용: 아이가 계단에서 떨어졌습니다. 다리가 이상하게 꺾였습니다.〉
나는 그 한 줄을 십오 초쯤 봤다.
존재하지 않는 좌표에서는 요청이 올 수 없다. 요청은 발신 단말의 위치를 격자에 찍어서 들어오는데, 격자가 모르는 위치에서 보낸 요청은 찍힐 자리가 없어서 버려진다. 그런데 이 요청은 버려지지 않았다. 누가 좌표를 손으로 쳐서 보냈다. 331-208. 자기가 어디 있는지 격자 번호로 아는 사람이었다.
나는 배차 시스템을 열어 좌표를 직접 넣었다.
〈유효하지 않은 좌표입니다.〉
지도를 위성 화면으로 바꿨다. 331-207과 331-209 사이를 확대했다. 지붕이 있었다. 낮은 지붕 스무 몇 개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열화상으로 바꾸자 그 네모 전체가 주변보다 한 톤 따뜻했다. 사람이 사는 온도였다. 가장 따뜻한 점 하나가 골목 안쪽 계단참쯤에 있었다.
나는 일어섰다. 일어나서 무엇을 하려는지는 몰랐다. 감사실 유리문 쪽으로 몸을 돌렸는데, 문밖 복도에 사람이 서 있었다.
여자였다. 서른 중반쯤. 회색 점퍼 지퍼를 턱까지 올리고, 운동화 앞코에 흙이 묻어 있었다. 칠층은 출입증 없이는 올라올 수 없다. 여자는 유리에 손바닥을 댔다. 입 모양이 보였다. 소리는 유리에 막혀 들리지 않았다.
삼백삼십일 이백팔.
나는 문을 열었다. 여자는 들어오지 않았다. 문턱에 선 채로 말했다.
“배차 안 되죠.”
“어떻게 들어오셨습니까?”
여자가 목에 건 출입증을 들어 보였다. 우리 회사 것이었다. 좌표설계부. 사진 속 얼굴이 지금보다 열 살쯤 어렸다. 발급일이 십일 년 전이었다. 만료일 칸이 비어 있었다.
“여기서 일하셨습니까?”
“일 년이요.”
“언제 그만두셨습니까?”
“안 그만뒀어요.”
여자가 출입증을 점퍼 안에 넣었다.
“제 주소가 없어졌을 뿐이에요. 주소가 없으면 인사 시스템이 저를 못 찾아요. 못 찾으면 퇴직 처리가 안 돼요. 그래서 이 카드가 아직 살아 있어요. 칠층까지는.”
“성함이.”
“한설이요.”
“한설 씨. 지금 다친 아이는.”
“열 살이에요. 계단에서 떨어졌어요. 왼쪽 정강이요. 뼈가 살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어요.”
한설은 그 말을 보고서처럼 했다. 한 문장에 사실 하나씩. 그 말투가 나는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았다. 우리 부서 보고서가 그렇게 쓴다.
“구급차는 331-207 도로까지 불렀어요. 그건 좌표가 있으니까요. 거기서 골목 안까지 백 미터예요. 골목 폭이 이 미터고요.”
“구급차 폭은.”
“이 미터 이십.”
한설은 그 숫자를 말하고 나를 봤다. 내가 그 숫자를 아는지 보는 눈이었다. 나는 알았다. 격자 설계 교범 부록에 긴급차량 규격표가 있다. 삼 년 동안 한 번도 열어 본 적이 없는 부록이었다.
“그럼 들것은요.”
“들것 들 사람이 없어요. 구급대원 둘이 들어오면 차를 비워야 되는데, 331-207은 주차 금지 구간이라 견인 딱지 붙어요. 지난번에 그랬어요. 2023년에.”
“지난번에 어떻게 됐습니까?”
한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것이 대답이었다.
“왜 여기로 오셨습니까. 칠층으로.”
“배차 실패하면 설계부로 알림이 가니까요. 새벽 두 시에 그 알림 받는 사람은 하나잖아요. 그 사람이 정렬 단추 누르기 전에 와야 했어요.”
나는 모니터를 돌아봤다. 커서가 아직 정렬 단추 위에 있었다.
한설이 한 발 들어왔다. 문턱을 넘었다.
“그 단추 누르면 331-208이 영영 없어져요. 보정값까지 지워지니까요. 그럼 다음에 합계 볼 사람도 없어요.”
“한설 씨.”
“네.”
“십일 년 전에 331-208을 지운 사람이 누군지 압니까?”
한설은 그 질문에 삼 초쯤 서 있었다. 그리고 다른 말을 했다.
“아이가 기다려요.”
나는 차 열쇠를 집었다. 감사실 불을 끄지 않았다. 정렬 단추는 누르지 않았다. 대신 화면을 잠갔다. 잠금 화면에 합계가 그대로 떠 있었다. 419,428,800.
331-207까지 차로 십이 분이 걸렸다. 새벽 도로는 비어 있었다. 한설은 조수석에서 창밖만 봤다. 신호등이 노란불로 깜박이는 교차로를 세 개 지났다. 331-207에 구급차가 경광등만 켠 채 서 있었다. 구급대원 둘이 차 옆에서 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담이 있었다. 콘크리트 담, 높이 이 미터. 위에 철망. 지도에 없는 담이었다. 한설이 담을 따라 남쪽으로 걸었다. 나는 따라갔다. 구급대원 하나가 들것을 접어 들고 따라왔다. 남쪽으로 백이십 미터, 동쪽으로 팔십 미터. 철문이 있었다. 잠겨 있지 않았다. 문 옆에 코팅한 종이가 붙어 있었다. 오래돼서 누렇게 바랬다.
택배 여기 두고 가세요. 주소가 없어서 못 찾으십니다. 죄송합니다.
문을 밀었다. 골목이었다. 폭이 이 미터쯤. 양옆으로 낮은 집들이 이어지고, 머리 위로 전깃줄이 엉켜 있었다. 전깃줄은 전부 담 너머 331-207 쪽 전신주로 이어졌다. 골목 안쪽 계단참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여섯인가 일곱. 그 가운데 남자아이 하나가 담요 위에 누워 있었다. 왼쪽 다리가 무릎 아래에서 이상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아이는 울지 않았다.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예순쯤 된 여자가 아이 머리맡에 앉아 있다가 나를 봤다.
“시청에서 오셨어요?”
“설계부에서 왔습니다.”
“설계부가 뭐 하는 데예요.”
“주소를 만듭니다.”
여자의 손이 아이 머리 위에서 멈췄다.
계단참 위 창문마다 얼굴이 하나씩 있었다. 대개 아이들이었다. 잠옷 바람으로 창틀에 턱을 괴고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창밖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물었다.
“아저씨가 주소 가져왔어요?”
“들어가.”
예순쯤 된 여자가 창 쪽을 보지도 않고 말했다. 아이는 들어가지 않았다. 옆 창문 아이가 거들었다. 「주소 가져왔으면 우리 학교 가요?」 여자가 이번에는 고개를 들었다. 창문 두 개가 동시에 닫혔다. 닫히고 나서 커튼 틈으로 눈 네 개가 다시 나타났다.
“옥순이에요. 이 골목 반장.”
여자가 나에게 말했다. 반장이라는 말에 선거나 임명 같은 게 붙어 있지 않다는 걸 나는 그 말투로 알았다. 그냥 제일 오래 산 사람이었다.
들것은 골목에 들어왔다. 들것은 폭이 육십 센티미터라서 들어왔다. 구급대원 하나와 내가 들것 앞뒤를 잡았다. 다른 구급대원은 차를 지키러 남았다. 견인 딱지 때문에. 아이를 들것에 옮길 때 아이가 처음으로 소리를 냈다. 짧게. 한설이 아이 손을 잡았다.
골목 백 미터를 들것을 들고 걸었다. 들것은 무거웠다. 아이가 무거운 게 아니었다. 골목 바닥이 고르지 않아서, 발을 디딜 때마다 들것이 기울지 않게 팔로 받쳐야 했다. 전깃줄 아래를 지날 때 머리를 숙였다. 철문을 나서자 담 모퉁이 너머로 경광등 불빛이 보였다. 칠 분이 걸렸다. 삼백이십 미터를 돌아서. 직선으로는 백 미터였다.
구급차 문이 닫히고, 차가 떠났다. 경광등 불빛이 담에 한 번 번지고 사라졌다.
나는 331-207 도로변에 서서 숨을 골랐다. 팔이 떨렸다. 한설이 옆에 와서 섰다.
“아까 물어본 거요.”
“네.”
“십일 년 전에 지운 사람.”
한설은 담 쪽을 봤다. 담 위 철망에 새벽빛이 조금 걸려 있었다.
“감사 기록에 서명이 남아요. 칠층 가시면 찾을 수 있어요. 찾으시면 그때 다시 얘기해요.”
한설은 철문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휴대폰을 꺼냈다. 새벽 세 시 사십 분이었다. 알림이 하나 와 있었다. 시청 도시계획국 공문 게시판 자동 알림이었다. 구독 설정을 해 둔 적도 없는 게시판이었다.
〈해은시 도시계획국 — 331구역 미등록 구조물 정비 계고(안) 등록〉 〈결재: 부시장 남궁현〉
공문 등록 시각이 02:16이었다. 구급 요청이 들어오기 일 분 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