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173자)

제보

화성 이주 추첨에 우리 할머니가 뽑혔다 · 진해솔

제보 사본은 아침 일곱 시에 전자 우편으로 왔다. 이주 규정에 따라 당사자 가족은 제보 서류를 열람할 수 있었다. 이영희는 그 조항을 밤새 찾아냈고, 새벽 다섯 시에 열람 신청을 넣었다. 콜센터 팀장 팔 년은 이럴 때 쓰는 것이었다. 사람을 이기려면 먼저 그 사람이 낸 서류를 끝까지 읽어야 한다.

영희는 마루 끝에 앉아 첨부 파일을 하나씩 열었다. 어머니는 장독대에서 뚜껑을 여닫고 있었고, 새별이는 아직 자고 있었고, 태수는 평상에서 노트북을 덮고 졸고 있었다. 정민은 새벽에 어디론가 나갔다.

첫 번째 파일은 의료 소견서였다. 「순천 늘봄의원 원장 하경수. 환자 오분례, 82세. 상기 환자는 단기 기억 저하 및 일상생활 수행 중 위험 행동(가스 화기 방치)이 관찰되어 경도 인지 장애가 의심됨. 화성 이주와 같은 고위험 환경 적응은 곤란할 것으로 사료됨.」 날짜는 나흘 전이었다. 영희는 그 날짜를 다시 봤다. 나흘 전 어머니는 광주에서 러닝머신을 이십이 분 걸었다. 늘봄의원에 간 적이 없었다. 어머니가 다니는 데는 낙안 보건지소 하나뿐이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이웃 진술서였다. 박씨네 영감과 안씨 할머니. 손글씨가 아니라 인쇄된 문장에 이름만 직접 쓴 것이었다. 두 장의 문장이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다.

네 번째 파일은 문서가 아니었다. 「관계인(사위) 진술 녹취」. 재생 단추가 있었다. 영희는 손가락을 그 위에 올린 채로 한참 있었다. 평상 쪽에서 태수가 코를 골았다. 영희는 단추를 눌렀다.

비닐 천막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연탄 화덕이 타닥거리는 소리. 소주잔이 상에 놓이는 소리. 그리고 남편의 목소리.

장모가 가스불을 켜 놓고 나간 적이 있다는 말, 빈 냄비가 시뻘겋게 달아 있었다는 말이 술에 젖은 부산 사투리 그대로 휴대폰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녹음은 거기서 뚝 끊겼다. 끊긴 자리가 너무 깔끔했다.

*

영희는 휴대폰을 들고 평상으로 갔다. 태수의 노트북 위에 휴대폰을 올려놓고, 소리를 최대로 키워서 한 번 더 틀었다. 냄비가 새빨개가. 태수가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그 소리를 들었고, 얼굴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이게 뭐야?”

“영희야—”

“이게 뭐냐고 물었어.”

“포장마차에서, 그 자식이 술을 사길래, 내가 그냥—”

“그냥? 그냥 우리 엄마를 팔았어?”

“판 거 아이다. 그 뒤에 말이 더 있다. 내도 라면 올려놓고 잔다고, 누구나 그런다고 했다. 그 자식이 잘랐다.”

“잘린 건 당신이 한 말이고, 남은 것도 당신이 한 말이야.”

영희의 목소리가 마당을 넘어갔다. 장독대에서 뚜껑 소리가 멈췄다. 영희는 돌아보지 않았다. 태수가 평상에서 일어나 맨발로 흙을 디뎠다.

“영희야, 목소리 좀.”

“목소리? 지금 목소리가 문제야? 당신 그 입 때문에 부산에서 택시 회사 하다가 기사들 다 데리고 망했잖아. 투자자한테 술 먹고 회사 사정 다 불어서. 그 빚 내가 막았어. 우리 아버지 논 판 돈으로. 엄마는 내가 그 돈 들고 튀어서 아파트 산 줄 알아. 십 년을 그렇게 알아. 나는 그거 한 번도 말 안 했어. 당신 체면 때문에. 근데 당신은 소주 세 병에 엄마를 넘겨?”

“나는 니가 그 말 안 한 거, 고맙다고—”

“고마우면 입을 다물었어야지, 이 씨발 인간아.”

태수가 입을 닫았다. 영희도 숨을 몰아쉬며 입을 닫았다. 마당이 조용했다. 장독대 쪽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영희는 그제야 어머니가 거기 있다는 걸 생각했다. 고개를 돌리려다, 돌리지 않았다. 대신 방에서 새별이가 문을 열고 나와 있었다. 새별이는 엄마와 아빠를 번갈아 보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장독대 쪽으로 걸어갔다.

영희는 차 열쇠를 집었다. 자율주행 렌터카는 열쇠가 필요 없었지만, 영희는 그래도 열쇠를 쥐었다. 손에 뭐라도 쥐어야 했다.

*

시내로 나가기 전에 영희는 비탈 아래 박씨네 집 앞에 차를 세웠다. 대문은 열려 있었다. 마당에 빨랫줄이 걸렸고, 줄 끝에 환자복 바지 하나가 바람에 돌았다. 박씨네 영감은 툇마루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다가 영희를 보고 신문을 접었다. 접는 손이 느렸다.

“영희 왔냐?”

“아저씨, 진술서 쓰셨어요?”

영감은 대답 대신 툇마루 옆 벽을 봤다. 벽에 달력이 걸려 있었다.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마다 빨간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고, 동그라미 안에 「투석」이라고 적혀 있었다. 동그라미는 달력 끝까지 이어졌다.

“우리 성호가 일주일에 세 번 시내 병원을 간다. 버스가 하루 두 번으로 줄믄 오전 걸 타고 가서 저녁 걸 타고 와야 혀. 하루를 통째로 버려. 버스가 아주 없어지믄 나가 업고 가야 혀. 나 일흔여섯이다.”

“그래도 우리 엄마잖아요.”

“알어.”

영감이 고개를 숙였다.

“니 엄마가 나한테 뭐라 한 줄 아냐? 어젯밤에 찾아왔어. 종이 가져간 거 알고 왔어. 그라고는 나라도 가져갔을 거라고, 성호 잘 데리고 다니라고, 그 말만 허고 갔어.”

영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할 말을 들고 왔는데, 어머니가 먼저 와서 그 말을 다 치워 놓고 갔다.

“하나만 알려 주마. 그 서울 양반이 그러대. 소견서 써 주는 의원 원장이 이주청 과장 처남이라고. 그라니께 걱정 말라고. 나는 그게 걱정이 되더라.”

영감은 신문을 다시 폈다. 거꾸로 펴고 있었다. 영희는 그걸 바로잡아 주지 않고 대문을 나왔다.

*

순천 늘봄의원은 시내 상가 건물 이 층에 있었다. 일 층은 휴대폰 가게였고, 삼 층은 노래방이었다. 계단 벽에 「노인 건강 상담 · 각종 소견서 발급」이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영희는 그 현수막을 휴대폰으로 찍었다.

접수대 직원은 원장이 오늘 외부 일정이라고 했다. 영희는 가족 관계 증명서를 화면에 띄워 보여 주고 어머니의 진료 기록을 달라고 했다. 직원이 화면을 한참 넘기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오분례 님, 원격 진료 한 건이네요. 나흘 전 오후 세 시.”

“어디서 걸려 온 전화였어요?”

“번호는 개인 정보라서요.”

“앞자리만요. 지역 번호만.”

직원이 망설이다가 작게 말했다. “공이요. 서울이요.”

순천 솔티마을에서 서울 번호로 진료를 받은 여든두 살. 영희는 고맙다고 하고 그 숫자를 손바닥에 볼펜으로 적었다. 그러고 나서 대기실 의자에 앉아서 이십 분을 기다렸다. 대기실에는 노인 셋이 있었는데, 셋 다 같은 서류 봉투를 무릎에 올려놓고 있었다. 봉투 귀퉁이에 은색 로고가 박혀 있었다. 대문 앞 캠핑카 옆구리에서 본 그 영어 회사 이름이었다. 영희는 그 봉투들을 하나씩 바라봤다. 한 할아버지가 영희의 시선을 느끼고 봉투를 품에 안았다.

“아저씨, 그 봉투 어디서 받으셨어요?”

“서울 양반이 줬어. 여기 와서 도장만 받으면 된다고.”

“무슨 도장이요?”

“모르제. 돈 준다고.”

영희는 일어나 계단을 내려갔다. 건물 뒤 주차장에 하얀 캠핑카가 서 있었다. 주차 칸 세 개를 가로로 차지하고 있었다. 그 옆에 마이클 정이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며 서 있다가, 영희를 보고 통화를 끊었다.

“팀장님. 여기까지 오셨어요?”

“우리 엄마, 이 의원 온 적 없어요.”

“진료는 원격으로도 돼요. 요즘은요.”

“원격? 우리 엄마는 영상 통화도 새별이 없으면 못 켜요.”

“그럼 새별 씨가 켜 주셨나 보죠.”

영희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 마이클 정은 그 손을 봤다. 그리고 한 걸음 다가왔다.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팀장님, 화나신 거 알아요. 근데 지금 하나만 말씀드릴게요. 45, 아직 유효해요. 재검 결과 나오기 전에 서명하시면 45 그대로 드려요. 결과 나오고 나면 부적격 승계는 자동이라서, 그때는 제가 드릴 수 있는 게 훨씬 적어요. 시장이 그래요. 팀장님 대출 이자, 이번 달 연체 석 달째시죠?”

“그걸 어떻게—”

“알아야 먹고살아서요.”

영희의 손이 먼저 나갔다. 손바닥이 마이클 정의 왼뺨에 닿는 소리가 주차장 콘크리트 벽에 부딪쳐 한 번 더 울렸다. 마이클 정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돌아간 채로 그는 몇 초 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천천히 바로 했다. 왼뺨이 붉게 올라왔다. 웃음은 그대로였다.

“팀장님.”

그가 손가락으로 주차장 기둥 위를 가리켰다. 감시 카메라가 빨간 불을 깜박이고 있었다.

“이거 폭행이에요. 저 녹화돼요. 저는 고소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어요. 근데 이주청 동반자 심사에 보호자 가족 폭행 기록이 들어가면, 위원회가 그걸 어떻게 볼지는 저도 장담 못 해요. 정민 씨나 태수 형님이 동반 신청하실 때요.”

영희의 손바닥이 화끈거렸다. 손바닥이 아픈 건지 뺨이 아픈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뜨거웠다.

“고소해요.”

“안 할게요. 아직은요.”

마이클 정이 캠핑카 문을 열었다. 올라타기 전에 돌아봤다.

“팀장님, 저 맞을 만했어요. 그건 인정해요. 그래도 서류는 서류예요.”

캠핑카가 주차 칸 세 개를 비우고 나갔다. 영희는 기둥 위 카메라를 올려다봤다. 빨간 불은 여전히 깜박이고 있었다.

*

솔티마을에 돌아왔을 때는 해가 다 넘어가 있었다. 마당에 불이 하나만 켜져 있었다. 마루였다. 어머니가 거기 앉아 있었다. 밥상이 차려져 있었고, 밥그릇은 하나였다. 다른 식구들은 다 먹은 모양이었다.

영희는 신발을 벗고 상 앞에 앉았다. 둘 다 말이 없었다. 어머니가 밥그릇 뚜껑을 열었다. 김이 올라왔다. 영희는 숟가락을 들었다. 오른손이 떨려서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쳤다. 어머니가 그 손을 봤다.

어머니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일어나 부엌에 갔다가, 젖은 행주에 얼음을 싸서 들고 왔다. 그걸 영희의 오른손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차가웠다. 손바닥이 얼음에 닿자 그제야 아픈 게 손이었다는 걸 영희는 알았다.

“손바닥이 왜 이리 뜨겁냐?”

“뭘 좀 쳤어.”

“뭘?”

“모기.”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믿는 얼굴이 아니었다. 영희는 왼손으로 밥을 먹었다. 어머니는 김치 그릇을 밀어 주었고, 영희는 이번에는 바로 집었다. 어머니가 아침에 장독대에서 무엇을 들었는지, 영희는 묻지 않았다. 어머니도 말하지 않았다.

밥을 다 먹고 마당에 나왔을 때 정민이 평상에 혼자 앉아 있었다. 휴대폰 화면 불빛이 얼굴을 하얗게 비췄다. 영희가 다가가자 정민은 화면을 가슴께로 내렸지만, 한발 늦었다. 영희는 거꾸로 된 글자를 읽었다. 콜센터에서 남의 화면을 거꾸로 읽는 버릇이 들었다.

승계 지명서 초안이었다. 지명하는 사람은 어머니, 지명받는 사람은 정민이었다.

보낸 사람은 마이클 정이었다. 그 아래 한 줄이 더 있었다. 「내일 오후 두 시, 이주청 가족 진술. 정민 씨 차례예요.」

정민이 고개를 들었다. 모자는 서로를 봤다. 정민은 화면을 끄지 않았다.

7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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