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5,063자)

내가 미끼 할게

신들이 내 방송에 후원을 끊었다 · 한도윤

7월 14일 새벽 두 시 사십 분, 송정 굴다리 아래에서 박 반장의 손전등이 꺼졌다.

굴다리는 철길 밑을 뚫은 짧은 터널이었고, 그 바닥에 무릎까지 물이 고여 있었다. 반대편 입구 위 버스 정류장 지붕에 사람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서른 중반의 남자였다. 지붕 아래 물속에서 등이 번들거리는 것들이 셋 넷 엎드려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박 반장은 굴다리 입구에 서서 꺼진 손전등을 흔들었다. 화상 입은 손이라 스위치를 제대로 못 눌렀다.

“반장님, 비키세요.”

“따라오지 말라 했다.”

“이미 왔어요.”

나는 굴다리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물이 정강이를 감았다. 그리고 정류장 지붕을 등지고 굴다리 벽을 정면으로 봤다. 붉은 눈이 이끼 낀 콘크리트를 하늘에 크게 띄웠다. 「벽이네」 「또 벽」. 신들이 지루해하는 사이 나는 큰 소리로 떠들었다.

“자, 여러분, 송정 굴다리입니다. 여기 이끼 보이시죠? 이게 바로 해운대 명물 굴다리 이끼예요. 맛은 없고요.”

물것들이 고개를 돌렸다. 하늘이 보는 쪽은 나였다. 그것들이 정류장 아래에서 미끄러져 나와 굴다리 안으로 기어 들어왔다. 내 쪽으로. 박 반장이 그 틈에 정류장으로 뛰었다. 지붕에 매달린 남자를 끌어내리는 소리, 남자가 우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나는 벽만 보며 뒷걸음질 쳐 굴다리 반대쪽으로 빠졌다. 태오가 거기서 각목을 들고 서 있었다. 첫 번째 것이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자 태오가 내리쳤다.

정류장 지붕의 남자는 혼자였다. 같이 나간 사람은 한 시간 전에 물에 끌려 들어갔다고 했다. 남자는 그 사람 이름을 세 번 말했다. 박 반장은 그 이름을 듣고 아무 말도 안 했다. 대신 남자를 업었다. 화상 입은 손으로 남자의 허벅지를 받치고, 굴다리를 빠져나가 구역 쪽으로 걸었다. 나는 그 뒤를 따라가지 않았다. 내 눈이 그 등을 비추면 안 됐다.

새벽 네 시, 구역 정문 앞. 박 반장이 업었던 남자를 내려놓고 운동장을 향해 소리쳤다.

“다 간다. 남는다 한 사람도 간다. 걷지 못하는 사람은 버스로 간다. 내가 정했다.”

운동장이 조용했다. 미자 아주머니가 천막에서 나와 무릎을 두드렸다. 탁, 탁.

“반장님은요?”

“나는 맨 끝에 간다.”

박 반장은 나를 보지 않았다. 나도 그를 보지 않았다. 그래도 그날 새벽 처음으로, 그는 내 등에 대고 「니」 대신 「밥솥」이라고 불렀다. 각목을 든 청년에게 저 밥솥한테 물 한 병 갖다줘라, 하고.

*

오전 여섯 시, 해운대 구역 육백이 출발했다.

길은 둘이었다. 사람들은 반여동 쪽 산자락을 끼고 내륙으로 걸어 수영강 위쪽 수영교로 건넌다. 앞장은 「해운대 3팀」 조끼의 택배 기사, 그 옆에 민아가 대걸레 자루를 짚고 카메라를 들었다. 하늘에 안 나가는 카메라였다. 걷지 못하는 사람 마흔다섯은 누나의 버스에 탔다. 보람은 그 버스 맨 뒷자리에서 뒷유리를 보고 앉았다. 금빛 눈을 가진 사람은 나 말고 보람뿐이었으니까. 보람은 버스 뒷유리 너머로 따라오는 사람들 대신 하늘만 비췄다. 「구름이네」 「심심해」. 신들은 보람의 칸을 금방 떠났다.

나와 태오는 반대 길, 바다 쪽으로 갔다. 해운대 해수욕장 동쪽 끝의 작은 포구 미포를 지나 해변로를 따라 걷고, 해수욕장 서쪽 끝 작은 섬 동백섬을 돌아, 고층 아파트가 몰린 마린시티를 지나 수영강 하구까지 가는 길이었다. 바다에 가까울수록 물것이 많았다. 그래서 그 길이었다.

“자, 여러분. 밥솥 작전 시작합니다. 오늘 컨텐츠는 해운대 해변 산책이에요. 날씨는 흐림, 바다는 시커멓고, 뒤에서 뭐가 따라와요.”

내 채널은 태오의 휴대폰으로 송출했다. 태오가 휴대폰을 들고 나보다 반걸음 뒤에서 걸었다. 그의 어깨에도 하늘색 눈이 떠 있었지만 그는 그 눈을 나에게만 고정했다. 하늘에 우리 둘의 칸이 나란히 걸렸고, 두 칸 다 나만 비췄다. 신들의 글씨가 그 두 칸으로 몰렸다. 「미끼래」 「재밌네」 「언제 먹혀」.

뒤를 보지 않아도 알았다. 해변 모래사장에서, 해변로 배수구에서, 물에 잠긴 지하 주차장 입구에서 소리가 났다. 장판 긁는 소리, 칠판 긁는 소리, 젖은 타이어가 아스팔트에 쓸리는 소리. 그 소리가 점점 두꺼워졌다.

채팅창은 둘로 갈려 흘렀다. 민아 채널 쪽에서 넘어오는 소식과 내 채널 쪽 사람들의 말. 「민아편집실: 반여 고개 넘음. 애들 다 있음」 「누나는퇴근중: 버스 센텀 지남」 「해운대불주먹: 형 뒤에 스무 마리 넘음」 「삼십대백수: 세지 마 무서움」. 그 사이로 처음 보는 이름들이 흘렀다. 「한강라이더: 서울입니다. 합방 걸었어요. 저희 시청자 보낼게요」 「동성로디제이: 대구도 걸었음」.

하늘에서 내 칸으로 금줄이 새로 이어졌다. 서울의 칸, 대구의 칸. 엮인 줄이 다시 늘었다. 부산 하늘에 서울과 대구의 칸이 겹쳐 떴다. 동시 시청자 410,000. 520,000.

*

오전 여덟 시 반, 미포 건널목 앞에서 검은 차 한 대가 길을 막았다.

차 문이 열리고 서 과장이 내렸다. 비옷을 입었고 고무장화를 신었다. 이번에는 등 뒤가 아니라 내 정면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그 얼굴을 봤다. 눈썹이 짙었고, 입가에 웃은 적이 별로 없는 사람의 주름이 있었다. 그녀의 뒤에서 대응팀 사람 셋이 차를 등지고 섰다.

“조민결 씨. 멈추세요.”

“과장님, 뒤에 서른 마리 와요.”

“압니다. 하늘로 다 보고 왔어요.” 서 과장이 태블릿을 들어 보였다. “이것도 보세요.”

화면에 영상 셋이 떠 있었다. 사하구 어느 아파트 앞, 북구 어느 시장 골목, 금정구 어느 다리. 셋 다 처음 보는 사람이 어깨에 붉지 않은, 흰 눈이나 초록 눈을 띄우고 혼자 떠들며 걷고 있었다. 셋 다 뒤에 물것이 따라붙고 있었다. 영상 아래 제목이 붙어 있었다. 「우리 동네 밥솥 작전」.

“새벽 다섯 시부터 따라 하는 사람들이 나왔습니다. 처형 방송도 아니고 미끼 연습도 안 해 본 사람들이에요. 둘이 죽었습니다.” 서 과장이 태블릿을 내렸다. “민결 씨가 지금 오십만 명 앞에서 이걸 하고 있어요. 오십만 명 중에 몇 명이 오늘 따라 할지 저는 셀 수가 없어요.”

나는 숨을 들이켰다. 짠 공기가 목에 걸렸다. 뒤에서 소리가 가까워졌다.

“그러니까 멈추세요. 차에 타세요. 저희가 바다 쪽으로 빼 드리겠습니다. 방송은 여기서 끝내고요.”

“제가 멈추면 이것들 다 저 사람들한테 가요.”

“그 사람들은 수영교 앞에서 저희 검문에 서 있을 겁니다. 검문을 열지 말지는 제가 정해요.”

나는 서 과장을 봤다. 서 과장도 나를 봤다. 그녀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숫자를 세는 사람의 눈이었다. 사흘 전 체육 창고에서 그녀는 구역 세 곳, 아흔 명 중 서른 명을 셌다. 지금은 오십만 명을 세고 있었다.

“과장님.”

“네.”

“검문 열어 주세요. 저 지금 말할게요.”

나는 태오가 든 휴대폰 쪽으로 몸을 돌렸다. 붉은 눈도 같이 돌았다. 서 과장과 차와 대응팀 셋이 하늘에 걸렸다. 서 과장이 반사적으로 얼굴을 가렸다. 나는 빠르게 말했다.

“여러분, 밥솥 작전 따라 하지 마세요. 미끼는 처형 방송 하나로 돼요. 저는 신들이 원래 저만 봐요. 여러분은 아니에요. 여러분 동네에서 하시면 여러분이 죽어요. 하지 마세요. 진짜로요. 하지 마세요.”

세 번 말했다. 네 번째는 목이 메어서 못 했다. 채팅창이 한참 멈췄다가 312명 쪽 이름들이 먼저 움직였다. 「삼십대백수: 공지) 밥솥 작전 따라 하기 금지. 형만 함」 「해운대불주먹: 퍼 날라」 「쭈꾸미99: 대구 단톡방에 돌림」 「한강라이더: 서울 쪽도 공지 올림」.

서 과장이 얼굴에서 손을 내렸다. 하늘에 그 얼굴이 이미 걸렸다 지나갔다. 그녀는 잠깐 하늘을 올려다봤다가, 대응팀 한 사람에게 손짓했다. 그 사람이 무전기를 들었다.

“수영교 검문, 해운대 구역 통과시켜.”

“과장님, 그…….”

“통과시키라고.”

그때 나는 그녀의 태블릿을 봤다. 영상 셋이 꺼진 자리에 다른 화면이 떠 있었다. 하늘의 수천 칸 중 하나였다. 얼굴이 없는 칸이었다. 회색 회의실 책상과 태극기 끝자락만 비치는 칸. 칸 아래 이름은 「대한민국 재난방송」이었다. 그 옆에 금빛 글씨가 한 줄 떠 있었다.

「‘저울’ 님이 후원했습니다」

서 과장이 태블릿을 뒤집었다. 그녀는 내가 그걸 봤다는 걸 알았다. 나도 그녀가 알았다는 걸 알았다. 우리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세요.” 서 과장이 차에 올랐다. “다리 건너면 다시 얘기합시다. 그때는 협조 부탁드립니다.”

*

오전 열 시 사십 분, 동백섬을 돌아 마린시티 고층 건물 사이를 빠져나왔을 때 태오의 오른쪽 종아리에 피가 흘렀다. 동백섬 산책로 끝에서 물것 하나가 데크 아래에서 튀어나왔다. 태오는 각목으로 그것을 떼어 냈지만 종아리에 이빨 자국이 둥글게 남았다. 그는 아프다는 말을 안 했다. 대신 휴대폰을 나에게 넘기고, 다리를 끌며 내 반걸음 뒤를 지켰다.

“태오 씨, 어디 앉아요.”

“앉으면 혼자 나가는 거예요.” 태오가 말했다. “한 척은 붙어야 된다고 했잖아요.”

민아 채널에서 소식이 왔다. 「민아편집실: 수영교 건넘. 육백 다 건넘. 반장님 맨 끝에 건넘」. 이어서 누나의 버스가 광안리 구역 정문에 들어섰다는 글이 올라왔다. 보람이 버스 뒷유리 너머로 하늘만 찍다가 마지막에 한 번 카메라를 내렸다. 보람의 칸에 버스 바닥이 비쳤다. 바닥에 누군가 흘린 김밥 꽁다리 하나가 굴러다녔다.

「보람찬밥상: 밥솥 씨. 도착. 다 도착」

나는 수영강 하구 끝, 광안대교 진입로 아래에 섰다. 광안대교는 해운대와 남천동을 바다 위로 잇는 긴 다리다. 그 다리 아래 바다 너머로 광안리 해변이 보였고, 해변 뒤 어딘가에 지금 육백 명과 천이백 명이 있었다. 내 뒤에는 마흔 마리가 넘는 것들이 따라붙어 있었다. 이것들을 데리고 광안리 쪽으로 갈 수는 없었다. 남은 길은 바다 위였다. 다리 위로 올라가 바다 한가운데로.

동시 시청자 700,000을 넘었다.

나는 진입로 경사를 올려다봤다. 비가 다시 오기 시작했다. 다리 위 상판 가운데, 빗줄기 사이에 사람 하나가 서 있었다. 키가 백구십쯤, 어깨가 문짝만 했고, 하얀 눈이 그 어깨 위에서 전보다 훨씬 크게 빛났다. 그 눈 주위로 붉은 글씨가 빽빽하게 붙어 있었다.

「‘붉은 뿔의 왕’ 님이 ‘철근TV’에 후원했습니다」

마용팔이 철근을 바닥에 끌며 걸어 내려왔다. 철근 끝이 아스팔트를 긁어 불꽃을 튀겼다.

9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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