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5,116자)
민아의 채널
신들이 내 방송에 후원을 끊었다 · 한도윤
7월 14일 밤 열두 시 사 분, 내 등 뒤 철망 너머에서 민아가 휴대폰 화면을 켰다.
“오빠. 보람 언니 폰으로 내 채널 들어와 봐. 「민아편집실」.”
“너 채널 있었어?”
“작년에 만들었어. 오빠 영상 편집하다가 남는 컷 올리려고. 구독자 0명.” 민아가 대걸레 자루로 철망을 한 번 쳤다. “지금 켰어.”
나는 보람에게서 휴대폰을 받아 검색창에 그 이름을 쳤다. 회색 썸네일 하나가 떴다. 들어가자 화면 가득 운동장이 나왔다. 젖은 흙, 방수포 천막, 그리고 손전등 불빛 셋. 화면 아래 동시 시청자 1. 나였다.
그런데 하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고개를 들지 않고 물웅덩이 속 하늘을 봤다. 수천 칸 사이에 「민아편집실」 칸은 없었다. 민아의 어깨 위에는 빛도 떠 있지 않았다.
“신 쪽에 안 나가.” 민아가 말했다. “첫날 밤 열한 시에 방송 켜고 있던 사람들만 눈이 붙었잖아. 나는 그때 편집 중이었어. 내 채널은 사람만 봐.”
나는 화면을 봤다. 민아의 카메라가 운동장을 비추고, 천막을 비추고, 정문 쪽으로 걸어오는 손전등 셋을 비췄다. 하늘의 신들은 그 장면을 하나도 못 봤다. 사흘 동안 나는 뒤를 돌아볼 수가 없었는데, 민아는 처음부터 마음대로 아무 데나 볼 수 있었다.
“너, 그거 사흘 전부터 알았어?”
“됐고, 오빠 시청자들 보내.”
나는 내 채널 채팅창에 링크를 붙였다. 「민아편집실. 동생 채널. 하늘에 안 나감」. 삼 초 뒤 민아 채널의 숫자가 1에서 300으로 뛰었다. 그다음은 셀 수가 없었다. 2,000. 18,000. 60,000. 「해운대불주먹: 민아 씨 채널 오픈 축하」 「삼십대백수: 공지) 이제 방향은 민아 씨 몸 기준」 「쭈꾸미99: 아니 화면이 돌아간다 형 화면은 맨날 앞만 봤는데」 「신규: 동생이 형보다 잘생김」 「민결이엄마아님: 민아 씨 발목은요」.
“발목은 괜찮아요. 오빠가 잘생겼다는 말은 안 괜찮고요.” 민아가 카메라를 자기 얼굴 쪽으로 돌렸다.
화면에 민아가 나왔다. 젖은 머리를 뒤로 묶었고, 내 군대 시절 티셔츠를 아직 입고 있었다. 눈 밑이 거뭇했다. 나는 그 얼굴을 휴대폰 화면으로 봤다. 사흘 만이었다. 철망 너머 바로 등 뒤에 있는 얼굴을 손바닥만 한 화면으로 봤다.
“조민아입니다. 「조결의 게임방」 편집하는 사람이에요. 썸네일에 오빠 얼굴 못생기게 자른 거 다 저예요.”
「신규: 레전드」 「왼손잡이: 그거 일부러였음?」 「해운대불주먹: 알고 있었음」
보람의 휴대폰 위쪽에 문자 알림이 하나 내려왔다. 처음 보는 번호였는데, 보람이 「이거 그 과장 아니에요?」 하고 나를 봤다. 문자는 짧았다.
「민아 씨 채널 저희도 보고 있습니다. 구역 안 얼굴은 비추지 않게 협조 부탁드립니다. 서경란」
“오빠, 뭐래?”
“얼굴 비추지 말래. 협조 부탁드린대.”
“됐고.” 민아는 카메라를 내리지 않았다.
*
손전등 셋이 정문 앞까지 왔다. 박 반장이 맨 앞이었고 뒤에 둘이 따라왔다. 스물 남짓한 청년 하나, 예순쯤 된 아주머니 하나. 청년은 편의점 조끼를 입었고, 아주머니는 호루라기를 목에 건 채 그걸 손가락으로 계속 만지작거렸다.
민아가 대걸레 자루를 짚고 그 앞을 막아섰다. 카메라를 든 채였다.
“반장님. 오늘 나가는 분들이에요?”
박 반장이 카메라를 봤다. 그의 얼굴이 민아의 화면 가득 찼다. 나는 그 얼굴을 처음 제대로 봤다. 사흘 동안 그는 늘 내 등 뒤에 있었다. 눈가 주름이 깊었고 입술이 갈라져 있었다. 화상 입은 손에 감은 붕대가 손전등 불빛에 하얗게 떴다.
“그거 꺼라. 하늘에 나간다.”
“안 나가요. 이건 사람만 봐요. 지금 육만 명이요.”
박 반장의 눈이 잠깐 흔들렸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에 자기 얼굴이 없는 걸 확인하고, 다시 카메라를 봤다.
“민아 씨, 들어가라. 이 사람들 순찰 나간다. 바깥 길 돌면서 그것들 저쪽으로 끌고.”
“사흘 동안 열한 명 나갔어요.” 민아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다. “돌아온 사람은 넷이에요. 제가 화장실 창문에서 셌어요. 반장님은 매일 정문 앞까지만 나갔다가 들어오셨고요.”
운동장 천막 쪽에서 사람들이 깨어나는 소리가 났다. 천막 지퍼가 열리는 소리, 누가 기침하는 소리, 아이가 칭얼대는 소리. 방수포 아래에서 얼굴들이 하나둘 나왔다. 민아는 카메라를 돌려 그 얼굴들을 비췄다. 신들은 못 보는 얼굴들이었다. 육만 명이, 아니 이제 십만 명이 보는 얼굴들이었다.
“그래서 사흘 동안 여기 그것들이 한 마리도 안 들어왔다.” 박 반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운동장 끝까지 들리게. “금정구 구역 아흔 명 중에 서른 명 남은 거 아나? 사상구 구역 터진 거 아나? 우리는 육백이 다 살았다. 사흘을. 열한 명 나가서.”
“일곱 명 안 돌아왔고요.”
“다 자원했다.”
“밥을 두 개 줬죠.” 민아가 카메라를 다시 박 반장에게 돌렸다. “순찰 나가는 사람 식구한테는 주먹밥을 두 개씩 줬잖아요. 하나씩 준다면서. 제가 배식 줄에서 봤어요. 그 집들은 다 애가 둘 셋 있는 집이었고요.”
아주머니가 호루라기를 놓았다. 호루라기가 가슴에 툭 떨어졌다.
박 반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말이 없어서가 아닌 것 같았다.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어느 걸 먼저 꺼낼지 모르는 얼굴이었다. 붕대 감은 손이 쥐었다 펴졌다.
“민아 씨는 그라믄 우째 했겠노?” 그가 낮게 말했다. “밥 하나씩 주고, 아무도 안 내보내고, 그것들 들어오면 육백이 다 같이 죽고. 그기 공평하나?”
“모르겠어요.” 민아가 말했다. “근데 반장님이 혼자 정하고 혼자 셌잖아요. 아무한테도 안 보여 주고. 이제는 보여 줄게요. 다 같이 보고 다 같이 정하게.”
“그라믄 니 오빠는.” 박 반장이 철망 너머 내 등을 턱으로 가리켰다. “니 오빠 눈깔 하나 때문에 우리 구역이 저 숫자 받았다. 그건 누가 셈하는데?”
나는 대답하려고 입을 열었다. 민아가 먼저 말했다.
“오빠도 셈해요. 오빠는 반대쪽으로 가겠대요. 혼자. 미끼로.”
천막 쪽이 웅성거렸다. 나는 앞을 본 채 눈을 감았다. 민아가 그걸 그렇게 꺼낼 줄은 몰랐다.
*
새벽 한 시, 운동장 한가운데 농구 골대 아래 사람들이 모였다. 민아의 카메라가 그 가운데 있었다. 나는 철망 바깥에서 보람의 휴대폰으로 그걸 봤다. 시청자 34만. 숫자가 내 채널보다 컸다. 내 채널은 이십만 근처에서 멈췄고, 넘쳐 나는 사람들은 전부 민아에게 갔다.
택배 기사가 손을 들었다. 「해운대 3팀」 조끼였다. “내가 앞장설게요. 해운대 골목 십이 년 돌았습니다. 수영강 다리까지는 눈 감고도 갑니다.”
예순쯤 된 아주머니가 손을 들었다. 순찰조에서 돌아온 넷 중 하나라고 했다. 이름은 미자라고 했다. “나는 남을랍니다. 반장님 말 다 맞다고는 안 해요. 근데 이 다리로 광안리는 못 가요. 무릎이 이래요.” 그는 무릎을 두드렸다. 탁, 탁. 그 소리가 마이크에 잡혔다.
편의점 조끼를 입은 청년이 말했다. “반장님, 저 원래 오늘 나가는 거였잖아요. 저 안 나가도 돼요?”
박 반장이 그 청년을 봤다. 오래 봤다.
“니는 가라. 광안리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동안 보람이 철망 바깥 내 옆에 쪼그려 앉았다. 버너 불은 꺼져 있었다. 떡볶이 떡은 아까 다 나갔다.
“밥솥 씨, 미끼 얘기 진짜예요?”
“민아가 먼저 말해 버렸어요.”
“말해 버린 게 아니라 하려던 거잖아.” 보람이 무릎을 끌어안았다. “나 지하상가에서 밥솥 씨 팔려고 했던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 말리는 거니까 좀 들어요. 미끼는 파는 쪽이 정하는 거지, 미끼가 정하는 게 아니야.”
“그럼 누가 정해요?”
“몰라. 그러니까 저기서 손 들고 있잖아.” 보람이 턱으로 운동장을 가리켰다. 화면 속에서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 내렸다 하고 있었다.
태오가 경비실 처마 기둥에 기대 서서 무전기 안테나를 접었다 폈다 했다. 그러다 말했다.
“저 붙을게요.”
“태오 씨 배는 영도에 있잖아요.”
“배 말고 저요. 한 척은 붙어야 된다고 했잖아요.” 태오가 안테나를 끝까지 폈다. “그리고 민결 씨는 왼쪽 오른쪽 못 맞추잖아요.”
「왼손잡이: 태오님 정확」 「삼십대백수: 미끼 작전 인원 둘 확정」 「쭈꾸미99: 아니 확정하지 마」
보람이 한숨을 쉬고 일어났다. “그럼 나는 사람들 쪽 붙을게요. 밥은 내가 알아. 삼백 명 밥은 몰라도 삼백 명 배고픈 건 알아.” 그러고는 버너를 다시 켰다. 끓일 것도 없는데 불부터 켰다. 버릇이라고 했다.
결정은 한 시간 걸렸다. 손을 드는 방식이었고, 민아가 카메라로 손을 셌고, 채팅창의 사람들이 같이 셌다. 「왼쪽 천막 줄 스물셋」 「아니 스물넷, 애가 손 듦」 「애는 세지 마」 「애도 사람이지」. 떠나는 쪽 삼백열둘, 남는 쪽 이백구십. 나머지는 손을 안 들었다. 삼백열둘이라는 숫자에서 채팅창이 잠깐 멎었다. 「삼십대백수: 312 ㅋㅋㅋㅋ」 「해운대불주먹: 운명이다」 「누나는퇴근중: 내 버스 사십오 인승인데」.
그 웃음 사이에서 박 반장이 골대 기둥에 손을 짚었다. 그는 아무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기 천막으로 들어가지 않고 정문 쪽으로 걸어왔다.
“반장님?” 민아가 카메라를 들고 따라왔다.
“오늘 나간 순찰조.” 박 반장이 철문 빗장을 풀었다. “열한 시 반에 후문으로 먼저 나간 조가 있다. 둘. 아직 안 돌아왔다. 니가 니 채널 켜기 전에 내보낸 조다.”
빗장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철문이 내 등 뒤에서 끼익 열렸다. 박 반장이 손전등을 들고 나왔다. 그는 내 옆을 지나 길로 나섰다. 나를 보지 않았다. 나도 그를 보지 않았다. 우리는 둘 다 길을 봤다.
“내가 정한 기다. 내가 데리고 온다.”
“반장님, 그 손으로요?”
“니는 따라오지 마라. 니 눈깔 따라오면 그것들 다 따라온다.”
하늘에 숫자가 떠 있었다. 11:00:00. 나는 그 숫자에서 눈을 떼고, 손전등 불빛 하나가 송정 쪽 어두운 길로 멀어지는 것을 봤다. 태오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 배가 혼자 나가면 안 돼요. 한 척은 붙어야 돼요.
나는 일어섰다. 등 뒤 철망 너머에서 민아가 카메라를 내리는 소리가 났다. 휴대폰 케이스가 철망에 긁히는 소리였다.
“오빠.”
“응.”
“이번엔 내가 오빠 등 뒤 찍을게. 사람들한테만.”
나는 대답하지 않고 박 반장의 불빛을 따라 걸었다. 붉은 눈이 내 앞길을 비췄고, 하늘의 글씨들이 몰려왔다. 「나왔다」 「밤길」 「이번엔 누가 죽어」. 등 뒤에서 민아의 화면이 나를 따라왔다. 사람만 보는 화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