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312자)

백만

신들이 내 방송에 후원을 끊었다 · 한도윤

7월 14일 오전 열한 시 오 분, 광안대교 상판 위로 빗줄기가 비스듬히 그어지고 있었다.

다리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본 건 처음이었다. 광안리 해변은 왼쪽 아래, 몸 기준 왼쪽 아래에 있었다. 회색 바다 위로 다리 기둥이 줄지어 섰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 걸린 쇠줄들이 비에 젖어 낮게 울었다. 바람이 바다 쪽에서 불어와 부목 감은 왼팔을 떨게 했다. 다리 아래 바다가 내 붉은 눈이 볼 때마다 조금씩 끓었다. 뒤로는 진입로 경사를 타고 마흔 마리가 넘는 것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젖은 타이어 같은 등이 아스팔트를 밀며 올라오는 소리가, 빗소리보다 컸다.

앞에는 마용팔이 있었다.

그는 상판 한가운데 차선을 가로질러 섰다. 어깨 위 하얀 눈이 축구공만 해졌고, 그 둘레로 붉은 글씨가 빽빽했다. 붉은 뿔의 왕이 직접 그에게 후원을 넣고 있었다. 마용팔의 팔뚝 핏줄이 지도가 아니라 나무뿌리처럼 불거져 있었다. 철근 끝이 바닥을 긁을 때마다 불꽃이 튀어 빗물에 지글거렸다.

“형님. 열 배 아니래요. 백 배래요.”

“용팔 씨 단백질 엄청 드시겠네요.”

“예. 평생 먹을 거, 다음 생까지.” 마용팔이 웃지 않았다. 그는 내 뒤를 봤다. 물것들이 올라오는 쪽을. “형님 뒤에 저거 다 형님 거잖아요. 저 오늘은 안 비켜요. 형님 앞에서 같이 맞아도 돼요. 백 배면 저것들 다 패고도 남아요.”

태오가 내 반걸음 뒤에서 각목을 고쳐 쥐었다. 그의 종아리 붕대가 붉게 젖어 있었다.

나는 태오의 휴대폰을 봤다. 동시 시청자 742,118.

*

“여러분.”

나는 마용팔을 보면서 말했다. 붉은 눈이 마용팔을 비췄고, 하늘의 내 칸에 그가 가득 찼다. 그건 상관없었다. 지금 내 말은 신들 들으라는 말이 아니었다.

“지금 부산 하늘 맨 아래, 일곱째 줄 보이시죠. 해방이요. 백만 명이 제 채널 하나를 같이 보고 있으면 제 위의 하늘이 닫힌다고 적혀 있어요. 국정원 과장님은 그게 함정일 수도 있대요. 저도 몰라요. 근데 지금 제 뒤에 마흔 마리가 있고 제 앞에 백 배짜리가 있어요. 저 한번 해 볼게요. 와 주세요. 제 채널로. 딱 한 채널로.”

채팅창이 터졌다. 터진 다음 정리됐다. 312명 쪽 이름들이 제일 먼저 정리했다.

「삼십대백수: 공지) 전원 밥솥 채널로. 다른 창 끄셈」 「해운대불주먹: 합방 채널 시청자들 다 넘어와」 「보람찬밥상: 우리 사만 다 보냄. 밥은 나중에」 「한강라이더: 서울 다 넘김」 「동성로디제이: 대구 넘김」 「누나는퇴근중: 광안리 구역 천팔백 명 폰 다 켜라 했다」

숫자가 움직였다. 790,000. 830,000. 870,000. 숫자 오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실제로는 빗소리였다.

마용팔이 뛰었다.

백 배짜리 몸은 보이지 않을 만큼 빨랐다. 내가 숨을 한 번 쉬는 동안 철근이 내 옆구리를 쳤다. 갈비뼈 쪽에서 무언가가 접히는 소리가 났다. 나는 차선 위로 미끄러져 다리 난간 아래 콘크리트 턱에 등을 박았다. 입안에 쇠 맛이 확 퍼졌다. 태오가 각목을 휘둘렀고, 마용팔은 그것을 손바닥으로 받아 쥐고 부러뜨렸다. 각목 부러지는 소리가 난간 쇠줄에 부딪혀 울렸다.

“형님, 일어나요. 누워 있으면 재미없잖아요.”

나는 일어났다. 일어나면서 휴대폰을 봤다. 태오가 떨어뜨린 휴대폰이 내 발치에 엎어져 있었다. 집어 들었다. 화면에 금이 갔지만 숫자는 보였다. 940,000.

뒤에서 물것 첫 줄이 상판 위로 올라왔다.

*

민아의 전화가 왔다. 보람의 휴대폰 번호였다. 나는 어깨로 휴대폰을 받쳐 귀에 댔다.

“오빠.”

“어.”

“나 지금 광안리 해변이야. 다리 보여. 오빠 쪼끄맣게 보여.” 민아의 목소리 뒤로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파도 소리가 섞였다. “내 채널 시청자 아직 삼십만 있어. 나 이거 닫을게.”

“닫지 마. 그거 네 거잖아.”

“닫는 게 아니라 보내는 거야.” 민아가 말했다. “오빠는 나를 맨날 등 뒤에 뒀잖아. 이번엔 내가 오빠를 앞에 세운 거야. 내가 정한 거야. 반장님 말투로 하면.”

전화가 끊겼다. 민아의 채널이 닫혔다는 알림은 오지 않았다. 대신 내 채팅창에 「민아편집실」 이름으로 한 줄이 떴다.

「민아편집실: 다 이리로 오세요. 우리 오빠 지금 못생기게 나와요. 제가 썸네일 뽑을 거예요」

숫자가 뛰었다. 970,000. 990,000. 998,000. 999,500.

그리고 멈췄다.

999,688.

숫자는 거기서 움직이지 않았다. 빗소리 속에서 십 초가 지났다. 이십 초가 지났다. 마용팔이 내게 다가오며 하늘을 봤다. 물것들이 상판 위로 줄줄이 올라섰다. 숫자는 그대로였다. 999,688.

나는 그 숫자를 봤다. 그리고 웃었다. 갈비뼈가 아파서 웃다가 기침했다. 기침하면서 웃었다.

“삼십대백수 님.”

「삼십대백수: 어」

“지금 어디서 보고 계세요?”

「삼십대백수: 민아 씨 채널. 거기 닫힌 줄 알고 안 나가고 있었는데」

「해운대불주먹: 나도」 「쭈꾸미99: 나도 거기」 「왼손잡이: 나도 거기. 민아 씨 화면이 형보다 잘 보여서」 「등대빵: 저도요. 할머니도요」 「누나는퇴근중: 내 폰도 거기」

모자란 숫자는 312였다. 처음부터 있던 사람들이, 사흘 동안 뒤만 보던 내 화면보다 아무 데나 볼 수 있는 동생 화면이 좋아서 거기 가 있었다.

“여러분.” 나는 기침을 삼켰다. “이제 오세요. 우리 처음 자리로.”

숫자가 바뀌었다.

1,000,000.

*

소리가 먼저 왔다. 사흘 전 반지하 창문이 울리던 그 소리가 반대로 왔다. 웅 하고 울리던 것이 휙 하고 빨려 들어갔다.

하늘의 내 칸이 깜박였다.

붉은 테두리가 꺼졌다. 칸 안이 검게 꺼지고, 칸 둘레에 몰려 있던 신들의 글씨가 한꺼번에 미끄러져 흩어졌다. 내 어깨 위 붉은 눈이 처음으로 감겼다. 세로로 길쭉한 검은 금이 가로로 누웠다. 눈꺼풀 같은 것이 그 위를 덮었다.

물것들이 멈췄다. 상판 위에 줄지어 선 마흔 마리가 빈 눈자리를 이쪽저쪽으로 휘저었다. 볼 데가 없었다. 신들이 안 보니까. 하나가 난간 쪽으로 미끄러지더니 그대로 바다로 떨어졌다. 다른 것들도 따라갔다. 줄지어, 빗물 흘러내리듯이.

마용팔은 그때 뛰어오르고 있었다. 나를 향해, 철근을 머리 위로 들고, 백 배짜리 다리로 난간 턱을 밟고. 그가 공중에 떴을 때 그의 어깨 위 하얀 눈 둘레의 붉은 글씨가 한꺼번에 떨어져 나갔다.

「‘붉은 뿔의 왕’ 님의 후원이 닿지 않습니다」

마용팔의 몸에서 불이 빠지는 게 보였다. 한 번에 빠졌다. 젖은 빨래를 짜듯이가 아니라, 양동이를 엎듯이. 그의 팔이 철근 무게를 못 이겨 아래로 처졌다. 그는 공중에서 균형을 잃었다. 난간 턱을 디딘 발이 미끄러졌다. 그의 몸이 난간 바깥, 바다 쪽으로 기울었다.

나는 오른손을 뻗었다.

손에 그의 손목이 잡혔다. 굵었다. 손가락이 다 안 감겼다. 그 손목에 끌려 내 몸도 난간 위로 반쯤 넘어갔다. 부러진 왼팔이 난간 쇠에 짓눌렸고 나는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손을 놓지 않았다. 아래로 회색 바다가 보였다. 물것들이 떨어진 자리에서 거품이 일었다. 철근이 먼저 떨어져 작은 물기둥을 세웠다.

“형님, 저 무거워요.”

“알아요.”

“근육이라서요.”

“알아요, 이 새끼야.”

태오가 내 허리를 잡았다. 종아리에서 피를 흘리면서 두 다리로 버텼다. 우리 둘은 마용팔을 난간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세 번 미끄러졌고 세 번째에 손톱으로 난간 턱을 긁어 붙었다. 셋이 상판 위에 엉켜 쓰러졌다. 빗물이 얼굴로 쏟아졌다.

마용팔은 아스팔트에 누워 하늘을 봤다. 그의 하얀 눈은 아직 떠 있었지만 둘레에 글씨가 하나도 없었다. 그는 오래 말이 없었다. 그러다 자기 팔뚝을 내려다봤다. 핏줄이 다 가라앉아 있었다. 사흘 전, 구독자 이백팔십 명일 때의 팔이었을 것이다.

“왜 잡았어요?”

“용팔 씨 시청자 사람 몇 명이에요?”

그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휴대폰 화면을 봤다. 바닥에 떨어진 그 화면에 그의 채팅창이 흐르고 있었다. 사람 시청자 쪽이었다. 「철근 형 살았다」 「형 그냥 밥솥 형이랑 합방해」 「단백질 ㅠㅠ」.

“그 사람들 앞에서 떨어지는 거 보여 주기 싫어서요.” 내가 말했다. 형근이 터널에서 했던 말을 내가 하고 있었다.

*

삼 초였다. 나중에 민아가 영상을 돌려 보고 셌다. 하늘의 내 칸이 꺼져 있던 시간은 정확히 삼 초였다.

내 어깨 위 붉은 눈이 다시 떴다. 눈꺼풀이 걷히고, 검은 금이 다시 세로로 섰다. 하늘의 내 칸에 붉은 테두리가 돌아왔다. 신들의 글씨가 다시 몰려왔다. 그런데 처음과 달랐다. 글씨들이 내 칸 위에서 망설였다. 가까이 오지 않고 둘레를 돌았다. 「뭐야」 「꺼졌었어」 「무서워」.

동시 시청자는 1,000,000에서 조금 내려와 있었다. 빗속에 누운 채 나는 그 숫자를 봤다. 닫힌 건 삼 초였다. 다시 열렸다. 일곱째 줄은 맞는 말을 했고, 다 말하지는 않았다.

한 시 십이 분이 되자 좌동 위에 걸려 있던 숫자가 0으로 떨어졌다. 하늘이 그 구역을 비췄다. 물이 좌동으로 들어갔다. 중학교 운동장의 방수포가 떠오르고, 체육관 함석지붕 위로 물이 넘었다. 체육관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박 반장이 맨 끝에 수영교를 건넌 지 세 시간이 지나 있었다. 사흘 전 내가 한나절을 마주 보고 앉아 있던 체육 창고 뜀틀이 물에 잠기는 장면이 하늘에 잠깐 걸렸다. 신들의 글씨가 그 위로 지나갔다. 「비었네」 「아무도 없어」.

그때 하늘의 글씨들이 한꺼번에 길을 비켰다.

사흘 전 밤에 봤던 모양이었다. 영도에서 봤던 모양이었다. 큰 글씨 하나가 내려왔다. 그런데 이번엔 후원 알림이 아니었다. 「님이」도, 「했습니다」도 없었다. 내 칸 위가 아니라 사람 쪽, 파도TV 내 채팅창 한가운데에 그 이름이 떴다. 백만 명이 보는 채팅창에, 사람들 이름 사이에 끼어서.

「붉은 뿔의 왕: 재밌네」

채팅창이 멈췄다. 백만 명이 보는 채팅창이 한 글자도 안 움직였다.

「붉은 뿔의 왕: 백만이면 한 채널은 닫히지」

「붉은 뿔의 왕: 근데 하늘이 하나라고 누가 그랬어?」

부산 하늘이 갈라졌다. 수천 칸 화면 바깥, 테두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그 가장자리가 접힌 종이처럼 펼쳐졌다. 펼쳐진 자리에 칸이 더 있었다. 수만 칸, 수십만 칸. 그 칸들 속에서 처음 보는 도시들이 비에 젖거나 눈에 덮이거나 햇볕에 하얗게 바래 있었다. 처음 보는 글자의 간판, 처음 보는 색의 택시. 그 칸들 위로도 신들의 글씨가 흐르고 있었다.

하늘 맨 아래, 일곱 줄 밑에 여덟째 줄이 새로 새겨졌다.

「8단계 세계 채널 — 열림」

옆에서 마용팔이 누운 채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건 단백질로 몇 그램이에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태오의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금 간 화면 속 채팅창 맨 아래에서 커서가 깜박였다. 붉은 뿔의 왕의 마지막 줄 바로 밑이었다. 백만 명이 내가 무슨 말을 칠지 보고 있었다.

나는 엄지로 첫 글자를 눌렀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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