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111자)

화면에 나온 지붕

신들이 내 방송에 후원을 끊었다 · 한도윤

7월 13일 오후 한 시 십이 분, 하늘 지도 위 해운대 구역의 흰 점이 붉게 변했다.

내 붉은 눈이 함석지붕을 비춘 것은 일 초쯤이었다. 버스 앞유리 너머로 지붕이 보였고, 나는 앞을 보고 있었고, 그 일 초 동안 하늘의 내 칸에 체육관 지붕과 운동장 방수포와 철문 위 철조망이 걸렸다. 나는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늦었다. 구름 위 글씨들이 이미 그 그림을 봤다. 「저기 사람 많아」 「저기」 「저기」.

하늘 맨 아래에 다섯째 줄이 켜졌다.

「5단계 표적 — 하늘이 고른 구역 하나. 스물네 시간 뒤 물이 데려간다」

그 밑에 숫자가 떴다. 24:00:00. 해운대 구역의 붉은 점 옆이었다.

버스가 섰다. 누나가 운전석에서 몸을 돌려 나를 봤다. 아무 말도 안 했다. 보람이 내 부목 감은 팔 위에 손을 얹었다. 태오는 창밖 하늘의 숫자를 보며 무전기 채널을 돌렸다. 23:59:41.

*

오후 한 시 반, 철문 앞.

박 반장은 쇠파이프를 들고 서 있었다. 각목이 아니었다. 그의 뒤로 청년 넷이 아니라 사람 백 명쯤이 몰려나와 있었다. 철망에 손가락을 걸고 매달린 얼굴들, 우산을 쓴 얼굴들, 아이를 안은 얼굴들. 나는 그 얼굴들을 등지고 섰다. 정문을 등지고, 길 쪽을 보고. 박 반장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왔다.

“내가 뭐라 했노?”

“알아요.”

“그 눈깔 절대 안으로 돌리지 마라꼬. 내가 뭐라 했노?”

“알아요. 제가 봤어요. 버스에서.” 나는 길을 보며 말했다. 물웅덩이에 하늘이 비쳐 있었다. 물웅덩이 속 하늘에 우리 구역의 숫자가 거꾸로 떠 있었다. “제가 잘못했어요.”

쇠파이프가 내 오른쪽 어깨 위를 지나갔다. 박 반장은 붉은 눈을 노렸다. 파이프는 눈을 그대로 통과했고, 박 반장이 손을 놓으며 비명을 질렀다. 쇠가 아스팔트에 떨어져 굴러가는 소리가 났다. 손바닥이 탔을 것이다. 고무 탄내 같은 냄새가 났다.

“반장님, 그거 치면 손 탄다고 했잖아요.”

“이 새끼가 진짜.”

두 번째는 파이프 없이 왔다. 주먹이 내 뒤통수를 쳤다. 나는 앞으로 고꾸라져 물웅덩이에 무릎을 박았다. 하늘의 글씨가 신이 나서 몰렸다. 「맞는다」 「또 때려」. 박 반장의 발이 내 옆구리로 오려는 순간, 철문 쪽에서 무언가가 철망을 땅 하고 쳤다.

“됐고, 그만해요.”

민아였다. 대걸레 자루로 철망을 치고 있었다. 발목 붕대는 그대로였고, 이번엔 대걸레 자루 끝에 테이프로 감은 칼날 같은 건 없었다. 그냥 자루였다. 그래도 박 반장이 멈췄다.

“민아 씨, 들어가 있으라.”

“반장님이 오빠 패면 저 숫자 줄어들어요?”

박 반장이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물웅덩이에서 무릎을 빼며 숫자를 봤다. 23:31:07.

*

오후 세 시, 정문 앞 길바닥.

“옮겨야 돼요.” 나는 등 뒤로 말했다. 박 반장은 철문 안쪽에 접이식 의자를 갖다 놓고 앉아 있었다. 손에 붕대를 감았다. “물이 데려간다잖아요. 여기 있으면 다 데려가요. 옮기면 살아요.”

“어디로.”

“지도 보고요. 하늘에 흰 점 있는 데로. 광안리 쪽에 큰 구역 있어요. 거기까지 사람들 옮기면…….”

“육백을? 걸어서? 이 비에?” 박 반장이 의자를 삐걱거렸다. “니 그 눈깔이 그 육백 따라댕기면서 하늘에 다 띄울 끼가? 물것들 줄줄이 데리고. 그기 옮기는 기가, 끌고 가서 먹이는 기가?”

“제가 안 따라가면 되잖아요.”

“그라믄 누가 길 아는데? 니 시청자가 안다며.”

그 말은 맞았다. 내 채팅창에 지금 이십만 명이 있었다. 그 이십만 명이 아는 길은 내 화면을 통해서만 이리로 흘러왔다. 화면을 안 켜면 길도 없었다. 화면을 켜면 신들도 같이 봤다.

보람이 그 대화 내내 철문 옆 경비실 처마 밑에서 휴대용 버너에 냄비를 올리고 있었다. 지하상가에서 챙겨 나온 마지막 떡볶이 떡이었다. 냄새가 철망을 넘어 들어가자 철망에 매달린 얼굴들이 하나둘 처마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보람이 철망 틈으로 종이컵을 하나씩 밀어 넣었다.

“반장님 것도 있어요. 하나씩만이에요. 박용구 구역 규칙 맞죠?”

박 반장이 종이컵을 받았다. 받아 놓고 한참 안 먹었다. 그러다 한입 먹고 「맵네」 했다. 그게 오늘 그가 한 말 중 제일 순한 말이었다.

「해운대불주먹: 저 반장 떡볶이 먹는다」 「삼십대백수: 떡볶이 외교」 「보람찬밥상 채팅: 언니 이번엔 안 던졌네」

태오는 그사이 무전기로 광안리 구역과 연락을 잡았다. 광안리 구역은 수영구 어느 고등학교였다. 천이백 명이 들어 있다고 했다. 받아 줄 수는 있는데 오는 길은 알아서 오라고 했다. 수영강 다리 하나를 건너야 했다. 그 다리 앞에 국가정보원 대응팀이 검문소를 차렸다고 했다.

“서 과장.” 내가 말했다.

“아는 사람이에요?” 태오가 물었다.

“방송 끄라던 분이요.”

숫자는 21:44:20이었다.

*

밤 일곱 시, 박 반장이 결정을 내렸다. 구역은 안 옮긴다. 체육관 창문을 모래주머니로 막고, 운동장 방수포 아래 물길을 판다. 옮기고 싶은 사람은 알아서 옮겨라. 대신 내 눈깔이 같이 가면 안 된다.

체육관 안에서 사람들이 둘로 갈렸다. 반장 말대로 남겠다는 사람과 나가겠다는 사람. 나가겠다는 쪽은 많지 않았다. 육백 명 중에 일흔 명쯤. 남겠다는 쪽은 박 반장이 사흘 동안 밥을 하나씩 나눠 준 사람들이었다. 그 밥 하나가 사흘 동안 그들을 살렸다. 나는 그 사흘이 어떤 무게인지 알았다. 체육 창고 뜀틀 앞에서 반 개짜리 주먹밥을 쪼갰을 때 알았다.

밤 아홉 시, 나가겠다는 일흔 명 중 하나가 철문 틈으로 나를 불렀다. 마흔쯤 된 남자였다. 택배 회사 조끼를 입었고, 조끼 가슴에 「해운대 3팀」이라고 박혀 있었다.

“밥솥 씨, 광안리 가는 길 압니까?”

“제 시청자들이 알아요.”

“그 시청자들 길 알려 주는 거, 그 빨간 눈 켜고 해야 되는 거 아입니까? 그라믄 우리 따라오면 우리가 하늘에 나가고.” 남자가 철망을 잡았다. 손가락 마디마다 박스 테이프 자국 같은 굳은살이 있었다. “내가 해운대 골목 십이 년 돌았어요. 길은 내가 압니다. 문제는 그것들이지.”

나는 길을 봤다. 물웅덩이 속 숫자를 봤다. 16:11:40. 그리고 내 어깨 위 붉은 눈을 봤다. 하늘에서 제일 많은 신이 보는 눈. 달맞이길에서 마용팔을 비췄을 때 물것들이 그쪽으로 갔다. 지하상가에서 보람과 같이 물웅덩이를 비췄을 때도 갔다.

“아저씨. 제가 반대쪽으로 가면요.”

“예?”

“사람들이 광안리로 갈 때, 제가 반대쪽, 송정 쪽으로 가면서 계속 떠들면요. 신들이 저만 보고, 물것들이 저만 따라오고.”

보람이 처마 밑에서 국자를 내려놓았다. “미쳤어요? 그거 그냥 미끼잖아.”

“네.”

“팔 부러진 미끼요?”

“다리는 안 부러졌어요.”

채팅창이 그 말에 한꺼번에 들끓었다. 「삼십대백수: 형 그건 아님」 「누나는퇴근중: 총각 그라믄 내 버스 누가 모노」 「쭈꾸미99: 근데 작전명은 밥솥 작전으로 하자」 「왼손잡이: 밥솥 작전 찬성」 「등대빵: 할머니가 그러지 말래요」. 이십만 명 몫의 채팅창이 반은 말리고 반은 작전명을 지었다. 그게 내 채팅창이었다.

태오가 무전기를 내려놓고 처음으로 길게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그랬어요. 태풍 오면 배 한 척이 먼저 나가서 물길을 봐요. 뒤에 배들은 그 배 불빛 보고 따라 들어오고.” 태오가 경자호 쪽, 아니 경자호가 묶여 있을 영도 쪽 하늘을 봤다. “그 배가 먼저 나가는 건 괜찮아요. 근데 그 배가 혼자 나가면 안 돼요. 한 척은 붙어야 돼요.”

“태오 씨 아버지는요?”

“혼자 나갔어요.” 태오가 무전기를 다시 들었다. “그래서 경자호 글씨를 제가 마저 썼죠.”

택배 기사가 철망에서 손을 뗐다. 그는 나를 오래 봤다. 나는 그 얼굴을 못 봤다. 길만 봤다.

“생각해 보입시다. 반장님한테는 아직 말하지 마이소. 반장님은 그런 거 싫어합니더.”

“뭘 싫어하시는데요?”

남자가 대답하지 않고 체육관 쪽으로 돌아갔다.

밤 열한 시, 나는 철망 바깥쪽에 등을 대고 앉았다. 길 쪽을 보고. 철망 안쪽에서 누가 와서 등을 댔다. 철망 너머로 체온이 왔다. 대걸레 자루가 철망에 걸리는 소리가 났다.

“사흘이라며.”

“사흘 맞잖아. 오늘이 사흘째야.”

“사흘째 오라는 게 아니라 사흘 안에 데려가라는 거였지.” 민아가 철망에 머리를 기댔다. 철망이 출렁였다. “오빠는 맨날 나를 등 뒤에 둬.”

“등 뒤에 둬야 하늘에 안 나가지.”

“그러니까. 맨날 등 뒤야. 반지하에서도, 달맞이길에서도, 지금도.” 민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나는 오빠 뒤통수만 보고 사흘을 살았어. 오빠는 내 얼굴을 사흘 동안 한 번도 안 봤고.”

나는 대답을 못 했다. 앞을 봤다. 물웅덩이 속 하늘에 숫자가 거꾸로 떠 있었다. 14:10:22. 민아 얼굴을 보고 싶었다. 고개를 돌리면 민아가 하늘에 나간다. 그 사흘 동안 나는 그걸 다정한 거라고 생각했다. 민아는 그게 벽이라고 생각했다. 둘 다 맞았다. 그래서 더 할 말이 없었다.

“오빠 첫날 밤에.” 민아가 말했다. “내 방 문손잡이 잡았지.”

나는 숨을 멈췄다.

“잡았다 놨잖아. 손잡이 치익 하는 소리 들었어.” 민아가 철망 너머에서 손가락으로 내 등을 한 번 찔렀다. “괜찮아. 놨으니까. 근데 나는 그 뒤로 오빠가 나를 문 뒤에 두는 게 무서워. 오빠가 또 잡을까 봐서가 아니라, 내가 계속 문 뒤에만 있을까 봐.”

밤 공기가 축축했다. 체육관 함석지붕에 남은 빗물이 처마를 따라 똑똑 떨어졌다. 하나, 둘, 셋. 나는 그 소리를 셌다. 다른 걸 셀 게 없었다.

“민아야.”

“응.”

“미안해.”

“됐고.” 민아가 대걸레 자루로 철망을 툭 쳤다. 탁. 한 번이었다. “다른 얘기 할 거 있어. 아무한테도 안 했어.”

“뭔데.”

“반장님이 밤마다 사람을 내보내.” 민아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철망 바로 너머, 내 귀 뒤에서 들렸다. “야간 순찰조라고 해. 밤 열두 시에 서넛씩 나가. 손전등 들고, 호루라기 들고. 구역 바깥 길을 돌면서 물것들을 다른 쪽으로 끌고 간대. 시끄럽게 해서.”

“그래서 구역에 물것이 안 왔구나.”

“사흘 동안 열한 명 나갔어. 내가 셌어. 화장실 창문에서.” 민아가 숨을 쉬었다. 철망이 그 숨만큼 흔들렸다. “돌아온 사람은 넷이야.”

나는 앞을 봤다. 앞을 보면서, 체육관 쪽에서 철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밤 열두 시였다. 손전등 불빛 셋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정문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호루라기가 짤랑거렸다. 맨 앞 불빛을 든 사람이 박 반장이었다.

7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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