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111자)
마지막 곡
신들이 내 방송에 후원을 끊었다 · 한도윤
7월 13일 새벽 네 시 반, 오른쪽 아래 칸의 테두리가 검붉게 변했다.
우리 넷 중에 처형 방송은 나 하나였다. 그런데 형근의 칸이 내 칸과 같은 색이 됐다. 금줄 열두 개 중 형근에게 닿은 여섯 줄이 같이 검붉게 물들었다. 그 옆에 숫자가 떴다. 05:00:00. 숫자는 일 초씩 줄었다.
「다섯 시간」 「끊는다」 「노래 그만」
형근은 노래방 기계 앞에서 자다 깬 얼굴로 그 숫자를 봤다. 반짝이 재킷은 의자 등받이에 걸려 있었고 그는 메리야스 바람이었다. 그는 한참 숫자를 보다가 휴대폰을 들어 자기 칸을 셀카로 비췄다. 연두색 눈이 그를 비추고, 하늘이 그를 비추고, 형근은 거기 대고 손을 흔들었다.
“아이고, 제가 뽑혔네요. 형근이 노래방 손님 여러분, 경사입니다. 처음으로 1등 했어요.”
경자호 조타실 바닥에서 쪽잠을 자던 보람이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태오는 이미 깨어 있었다. 그는 밤새 무전기를 귀에 대고 자갈치 쪽 소식을 들었다. 나는 부러진 왼팔을 가슴에 붙이고 보람의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봤다.
“형님, 거기 어디예요? 정확히.”
“온천장 노래방이지. 「형근이 노래방」. 간판 반 떨어진 거.”
“거기 앞에 온천천 있죠.”
형근이 대답하지 않았다. 온천천은 동래 한가운데를 흐르는 개천이다. 장마 닷새째의 개천이었다.
*
누나의 버스는 아침 일곱 시에 남항대교 아래에서 우리를 태웠다. 누나는 토시를 바꿔 끼었고 눈이 빨갰다. 「누나는퇴근중」의 채팅창 이름은 그대로였다.
“동래 가자고? 내 노선 아닌데.”
“노선이 있어요, 지금?”
“없지. 그래서 묻는 기다. 갈 기가, 말 기가?”
버스는 갔다. 나는 맨 뒷자리에서 뒷유리를 봤고, 보람은 내 옆에서 형근의 칸을 크게 띄워 들고 있었다. 태오는 운전석 옆에 서서 앞길을 봤다. 물에 잠긴 길을 피하느라 버스는 산복도로를 타고 돌고 돌았다. 버스 앞쪽에는 어제 자갈치에서 산복도로로 올라간 할머니 셋이 타 있었다. 셋은 나를 보자 「밥솥」 「밥솥」 하고 수군거리다가, 그중 한 분이 은박지에 싼 무언가를 뒤로 건넸다. 어묵이었다. 시장 바닥에서 건진 어묵을 버너에 구웠다고 했다.
“총각, 그 팔은 와 그렇노?”
“다리에서 떨어졌어요.”
“다리에서 떨어졌으면 팔이 아니라 목이 나가야지. 운 좋네.” 할머니가 혀를 찼다. “근데 그 빨간 거는 와 자꾸 뒤만 보노? 앞 좀 보지.”
“제가 앞 보면 할머니가 하늘에 나가요.”
“내 하늘에 나가면 테레비 나오는 기가?”
“비슷해요.”
“그라믄 내 머리 좀 하고 올 걸.”
그사이 형근은 노래방을 나와 걸었다. 그는 화면에 대고 계속 떠들었다.
“자, 여러분, 제가 지금 어딜 가냐? 물에서 멀리 가야 된답니다. 물에서 멀면 그놈들이 굼뜨대요. 근데 동래가 지금 다 물이에요. 그래서 땅 밑으로 갑니다. 지하철 4호선 수안역. 역은 물이 찼는데, 선로 쪽 터널은 경사가 있어서 위쪽이 말라 있대요. 우리 손님 중에 지하철 기관사님이 계세요. 감사합니다, 기관사님.”
「4호선기관사: 수안에서 미남 방향 선로 위쪽 오르막 마름. 조심하세요 형님」
형근의 연두색 눈이 어두운 계단을 비췄다. 계단 아래 역 대합실에 허리까지 물이 차 있었다. 형근은 머리 위로 노래방 마이크와 휴대용 스피커를 들고 그 물을 건넜다. 스피커를 왜 챙겼냐고 내가 물었더니 형근은 습관이라고 했다.
하늘의 숫자는 02:30:00을 지나고 있었다.
*
수안역 선로 터널에 도착했을 때 숫자는 00:40:00이었다.
터널은 생각보다 넓었고 생각보다 어두웠다. 휴대폰 손전등 셋이 콘크리트 벽을 훑었다. 벽에서 녹물이 흘러내려 줄무늬를 만들었고, 바닥 선로 사이 자갈은 물에 젖어 검게 반짝였다. 공기가 눅눅해서 숨을 쉴 때마다 입안에 쇠 맛이 돌았다. 터널 안쪽 오르막에 형근이 앉아 있었다. 선로 옆 점검용 통로 턱에 걸터앉아 반짝이 재킷을 입고 있었다. 노래방에서 걸쳐 나온 재킷이었다. 손전등 불빛을 받자 재킷이 터널 벽에 반짝이는 점들을 흩뿌렸다.
“왜 왔어?” 형근이 말했다. 웃지 않았다. “내가 오지 말라고 몇 번 말했어.”
“합방하는 사람이 혼자 있으면 그게 합방이에요?”
“그 합방 때문에 왔으면 안 되는 거야.” 형근이 휴대폰을 들어 보였다. 화면에 채팅 하나가 크게 떠 있었다. 「4호선기관사: 형님 이거 보세요. 사상구 합방 셋 중 하나 어젯밤 터짐. 엮여 있던 나머지 둘 칸에도 그것들 몰림. 하나는 살고 하나는 못 나옴」
형근이 휴대폰을 내렸다.
“줄로 엮여 있으면 터질 때 같이 받는다. 내가 터지면 너네 셋한테도 그게 간다. 그러니까 나는 빠진다. 합방 나가기 누르면 줄 여섯 개가 끊겨. 그럼 나 혼자 받는다.”
“형님 혼자 받으면 형님 죽어요.”
“같이 받으면 넷이 죽을 수도 있고.” 형근이 일어섰다. 키가 나보다 작았다. 반짝이 재킷 어깨에 터널 천장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민결이 니 시청자 지금 몇 명이고?”
“십만 조금 넘어요.”
“십만이 너 보고 있다. 너 죽으면 그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데? 보람이도, 태오도 다 그렇고. 나는 칠천이다. 칠천 중에 육천은 노래 들으러 온 사람이고.”
“칠천이든 칠십이든 그게 무슨…….”
“셈은 해야지.” 형근이 내 말을 잘랐다. “니가 그랬잖아. 자갈치에서. 지도라고. 나는 지도가 아니고 노래방이다. 지도는 살아야 돼.”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휴대폰을 뺏으려고 손을 뻗었다. 왼팔은 부목에 묶여 있어서 오른손만 뻗었고, 형근은 그 손목을 잡았다. 잡는 힘이 셌다. 노래방을 이십 년 했다는 남자의 손이었다. 마이크를 쥐던 자리에 굳은살이 있었다.
“놔요.”
“니가 놔라.”
우리는 그렇게 터널 오르막에서 서로 손목을 잡고 섰다. 보람이 뒤에서 형근의 재킷 자락을 잡았다. 태오는 아무것도 잡지 않고 터널 아래쪽, 물이 찬 역 쪽을 봤다. 그쪽에서 물소리가 바뀌었다. 하늘의 숫자가 00:05:00을 지났다.
“민결아.” 형근이 내 손목을 쥔 채 말했다. 목소리가 낮아졌다. “내 딸이 서울에 있다. 스물하나. 대학 다닌다. 걔가 지금 내 방송 보고 있어. 사흘째 계속. 걔한테 나 물것한테 뜯기는 거 다 같이 보여 주고 싶나? 넷이 다 같이 뜯기는 거.”
나는 대답을 못 했다. 형근은 그 틈에 내 손을 놓고 휴대폰 화면을 눌렀다.
「류형근 님이 합방을 나갔습니다」
하늘에서 금줄 여섯 개가 끊어지는 게 보였다. 터널 안이어서 하늘은 안 보였는데, 보람 휴대폰 속 하늘 화면에서 여섯 줄이 툭툭 끊겼다. 「엮인 줄 6」. 형근의 칸이 우리 셋의 칸에서 떨어져 나가 혼자 떠 있었다.
“가라.” 형근이 스피커 전원을 켰다. 지직, 하고 스피커가 숨을 쉬었다. “위쪽으로. 미남역 쪽으로. 나는 아래로 간다. 물 쪽으로. 그놈들 다 나한테 오게.”
“형님…….”
“아, 그리고.” 형근이 마이크를 입에 댔다. 터널 벽이 그의 목소리를 세 번 되울렸다. “신청곡 받습니다.”
*
우리는 위로 갔다. 태오가 내 오른팔을 잡아끌었다. 보람은 형근의 칸을 화면 가득 띄운 채 뒷걸음질 치며 따라왔다. 나는 형근 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내 붉은 눈이 그를 비추면 하늘의 신들이 몰릴 테고, 그러면 그가 끌고 가려는 것들이 우리에게도 올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보람 손에 든 화면으로만 그를 봤다.
형근은 터널 아래로 걸어 내려가며 노래를 불렀다. 신청곡은 어제 바다에 빠진 우리 둘을 놀리느라 시청자들이 올렸던 그 노래였다. 스피커에서 반주가 튀어나오고, 터널이 그 반주를 키웠다. 노래는 형편없었다. 음이 반쯤 떨어졌다. 형근은 원래 노래를 그렇게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칠천 명이 그를 봤다. 노래를 못하는데 끝까지 부르는 사람이어서.
하늘 숫자가 0이 됐다.
형근의 연두색 눈이 검붉게 터졌다. 빛이 아니라 구멍이었다. 그 구멍에서 나는 소리를 나는 아직도 정확히 말하지 못한다. 하수구가 숨을 들이쉬는 소리를 백 배로 늘이면 그 비슷할 것이다. 역 쪽 물이 일어섰다. 그 물에서 물것들이 형근이 서 있는 터널 아래로 쏟아져 올라왔다. 우리 쪽으로는 오지 않았다. 줄이 끊어져 있었다.
화면 속에서 형근은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2절 첫 줄까지 불렀다. 그리고 화면이 크게 흔들렸고, 노래방 마이크가 자갈 위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스피커 반주는 그 뒤로도 삼십 초를 더 흘렀다. 반짝이 재킷 한 자락이 손전등 불빛에 걸려 있다가 물에 쓸려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형근의 칸이 하늘에서 꺼졌다.
*
미남역 쪽 비상계단으로 올라와 지상에 나왔을 때 비가 그쳐 있었다. 닷새 만이었다. 구름이 얇아져서 하늘 화면 뒤로 진짜 해가 희미하게 비쳤다. 보람은 계단 끝 난간을 잡고 토했다. 태오는 계단에 앉아 무전기를 끄고 한참 그걸 내려다봤다.
나는 보람의 휴대폰을 봤다. 동시 시청자 150,000.
어젯밤의 두 배 가까웠다. 형근의 마지막 일 분이 벌써 짧은 영상으로 퍼져 있었고, 영상 끝에는 「밥솥 형 채널에서 생중계」라는 자막이 달려 있었다. 사람들이 그걸 보고 왔다. 「신규: 노래방 아저씨 진짜 죽음?」 「신규: 다음은 누구?」 「신규: 밥솥 형도 처형 방송이라던데 언제 죽어요?」
하늘에서 붉은 글씨가 천천히 내려와 내 칸 위에 앉았다.
「재밌네」
나는 그 글씨를 오래 봤다. 사흘 전 반지하에서 처음 봤을 때, 그 글씨에 나는 기뻤다. 의자 팔걸이를 우그러뜨리면서 기뻤다.
「삼십대백수: 형 신규들 신경 쓰지 마」 「등대빵: 할머니가 노래방 아저씨 명복 빈대요」 「4호선기관사: 형님 마지막 신청곡 내가 신청한 거였어요. 미안합니다」 「누나는퇴근중: 총각. 버스 위에 있다. 올라와라」
그리고 형근의 칠천 명 중에서 넘어온 이름 하나가 채팅창에 떴다.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류다은: 아빠 노래 진짜 못하죠」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채팅창이 그 한 줄 아래에서 십 초쯤 멈췄다. 십오만 명이 보는 채팅창이 십 초 동안 조용했다. 그리고 312명 쪽 이름들이 하나씩 올라왔다. 「해운대불주먹: 네」 「쭈꾸미99: 진짜 못하셨어요」 「왼손잡이: 근데 끝까지 부르셨어요」.
나는 누나의 버스에 올랐다. 맨 뒷자리 말고 운전석 바로 뒤에 앉았다. 오늘이 사흘째였다. 민아에게 사흘이라고 했다.
“누나, 해운대요. 좌동.”
누나가 말없이 핸들을 꺾었다. 버스가 동래를 빠져나와 해운대 쪽으로 달렸다. 한 시간 뒤, 버스 앞유리 너머로 중학교 체육관의 함석지붕이 보였다. 나는 그때 앞을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