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5,155자)

일단 먹고 얘기해

신들이 내 방송에 후원을 끊었다 · 한도윤

7월 11일 아침 일곱 시, 해운대 구역 철문이 내 등 뒤에서 닫혔다.

민아는 따라 나오지 않았다. 따라 나오겠다고 대걸레 자루를 짚고 철문까지 왔는데, 박 반장이 아니라 민아 자기 발목이 막았다. 철문 앞 내리막에서 한 발을 디디다가 민아는 입술을 하얗게 깨물었다. 나는 돌아보지 않고 철문 너머로 말했다.

“사흘. 사흘 안에 데리러 올게.”

“됐고, 밥 먹고 다녀.”

“여기 밥 하나밖에 안 줘.”

“그러니까 밖에서 먹으라고.”

철문 안쪽에서 대걸레 자루가 바닥을 두 번 쳤다. 탁, 탁. 기분 좋을 때 하는 짓이 아니었다. 그건 내가 처음 보는 박자였다.

*

해운대에서 서면까지는 십삼 킬로미터였다. 지하철은 사흘째 멈췄고 도로 절반이 물에 잠겼다. 걸어서 가면 해가 질 것이었다. 그런데 좌동 교차로에 나가 서 있으니 십오 분 만에 시청 비상 버스 한 대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와서 섰다. 앞문이 열렸다. 운전석에 쉰 중반쯤 된 여자가 팔뚝에 토시를 끼고 앉아 있었다.

“밥솥 총각. 타.”

“누나는퇴근중 님?”

“누나 맞제. 퇴근은 사흘째 못 하고 있고.”

버스 안에는 사람이 스무 명쯤 타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맨 뒷자리로 가서 뒷유리를 보고 앉았다. 붉은 눈이 뒷유리 너머 물에 잠긴 도로만 비추게. 버스가 출렁일 때마다 내 무릎이 앞 좌석 등받이에 박혔다. 앞쪽에서 누가 「저 사람 하늘에 나오는 사람 아이가」 했고, 누나가 「뒤 보지 마이소. 저 총각 뒤 보면 우리 다 하늘 나갑니더」 했다. 버스 안이 조용해졌다. 스무 명이 일제히 앞만 보는 소리가 났다. 시트 비닐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였다.

「삼십대백수: 버스 전원 앞보기 챌린지」 「해운대불주먹: 누님 멋지심」 「누나는퇴근중: 운전 중이라 채팅 못 침」 「쭈꾸미99: 치고 계신데요」

서면 롯데백화점 앞에서 내렸다. 누나는 차창을 내리고 비닐에 싼 김밥 한 줄을 던져 줬다.

*

서면 지하상가 식당가는 지하 이층이었다. 계단 입구마다 모래주머니가 쌓여 있었고, 그 너머는 물 대신 기름 냄새로 차 있었다. 떡볶이, 어묵 국물, 튀김 기름. 사흘 동안 소금 주먹밥 반 개와 김밥 한 줄이 전부였던 위장이 그 냄새를 맡고 소리를 질렀다.

분식집 하나만 불이 켜져 있었다. 철판 앞에 여자 하나가 앞치마를 두르고 서서 떡볶이를 휘젓고 있었다. 키가 작고 볼이 동그랬다. 그 여자의 왼쪽 어깨에 금빛 방송 눈이 떠 있었다. 눈 주위로 누런 글씨가 계속 붙었다 떨어졌다. 「맛있겠다」 「더 빨갛게」 「배고파」.

“밥솥 씨? 왕보람이에요. 「보람찬밥상」. 구독자 사만.” 보람이 국자로 의자를 가리켰다. “일단 먹고 얘기해.”

“합방 얘기부터 하면 안 돼요?”

“배고픈 사람이랑 하는 합방은 망해요. 시청자가 다 알아.”

떡볶이가 나왔다. 어묵이 손가락 두께였고, 떡이 철판 열에 겉이 살짝 눌어 있었다. 나는 젓가락을 들고 고개를 숙였다. 붉은 눈이 떡볶이 접시를 하늘에 크게 띄웠다. 「오」 「먹는다」 「처형 전에 먹는다」. 처형 방송을 보러 온 신들이 떡볶이를 보고 처음으로 재밌어했다.

먹는 동안 보람이 휴대폰 두 대를 세워 놓고 설정을 만졌다.

“합방이 뭐냐면, 합동 방송. 채널 둘이 화면 하나를 반씩 나눠 쓰는 거예요. 제 시청자가 밥솥 씨 화면도 보고, 밥솥 씨 시청자가 제 화면도 보고. 사람이 서로 넘어가요. 하늘도 그래요. 칸 두 개가 줄로 이어져요.”

“줄이요?”

“어제 저기 사상구 애들이 합방하는 거 봤어요. 칸 사이에 금줄이 생기더라고요.”

보람이 버튼을 눌렀다. 내 휴대폰 화면이 반으로 갈라졌다. 왼쪽에 떡볶이를 입에 문 내가 나오고, 오른쪽에 국자를 든 보람이 나왔다.

나는 오른쪽 화면을 봤다. 보람의 금빛 눈은 철판 너머에서 나를 비추고 있었다. 거기 나온 남자는 사흘 동안 면도를 안 해서 턱이 거뭇했고, 젖은 티셔츠가 어깨뼈에 들러붙어 있었다. 어깨 위에서는 붉은 눈이 쉬지 않고 깜박였다. 나는 그 남자가 꽤 불쌍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사흘 동안 나는 내가 보는 것만 봤다. 남이 보는 나는 처음이었다. 처형 방송이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 그 화면을 보니 알 것 같았다.

「보람찬밥상 채팅: 언니 그 오빠 누구」 「신규: 밥솥이다」 「신규: 처형 방송이랑 합방을 왜 해」

하늘에서 내 칸과 보람의 칸 사이로 가는 금줄이 하나 생겼다. 동시 시청자가 4,000에서 9,000으로 뛰었다.

*

떡볶이를 반쯤 먹었을 때 보람의 금빛 눈 주위 글씨가 바뀌었다.

「배고파」 「아직이야?」 「약속」

보람이 국자를 내려놓았다. 철판 불을 껐다. 그리고 내 화면이 아니라 자기 화면 쪽, 그러니까 그녀의 금빛 눈 쪽을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나는 그 고개 각도를 봤다. 어제 체육 창고에서 내가 하던 각도였다. 보이고 싶지 않은 게 있을 때 사람은 고개를 그렇게 돌렸다.

“보람 씨, 약속이 뭐예요?”

보람이 대답하기 전에 계단 쪽에서 모래주머니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마용팔이었다. 오른쪽 종아리에 붕대를 감았고, 붕대에 피가 배어 있었다. 뒤에 남자 셋이 따라왔다. 다들 어깨에 하얀 눈을 띄웠고, 손에 소화기와 쇠파이프와 골프채를 들었다. 마용팔이 식당가 한가운데 서서 숨을 들이켰다. 기름 냄새를 맡는 얼굴이었다.

“형님. 다리 물렸어요. 형님 때문에.”

“용팔 씨가 잘 서 계셔서요.”

“단백질을 이백 그램 손해 봤어요. 근육으로.” 마용팔이 쇠파이프를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보람을 봤다. “누님, 약속대로 반 드릴게요. 현상금 열 배 중에 반.”

나는 보람을 봤다. 보람은 나를 안 봤다.

“배부른 돼지가 그랬어요.” 보람이 철판을 보며 말했다. 목소리가 작았다. “처형 방송 데려오면 사흘 치 후원을 한 번에 준대. 사흘 치면 여기 지하상가 사람 마흔 명이 일주일 먹어요. 밥솥 씨 하나면, 마흔 명.”

“그래서 떡볶이 줬어요?”

“배고픈 채로 보내긴 싫었어요.”

화가 나야 했다. 그런데 나는 휴대폰 화면을 봤다. 화면 오른쪽 보람의 채팅창이 사만 명 몫으로 흐르고 있었다. 「언니 이건 아니지」 「사람을 팔아?」 「아니 근데 마흔 명이면」 「언니 떡볶이에 진심이었잖아」. 왼쪽 내 채팅창은 312명 몫의 속도로 흘렀다. 「누나는퇴근중: 총각 지하상가 b출구 열려 있음 내가 아까 봤음」 「삼십대백수: 형 도망쳐」 「등대빵: 형 할머니가 밥 잘 먹으래요」.

보람이 내 화면을 봤다. 그 마지막 줄을 봤다.

“밥솥 씨.”

“네.”

“그 할머니 진짜 있어요?”

“반여동 강옥순 할머니요. 어제 버스 탔어요.”

보람이 숨을 한 번 쉬었다. 그리고 꺼 둔 철판 옆, 아직 김이 오르는 떡볶이 냄비 손잡이를 앞치마 자락으로 감아쥐었다.

“용팔 씨.”

“네, 누님.”

“우리 가게 떡볶이 먹어 봤어요?”

냄비가 날아갔다. 빨간 국물이 마용팔의 얼굴과 민소매 티셔츠와 「철근TV」 글자 위에 쏟아졌다. 마용팔이 비명을 질렀다. 데일 만큼 뜨겁진 않았을 것이다. 보람은 불을 끈 지 오 분이 지난 냄비를 골랐다. 그래도 고추장이 눈에 들어갔다. 그가 쇠파이프를 놓치고 얼굴을 감싸 쥐었다.

“B출구!” 보람이 내 팔을 잡아끌었다. “아니다, 잠깐만.”

보람이 몸을 돌려 자기 금빛 눈을 식당가 반대편, 물이 무릎까지 찬 지하상가 동쪽 통로 쪽으로 돌렸다. 하늘에 그 통로가 걸렸다. 나도 따라 붉은 눈을 같은 쪽으로 돌렸다. 처형 방송과 사만 명짜리 먹방이 같은 물웅덩이를 비췄다. 신들의 글씨가 그쪽으로 우르르 몰렸다.

물이 끓어올랐다.

통로 바닥 배수구들에서 물것이 기어 나왔다. 하나, 다섯, 열둘. 그것들은 우리가 비추는 물웅덩이로 갔다. 물웅덩이는 마용팔 패거리가 서 있는 식당가 출입구 바로 앞이었다.

우리는 반대쪽으로 뛰었다. 등 뒤에서 골프채 휘두르는 소리, 소화기 분사 소리, 마용팔이 「단백질!」 하고 외치는 소리가 났다. 왜 단백질이었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

B출구 계단 중간쯤에서 보람이 멈췄다. 무릎을 짚었다. 숨이 너무 거칠었다.

“보람 씨, 괜찮아요?”

“아니.” 보람이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손가락이 떨렸다. “무거워.”

보람의 어깨 위 금빛 눈 주위에서 누런 글씨 하나가 천천히 떨어져 나갔다.

「‘배부른 돼지’ 님이 후원을 거두었습니다」

알림이 하나 뜰 때마다 보람의 무릎이 한 마디씩 꺾였다. 나는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았다. 나는 보람 옆에 같이 주저앉았다. 젖은 계단에 엉덩이가 차가웠다.

“배가…… 안 불러.” 보람이 멍하니 말했다. “사흘 동안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불렀거든요. 그게 걔 가호였어. 지금 갑자기 배가 고파요. 미친 듯이.”

“저 김밥 있어요. 반 줄.”

“줘요.”

보람은 김밥 반 줄을 한입에 넣고 씹으면서 울었다. 울면서 씹고, 씹으면서 화를 냈다. 「돼지 새끼가」 「사흘 동안 내가 몇 그릇을 해 줬는데」. 보람의 채팅창이 그 장면을 보고 미쳤다. 「언니 우는 먹방 레전드」 「구독함」 「언니 우리가 후원할게 사람 돈으로」.

하늘에서 내 칸과 보람의 칸 사이 금줄이 굵어졌다. 줄 옆에 숫자가 떴다. 「엮인 줄 2」. 한 줄이 아니라 두 줄이었다. 내 시청자가 보람에게 가는 줄과 보람의 시청자가 나에게 오는 줄이 따로 셈해졌다. 동시 시청자는 20,000을 넘었다.

보람이 김밥 은박지를 손가락으로 납작하게 접었다. 반으로, 또 반으로. 네모가 엄지손톱만 해질 때까지 접더니 그걸 앞치마 주머니에 넣었다.

“밥솥 씨. 나 아까 진짜로 팔려고 했어요.”

“알아요.”

“근데 왜 안 화내요?”

“화내면 김밥 도로 달라고 해야 되잖아요. 이미 드셨잖아요.”

보람이 웃다가 사레가 들렸다. 나는 보람 등을 두드렸다. 두드리면서 생각했다. 마흔 명이었다. 보람은 나 하나와 지하상가 마흔 명을 저울에 올렸고, 마지막에 저울을 엎었다. 그 마흔 명은 이제 사흘 치 후원 없이 일주일을 버텨야 했다. 내가 그 값을 대신 낼 방법은 없었다. 보람도 그걸 알았다. 그래서 은박지를 그렇게 작게 접었을 것이다.

“지하상가 사람들은요?”

“우리 채팅창에 사만 명 있잖아요. 쌀 있는 사람 하나쯤은 있겠지.” 보람이 코를 훌쩍였다. “없으면 밥솥 씨가 책임져요.”

“저 밥솥 없어요.”

그때 하늘 맨 아래 일곱 줄 중 넷째 줄이 하얗게 켜졌다.

「4단계 물길 — 내일 해 질 녘, 바다가 도시로 들어온다. 물길 위에 선 구역은 남지 못한다」

휴대폰에 메시지 두 개가 연달아 들어왔다.

「태오낚시 강태오: 영도임. 배 있음. 합방 됨?」

「노래방형근이 류형근: 동래요. 노래 있습니다. 끼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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