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5,097자)

형 왼쪽

신들이 내 방송에 후원을 끊었다 · 한도윤

7월 10일 새벽 다섯 시, 우리는 오층짜리 빌라 옥상 물탱크 옆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반지하는 새벽 세 시쯤 물에 잠겼다. 화장실 하수구가 한 번 더 숨을 들이쉬더니 그다음부터는 쉬지 않고 물을 뱉었다. 민아는 노트북과 외장하드 두 개를 비닐봉지에 싸서 안고 계단을 올랐고, 나는 아무것도 안 들고 올랐는데도 민아보다 늦었다. 계단 한 칸이 무릎 높이처럼 느껴졌다. 어젯밤 한 번 들어왔다 빠져나간 불은 다리 근육까지 같이 데리고 나간 것 같았다.

어깨 위에는 야구공만 한 붉은 눈이 앉아 있었다. 비를 맞아도 젖지 않았다. 손으로 덮으면 손바닥이 뜨거워져서 오 초를 못 버텼다. 하늘의 수천 칸 중에 테두리가 붉은 칸은 내 것 하나였고, 구름 위의 글씨들은 밤새 그 칸 주위를 맴돌았다. 「언제 죽어」 「아직이야?」 「졸려」.

해가 구름 뒤에서 떠올랐을 때 하늘 맨 아래 일곱 줄 중 둘째 줄이 하얗게 빛났다.

「2단계 길 — 여섯 시간 안에 가까운 구역으로 들어가라. 들어가지 못한 사람은 물이 데려간다」

하늘 화면에 부산 지도가 겹쳐 떴다. 지도 위에 흰 점들이 박혀 있었다. 가장 가까운 점은 좌동, 내가 다니던 중학교 자리였다. 걸어서 사십 분 거리였다. 다리가 이 꼴이 아니라면.

나는 깨진 휴대폰을 켰다. 파도TV 앱을 열고 방송 시작 버튼을 눌렀다. 붉은 눈은 어차피 꺼지지 않으니, 사람 쪽 송출이라도 켜 두는 게 나았다.

“자,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저는 오늘 신 없이 등교합니다.”

동시 시청자 0. 3. 11. 숫자가 천천히 올랐다. 어젯밤 4,000명은 대부분 다른 칸으로 옮겨 갔을 것이다. 후원 폭포가 쏟아지는 방송은 하늘에 수천 개 있었다. 밥솥 이후 내 방송에 남은 볼거리는 처형 방송 하나뿐이었다. 숫자는 40에서 한참 멈췄다가, 해가 구름에서 완전히 빠져나올 무렵 다시 움직였다. 120. 250. 301.

「삼십대백수: 형 살아 있네」 「해운대불주먹: 출석」 「민결이엄마아님: 민아 씨 발 안 젖었어요?」 「왼손잡이: 출석인데 여기 서울도 하늘 열림」 「쭈꾸미99: 대구도」

312에서 숫자가 멈췄다.

구독자 수와 같은 숫자였다. 나는 한참 그 숫자를 봤다. 민아가 내 옆에서 휴대폰 화면을 같이 내려다보다가, 아무 말 없이 비닐봉지 속 노트북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탁, 탁. 기분 좋을 때 민아가 하는 짓이었다. 312명이 전부 온 건지, 이상한 사람들이 우연히 312명을 맞춘 건지는 몰랐다. 나는 그냥 다 왔다고 믿기로 했다.

“여러분, 저 이제 후원 없어요. 힘도 없고요. 계단도 못 올라요. 대신 여러분 눈이 있잖아요. 제가 길 모르면 알려 주세요.”

「삼십대백수: 우리가 형 네비임?」 「해운대불주먹: 해운대 사는 사람 손」 「등대빵: 저 반여동요. 중동역 지하차도 물 꽉 찼어요 그쪽 가지 마셈」 「누나는퇴근중: 달맞이길 위쪽은 아직 안 잠김. 아까 지나감」

달맞이길은 해운대 해수욕장 동쪽 언덕을 감아 오르는 오래된 고갯길이다. 언덕 위라 물에서 멀었다. 대신 돌아가는 길이라 한 시간 반이 걸렸다.

*

빌라 밖 골목은 무릎까지 물이 찼다. 흙탕물에 편의점 비닐봉지와 슬리퍼 한 짝과 누군가의 화분이 떠다녔다. 물이 짰다. 바닷물이 하수구를 거꾸로 타고 동네까지 올라온 맛이었다. 나는 앞에 섰고 민아를 내 등 뒤 세 걸음에 세웠다.

“내 앞으로 절대 나오지 마. 눈이 비추는 데로 그게 와.”

“알아. 어젯밤에 봤어.”

“알면 됐고.”

“그거 내 말이야.”

붉은 눈은 내 오른쪽 어깨에 앉아 내가 보는 쪽을 봤다. 고개를 돌리면 눈도 돌았다. 그러니까 나는 앞만 봐야 했다. 뒤를 돌아보면 하늘에 민아가 잡히고, 신들이 민아를 보고, 물것이 민아에게 간다. 걷는 동안 목이 굳었다. 등 뒤에서 민아가 물을 헤치는 소리, 비닐봉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듣고 걸었다.

중동 오거리에서 길이 갈렸다. 언덕으로 오르는 계단길과, 물이 덜 찬 아파트 단지 사잇길.

“여러분, 여기 어느 쪽?”

「누나는퇴근중: 왼쪽!」 「해운대불주먹: 형 왼쪽」 「왼손잡이: 아니 형 왼쪽은 니 왼쪽」 「삼십대백수: 화면 기준이냐 형 기준이냐」 「등대빵: 계단 쪽이요 계단」 「쭈꾸미99: 계단이 오른쪽인데」

“계단이 왼쪽이야, 오른쪽이야?”

「누나는퇴근중: 내 화면에선 왼쪽」 「왼손잡이: 형 지금 거울 모드임?」

나는 화면을 봤다. 파도TV는 셀카 화면을 좌우 반전으로 송출하고 있었다. 시청자 절반은 반전된 화면을 보고 왼쪽이라 했고, 나머지 절반은 내 몸을 기준으로 오른쪽이라 했다. 나는 둘 중 하나를 골랐고 틀렸다. 아파트 단지 사잇길로 열 걸음 들어갔을 때 주차장 배수구 철판이 들썩였다.

“아, 씨.”

철판 틈으로 다리 끝이 나왔다. 하나, 넷, 여덟. 붉은 눈이 그것을 정면으로 비췄고, 하늘에서 글씨가 우르르 몰려왔다. 「왔다」 「드디어」 「먹혀」. 나는 뒤도 안 보고 손만 뒤로 뻗어 민아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왔던 길로 뛰었다. 다리가 물속에서 납덩이 같았다. 등 뒤에서 철판이 뒤집히는 소리가 났다.

계단 앞까지 다시 나왔을 때 시청자 채팅이 한 줄로 정리돼 있었다. 「삼십대백수: 공지) 이제부터 방향은 형 몸 기준. 반전 생각하지 마셈」. 그 아래로 「해운대불주먹: ㅇㅋ」 「누나는퇴근중: ㅇㅋ」 「왼손잡이: 나는 왼손잡이라 이것도 헷갈림」이 줄줄이 올라왔다.

계단을 올랐다. 물것은 계단까지는 따라오지 않았다. 물에서 멀어지면 둔해지는 것 같았다.

*

달맞이길 중턱,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커브에서 하늘 글씨가 바뀌었다.

「현상금 — ‘처형 방송’ 조민결을 죽이는 방송인에게 가호 열 배」

그 글씨가 걸리고 이십 분 만에 그가 나타났다. 커브 위쪽 카페 주차장에서, 하얀 방송 눈을 어깨에 띄운 남자가 걸어 내려왔다. 키가 백구십쯤 됐고, 민소매 티셔츠 아래 어깨가 문짝만 했다. 티셔츠에는 「철근TV」라고 적혀 있었다. 손에 공사장 철근 한 토막을 들고 있었다.

“조민결 씨?”

“아닌데요.”

“하늘에 얼굴 나오는데.”

“닮은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저보다 잘생겼어요.”

남자가 웃었다. 이가 하얬다. 그가 철근으로 가드레일을 툭 치자 쇠가 엿가락처럼 휘었다. 그의 어깨 위 하얀 눈 주위로 누런 글씨가 우수수 붙었다. 후원을 받고 있었다.

“마용팔입니다. 운동 방송 해요. 구독자 이백팔십. 사흘 전까지는 형님보다 적었어요.”

“그럼 우리 동지네요.”

“근데 지금은 이만이에요.” 마용팔이 철근을 어깨에 걸쳤다. “형님 잡으면 열 배래요. 단백질로 치면 평생 먹을 단백질이에요.”

나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민아는 내 뒤 세 걸음, 커브 안쪽 축대 그늘에 있었다. 마용팔의 하얀 눈이 내 어깨 너머를 슬쩍 비추려 했다. 나는 옆으로 한 발 옮겨 그 각도를 몸으로 막았다.

「누나는퇴근중: 형 오른쪽 축대 밑 배수로. 사람 하나 들어감」 「등대빵: 거기 우리 동네 애들 담배 피우던 데임」 「삼십대백수: 형 근데 뛰면 잡힘」

뛰면 잡힌다. 맞는 말이었다. 다리가 이 모양인데. 대신 나는 어깨 위의 붉은 눈을 봤다. 하늘의 신들은 지금 전부 이 눈을 통해 이 언덕을 보고 있었다. 이 눈이 보는 쪽으로 물것이 온다. 처형 방송의 눈은 하늘에서 제일 많은 신이 보는 눈이었다.

나는 마용팔 쪽으로 몸을 똑바로 돌렸다. 정면으로, 그의 얼굴과 철근과 하얀 눈이 내 붉은 눈 한가운데 오게.

“용팔 씨. 지금 하늘에 용팔 씨 엄청 크게 나와요.”

“그래요?”

“네. 신들이 전부 용팔 씨 봐요. 잘 보이게 서 계세요.”

마용팔이 뭔가 이상하다는 듯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 위 글씨가 전부 그의 얼굴 위로 몰려 있었다. 그리고 그의 발밑, 커브 아래 해안 도로에서, 바다 쪽 배수구 뚜껑 여섯 개가 동시에 들썩였다.

“어?”

물것이 기어올랐다. 축대를 타고, 가드레일을 넘어, 하나는 진돗개만 하고 하나는 송아지만 했다. 마용팔이 철근을 휘둘렀다. 한 마리가 날아갔다. 두 마리가 그의 다리에 붙었다. 그가 욕을 했다. 하늘의 누런 글씨들이 신이 나서 춤을 췄다.

나는 그를 계속 비추며 뒷걸음질 쳤다. 축대 밑 배수로까지 열두 걸음. 민아가 먼저 들어갔고, 내가 들어가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배수로 입구 쪽 화면이 하늘에 걸렸다. 물것 하나가 마용팔을 놔두고 고개를 이쪽으로 꺾었다.

“민아야, 안으로!”

민아가 배수로 안쪽 턱에서 아래로 뛰어내렸다. 일 미터 반쯤 되는 높이였다. 착지하는 소리에 민아의 짧은 숨소리가 섞였다. 나는 붉은 눈을 손바닥으로 덮고, 손바닥이 타는 오 초 동안 같이 뛰어내렸다. 휴대폰이 바닥 콘크리트에 부딪혀 액정에 금이 하나 더 그어졌다.

*

배수로는 달맞이길 아래를 뚫고 반대쪽 주택가로 이어져 있었다. 무릎까지 오는 물을 헤치며 십오 분을 걸었다. 민아는 오른발을 디딜 때마다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앞만 봤다. 돌아보면 안 됐다.

“발목이야?”

“됐고, 걸어.”

“업힐래?”

“네 다리로? 나도 살고 싶어.”

배수로 끝에서 좌동 주택가로 나왔을 때 하늘 시계는 열 시 십오 분이었다. 남은 시간 사십오 분. 중학교 정문까지는 내리막 오백 미터. 민아가 내 어깨를 짚고 한 발로 뛰었고, 나는 앞을 보며 걸었고, 채팅창이 골목 하나하나를 짚었다. 「누나는퇴근중: 거기서 세탁소 끼고」 「등대빵: 형 몸 기준 왼쪽」 「왼손잡이: 몸 기준 왼쪽 맞음 확인함」.

중학교 정문은 철문 위에 철조망을 두 겹 감아 놓은 모양이었다. 운동장 안쪽에 방수포를 친 천막들이 보였고, 체육관 쪽에서 밥 짓는 냄새가 났다. 쌀 익는 냄새였다. 어제 아침 이후 우리는 아무것도 못 먹었다. 나는 배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고, 민아도 들었다.

철문 안쪽에 남자 하나가 서 있었다. 쉰 후반쯤, 키는 작고 배가 나왔고, 시장 상인회 조끼를 입고 우산 대신 비닐을 머리에 쓰고 있었다. 그의 뒤에 각목을 든 청년 넷이 섰다. 남자가 내 어깨 위를 봤다. 붉은 눈을. 그리고 하늘을, 붉은 테두리의 칸을 봤다.

“방송 켠 놈은 못 들어온다.”

“아저씨, 십 분 남았어요. 동생 발 다쳤어요.”

“동생은 들어와도 된다. 니는 안 된다.” 남자가 철문 빗장에 손을 얹었다. “내가 박용구다. 여기 구역장이다. 여기 육백 명 있다. 니 그 눈깔 한 번 안에 돌리면 육백이 하늘에 나간다. 내가 정한다. 니는 안 된다.”

하늘 시계가 열 시 오십 분을 넘어갔다. 등 뒤 골목에서, 물이 차오르는 소리가 났다.

2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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