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091자) · 명희 · 9월 18일

다 먹은 그릇

손님이 남기고 간 것 · 한도윤

구월 셋째 주 금요일, 자정 손님은 열둘이었다.

강 기사가 단톡방에 올린 사진 한 장이 돌고 돌았다. 된장찌개 뚝배기 위로 김이 오르는 사진이었고, 사진 밑에 「여주 37번 국도 명희네. 간판 꺼져 있어도 문 열림. 자정~새벽 한 시. 창가 세 번째 앉지 말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태오는 그 마지막 줄을 보고 한참 웃다가 웃음을 멈췄다.

“이거 지우라고 할까요?”

“놔 둬.”

“근데 사람들이 이유를 물어보면요?”

“강 기사가 알아서 하겠지.”

강 기사는 알아서 했다. 이유를 묻는 기사에게 강 기사는 「단골 자리야, 삼십 년 단골」이라고 했고, 그 기사가 「삼십 년이면 존경해야지」 하고 자리를 비켜 앉았다. 그 뒤로 창가 세 번째 상은 자정에도 비어 있었다. 열두 명이 홀을 채우는데 그 상 하나만 섬처럼 비어 있었다.

명희는 열두 시부터 열두 시 반까지 뚝배기 열두 개를 끓였다. 가스 불이 네 개뿐이라 세 번에 나눠 끓였고, 태오가 공깃밥을 퍼서 나르고 기사들이 제 손으로 김치를 더 떠 갔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그렇게 됐다. 깁스를 풀어낸 기사가 수저통을 채웠고, 슬리퍼는 이제 운동화를 신고 와서 물통을 날랐다.

그리고 명희는 두 주 동안 계속 찌개를 바꾸고 있었다.

소금을 뺀 다음에는 멸치를 뺐다. 멸치 다시 팩 대신 쌀을 씻은 둘째 물을 받아 두었다가 육수로 썼다. 쌀뜨물은 뿌옇고 미지근했고, 된장을 풀면 국물이 부드럽게 탁해졌다. 그다음에는 애호박을 빼고 무를 넣었다. 무를 얇게 나박썰어 먼저 넣고 된장을 나중에 풀었다. 그다음에는 된장을 바꿨다. 창고 맨 안쪽, 뚜껑에 먼지가 앉은 항아리였다. 그 항아리에는 식당을 연 해에 담근 된장의 씨가 이어져 내려와 있었다. 해마다 새 된장을 담글 때 명희는 묵은 된장을 한 국자씩 넣어 섞었고, 그러면 그 첫해의 맛이 조금씩 옅어지며 이어졌다. 창고 맨 안쪽 항아리에 명희는 한동안 손대지 않았다. 너무 짙어서 기사들 입에 안 맞았다.

명희는 그 항아리 된장을 한 숟가락 떠서 혀끝에 올렸다. 쿰쿰한 냄새가 코 뒤로 차올랐고, 짠맛이 늦게 오는 대신 단맛이 먼저 왔다. 오래된 콩의 단맛이었다. 명희는 그 맛을 입 안에서 굴리다가 삼키지 않고 뱉었다.

왜 이걸 꺼냈는지 명희는 몰랐다. 혀가 여기까지 끌고 왔다. 손님이 절반을 남길 때마다 명희는 남은 국물을 한 숟가락씩 떠서 맛을 봤고, 혀는 매번 무언가가 아니라고 말했다. 무엇이 아닌지는 말해 주지 않았다. 그저 아니라고만 했다. 그래서 하나씩 바꿨다. 바꿀 때마다 혀가 조금씩 덜 아니라고 했다.

*

열두 시 반에 종이 울렸다.

열두 명이 동시에 숟가락을 멈추지는 않았다. 이제 다들 알았다. 강 기사만 고개를 들어 문 쪽을 한 번 봤다가 다시 숟가락질을 했다. 목소리는 낮추지 않았다. 강 기사는 요즘 열두 시 반이 되면 오히려 목소리를 키웠다. 딸이 간호대 실습을 나갔다는 이야기, 이천 물류센터 반장이 욕을 얼마나 창의적으로 하는지. 기사들이 웃었다. 손님은 그 웃음소리 사이를 지나 창가 세 번째 상에 앉았다.

“된장찌개요.”

명희는 새 뚝배기를 불에 올렸다. 쌀뜨물, 무, 창고 맨 안쪽 항아리의 된장. 불은 가장 약하게. 끓어오르기까지 오래 걸렸다. 뚝배기 가장자리에 작은 기포가 하나씩 올라왔다가 터졌고, 된장 냄새가 처음에는 흙냄새처럼 낮게 깔렸다가 천천히 달아올랐다. 그 냄새가 주방을 넘어 홀로 나갔다. 강 기사가 코를 킁킁거렸다.

“사장님, 오늘 뭐 다른 거 했어요? 냄새가 달라.”

“똑같아.”

“아닌데. 우리 할머니 집 냄새 나는데.”

명희는 뚝배기를 쟁반에 올려 직접 들고 나갔다. 요즘 그 사람 상에는 명희가 직접 들고 갔다. 태오가 들고 가면 태오의 손이 떨려 국물이 쟁반에 흘렀다. 명희는 뚝배기를 상 위에 내려놓았다. 손님은 명희를 보지 않고 뚝배기를 봤다. 숟가락을 들었다.

명희는 주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계산대 옆에 서서 봤다.

손님은 첫 숟가락을 입에 넣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숟가락이 입에 들어간 채였다. 그다음 숟가락을 뺐고, 밥을 한 숟가락 떠서 국물에 적셨다. 먹었다. 또 먹었다. 명희는 뚝배기 안의 국물 높이를 멀리서 봤다. 가운데 줄에 다다랐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숟가락이 계속 들어갔다. 두부를 건졌다. 무를 건졌다. 국물을 떴다. 국물 높이가 가운데 줄 아래로 내려갔다.

홀의 소리가 멀어졌다. 강 기사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지만 명희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형광등 소리가 커졌다. 냉장고 모터가 돌았다. 숟가락이 뚝배기 바닥을 긁었다. 사기 숟가락이 뚝배기 바닥의 거친 흙을 긁는 소리가 사각사각 났고, 그 소리가 다른 모든 소리를 밀어내며 명희의 귀에 들어왔다.

손님은 숟가락을 뚝배기 옆에 나란히 놓았다. 뚝배기가 비어 있었다. 바닥에 국물 한 숟가락 남지 않았다.

기사 하나가 그걸 보고 “와, 싹 비웠네” 했다. 강 기사가 그 기사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손님은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이었다. 그는 빈 뚝배기를 앞에 두고 앉아서 고개를 들어 명희를 봤다. 계산대 옆에 서 있는 명희를.

명희는 걸어갔다. 홀을 가로질렀다. 기사 열두 명의 상 사이를 지났다. 강 기사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다 드셨네요.”

“돌아오셨습니다.”

“뭐가요.”

“맛이요.” 그가 빈 뚝배기를 봤다. “그 겨울 맛입니다.”

명희의 혀 안쪽이 말랐다. 입 안에 된장 맛이 아직 남아 있었다. 아까 혀끝에 올렸다 뱉은 그 된장. 삼십 년 전, 연탄 화덕 위에서 쌀뜨물로 끓이던 찌개. 대식이 멸치를 넣고 소금을 더 넣고 불을 가스로 바꾸기 전, 식당을 연 첫 겨울의 찌개. 명희는 그 맛을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다. 잊어버린 게 아니었다. 혀가 두 주 동안 명희를 끌고 그 겨울로 갔다.

“당신 때문에 바꾼 거 아니에요.”

“압니다.”

“반만 먹으니까. 왜 반만 먹나 궁금해서.”

“압니다.” 그가 말했다. “삼백 일 동안 반만 먹으면 사장님이 맛을 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장님은 남은 걸 맛보는 분이니까요. 그 겨울에도 제가 남긴 국물을 맛보셨습니다.”

명희는 손을 앞치마에 문질렀다. 손바닥이 젖어 있었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서 계산대로 갔다. 천 원짜리 아홉 장을 놓았다. 한 방향으로 접혀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천 원짜리 한 장을 더 놓았다. 열 장이었다.

“오늘은 다 먹었으니까요.”

종이 두 번 울렸다. 홀이 한동안 조용했다. 열두 명 중 아무도 먼저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 강 기사가 일어나 계산대로 왔다. 천 원짜리 열 장을 내려다보다가 명희를 봤다.

“사장님, 저 사람이 뭘 다 먹었다는 거예요? 찌개를 다 먹은 게 무슨 큰일이에요?”

“큰일 아니에요.”

“큰일이네. 얼굴이 그런데.” 강 기사가 목에 건 수건을 풀어서 손에 쥐었다. 수건이 땀에 절어 짠 냄새가 났다. “우리 할머니가 그랬어요. 밥 남기는 놈보다 밥 싹 비우고 안 가는 놈이 무섭다고. 저 사람 오늘 안 가고 앉아 있었잖아.”

“가셨잖아요.”

“가긴 갔지. 근데 저기.” 강 기사가 턱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국도 건너 폐주유소 담 틈으로 작은 불빛이 켜져 있었다. “저기 불 들어왔네. 저기 사는 거죠?”

명희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 기사도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자기 상으로 돌아가 앉으면서 기사들에게 말했다.

“다들 천천히 먹어. 한 시까지 있다 가. 상차 늦으면 내가 반장한테 전화해 줄게.”

“형님이요? 형님 반장이랑 싸웠잖아요.”

“그러니까 전화하면 받지. 싸운 놈 전화는 궁금해서라도 받아.”

기사들이 웃었다. 웃음소리가 조금 억지였지만 숟가락 소리가 다시 났다. 명희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계산대 앞에 오래 서 있었다.

*

기사들이 다 가고 나서 태오가 빈 뚝배기를 개수대에 넣었다. 바닥에 아무것도 없었다. 태오는 뚝배기를 헹구다가 수돗물을 틀어 놓은 채로 휴대폰을 꺼냈다.

“사장님, 이거 보세요.”

엑셀 표였다. 날짜가 세로로, 그 옆에 태오가 적어 둔 칸들이 있었다. 소금, 불, 육수, 채소, 된장. 그리고 맨 끝 칸에 국물 높이. 태오는 뚝배기 안쪽 줄을 기준으로 남은 국물을 매일 사진으로 찍고 눈금을 적어 두었다. 오 할, 오 할, 오 할. 두 주 동안 전부 오 할이었다. 오늘 칸만 영이었다.

“사장님이 바꾼 걸 제가 다 적었거든요. 원래 그냥 할 게 없어서 적은 건데.” 태오가 화면을 내렸다. “근데 사장님, 사장님이 하나씩 바꾸실 때마다 이게 한 방향으로 가요. 옛날 쪽으로요. 쌀뜨물, 무, 옛날 된장.”

“그래서.”

“사장님이 맞춘 거예요.”

명희가 태오를 봤다. 태오는 그 눈을 받고 움찔했지만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 사람 입에요. 사장님이 두 주 동안 그 사람 입에 맞춘 거예요. 그 사람이 반만 먹으니까, 사장님이 그걸 맛보니까, 그 사람이 원하는 맛이 뭔지 사장님 혀가 찾아간 거예요.”

“그만해.”

“저 이 말 해야 돼요. 저 이거 두 주 동안 적으면서 알았어요. 근데 무서워서 말 안 했어요. 제가 말 안 해서 오늘 그 사람이 다 먹었어요.”

“그만하라고.”

명희의 목소리가 컸다. 개수대의 수돗물 소리보다 컸다. 태오가 입을 다물었다. 휴대폰 화면이 꺼졌다. 둘 사이에 수돗물이 계속 흘렀다. 명희가 손을 뻗어 수도꼭지를 잠갔다. 꼭지가 손바닥 안에서 차가웠다. 물이 멈추자 주방이 텅 비었다.

명희는 가스레인지 앞으로 갔다. 창고 맨 안쪽 항아리에서 퍼 온 된장이 스테인리스 그릇에 반 국자 남아 있었다. 명희는 그 그릇을 들어 코에 가까이 댔다. 흙냄새, 오래된 콩, 겨울. 스물아홉 살의 명희가 연탄 화덕 앞에서 쌀뜨물을 붓고, 등 뒤에 코트 입은 손님의 시선을 느끼며, 그 시선이 싫지 않았던 그 겨울의 냄새.

명희는 그 그릇을 개수대에 엎었다.

된장이 스테인리스 바닥에 철퍼덕 떨어졌다. 명희는 수도꼭지를 다시 틀었다. 물이 된장을 풀어 흙빛으로 흘려보냈다. 배수구로 소용돌이치며 빠져나갔다. 명희는 끝까지 봤다.

“사장님.”

“내일부터 원래대로 해.”

“원래가 뭐예요? 이거예요, 저거예요?”

명희는 대답하지 못했다. 앞치마 주머니 안에서 천 원짜리 열 장이 손끝에 닿았다. 명희는 그것을 꺼내 계산대 서랍에 넣지 않았다. 태오에게 내밀었다.

“증거물.”

태오가 받았다. 두 손으로. 그리고 주머니에서 지퍼백을 꺼내 넣었다. 지퍼백을 늘 갖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매직으로 지퍼백 위에 적었다. 「증거물 2. 다 먹은 날」.

6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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