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5,030자) · 예배

일곱

열다섯 개의 문 · 남시우

만 19세 이상 이용가

은혜요양원에는 일요일마다 예배가 있다. 2병동 마흔 명이 줄을 서서 본관 예배실로 간다. 가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십오 년 전에는 있었다. 여준이 그중 하나였다. 그해 여준은 일요일마다 점심을 굶었다. 이 년째부터는 줄에 섰다. 줄에 서면 문이 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11월 8일 일요일 아침 아홉 시. 끝방 문이 열렸다. 열쇠 두 번. 김 보호사가 턱짓을 했다. 옆방 문도 열렸다. 진서가 나왔다. 두 사람은 처음으로 같은 복도에 섰다. 틈으로 본 한쪽 눈이 두 개가 되었다. 진서는 여준이 생각한 것보다 키가 작았다. 손목에 붉은 자국이 둘 있었다. 여준은 그것을 보고 눈을 복도 바닥으로 내렸다. 진서는 여준을 똑바로 봤다. 쉰한 살 남자의 얼굴을, 오래.

“생각보다 젊으시네요.”

“생각보다 작으시오.”

김 보호사가 조용히 하라고 했다. 두 사람은 줄 맨 끝에 섰다. 계단 세 개를 올라 방화문. 둘째. 김 보호사가 손잡이를 내리자 문이 무겁게 열렸다. 여준은 손잡이가 내려가는 각도를 봤다. 사십오 도. 잠금이 아니라 무게였다. 이 문은 잠기지 않는다. 무겁기만 하다. 2병동 입구. 셋째. 열쇠 꾸러미. 김 보호사는 열쇠 스무 개가 달린 꾸러미에서 셋째 문 열쇠를 한 번에 골라냈다. 파란 테이프가 감긴 것. 여준은 그 색을 머릿속 도면의 셋째 칸에 넣었다.

2병동 복도에 마흔이 줄을 섰다. 권 할머니가 맨 앞에 서 있었다. 흰 한복 저고리를 입었다. 일요일마다 입는다고 했다. 할머니는 줄 맨 끝의 진서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새 식구네. 이쁘네. 우리 막내 색시 하면 좋겠네.”

“막내분 연락 안 된다면서요.”

진서가 말했다. 할머니는 잠깐 멍해졌다가 웃었다.

“그러니께. 연락되면 소개해 줄게.”

줄 가운데쯤에 스물셋 대학생 민재가 서 있었다. 민재는 숫자를 못 센다. 셋을 넘어가면 처음으로 돌아간다. 입원 서류에는 조현병이라고 적혀 있다고 했다. 민재 어머니가 재혼하면서 넣었다는 이야기가 2병동에 돌았다. 민재는 여준을 보고 손가락 셋을 폈다.

“아저씨, 오늘 일요일 맞아요? 하나, 둘, 셋, 하나.”

“맞다.”

넷째 문, 식당 쪽 창살문. 빗장. 본관 복도. 복도 한쪽 벽에 창이 셋 나 있었다. 쇠창살이 박힌 창. 여준은 걸음을 늦추지 않고 창밖을 봤다. 넉 달 만의 바깥이었다. 마당에 첫서리가 앉아 있었다. 해가 드는 동쪽 담 밑부터 서리가 녹아 검은 흙이 드러났고, 녹은 물이 서쪽으로 가는 줄을 그으며 흘러 마당 끝 배수구로 모였다. 마당도 서쪽으로 기울었다. 이 건물 전체가 계곡 쪽으로 몸을 기대고 있었다. 마당 가운데 개 우리. 진돗개 두 마리가 줄에 묶여 누워 있었다. 그 너머 쇠창살 문, 여덟째. 그 너머 사무동, 그 너머 정문. 철대문은 녹색이었다. 여준은 그 색을 처음 알았다. 십오 년 동안 정문은 소리였다. 오늘은 녹색이 됐다. 예배실은 식당 옆이었다. 접이식 의자 마흔두 개. 앞에 강대상. 벽에 십자가, 그 옆에 커다란 스피커 두 개. 복도 스피커와 선이 이어진 본체였다. 여준은 그것을 처음 봤다. 십오 년 동안 소리로만 알던 것. 앰프 앞면에 음량 손잡이가 있었고, 눈금 열 개 가운데 여섯에 맞춰져 있었다. 권 할머니가 막내를 부를 때 원장이 돌리는 손잡이였다.

맨 뒤 벽에 오상구가 서 있었다. 보호사는 예배 때 뒤에 선다. 상구는 여준과 눈이 마주치자 십자가 쪽을 봤다. 십자가 쪽을 보는 사람이 그 예배실에서 상구 하나였다. 모두 원장을 봤다.

원장이 강대상에 섰다. 예배가 시작됐다. 찬송 한 곡, 기도, 또 찬송. 마흔이 불렀다. 절반은 크게, 절반은 입만. 원장은 앰프를 일곱으로 올렸다. 소리가 예배실 벽을 때리고 돌아왔다. 귀가 먹먹해졌다. 여준은 발밑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바닥이 아니라 몸 안이. 큰 소리 속에 오래 있으면 균형이 흐트러진다. 여준은 의자 등받이를 잡았다.

설교 제목은 「문을 여시는 이」였다. 원장은 성경을 펴 놓고 한 번도 보지 않았다.

“주님이 문을 여십니다. 사람이 문을 열려고 하면 넘어져요. 문고리를 붙잡고 흔드는 자는 문 앞에서 죽습니다. 기다리는 자에게 문이 열립니다. 여러분은 기다리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여기 있는 거예요.”

아멘이 마흔 번 나왔다. 여준은 입을 다물었다.

“오늘은 새 식구가 간증을 하겠습니다. 진서 자매님, 앞으로.”

진서가 굳었다. 원장이 웃으며 손짓했다. 김 보호사가 진서의 팔을 잡았다. 진서는 끌려 나가지 않고 걸어 나갔다. 강대상 옆에 섰다. 원장이 마이크를 내밀었다. 종이 한 장도 같이. 간증문이 이미 적혀 있었다.

“읽으세요. 은혜 받으시게.”

진서는 종이를 봤다. 여준 자리에서도 몇 줄이 보였다. 저는 우울과 망상 속에 살았습니다. 이곳에서 치유를 받았습니다. 가족에게 감사드립니다.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제 아버지를 찾는다는 생각도 망상이었습니다.

진서의 손이 떨렸다. 종이가 떨렸다. 예배실이 조용했다. 앰프는 일곱에 있었지만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아서 스피커는 웅웅거리는 소리만 냈다. 진서가 마이크에 입을 댔다. 저는, 하고 멈췄다. 저는 우울과, 하고 또 멈췄다.

원장이 찬송을 시작했다. 진서가 망설이는 사이를 덮으려고. 원장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스피커로 나갔다. 마흔이 따라 불렀다. 따라 불러야 했다. 부르지 않으면 점심 국이 식는다. 소리가 다시 커졌다.

여준은 부르지 않았다.

입을 다물고 서 있었다. 십오 년 동안 여준은 예배 때 입만 벙긋거렸다. 오늘은 입도 움직이지 않았다. 앞에 선 권 할머니가 돌아봤다. 여준을 봤다. 할머니는 가사를 멈추지 않고 눈만 동그래졌다. 그러다 여준 옆의 진서가 서 있던 빈자리를 봤다. 강대상 옆에서 종이를 쥔 진서를 봤다.

할머니가 입을 다물었다.

막내를 부르던 목소리가 빠지자 예배실 소리에 구멍이 났다. 제일 크게 부르던 사람이 멈추니까 모두 그 구멍을 들었다. 민재가 할머니를 봤다. 여준을 봤다. 민재도 입을 다물었다. 손가락 셋을 폈다. 하나, 둘, 셋. 입 모양으로 셌다. 그 옆 사람이 멈췄다. 또 옆 사람. 넷, 다섯, 여섯. 민재는 셋을 넘어가지 못해서 하나로 돌아갔다. 여준이 대신 셌다. 일곱.

일곱이 입을 다문 예배실에서 원장의 목소리만 스피커로 나갔다. 혼자 부르는 찬송은 크면 클수록 이상하게 들렸다. 원장이 그것을 알았다. 앰프로 손을 뻗어 여덟로 올렸다. 소리가 찢어졌다. 높은 음에서 스피커가 긁히는 소리를 냈다. 그래도 일곱은 다물었다. 원장은 곡 중간에 노래를 멈췄다.

예배실이 조용해졌다. 진짜로. 스피커의 웅웅거림까지 원장이 손잡이를 영으로 내려 죽였다. 마흔의 숨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아침에 국이 멀겋던 날이었다. 민재가 웃음을 참다가 코로 뿜었다. 할머니가 민재 등을 때렸다. 그 조용함 속에서 진서가 종이를 접었다. 두 번. 그리고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간증은 다음 주에 할게요. 아직 은혜가 덜 됐나 봐요.”

원장이 웃었다. 입만.

“그래요. 자매님은 다음 주에.”

예배가 끝났다. 줄이 다시 섰다. 권 할머니가 여준 옆을 지나가면서 저고리 소매에서 무언가를 꺼내 여준 손에 쥐여 주었다. 박하사탕 하나. 비닐이 녹아 사탕에 들러붙어 있었다. 할머니는 여준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작게 흥얼거렸다. 우리 막내 밥은 먹었나. 이번에는 찬송 가락이 아니었다. 할머니가 원래 알던 노래였다. 넷째 문, 셋째 문, 둘째 문. 여준은 올 때처럼 문 소리를 셌다. 셋째 문 앞에서 김 보호사가 파란 테이프 열쇠를 꺼내다가 꾸러미를 떨어뜨렸다. 열쇠 스무 개가 바닥에서 쇳소리를 냈다. 김 보호사가 욕을 하며 주웠다. 줍는 동안 여준은 꾸러미를 봤다. 파란 테이프, 빨간 테이프, 테이프 없는 것 여덟, 번호가 새겨진 것 넷. 원장실 열쇠는 따로 있을 것이다. 여준은 그 색을 셌다.

끝방 문이 닫히기 전에 원장이 복도 끝에서 나타났다. 구두 굽 소리가 계단 세 개를 내려왔다. 원장은 여준 앞에 섰다. 가까웠다. 원장에게서 스킨 냄새와 커피 냄새가 났다.

“여준 형제님은 오늘 찬송을 안 부르셨네.”

“목이 쉬었소.”

“그래요. 목이 쉬셨으면 쉬셔야지. 오늘 점심은 쉬세요. 저녁도. 목 쉬는 데는 굶는 게 좋아요.”

“일곱이 안 불렀소.”

원장의 얼굴이 처음으로 웃음 없이 굳었다. 삼 초. 여준은 그 삼 초를 셌다.

“여섯은 따라 한 거고, 형제님이 한 거지. 알아요.”

원장이 돌아서 올라갔다. 올라가다가 계단 셋째 칸에서 난간을 짚었다. 무릎이 쑤시는 것은 화요일만이 아니었다. 여준은 그것도 셌다. 무릎이 아픈 사람은 계단에서 느려진다. 계단에서 느린 사람은 쫓아오지 못한다.

그날 점심과 저녁 식판은 들어오지 않았다. 여준은 오후에 체조를 했다. 제자리 뛰기 백 번. 굶은 날은 쉰 번째부터 방이 기울었다. 원래 기운 방이 더 기울었다. 여준은 벽을 짚지 않고 백까지 뛰었다. 짚으면 다음 날도 짚게 된다. 십오 년 동안 그렇게 버텼다. 대신 저녁 찬송 시간에 배식구 덮개가 한 번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덮개가 올라간 사이에 오른손이 배식구 턱에 손가락 하나를 대고 있었다. 세 번 두드렸다. 쉬고. 세 번. 그리고 빠져나갔다.

여준은 배식구 앞에 오래 앉아 있었다. 그 두드림은 두 사람만 아는 박자였다. 벽이 얇다고 상구가 말했다. 환풍구가 원장실까지 이어진다고. 그러니까 상구도 들었다. 매일. 찬송 시간마다.

틈 너머에서 진서가 속삭였다. 찬송이 크게 나오고 있었다. 권 할머니는 다시 부르고 있었다. 오늘은 막내를 부르지 않고 원래 가사대로.

“그 종이요. 맨 아래에 한 줄 더 있었어요. 아버지는 스스로 떠나셨고, 저는 그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그걸 제 입으로 마이크에 대고 읽으라는 거였어요.”

진서의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다. 떨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목소리도 아니었다. 다 떨고 난 사람의 목소리였다.

“일곱이에요, 아저씨. 오늘 입 다문 사람.”

“그렇소.”

“어제는 둘이었는데.”

여준은 금 간 컵을 바닥에 놓았다. 물이 서쪽으로 쌀알 한 개. 굶은 배가 그쪽으로 쏠렸다. 여준은 컵을 보지 않고 벽의 틈을 봤다. 두 걸음 너머의 빛.

“내일은 몇이 될 것 같소?”

“몰라요. 근데 줄지는 않을 것 같아요.”

4화는 어땠나요?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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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배2026.05.21· 4화

    조용한데 계속 긴장돼요. 이런 톤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