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5,426자)

소주 성

기루 문지기가 된 소림 땡중 · 류청산

소주 성 안에 들어가 본 것은 다섯 해 만이었다⁠. 운하 거리에서 서문까지는 걸어서 반 시진이었는데⁠, 이 반 시진 사이에 냄새가 바뀌었다⁠. 운하 거리의 생선과 젖은 나무 냄새가 성문 앞에서 끊기고⁠, 성 안에서는 먹 냄새와 숯 냄새와 말똥 냄새가 났다⁠. 길이 넓었고 돌이 고르게 깔려 있었다⁠. 사람들이 빨리 걸었다⁠. 운하 거리 사람들은 물을 보며 걷는데⁠, 성 안 사람들은 앞사람 등을 보며 걸었다⁠.

삼봉이 만두 바구니를 들고 따라왔다⁠. 옥에 들어갈 때는 먹을 것을 들고 가야 한다는 것을 삼봉은 알았다⁠. 젊어서 노름빚 때문에 세 번 들어가 봤다고 했다⁠.

“⁠행수님⁠, 옥졸한테는 만두를 먼저 주고⁠, 안에 든 사람한테는 나중에 줘야 하오⁠. 거꾸로 하면 안에 든 사람 만두를 옥졸이 먹소⁠.⁠”

“⁠영감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세 번째 들어갔을 때 거꾸로 해서 굶었소⁠.⁠”

소주 지부 아문은 성 한가운데 있었다⁠. 소주를 다스리는 지부 나리가 앉아 송사를 듣는 관청이었다⁠. 붉은 대문 양쪽에 돌사자가 앉아 있었는데⁠, 사자 등에 눈이 쌓여 하얀 털옷을 입은 것 같았다⁠. 옥은 아문 뒤편 담 안에 있었다⁠.

*

옥졸은 만두 세 개를 받고 문을 열어 주었다⁠. 옥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미끄러웠다⁠. 벽에서 물이 배어 나와 얼어 있었다⁠. 지하 복도를 따라 옥방이 다섯 개 있었는데⁠, 맨 끝 옥방에서 소리가 났다⁠. 여러 사람이 낮게 웅얼거리는 소리⁠. 가까이 가니 이게 염불이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관세음보살⁠.⁠”

옥방 안에 죄수 여섯이 혜각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아 있었다⁠. 다들 손을 모으고 있었다⁠. 혜각이 한 구절 외면 여섯이 따라 외었다⁠. 박자가 하나도 안 맞았다⁠. 그중 하나는 따라 외다가 졸고 있었다⁠.

옥졸이 내 뒤에서 한숨을 쉬었다⁠.

“⁠어젯밤부터 저러오⁠. 밤새 저래서 우리도 잠을 못 잤소⁠. 저 중이 들어오고 나서 저 방에서 싸움이 한 번도 안 났소⁠. 그건 좋은데⁠, 잠을 못 자⁠.⁠”

혜각이 나를 보고 경을 멈췄다⁠. 죄수들이 한 박자 늦게 멈췄다⁠. 졸던 죄수 혼자 한 구절을 더 외고 깨어났다⁠.

“⁠행수님⁠.⁠”

혜각이 옥방 창살 쪽으로 기어 왔다⁠. 일어서지 못하고 기어 왔다⁠. 승복 등판이 찢어져 있었고⁠, 찢어진 사이로 피가 굳어 검게 엉겨 있었다⁠. 어젯밤 지부 나리가 열여섯 해 전 일을 물으면서 곤장 스무 대를 쳤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했다⁠. 등을 창살에 대지 않으려고 모로 앉으면서⁠.

“⁠스님⁠, 등⁠.⁠”

“⁠곤장은 나한권으로 못 막습니다⁠. 엎드려서 맞으니까요⁠.⁠” 혜각이 웃으려다 얼굴을 찡그렸다⁠. “⁠그래도 열여섯 해 만에 처음으로 그 일로 맞았습니다⁠. 맞으니까 좀 낫습니다⁠.⁠”

나는 이 말에 대꾸하지 못했다⁠. 삼봉이 창살 사이로 만두를 하나씩 밀어 넣었다⁠. 혜각에게 셋⁠, 죄수들에게 하나씩⁠. 죄수들이 만두를 받고 혜각을 봤다⁠. 혜각이 합장하자 죄수들도 합장하고 먹었다⁠. 한 죄수가 만두를 한 입 베어 물고 울상이 됐다⁠.

“⁠스님⁠, 이거 고기 들었소⁠.⁠”

“⁠몰래 드시면 됩니다⁠.⁠”

삼봉이 내 옆구리를 찔렀다⁠. 내기하겠소⁠, 저 사람들 출소할 때 머리 깎고 나온다에⁠. 나는 삼봉의 발등을 밟았다⁠.

*

혜각이 만두를 다 먹고 나서 창살 가까이 얼굴을 댔다⁠. 목소리를 낮췄다⁠.

“⁠행수님⁠, 쌀가게 쌀자루에 둥근 표가 지져져 있던 거 보셨습니까⁠?⁠”

“⁠네가 오래 들여다보던 거⁠?⁠”

“⁠그 표는 나라 구휼미 표입니다⁠. 북쪽 마을을 돌 때 봤습니다⁠. 관아가 굶는 마을에 풀라고 내리는 쌀에 불로 지지는 표지요⁠. 봄에 제가 지나간 마을들에는 그 쌀이 반도 안 내려갔습니다⁠. 나머지는 어디 갔나 했는데⁠.⁠” 혜각이 숨을 골랐다⁠. “⁠그 쌀이 삼협방 거간 손에 들려서 마을 타작마당에 내려갑니다⁠. 아이 값으로요⁠. 굶는 마을에 거저 줘야 할 쌀로 그 마을 아이를 삽니다⁠. 남는 건 소주 쌀가게에서 열 배로 팔고요⁠.⁠”

나는 창살을 쥐었다⁠. 쇠가 차가웠다⁠. 소금 창고 나루에서 반여혁이 아이들 값으로 쌀이 몇 말 나갔다고 셈하던 목소리가 생각났다⁠.

“⁠그 쌀이 어디서 나오는데⁠?⁠”

“⁠조운 창고입니다⁠. 나라 곡식은 거기 모였다가 내려가니까요⁠. 행수님⁠, 창고 출고 마당이 성 서문 안쪽에 있습니다⁠. 한번 보고 오십시오⁠. 보기만 하십시오⁠.⁠”

*

조운 창고는 서문 밖 물목에 본채가 있고⁠, 성 안쪽 담 밑에 곡식을 내보내는 출고 마당이 하나 더 있었다⁠. 마당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나는 삼봉에게 바구니를 들려 길 건너 국숫집에 앉혀 두고 혼자 이 앞을 지나갔다⁠. 장 보러 나온 아낙처럼⁠. 걸음을 늦추지 않고 눈만 돌렸다⁠.

마당 안에 쌀자루가 쌓여 있었다⁠. 인부 여남은 명이 이 자루를 지고 담 뒤 수문 쪽으로 나르고 있었다⁠. 수문 밖 물길에 배 한 척이 붙어 있었다⁠. 뱃전에 물결 세 줄이 그려져 있었다⁠.

인부 하나가 자루를 어깨에 얹다가 비틀거렸다⁠. 자루가 기울면서 바닥 쪽이 내 쪽으로 돌아왔다⁠. 둥근 표가 보였다⁠. 불로 지져서 검게 탄 둥근 표⁠. 쌀가게에서 반여혁이 붉은 끈을 두른 이 가마들에 있던 것과 같은 표였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마당 문을 지나쳐 골목 끝까지 걸어갔다⁠. 거기서 담벼락에 손을 짚고 섰다⁠. 숨을 쉬는데 입에서 쇠 맛이 났다⁠. 식은 술 맛⁠. 반여혁이 대문 앞에서 웃을 때 나던 이 맛⁠.

*

지부 아문에는 홍월루 단골이 하나 있었다⁠. 지부 나리 곁에서 글을 맡아보는 막료였다⁠. 반여혁은 내가 아문 옆문에 찾아가자 얼굴이 하얘졌다가⁠, 홍월루 외상이 아니라 다른 일로 왔다는 것을 알고 조금 덜 하얘졌다⁠. 반여혁은 나를 아문 뒤 찻방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잠깐 기다리라 하고 나갔다⁠. 돌아온 것은 반여혁이 아니었다⁠.

관복을 입은 사내가 들어왔다⁠. 쉰 줄⁠, 얼굴이 둥글고 손이 고왔다⁠. 나는 이 얼굴을 알았다⁠. 조운 나루에서 곰배팔이 쓰러질 때 창고 담 위로 고개를 내밀고 끝까지 지켜보다가⁠, 내가 올려다보자 담 아래로 고개를 내린 사람⁠. 나라 곡식을 운하로 실어 나르는 일을 맡은 조운 관리였다⁠.

관리는 내 맞은편에 앉아 손수 차를 따랐다⁠. 찻물 따르는 손이 하나도 떨리지 않았다⁠.

“⁠홍월루 행수시오⁠? 이야기 많이 들었소⁠. 술맛을 혀로 맞힌다고⁠.⁠”

“⁠나리는 차 맛을 혀로 맞히시나요⁠?⁠”

“⁠나는 맛을 안 보오⁠. 값을 보지⁠.⁠” 관리가 찻잔을 내 쪽으로 밀었다⁠. “⁠마춘복의 일은 내가 지부 나리께 말씀드릴 수 있소⁠. 열여섯 해 전 일이고⁠, 죽은 반장의 아우도 이제 고변을 거두겠다고 했다니⁠.⁠”

외눈이 고변을 거둔 줄은 이때 처음 알았다⁠. 나는 찻잔을 들지 않았다⁠.

“⁠값이 뭔데요⁠?⁠”

“⁠홍월루를 삼협방에 넘기시오⁠. 시세대로 쳐 줄 거요⁠. 그리고 행수는 소주를 떠나시오⁠. 항주든 양주든⁠, 행수만 한 혀면 어디서든 먹고살 거요⁠.⁠”

“⁠아이들은요⁠?⁠”

“⁠아이들은 임자가 있소⁠.⁠”

나는 찻잔을 들었다⁠. 마시지는 않고 냄새를 맡았다⁠. 좋은 차였다⁠. 운하 거리에서는 한 해에 한 번 맡을까 말까 한 차⁠.

“⁠나리⁠, 오는 길에 서문 안쪽 출고 마당을 지나왔어요⁠. 쌀자루에 둥근 표가 있던데요⁠. 그거 구휼미 표 아닌가요⁠? 그 자루가 물결 세 줄 그린 배에 실리던데요⁠.⁠”

조운 관리가 웃었다⁠. 반여혁과 다르게 웃었다⁠. 반여혁은 웃을 때 부채를 폈는데⁠, 이 사람은 웃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손도 눈도 그대로였다⁠.

“⁠구휼미는 나라가 마을에 내리는 거요⁠. 그 쌀이 마을에 갔으면 그걸로 된 거요⁠. 마을이 그 쌀로 무엇을 바꾸든⁠, 그건 나라가 알 바 아니오⁠.⁠”

“⁠마을이 쌀로 아이를 바꾸는 게 아니라⁠, 거간이 그 쌀로 아이를 사요⁠.⁠”

“⁠그걸 본 사람이 있소⁠?⁠”

“⁠제가요⁠.⁠”

“⁠행수가 본 건 쌀자루요⁠.⁠” 관리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맛을 안 본다더니 관리는 차를 아주 천천히 마셨다⁠. “⁠행수⁠, 내가 오늘 이 찻방에서 행수를 만난 걸 아는 사람은 막료 하나요⁠. 행수가 운하 거리로 돌아가 아까 그 이야기를 하면⁠, 듣는 사람은 운하 거리 사람들이오⁠. 내가 지부 나리께 하는 이야기는 지부 나리가 듣고⁠. 누구 이야기가 더 멀리 가겠소⁠?⁠”

나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채로⁠.

“⁠나리⁠, 우리 집은 술집이에요⁠. 술 마시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제일 멀리 가지고 가요⁠.⁠”

조운 관리는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관리가 일어서며 말했다⁠. 문지기는 오늘 밤 다시 곤장을 맞을 거라고⁠. 열여섯 해 전 일은 아직 덜 물었으니까⁠.

*

해 질 녘에 아문 앞마당이 소란스러웠다⁠. 국숫집에서 삼봉과 기다리고 있던 나는 사람들을 헤치고 아문 대문까지 갔다⁠. 대문 앞 돌사자 사이에 혜명이 서 있었다⁠. 꼿꼿이⁠. 삿갓을 벗어 옆구리에 끼고⁠.

혜명은 지부 나리를 만나기 전에는 비키지 않겠다고 했다고 했다⁠. 반나절을 그렇게 서 있었고⁠, 아문 사람들이 혜명을 끌어내지 못했다⁠. 소림 중을 아문 앞에서 끌어낸 일이 숭산까지 올라가는 걸 지부 나리가 원치 않았을 것이다⁠. 결국 지부 나리가 대청으로 혜명을 불렀다⁠. 대청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혜명이 나왔을 때 삼봉의 곁에 혜각이 있었다⁠. 쇠사슬은 풀려 있었다⁠. 혜명이 혜각의 팔을 제 어깨에 걸고 부축하고 있었다⁠.

막료가 대문까지 따라 나와 내게 속삭였다⁠. 소림 스님이 그랬다고⁠. 파문을 했어도 소림에서 머리를 깎은 몸이니 소림이 데려가 소림의 법으로 벌하겠다고⁠. 열여섯 해 전 일도⁠, 기루 문 앞 일도⁠. 지부 나리는 소림과 얽히는 것보다 이 편이 낫다고 보셨다고⁠. 조건은 하나⁠, 이 중이 다시는 소주 땅을 밟지 않는 것⁠.

혜명은 혜각을 부축해 서문으로 걸었다⁠. 나와 삼봉이 뒤를 따랐다⁠. 성문을 나서자 해가 운하 너머로 떨어지고 있었다⁠. 성문 밖 해자 위에 돌다리가 하나 걸려 있었다⁠. 혜명은 이 다리 한가운데에서 멈췄다⁠. 그리고 혜각의 팔을 제 어깨에서 내렸다⁠.

혜각이 비틀거리다가 난간을 짚고 섰다⁠.

“⁠사형⁠, 산으로 가는 길은 북쪽입니다⁠. 저쪽은 운하 거리고요⁠.⁠”

“⁠안다⁠.⁠”

“⁠소림의 법으로 벌하신다면서요⁠.⁠”

“⁠벌은 산에서 준다⁠. 너는 아직 산에 오지 않았다⁠.⁠” 혜명이 삿갓을 썼다⁠. “⁠지부 나리께는 소림이 데려간다고 했다⁠. 언제 데려간다고는 안 했다⁠.⁠”

혜각이 혜명을 봤다⁠. 혜명은 이 눈을 피하지 않았다⁠.

“⁠열다섯 해 전 고기 한 근⁠, 이걸로 갚은 거다⁠.⁠”

“⁠사형은 그 고기를 한 점도 안 드셨습니다⁠.⁠”

“⁠냄새는 맡았다⁠.⁠” 혜명이 돌아섰다⁠. “⁠운하가 얼기 전까지다⁠. 그다음에 다시 올 때는 사형으로 오지 않는다⁠.⁠”

혜명은 다리를 건너 북쪽 길로 갔다⁠. 이번에는 돌아보지 않았다⁠. 해가 다 졌다⁠. 혜각은 난간을 짚은 채 오래 서 있다가 운하 거리 쪽으로 걸음을 뗐다⁠. 등의 상처가 걸음마다 승복을 당겼다⁠. 삼봉이 혜각의 한쪽 팔을 어깨에 걸었다⁠. 나는 다른 쪽 팔을 걸었다⁠.

다리를 다 건넜을 때 혜각이 물었다⁠. 제가 없는 동안 문은 잘 지키셨느냐고⁠.

“⁠반여혁이 어젯밤에 한 번 지나갔어⁠. 내가 대문 앞에 서 있으니까 웃기만 하고 갔어⁠.⁠”

“⁠행수님 웃음이 그 사람 웃음보다 무서웠나 봅니다⁠.⁠”

“⁠나는 안 웃었어⁠.⁠”

혜각이 웃다가 등이 당겨 끙 소리를 냈다⁠. 삼봉이 이 소리를 듣고⁠, 운하 거리까지 끙 소리를 몇 번 내는지 내기하자고 했다⁠. 나는 이번에는 삼봉의 발등을 밟지 않고 동전 다섯을 걸었다⁠. 운하 거리까지 끙 소리는 열네 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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