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341자)
나루의 짐꾼들
기루 문지기가 된 소림 땡중 · 류청산
조운 나루는 다른 나루와 냄새가 달랐다. 운하 거리의 나루에서는 생선과 젖은 나무 냄새가 났는데, 조운 나루에서는 마른 곡식 냄새가 났다. 나라가 거둔 곡식을 운하로 실어 도성까지 나르는 배들이 닿는 나루라서 그랬다. 돌로 쌓은 부두가 길게 뻗어 있었고, 부두 뒤로 조운 창고가 높은 담을 두르고 앉아 있었다. 담 위에 관청 깃발이 새벽바람에 늘어져 있었다. 같은 해 가을 북쪽 마을 사람들은 나무껍질을 벗겨 먹었는데, 이 담 안에는 쌀 냄새가 났다.
새벽 서리가 부두 돌 위에 하얗게 앉아 있었다. 배를 묶는 쇠고리마다 서리가 끼어서, 손으로 쥐면 살갗이 쩍 달라붙을 것 같았다. 나는 삼봉과 함께 생강차 두 동이를 수레로 끌고 갔다. 생강을 두들겨 넣고 조청을 풀어 끓인 차였다. 짐꾼들이 손바닥만 한 사발로 이것을 받아 마셨다. 한 모금 넘기면 목구멍이 화끈하고, 두 모금째에 단맛이 혀뿌리에 남았다. 짐꾼들은 다 마신 사발을 돌려주면서 아무도 고맙다고 하지 않았다. 대신 사발을 두 손으로 돌려주었다.
짐꾼은 마흔이 넘었다. 서쪽 물목과 조운 나루에서 짐을 지는 사람들이 거의 다 나왔다. 짐 지는 작대기를 하나씩 들고, 부두 끝에 줄지어 앉아 있었다. 맨 앞에 곰배팔이 있었다. 굽은 팔을 무릎에 얹고, 운하 북쪽을 보고 있었다. 외눈이 이 옆에 있었다.
삼봉은 만두 한 바구니를 들고 짐꾼들 사이를 돌았다. 만두 하나에 내기 하나씩을 걸었다. 배가 해 뜨기 전에 오느냐 뒤에 오느냐, 부방주가 몇 명을 데리고 오느냐, 땡중이 오늘 몇 사람을 물에 던지느냐.
“영감, 그건 걸지 마.” 내가 말했다.
“그게 제일 인기 있는 판이오. 다섯에 걸린 돈이 제일 많소.”
혜각은 부두 한가운데 서 있었다. 손목에 백다섯 알짜리 염주를 감고, 소매를 걷어 올리고. 내기 이야기를 듣고 삼봉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영감님, 저는 셋에 걸어 주십시오.”
“스님이 스님한테 걸면 그건 사기요.”
“그럼 넷.”
외눈이 혜각 곁으로 왔다. 두 사람은 한참 나란히 서서 운하를 봤다. 외눈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형 일은 아직 용서 안 했다.”
“압니다.”
“그래도 오늘은 네 옆에 선다. 곰배팔 영감 때문에.”
혜각이 합장했다. 외눈은 이 합장을 받지 않고 짐꾼들 쪽으로 돌아갔다.
*
배는 해가 뜨기 직전에 왔다. 곡식배였다. 넓고 깊고 느린 배. 돛에 물결 세 줄이 그려져 있지 않았다. 대신 뱃머리에 조운 깃발 비슷한 누런 천이 걸려 있었다. 배가 부두에 붙자 뱃전에서 밧줄이 던져졌다. 아무도 이 밧줄을 받지 않았다. 밧줄이 부두 돌 위에 떨어져 뱀처럼 늘어졌다.
뱃전에서 사공이 소리쳤다. 짐 내려라. 짐꾼들은 앉은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때 부두 뒤쪽에서 사람들이 왔다. 스물이 넘었다. 삼협방 사내들이었는데, 이 가운데 여섯이 어깨에 쇠뇌를 메고 있었다. 맨 앞의 사내는 쉰 줄로 보였다. 손이 이상하게 컸다. 손바닥과 손등에 검은 굳은살이 두껍게 앉아 있었는데, 쇠모래에 손을 박아 단련한다는 무공을 익힌 손이었다. 삼협방 부방주였다. 운하 사람들은 이 손을 쇠손바닥이라고 불렀다.
“짐 내려.” 부방주가 말했다. 크지 않은 목소리였다.
곰배팔이 일어섰다.
“안 내린다.”
“삯을 두 배 주지.”
“열 배 줘도 안 내린다. 그 짐은 사람이다.”
부방주가 곰배팔을 오래 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 사내들에게 손짓했다. 쇠뇌꾼 여섯이 부두 끝 창고 담 아래로 흩어져 쇠뇌를 내렸다. 나머지가 배다리를 걸고 배에 올랐다. 배 밑창 뚜껑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나무가 나무를 긁는 소리.
아이들이 올라왔다. 한 줄로, 오른 손목이 새끼줄로 이어진 채. 밑창의 어둠에서 갑자기 새벽빛으로 나와서 다들 눈을 감고 있었다. 맨 앞 아이가 배다리에 발을 디디다 미끄러졌고, 줄에 묶인 뒷아이들이 줄줄이 무릎을 꿇었다.
혜각이 배다리 위로 올라섰다.
*
배다리는 사람 둘이 겨우 비켜 갈 너비였다. 혜각은 이 한가운데 섰다. 뒤에는 아이들의 줄이, 앞에는 부방주가 있었다. 부방주가 배다리에 발을 올렸다.
“소림 땡중이라고 들었다.”
“파문당했습니다. 이제는 기루 문지기입니다.”
“문지기가 왜 남의 나루에 있나?”
“이 다리도 문입니다. 저쪽에서 이쪽으로 건너오는.”
부방주의 손바닥이 들어왔다. 바람 소리가 아니라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혜각이 팔로 받았다. 배다리가 출렁였다. 혜각의 발이 반 걸음 밀렸다. 밀리는 것을 나는 처음 봤다.
혜각은 경을 외기 시작했다. 반야심경이었다.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부방주의 손바닥이 들어올 때마다 경 한 구절, 이것을 막을 때마다 한 구절. 부방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닥쳐!”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닥치라고!”
쇠손바닥이 혜각의 왼어깨를 쳤다. 칼에 베였던 바로 이 팔이었다. 상처가 다시 터지는 것이 승복 위로 번지는 피로 보였다. 혜각의 경이 끊기지 않았다. 다만 빨라졌다. 중간을 다 건너뛰고 끝으로 갔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혜각은 부방주의 손목을 잡았다. 두 손으로. 쇠모래에 박아 단련한 손은 꺾이지 않았다. 혜각은 꺾지 않고 당겼다. 부방주의 몸이 앞으로 쏠리는 순간 제 몸을 옆으로 뺐다. 부방주가 제 힘에 끌려 배다리 밖으로 넘어갔다. 운하 물이 부두 높이까지 튀었다.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경이 끝났다. 혜각은 배다리에 엎드려 팔을 물속에 넣었다. 부방주의 뒷덜미를 찾아 쥐었다. 물에 젖은 무거운 몸을 끌어 올리려 허리를 펴는 순간, 창고 담 아래에서 쇠뇌 소리가 났다. 활보다 짧고 둔한, 줄이 튕기는 소리.
*
살은 혜각에게 오지 않았다.
곰배팔은 이때 배다리 아래 부두에 있었다. 줄 맨 끝에 묶인 아이 하나를 굽은 팔로 안아 내리고 있었다. 혜각이 부방주를 상대하는 동안 짐꾼들이 배다리 아래로 몰려가 아이들 줄을 끊고 하나씩 받아 내렸는데, 곰배팔이 이 맨 앞에 있었다. 등을 창고 담 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쇠뇌 살이 곰배팔의 등에 박혔다. 왼쪽 어깨뼈 아래였다. 곰배팔은 앞으로 한 번 휘청했다. 넘어지지 않았다. 안고 있던 아이를 부두 돌 위에 먼저 내려놓았다. 아이 발이 돌에 닿는 것을 보고 나서, 이 옆에 앉았다. 앉는 것처럼 앉았다.
외눈이 소리를 질렀다. 짐꾼들이 작대기를 들고 창고 담 쪽으로 몰려갔다. 쇠뇌꾼 여섯이 두 번째 살을 메기다가 손이 엉켰다. 짐꾼 마흔이 한꺼번에 오는 것을 보고 셋은 쇠뇌를 버리고 달아났다. 남은 셋 가운데 둘은 창고 담에 등을 붙이고 섰다. 하나는 쇠뇌를 쥔 채 주저앉았다. 곰배팔을 쏜 사내였다. 스물이 겨우 넘어 보였다.
짐꾼들의 작대기가 이 사내 위로 올라갔다.
혜각이 이 사이에 들어갔다. 언제 배다리를 내려왔는지 나는 못 봤다. 부방주는 부두 돌 위에 엎어져 물을 토하고 있었다. 혜각은 젊은 쇠뇌꾼을 등 뒤에 두고, 짐꾼들의 작대기를 두 팔로 받았다. 셋을 받고 네 번째에 머리를 맞았다. 이마의 고약이 떨어져 나갔다.
“비켜, 춘복아!” 외눈이 울부짖었다. “비키라고!”
“안 비킵니다.”
“저놈이 영감을 쐈어!”
“압니다.” 혜각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 눈으로 들어갔다. 혜각은 눈을 감지 않았다. “이놈 죽이면 형님들도 저처럼 숭산 가셔야 합니다. 머리 깎는 데 사흘 굶어야 합니다. 형님들은 사흘 못 굶습니다.”
짐꾼들의 작대기가 공중에서 멈췄다. 누가 웃었는지 울었는지 모를 소리를 냈다. 외눈이 작대기를 부두 돌에 내려쳤다. 작대기가 두 동강이 났다.
나는 이 장면을 셈했다. 혜각이 이날 지킨 사람의 수를. 아이들과, 짐꾼들과, 곰배팔을 쏜 사내까지. 이 셈에 곰배팔은 들어 있지 않았다.
*
곰배팔은 부두 돌 위에 앉은 채였다. 혜각이 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살은 등에 그대로 박혀 있었다. 뽑으면 피가 쏟아진다는 것을 짐꾼들은 다 알았다. 곰배팔의 숨이 짧았다. 숨을 쉴 때마다 입가에 붉은 거품이 맺혔다.
“춘복아.”
“여기 있습니다.”
“그날 내가 너더러 도망가라고 했지.” 곰배팔이 굽은 팔을 들어 혜각의 머리를 쓸었다. 밤송이 머리가 손바닥에 걸렸다. “잘 갔다. 머리도 깎고. 근데 왜 돌아왔냐?”
“밥 얻어먹으러요.”
곰배팔이 웃었다. 웃다가 기침을 했다. 기침에 피가 섞였다.
“오늘은 안 졌다. 짐 안 졌다.”
곰배팔은 더 말하지 않았다. 굽은 팔이 혜각의 머리에서 미끄러져 무릎으로 떨어졌다. 혜각은 이 팔을 잡아 곰배팔의 가슴 위에 얹었다. 팔꿈치가 잘못 붙어 활처럼 휜 팔이라 가슴 위에 반듯하게 얹히지 않았다. 혜각은 몇 번을 고쳐 얹다가 그만두었다. 휜 그대로 두었다.
혜각은 경을 외지 않았다. 소금 창고에서처럼 외지 않았다. 곰배팔의 손을 쥐고 한참 앉아 있었다. 짐꾼들이 하나둘 작대기를 내려놓고 이 둘레에 둘러앉았다.
외눈이 곰배팔 곁에 앉아 휜 팔 옆에 제 팔을 나란히 놓았다. 둘 다 짐 지느라 굵어진 팔이었다. 외눈은 혜각을 보지 않고 말했다. 이 영감이 형 밑에서 삯 석 달 치를 떼인 일을 자기는 이날 이미 알았다고. 알고도 형 편을 들었고, 열여섯 해 동안 이 편을 들었다고. 이 말을 하는 동안 외눈은 하나 남은 눈을 한 번도 깜박이지 않았다. 혜각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대답을 바라는 말이 아니었다.
*
아이들은 스물셋이었다. 나는 부두 돌 위에서 아이들을 셌다. 셋을 세고 네 번째에서 셈이 엉켜서 처음부터 다시 셌다. 연홍과 금란이 지은 겨울 저고리를 수레에서 꺼내 하나씩 입혔다. 저고리가 열넷밖에 없어서 나머지 아홉은 짐꾼들이 제 겉옷을 벗어 감쌌다. 삼봉이 남은 생강차를 데워 아이들 입에 흘려 넣었다. 매운맛에 아이들이 얼굴을 찡그렸고, 찡그리면서도 사발을 놓지 않았다.
부방주는 제 사내들에게 업혀 갔다. 삼봉은 업혀 가면서 혜각을 돌아봤다.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물에 젖은 쇠손바닥이 업은 사내의 어깨에서 축 늘어져 있었다.
조운 창고 담 위로 고개를 내민 사람이 하나 있었다. 관복을 입은 사내였다. 이 사람은 부두에서 벌어진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담 위에서 봤다. 짐꾼이 쓰러지고 쇠뇌가 버려지고 아이들이 배에서 내려지는 동안 사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올려다보자 사내는 고개를 담 아래로 내렸다. 운하 건너편에는 붉은 등을 단 놀잇배 한 척이 떠 있었다. 화방이라고 부르는, 부자들이 술 마시며 물 위를 노니는 배였다. 이 뱃전에서 누군가 부채를 펴는 것이 보였다.
해가 떴는데 하늘이 밝아지지 않았다. 구름이 낮게 내려와 있었다. 무언가 내 손등에 떨어졌다. 차갑고 가벼운 것. 녹으면서 물방울이 됐다.
눈이었다. 같은 해 첫눈이었다.
혜각이 곰배팔 곁에서 고개를 들었다. 나도 보는 쪽을 봤다. 조운 나루에서 운하 거리로 건너가는 돌다리 위에 잿빛 승복을 입은 사람이 서 있었다. 삿갓에 눈이 앉고 있었다. 홍월루 대문 앞 돌바닥에서 아흐레 동안 꿈쩍하지 않던 사람이었다.
혜명이 다리 위에서 혜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