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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더는 이렇게 못 산다

비교체험 유럽/한국 · 윤서각

2026년 10월 10일 토요일⁠, 포르투갈 리스본⁠.

오후⁠, 리스본 중심가 큰길을 따라 수천 명이 걸었다⁠. 행진을 부른 시민 모임의 이름이 곧 구호였다⁠. 「⁠Não dá mais para viver assim⁠」⁠, 더는 이렇게 못 산다⁠. 손팻말에는 「⁠이 월급으로는 못 산다⁠」와 「⁠쉰 살 되기 전에 부모님 집에서 나가고 싶다⁠」가 적혀 있었다⁠. 포르투에서는 1⁠,500명가량이 모였고⁠, 한 무리는 「⁠스페인처럼 하자⁠」는 판지를 들었다⁠. 마드리드 텐트촌 소식이 국경을 넘어온 것이다⁠. 포르투갈 최저임금은 올해 월 920유로(⁠약 137만 원⁠)이고 한 해에 열네 번 받는다⁠. 한국 최저임금은 올해 시간당 10⁠,320원⁠, 월로 바꾸면 215만 6⁠,880원이고 열두 번 받는다⁠. 한 해로 치면 포르투갈은 1만 2⁠,880유로(⁠약 1⁠,921만 원⁠)⁠, 한국은 2⁠,588만 원쯤이다⁠.

오름폭도 다르다⁠. 포르투갈 정부는 지난해 12월 최저임금을 870유로에서 920유로로 5⁠.7% 올리고⁠, 2028년에 1⁠,020유로까지 가겠다고 했다⁠. 노동조합 총연맹 CGTP는 올해 1⁠,050유로를 요구했다⁠. 한국 최저임금은 올해 10⁠,030원에서 10⁠,320원으로 2⁠.9% 올랐고⁠, 2027년에는 10⁠,700원으로 3⁠.7% 오른다⁠. 포르투갈은 낮은 데서 빨리 올리고⁠, 한국은 높은 데서 천천히 올린다⁠. 지우가 파리에서 메시지를 보냈다⁠. 「⁠월급을 열네 번 준다고요⁠? 저 포르투갈어 오늘부터 배워요⁠. 월급날이 두 번 더 있으면 월세도 두 번 더 내야 하는지는 내일 알아볼게요⁠.⁠」

집값은 월급보다 빨랐다⁠. 로이터와 알자지라는 포르투갈 집값이 2017년 뒤로 두 배를 넘겼고⁠, 새로 맺는 임대 계약의 월세도 두 배 가까이 올랐다고 전했다⁠. 젊은 사람이 가장 크게 맞았다⁠. 서울은 같은 해 새집이 덜 들어온다⁠. 부동산R114 집계로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는 1만 7⁠,698가구로⁠, 지난해 3만 2⁠,370가구보다 45⁠.3% 줄어 2013년 뒤로 가장 적다⁠. 행렬 끝에서 만난 서울 신혼부부는 리스본 신혼여행 사진 대신 부동산 앱 화면을 보여 주었다⁠. “⁠여기 집값 보러 온 건 아닌데⁠, 보다 보니 서울이 더 비싸서 마음이 놓였어요⁠. 놓이면 안 되는데⁠.⁠”

리스본 집값이 오르기 전⁠, 포르투갈은 바깥 돈을 불렀다⁠. 2012년 10월 시작한 골든 비자는 집을 사는 외국인에게 거주 자격을 주었고⁠, 2009년 만든 비거주자 세제는 포르투갈로 옮겨 온 외국인의 세금을 깎아 주었다⁠. 집을 사는 길의 골든 비자는 2023년 주택 법으로 닫혔고⁠, 비거주자 세제도 2024년부터 새로 받지 않는다⁠. 한국도 비슷한 문을 연 적이 있다⁠. 2010년 제주도는 휴양 콘도 같은 부동산에 5억 원 넘게 투자한 외국인에게 거주 자격을 주는 부동산 투자 이민제를 들였다⁠. 지난해 8월 26일에는 서울 전역과 경기 23곳⁠, 인천 7곳에서 외국인이 집을 사려면 허가를 받고 2년을 직접 살게 했다⁠.

19일 뒤인 10월 29일⁠, 한국부동산원이 10월 넷째 주 통계를 내자 박성훈 차장이 전화했다⁠. “⁠서울 아파트 90주 연속 상승⁠. 이게 제목이다⁠.⁠” 박 차장은 부동산부에 있을 때 「⁠연속 상승⁠」 제목을 여러 번 달았다⁠. 나는 물었다⁠. “⁠시작이 언제예요⁠?⁠” 서울 아파트값 오름은 2025년 2월 첫째 주에 시작됐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2025년 6월 4일보다 넉 달 앞이다⁠. 리스본의 오름도 정부 하나의 임기보다 길다⁠. 포르투갈 집값이 두 배를 넘기는 동안 총리는 안토니우 코스타에서 루이스 몬테네그루로 바뀌었다⁠. 박 차장이 말했다⁠. “⁠시작은 시작이고 90은 90이다⁠.⁠” “⁠90은 맞아요⁠. 그런데 숫자가 언제부터 세어졌는지 안 쓰면 독자는 지금 정부가 시작한 줄 알아요⁠.⁠”

오름의 크기는 그대로 적는다⁠. 한국경제는 10월 1일 서울 아파트값이 86주 연속 올라 종전 최장 기록인 85주(⁠2020년 6월⁠~2022년 1월⁠)를 넘었고⁠, 86주 동안 누적 17⁠.6% 올랐다고 전했다⁠. 리스본은 2017년부터 아홉 해 동안 두 배를 넘겼다⁠. 기간이 달라 그대로 견줄 수는 없다⁠. 서울은 두 해가 안 되는 동안 6분의 1 넘게 올랐고⁠, 리스본은 아홉 해 동안 곱절이 됐다⁠. 둘 다 월급이 따라갈 수 없는 빠르기다⁠.

빚의 문은 두 도시가 반대로 열었다⁠. 서울은 규제를 일찍 꺼냈다⁠. 지난해 10월 15일 대책은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비싼 집일수록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였다⁠. 포르투갈은 반대로 2024년 서른다섯 살 아래가 처음 집을 살 때 취득세를 면제하고 은행 대출에 나라 보증을 붙였다⁠. 리스본은 젊은 사람에게 빚을 쉽게 내주고⁠, 서울은 비싼 집에 빚을 어렵게 했다⁠. 리스본 텐트에서 만난 서른두 살 회계사는 나라 보증 대출로 집을 알아보다 그만두었다고 했다⁠. “⁠빚은 쉬워졌는데 집은 그대로예요⁠. 은행이 저를 믿는 만큼 집주인이 저를 안 믿어요⁠.⁠”

무엇이 밀어 올렸는지는 3년 앞을 봐야 보인다⁠. 아파트는 첫 삽에서 입주까지 2⁠~3년이 걸린다⁠. 2023년 1⁠~11월 전국 아파트 착공은 13만 3⁠,585가구로 1년 전보다 52% 줄어 2011년 통계 작성 뒤 가장 적었다⁠. 2022년부터 2026년 7월까지 월평균 착공은 앞선 10년보다 38%쯤 적다⁠. 공사비와 금리⁠, 사업비 대출 시장의 불안이 첫 삽을 막았다⁠. 3년 전 멈춘 착공이 올해 입주를 비웠고⁠, 2028년 서울 입주는 1만 3⁠,212가구로 1990년 뒤 가장 적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포르투갈 중앙은행은 전국에 집이 30만 채 모자란다고 본다⁠. 리스본 시의 주택 전부와 맞먹는다⁠. 리스본도 서울도 모자란 집은 몇 해 전에 정해졌다⁠.

정책이 먹힌 곳도 있다⁠. 8월 세제개편으로 고가 주택과 사는 사람 없는 집의 종합부동산세를 올린 뒤 강남·서초·송파는 내리기 시작했다⁠. 10월 넷째 주 강남은 0⁠.38%⁠, 서초는 0⁠.35%⁠, 송파는 0⁠.22% 내렸다⁠. KB부동산 10월 조사에서 서울 매매가격은 0⁠.61% 올라 올해 가장 작은 월간 오름폭이었다⁠. 안 먹힌 곳도 있다⁠. 같은 주 성북은 0⁠.39%⁠, 서대문은 0⁠.36%⁠, 종로는 0⁠.35% 올랐고⁠, KB 조사에서 노원은 한 달에 1⁠.52% 올랐다⁠. 대출 규제가 수요를 중저가 동네로 밀었다⁠. 포르투갈 정부는 다른 길을 골랐다⁠. 하원 1차 독회를 통과한 법안은 세입자를 더 쉽게 내보내게 하는 내용이었고⁠, 극우 셰가는 기권했다⁠. 카를루스 아브레우 아모링 의회담당 장관은 “⁠정부는 거리의 고함에 굴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책이 오락가락한 기억은 두 도시에 다 있다⁠. 포르투갈은 2023년 주택 법으로 관광객 단기 임대의 새 등록을 대부분 막았다가⁠, 2024년 새 정부가 다시 풀었다⁠. 서울시는 2025년 2월 잠실·삼성·대치·청담의 토지거래허가를 풀었다가⁠, 한 달 남짓 뒤인 3월 24일부터 강남·서초·송파·용산 전역을 다시 묶었다⁠. 민수가 메시지를 보냈다⁠. 「⁠누나 우리 동네 전세 또 오른대⁠. 나 트럭 짐칸에서 자도 됨⁠? 택배 상자 사이가 생각보다 따뜻함⁠.⁠」 나는 「⁠짐칸은 주거가 아니야⁠」라고 보냈다⁠. 민수는 「⁠그럼 무슨 법이 지켜 줌⁠?⁠」이라고 물었고⁠, 나는 답을 찾지 못했다⁠.

리스본과 서울을 같은 저울에 올리면 무게가 같은 곳과 다른 곳이 갈린다⁠. 같은 것은 바깥 돈과 모자란 착공이 겹쳤다는 것이다⁠. 유럽연합 전체로도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집값이 47% 올랐다⁠. 다른 것은 순서다⁠. 한국은 바깥 돈의 문을 2025년 8월에 먼저 닫았다⁠. 문을 닫았는데도 서울이 오르는 까닭은 3년 전 멈춘 첫 삽에 있다⁠. 꼭대기 강남은 세금에 내리고⁠, 허리인 강북과 외곽은 입주 가뭄에 오른다⁠. 리스본은 바깥 돈의 문을 늦게 닫았고⁠, 닫은 뒤에도 30만 채가 모자란다⁠.

행진은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10월 15일 포르투에서 경찰이 텐트를 걷어 낼 때 37명이 다쳤다⁠. 17일에는 포르투갈 최대 노동조합 총연맹 CGTP의 부름에 리스본에서 수만 명이 걸었고⁠, 로시우 광장에 텐트 40동이 생겼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텐트를 치려면 서울시 조례에 따라 미리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로시우의 텐트는 허가 대신 사람 수로 버텼고⁠, 광화문의 천막은 허가가 없으면 서울시 공무원이 걷어 낸다⁠.

10월 25일 일요일 새벽 2시⁠, 리스본 경찰이 경찰견을 데리고 로시우로 들어갔다⁠. 전날 수천 명의 행진 뒤 텐트는 100동을 넘겨 있었다⁠. 알자지라 보도로 리스본에서 25명⁠, 포르투의 동 주앙 1세 광장에서 6명이 체포됐다⁠. 다친 사람은 경찰 집계로 경찰과 시위대를 합쳐 7명이고⁠, 주거 단체 「⁠살 수 있는 집⁠」 집계로 60명이다⁠. 다른 기록은 10월 20일 리스본 텐트촌 철거와 체포 55명을 적어 두었다⁠. 날짜도 숫자도 둘이다⁠. 서울시는 2019년 6월 25일 광화문광장에 허가 없이 친 정당 천막을 행정대집행으로 걷어 냈다⁠. 리스본은 새벽에 경찰이⁠, 서울은 낮에 시청 직원과 용역이 들어왔다⁠.

포르투갈이 한때 가졌던 장점은 집을 함께 짓던 기억이다⁠. 1974년 혁명 직후부터 1976년까지 포르투갈 정부는 건축가를 동네로 보내 가난한 주민과 함께 집을 설계하고 짓게 했다⁠. 포르투의 보우사 단지가 이 사업으로 시작됐다⁠. 한국은 1989년 영구임대주택을 도입해 가장 가난한 세입자에게 시세보다 훨씬 싼 공공 임대를 내주기 시작했다⁠. 리스본의 텐트에 앉은 젊은 건축학도가 말했다⁠. “⁠할아버지 세대는 집을 같이 지었고⁠, 우리 세대는 텐트를 같이 쳐요⁠.⁠”

리스본의 넉넉함은 오래 바다 건너에 기대 있었다⁠. 포르투갈은 1961년부터 앙골라와 기니⁠, 모잠비크에서 식민지를 붙들려는 전쟁을 치렀다⁠. 전쟁에 지친 장교들이 1974년 4월 25일 카네이션 혁명을 일으켰고⁠, 1975년 앙골라와 모잠비크가 독립했다⁠. 같은 무렵 한국은 남의 땅 대신 제 공장을 붙들었다⁠. 1973년 1월 한국 정부는 중화학공업화를 선언했다⁠. 포르투갈은 제국을 내려놓고 수십 년 뒤 골든 비자로 바깥 돈을 다시 불렀고⁠, 식민지였던 한국은 같은 해들에 용광로와 조선소를 지었다⁠.

제국 이전의 바다에서는 약탈이 나라의 사업이었다⁠. 1592년 아조레스 앞바다에서 잉글랜드 배들이 인도에서 돌아오던 포르투갈 대형 상선 마드레 드 데우스를 붙잡았다⁠. 엘리자베스 1세의 허가장을 받은 사략선⁠, 곧 나라가 적국 배를 털어도 좋다고 허락한 배였다⁠. 털어 온 짐의 몫은 왕실과 돈 댄 사람과 선원이 나눴다⁠. 오늘의 바다에서 나라는 해적을 잡는다⁠. 2011년 1월 한국 해군 청해부대는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소말리아 해적에게 잡힌 삼호주얼리호 선원 21명을 구했다⁠. 허가장을 내주던 시대와 해적을 쫓는 시대 사이에 제국이 있었다⁠.

밤에 박 차장이 다시 전화했다⁠. “⁠제목 바꾼다⁠. 「⁠3년 전 멈춘 첫 삽⁠」⁠.⁠” “⁠90은 빼요⁠?⁠” “⁠부제로 내린다⁠. 대신 시작한 날짜 넣어⁠.⁠” 박 차장은 한숨을 쉬었다⁠. “⁠부동산부 후배들이 보면 웃겠다⁠.⁠” 정부가 지난해 9월 7일 내놓은 수도권 135만 가구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첫 삽을 뜨는 계획이고⁠, 입주는 첫 삽보다 몇 해 늦다⁠. 리스본의 「⁠살 수 있는 집⁠」은 화요일 의회 앞에서 다시 모이자고 했다⁠. 나는 아테네행 표를 끊었다⁠. 10월 21일⁠, 그리스 학생들이 신타그마 광장에서 행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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