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5,506자)
생방송
진짜 던전 방탈출 카페 · 류시안
일요일 아침, 도연은 창밖이 시끄러워 눈을 떴다. 사무용 의자 바퀴가 또 미끄러져 머리가 「출근 오 분 전」의 서류함에 닿아 있었다. 몸을 일으키자 큰 창 너머 선큰 마당이 보였다. 마당 난간에 사람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고, 난간 위로 휴대전화가 백 대쯤 솟아 있었다. 화면마다 열쇠공의 창이 비쳤고, 창 안에는 부스스한 단발로 의자에서 일어나는 도연이 비쳤다.
도연은 반사적으로 블라인드를 내렸다. 바깥에서 아쉬워하는 소리가 한꺼번에 났다.
휴대전화에는 알림이 천 개 넘게 쌓여 있었다. 맨 위는 「손잡이」 단톡방이었다.
「회장님 이거 생방이었어요??」 「탈출각 조회수 21만 실화냐」 「채널 이름 바꿔야 함 탈출각 → 던전각」
링크를 누르자 영상이 열렸다. 제목은 「[실시간] 홍대 방탈출 카페 지하에 진짜 던전이…」였다. 화면은 세찬의 가슴 높이에서 흔들렸다. 푸른 계단, 돌기둥 넷, 팔을 잡힌 채 손잡이를 돌리는 도연의 손, 벽을 타고 쏟아지는 이끼쥐 떼. 마지막은 아래에서 깜빡이는 흰 불빛이었다. 댓글 창이 쉬지 않고 올라갔다.
「CG 아님? 쥐 털이 너무 자연스러운데」 「저 조사관 아저씨 계단 세는 거 들림ㅋㅋ 마흔일곱 마흔여덟」 「is this real」 「사장님 단발 무슨 색이에요 염색약 정보 좀」
도연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세수를 했다. 거울 속의 얼굴이 생방송보다 더 엉망이었다.
*
열 시, 세찬이 커피 캐리어를 들고 뒷문으로 들어왔다. 모자를 눈썹까지 눌러쓰고 있었다. 커피 넷 가운데 하나에는 컵홀더에 매직으로 「사과」라고 적혀 있었다.
“사장님, 이거 설명할 수 있어요.”
“설명하세요.”
“켜 놓은 줄 몰랐어요. 진짜로. 리허설 버튼이랑 송출 버튼이 바로 붙어 있어요. 장갑 끼고 누르면 둘 다 눌려요.” 세찬이 모자를 벗었다. 눈 밑이 검었다. “근데 사장님, 오늘 새벽에 봉인팀 철판 들고 그냥 갔어요. 왜인지 알아요? 새벽 네 시에 골목에 사람이 오십 명 있었어요. 다 폰 들고. 철판 붙이는 거 찍히면 큰일 나니까.”
도연은 커피를 받지 않았다. 계단으로 난 문이 열리고 재이가 내려왔다. 편의점 야간 근무를 마친 조끼 차림이었고, 큐브를 쥔 손이 멈춰 있었다.
“회장님.”
“재이야, 들어 봐.”
“들었어요. 리허설 버튼이랑 송출 버튼이 붙어 있다고요.” 재이가 계단 맨 아래 칸에서 세찬을 내려다보았다. 세찬보다 머리 하나가 작았지만 한 칸 위에 서니 눈높이가 같았다. “제가 그 카메라 써 봤어요. 회장님이 작년에 빌려줬잖아요. 송출 버튼 누르면 화면에 빨간 테두리 떠요. 삼 초 동안 깜빡이고요.”
세찬의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회장님 리뷰 영상 보고 방탈출 시작했어요. 회장님이 영상에서 그랬잖아요. 방탈출은 같이 들어간 사람을 믿는 게임이라고.” 재이가 큐브를 반 바퀴 돌렸다. “그 말 편집한 거예요, 아니면 진짜 한 거예요?”
“진짜로 했지.”
“그럼 어제는 편집한 거네요.”
재이는 세찬을 지나 「지하 서고」로 들어갔다. 세찬은 커피 캐리어를 든 채 한동안 계단 앞에 서 있었다. 캐리어에서 「사과」라고 적힌 컵만 빼서 혼자 마셨다.
*
열한 시, 골목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검은 승합차 두 대가 골목 입구에 멈추고, 회색 양복 위에 남색 조끼를 걸친 남자가 내렸다. 쉰 남짓이었고,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겼다. 조끼 가슴의 배지가 경탁의 것보다 한 단 굵었다. 경탁이 뒤에서 내려 남자를 따라왔다.
남자는 선큰 마당 난간 앞에서 멈추고 휴대전화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지하이상공간관리국 차장입니다. 이 건물 지하에서 실종자 한 명이 발견됐고, 지금부터 관리국이 구조 작전을 진행합니다. 시민 여러분은 골목에서 오십 미터 물러나 주십시오. 구조에 협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사람들이 정말로 오십 미터 물러났다.
차장은 계산대 앞에 앉아 세찬이 사 온 커피 하나를 허락도 없이 집었다. 한 모금 마시고 컵홀더를 보았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컵이었다.
“금 사장. 반가워. 어제 한 층 열었지?”
“네.”
“쥐가 삼백 마리 나왔어. 타코집 주방에 마흔, 보컬 학원 녹음실에 스물, 나머지는 하수구로. 전선 아홉 군데가 끊겼고.” 차장이 커피를 내려놓았다. “조건 말할게. 하루에 한 층. 여 조사관이 같이 내려가. 생존자 확인되면 그 자리에서 데리고 올라와. 카메라는 우리가 확인하고 내보내.”
“두 층이요. 하담 씨는 사흘째예요. 나흘째예요, 이제.”
“한 층. 한 층에 쥐가 삼백이면 두 층은 몇일까? 나는 숫자로 생각하는 사람이야.” 차장이 웃었다. 웃는 얼굴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숫자로 생각하면 이 문은 봉인이 맞아. 지난 여덟 해 동안 마흔한 곳을 봉인했고, 봉인한 문 위에서 다친 시민은 한 명도 없어. 지금 이 문을 안 덮는 건 바깥에 휴대전화가 백 대 있어서야. 그건 금 사장 덕이 아니라 저 친구 덕이고.”
차장이 턱으로 세찬을 가리켰다. 세찬이 「사과」 컵을 든 채 얼어붙었다.
“카메라는요?”
“우리가 먼저 보고 내보내. 그게 싫으면 끄고.”
세찬이 도연을 보았다. 재이도 「지하 서고」 문가에서 도연을 보았다. 도연은 계산대 위의 커피 캐리어를 보았다. 네 칸 가운데 세 칸이 비어 있었다.
“켜 둘게요. 생으로요.” 도연이 말했다. “끄면 바깥 휴대전화들이 집에 가요. 가면 철판이 와요.”
재이가 큐브를 쥔 손을 내렸다. 세찬은 숨을 크게 내쉬었고, 차장은 커피를 마저 마셨다.
“좋아. 그럼 여 조사관도 화면에 나오겠네. 웃는 연습 시켜.” 차장이 일어나며 경탁의 어깨를 두드렸다. 도연이 듣기에는 작은 소리로, 경탁에게만 한마디를 더 했다. 한 층이라도 덜 열어. 경탁은 대답하지 않았다.
*
내려가기 전에 경탁이 「지하 서고」 문지방에 검은 전선 뭉치를 내려놓았다. 군용 무전기만 한 상자에 굵은 전선이 감겨 있었다. 경탁은 상자를 문틀에 묶고 전선을 풀면서 계단을 내려갔다. 푸른 돌계단 모서리를 따라 검은 줄이 한 가닥 생겼다.
“뭐예요, 그거?”
“유선 전화입니다. 세 층만 내려가도 무전이 안 됩니다. 줄은 끊기기 전까지는 됩니다.”
도연은 경탁 뒤를 따라 내려가며 전선을 밟지 않으려고 발을 옮겼다. 경탁이 전선을 한 바퀴 풀 때마다 입술이 움직였다. 칸을 세는 입이었다.
“아까 차장님이 한 층이라도 덜 열라고 하셨죠.”
경탁의 손이 전선 위에서 멈췄다. “들으셨습니까?”
“제가 귀는 밝아요. 눈은 더 밝고요.”
“차장님 말씀이 틀린 건 아닙니다.” 경탁이 다시 전선을 풀었다. “사장님은 아래에 있는 한 사람을 보십니다. 차장님은 위에 있는 천 명을 보십니다. 둘 다 사람을 보는 겁니다. 숫자가 다를 뿐입니다.”
“조사관님은요?”
“저는 계단을 봅니다. 마흔여덟.” 경탁이 일 층 바닥에 발을 디뎠다. “여기서부터 쉰둘입니다. 어제 세 놨습니다.”
뒤에서 세찬이 재이에게 커피를 내밀었다. 캐리어에 남은 마지막 컵이었다. 재이는 컵을 받아 한 모금 마시고 컵홀더를 보았다.
“사과는 회장님이 마셨잖아요.”
“그러니까 이건 사과 두 번째야. 글씨는 아직 못 썼어.”
재이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컵을 돌려주지도 않았다.
*
일 층의 돌기둥을 지나 두 번째 계단을 내려가자 벽이 온통 타일인 방이 나왔다. 손바닥만 한 푸른 타일 수백 장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덮여 있었고, 타일마다 같은 물결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구석마다 이끼 둥지가 있었다. 어제 다 올라간 줄 알았던 이끼쥐가 아직 수십 마리 남아 타일 벽을 오르내렸다. 문은 맞은편이었다. 손잡이도 자물쇠도 없는 매끈한 돌판이었고, 돌판 위에 소용돌이 무늬만 있었다.
벽 아래 둥지 옆에 빨간 봉지가 떨어져 있었다. 세 번째였다. 도연은 봉지를 주워 앞치마 주머니에 넣었다.
“여러분, 지금 저희는 지하 이 층에 와 있습니다.” 세찬이 가슴 카메라를 향해 속삭였다. 댓글이 화면 귀퉁이에서 빠르게 올라갔다. 「회장님 목소리 떨림」 「뒤에 조사관님 계단 세는 거 또 들림」
경탁이 문 앞에 서서 팔짱을 꼈다.
“보기만 하십시오. 안에 실종자가 없으면 올라갑니다.”
“조사관님, 오늘 한 층은 열어도 된다고 하셨잖아요.”
“차장님이 그러셨습니다. 저는 안 그랬습니다.”
“차장님이 조사관님 상관이시잖아요.”
“그래서 열어도 된다는 말에 반대를 안 하고 있습니다. 찬성도 안 하고요.”
도연은 경탁을 지나 벽을 보았다. 타일 무늬는 다 같았다. 색도 같았다. 다른 것을 찾으려고 한 장씩 보는 동안 이끼쥐들이 눈앞을 지나갔다. 쥐들은 타일을 발판 삼아 벽을 오르내렸는데, 오르내리는 길이 일정하지 않았다. 아무 데나 밟는 것 같은데 어떤 타일은 한 번도 밟지 않았다.
“재이 씨, 쥐가 안 밟는 타일 같이 봐 줄래요?”
재이가 벽 앞으로 다가왔다. 둘은 한참 동안 쥐만 보았다. 세찬이 카메라에 대고 속삭였다. 「여러분 지금 저희는 쥐를 보고 있습니다. 진지하게.」 댓글이 쏟아졌다. 「진지하게ㅋㅋㅋ」 「저 쥐 이름 지어 주세요」
“왼편 벽 아래에서 일곱째 줄 셋째 칸. 가운데 벽 위에서 둘째 줄. 오른편 벽 문 옆.” 재이가 손가락으로 짚었다. “하나 더 있어요. 천장 바로 아래.”
“천장은 누가 누르죠?”
모두가 경탁을 보았다. 경탁이 팔짱을 풀었다.
“제가 왜 봅니까?”
“제일 크시잖아요.”
경탁은 한숨을 쉬고 세찬의 어깨를 빌려 발을 디뎠다. 세찬이 비명을 참느라 이를 악물었다. 도연과 재이가 아래의 타일 셋을 동시에 눌렀고, 경탁이 손을 뻗어 천장 아래 타일을 눌렀다. 타일 넷이 손가락 한 마디만큼 들어갔다. 매끈한 돌판에 금이 하나 생기더니, 금을 따라 돌판이 두 쪽으로 갈라져 벽 속으로 밀려 들어갔다.
차가운 바람과 함께 흰 것이 올라왔다.
나방이었다. 손바닥만 한 흰 나방이 수십, 수백 마리 계단에서 날아올라 손전등마다 달라붙었다. 나방이 앉은 손전등은 불빛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세찬의 링라이트에는 스무 마리가 한꺼번에 앉았다. 둥근 조명이 흰 날개에 덮여 차례로 꺼져 갔다. 세찬이 링라이트를 흔들었고, 나방은 떨어지지 않았다. 불을 다 먹은 나방이 날개를 접고 위층 계단으로 날아갔다.
“빛을 먹는 거예요.” 재이가 말했다.
“내 링라이트 십팔만 원 주고 산 건데.”
경탁의 무전기가 지직거렸다. 「조사관님, 흰 나방이 올라옵니다. 골목 간판 불이 꺼집니다. 한낮인데 골목에 그늘이 날아다닙니다. 사람들이 그늘 따라 뛰어다니면서 찍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오십 미터 밖으로.” 경탁이 무전기를 내리고 도연을 보았다. “올라갑니다. 약속하신 한 층입니다.”
“잠깐만요. 아래 봐요.”
갈라진 문 너머 계단은 더 깊었다. 깊은 데서 흰 불빛이 다시 깜빡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에스오에스가 아니었다. 짧고 긴 빛이 불규칙하게 섞여 이어졌고, 잠깐 쉬었다가 다시 이어졌다. 재이가 입술을 달싹이며 따라갔다. 큐브를 쥔 손가락이 빛에 맞춰 까딱였다.
“한글 모스예요. 자음 모음 하나씩.” 재이가 천천히 읽었다. “혼, 자, 못, 가, 요. 쉬고. 내, 려, 와, 요.”
“혼자 못 가요, 내려와요.” 도연이 되뇌었다. 손바닥 안에서 젤리 봉지 세 장이 바스락거렸다. “꺼내 달라는 게 아니네요.”
뒤에서 경탁이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다.
“그건 구조 요청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