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5,128자)

넷이 여덟

던전 철거 전문, 견적은 무료입니다 · 남시우

성동구청 사 층 소회의실 벽 화면에 구두 공방 주차장 구덩이 바닥이 떴다. 강유나 주무관이 밤에 찍은 사진 열두 장 가운데 세 번째였고, 손전등 불빛 아래 검은 뿌리의 혹이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등록 심사 기간이 십사 일입니다.” 강 주무관이 과장에게 말했다. 목소리가 사흘 전보다 반 박자 빨랐다. “한빛이 8호와 9호를 사냥터로 신청한 지 나흘째고, 아직 확정 전이에요. 두 게이트가 땅속에서 이어져 있다는 사진이 있으니까 안전상 이유로 폐쇄 명령을 먼저 낼 수 있습니다. 근거 됩니다.”

과장이 사진을 한참 보다가 하진에게 물었다. “염 반장, 이거 닫으면 또 둘이 생기는 거 아니에요?”

“생길 수도 있어요.”

“그럼 왜 닫아요?”

“안 닫으면 사십 일 뒤에 여기서 족제비가 쏟아져요. 닫으면 어디선가 둘이 생기고요. 생긴 데를 따라가면 뿌리가 나와요. 뿌리를 따라가야 끝이 나와요.” 하진은 종이컵 커피를 들었다가 식은 걸 알고 내려놓았다. “과장님, 지금은 저도 끝을 몰라요. 근데 열어 둔 채로는 끝을 아무도 못 봐요.”

과장은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한빛 법무팀이 회의실에 없었다. 그는 폐쇄 명령서에 도장을 찍었고, 강 주무관이 도장 옆에 날짜를 적었다. 2038년 2월 17일.

*

8호와 9호는 하루에 닫았다. 이번에는 금 하나만 꿰매지 않았다. 소미가 수리비 삼백을 카드 할부로 긁고 돌아온 순자로 두 게이트에서 각각 뿌리까지 파 내려갔고, 마 씨가 뿌리 둘레에 은도금 고리를 하나씩 더 감았다. 하진은 손바닥으로 뿌리 마디를 짚으며 가장 굵은 혹 위에 소금 몰탈을 눌러 발랐다. 혹의 푸른 맥박이 몰탈 밑에서 점점 느려지다가 멈췄다. 땅 위의 금도 그때 같이 오그라들었다.

카페 거리의 8호 펜스는 반석규가 직접 걷어 갔다. 그는 하진 쪽을 한 번도 보지 않았고, 펜스 판 귀퉁이의 인쇄 날짜 쪽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들고 갔다.

그날 밤 단톡방.

「공지. 8호 9호 완료. 순자 무사. 순자 할부 넉 달에 수리비 할부 열두 달 추가됨.」

「순자 씨 이제 진짜 우리 식구예요. 빚이 같이 있으니까.」

「제가 순자 할부 들게요!」

「본길아 그건 들 수 있는 게 아니야.」

「응.」

*

다음 날 아침, 성동구청 상황판의 성동구 지도에 빨간 점이 넷 떴다. 금호동 언덕길 공영주차장, 옥수동 아파트 단지 놀이터 옆, 마장동 축산시장 냉동창고 뒤, 그리고 왕십리 도선동 전통시장 한복판.

하진은 구청 상황실에서 그 지도를 보며 손가락으로 점과 점을 이었다. 넷을 이으면 마름모가 되었고, 마름모의 무게중심은 성동구청에서 서쪽으로 조금 치우친 곳이었다. 성수동 골목 하나에서 시작한 점이 구 하나를 덮고 있었다.

“넷 다 D급이에요.” 강 주무관이 말했다. “근데 왕십리가 문제예요. 시장 골목 한가운데, 순댓국 골목하고 건어물 골목이 만나는 자리. 지금 상인회가 한빛을 불렀어요.”

“한빛을 왜요?”

“가 보시면 알아요.”

*

왕십리 도선동 전통시장은 아침 열 시에 이미 순댓국 끓는 냄새로 꽉 차 있었다. 돼지 뼈 우린 국물 냄새 위로 건어물 골목의 짠 냄새가 얹히고, 그 사이를 오존 냄새가 칼처럼 갈랐다. 골목이 만나는 네거리 한복판, 생선 좌판 바로 앞에 세로로 긴 금이 떠 있었다. 좌판의 얼음 위 고등어들이 금에서 나오는 바람에 더 꽝꽝 얼어 있었다.

금 둘레에는 한빛의 노란 펜스가 이미 서 있었다. 그리고 펜스 앞에, 시장 상인 예순 명쯤이 앞치마를 두르고 모여 있었다.

시장 상인회 사무실은 이 층 건어물 창고 위였다. 연탄난로 하나와 플라스틱 의자 서른 개, 벽에 「왕십리 시장 상인회 창립 40주년」 현수막. 의자가 모자라 나머지 상인들은 벽에 기대 섰다. 상인회장 육 회장은 정육점을 하는 예순여덟의 대머리였고, 앞치마에 핏자국이 말라 있었다.

도강혁은 이미 사무실 앞쪽에 서 있었다. 하진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하진 씨, 마침 잘 오셨습니다.” 도강혁이 상인들을 돌아보았다. “여러분, 이분이 성수동에서 게이트를 닫으신 분입니다. 닫을 때마다 근처에 둘이 생기죠. 성수동 하나가 둘이 됐고, 그 둘을 닫으니 여기를 포함해 넷이 됐습니다.”

상인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한빛은 제안드립니다. 이 시장 게이트를 사냥터로 관리하고, 재충전 때마다 나오는 마정석 수익의 오 퍼센트를 상인회에 드립니다. 공략 날에는 헌터 팀 이십 명이 시장에서 밥을 먹고요. 성수 7호 때 그 동네 국밥집 매출이 세 배가 됐습니다.”

“세 배.” 순댓국집 사장 하나가 따라 말했다.

하진은 앞으로 나가지 않고 문가에 섰다. 연탄난로 냄새가 목에 걸렸다.

“사십 일마다 시장 한복판에서 마물이 차요. 차는 동안 고등어가 얼고, 사람이 다니던 네거리가 펜스로 막혀요. 오 퍼센트 받고 그거 하실래요? 저는 닫아 드릴게요. 무료로.”

“닫으면 여기서 또 둘이 생기잖아.” 육 회장이 말했다. “우리 시장 옆 골목에 생기면? 그건 누가 책임져?”

“제가 따라가서 닫아요.”

“그다음 넷은?”

“그것도요.”

“끝이 어딘데?”

하진은 대답하지 못했다.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연탄난로 위의 주전자가 끓기 시작했다.

“끝은 모릅니다.” 도강혁이 부드럽게 말을 받았다. “하진 씨도 모르고 저도 모르죠. 그러니까 저는 열어 둔 채 지키자는 겁니다. 아는 위험이 모르는 위험보다 낫습니다.”

“아는 위험이요?” 하진이 도강혁을 보았다. “이사님은 알잖아요. 성수 7호 닫기 전날 8호 펜스를 찍어 두셨잖아요. 인쇄 날짜가 2월 11일이었어요.”

상인 몇이 고개를 돌려 도강혁을 보았다. 도강혁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시설팀이 여분으로 미리 찍어 두는 펜스입니다. 하진 씨는 공구 여분 안 사 두세요?”

“번호까지 찍어서요?”

“번호는 순서대로 붙이니까요.”

말이 막혔다. 반은 맞는 말이었다. 하진은 이를 악물었고, 도강혁은 상인들에게 다시 웃어 보였다.

*

육 회장이 표결을 하자고 했다. 손을 드는 방식이었다. 한빛 쪽에 손든 사람이 스물아홉. 닫자는 쪽은 처음에 스물다섯이었다.

그때 사무실 뒷문으로 건어물 골목의 진 할머니가 들어왔다. 여든셋의 할머니는 사십 년째 멸치를 팔았고, 상인회 창립 멤버였다. 그 뒤에 청년몰 이 층에서 수제 잼을 파는 서른 살 부부가 따라 들어왔다. 그들 가게 진열장 유리는 사흘 전 금에서 나온 찬 바람에 금이 가 있었다.

“나는 닫는 데.” 진 할머니가 손을 들었다. “영감 살았을 때 이 네거리에서 장 섰어. 펜스 치고 장 서는 거 나는 못 봐.”

잼 가게 부부도 손을 들었다. 그 뒤로 벽에 기대 있던 젊은 상인들이 하나둘 손을 들었다. 닫자는 쪽이 서른하나가 되었다.

“서른하나 대 스물아홉.” 육 회장이 손가락으로 세다가 앞치마에 손을 닦았다. “닫는 걸로 해. 대신 염 반장, 손님 떨어지면 그건 염 반장 책임이야. 비고란에 적어.”

탁 여사가 문가에서 견적서를 꺼내 비고란에 적었다. 「손님 떨어지면 반장이 와서 순댓국 사 먹음」.

도강혁은 웃으며 상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계단 중간에서 그는 하진에게만 들리게 말했다.

“두 표 차이로 이겼네요, 하진 씨. 다음엔 몇 표 차일까요?”

*

시장 네거리로 내려오자 본길이 보이지 않았다. 하진이 건어물 골목을 두 번 돌고서야 찾았다. 본길은 북어 상자가 쌓인 골목 끝에서 반석규와 마주 서 있었다. 반석규의 손바닥이 본길의 어깨에 얹혀 있었고, 그 손바닥 하나에 본길의 어깨가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너 짐꾼 할 때 3호 따라왔었지.” 반석규가 말했다. “열한 번째 재충전 때. 기억나지?”

“기억 안 나요.”

“기억나잖아. 너 그때 짐 지고 맨 뒤에 섰었어. 뭘 봤든 입 다물어. 한빛 그만둘 때 쓴 각서 있지?”

“그거, 다른 길드 안 간다는 각서잖아요.”

“철거반은 길드 아니냐?”

“철거반은 철거반이에요.” 본길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무서울 때 말이 많아지는 버릇이 나오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저 그때 진짜 맨 뒤라서 아무것도 못 봤고요, 앞에서 팀장님이 벽 쪽으로 뭘 덮으라 그래서 덮개 들고 간 거밖에 없고요, 덮개가 무거웠고요—”

“본길아.” 하진이 골목 입구에서 불렀다.

반석규가 손을 뗐다. 그는 하진 옆을 지나가며 어깨로 북어 상자 하나를 툭 건드렸다. 상자가 기울어 마른 북어 몇 마리가 바닥에 쏟아졌다. 본길이 쪼그려 앉아 북어를 상자에 도로 주워 담았다. 손이 떨려 북어 한 마리를 두 번 떨어뜨렸다.

“벽 쪽으로 뭘 덮었는데?” 하진이 물었다.

“검은 거요. 그때는 그냥 벽에 붙은 덩굴인 줄 알았어요.” 본길은 북어 상자를 등에 지려다 자기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내려놓았다. “반장님, 저 잘리는 거 아니죠?”

“수습 끝나면 잘라 줄게. 정직원으로.”

본길이 웃다가 콧물을 들이마셨다.

*

넷을 닫는 데 사흘이 걸렸다. 금호동 공영주차장은 언덕이라 순자가 미끄러졌고, 본길이 순자 궤도 밑에 각목을 지고 날랐다. 옥수동 놀이터는 엄마들이 미끄럼틀 옆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닫았는데, 마 씨가 영감 불꽃을 튀길 때마다 박수가 났다. 마 씨는 마스크 속에서 「응」이라고 했다. 마장동 축산시장 냉동창고 뒤의 금은 창고 냉기와 섞여 테두리 온도가 영하 31도까지 내려갔고, 소금 몰탈이 굳기 전에 얼어 세 번을 다시 발랐다.

왕십리는 마지막이었다. 시장 네거리 한가운데를 파자 순댓국 골목 하수관 밑에서 뿌리가 나왔다. 성수동 주차장 것보다 한 뼘 더 굵었다. 하진이 손바닥을 대자 뿌리 안의 흐름이 서쪽으로, 아주 세게 당겨졌다. 손목까지 시렸다.

몰탈을 바르고 혹의 맥박이 멈췄을 때, 진 할머니가 멸치 한 봉지를 들고 구덩이 옆에 와 섰다. 할머니는 구덩이 바닥의 멈춘 뿌리를 오래 내려다보다가 멸치 봉지를 하진 손에 쥐여 주었다.

“국물 내서 먹어. 다들 입술이 파래.”

하진은 그 말을 듣고 사흘 만에 처음 웃었다. 멸치 봉지는 마른 바다 냄새가 났다.

*

다음 날 새벽 다섯 시, 하진의 휴대폰이 연달아 울렸다. 강 주무관이었다. 문자 한 통, 사진 한 장.

성동구청 상황판의 성동구 지도. 빨간 점이 여덟이었다. 응봉동 둘, 행당동 둘, 사근동 하나, 송정동 하나, 용답동 하나, 그리고 성수동, 7호를 닫았던 세탁소 골목에서 이백 미터 떨어진 성수역 출구 하나.

점 여덟을 이으면 구 경계를 거의 다 덮었다. 그리고 그 아래 강 주무관의 문자가 한 줄 붙어 있었다.

「반장님, 방송국에서 전화 왔어요. 분열이라고 부른대요.」

4화는 어땠나요?

댓글 0

로그인하면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 보세요.

넷이 여덟 · 던전 철거 전문, 견적은 무료입니다 · 나오늘 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