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5,387자)
추석 송편은 25분 안에
헌터 전용 택배 기사 · 윤바로
9월 15일 수요일, 추석 아침 여섯 시 반에 물류센터 정문을 들어서자 탕제실 굴뚝에서 박하 김과 참기름 냄새가 같이 올라왔다. 던집이 추석이라고 송편을 떼다 팔았다. 대기실 화면에는 「던전 한가위! 물약 두 병에 송편 한 팩, 고향 대신 던전에서 보름달을」이라는 광고가 떴고, 송편 팩 사진 옆에 보름달 그림이 지하 9층 바닷물 위에 떠 있었다. 지하에는 달이 없었다.
대기실 문을 열자 의자에 앉아 있던 기사 열몇 명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가 동시에 내렸다. 누구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냉장고 모터만 웅웅 울었다.
휴대전화가 떨었다. 금요일 밤에 들어간 기사 단톡방이었다. 방 이름은 「던전 기사 쉼터」, 사람은 백열두 명이었다.
「오늘부터 8층 25분 실화냐」 「금발 신입 길이래」 「뽁뽁이 들고 다니는 애」 「신입아 니 덕분에 추석에 벌금 받는다 고맙다」
나는 엄지로 한 글자씩 눌러 답을 썼다. 「죄송합니다. 제가 올린 거 아니고 운영팀이 단말기 위치로 가져간 거예요.」 보내자마자 답이 붙었다.
「그러니까 니 길이잖아」
맞는 말이었다. 단톡방 맨 위에는 길수 형님이 올린 공지가 고정돼 있었다. 「욕은 운영팀한테. 신입한테 하지 말 것 — 방장」. 공지 아래로 욕이 계속 올라왔다. 운영팀한테 하는 욕 반, 나한테 하는 욕 반이었다.
*
일곱 시, 차정우 팀장이 대기실 앞에 서서 초시계를 눌렀다. 딸깍.
“오늘부터 8층 이상 배송은 목표 시간 25분입니다. 지연 벌금은 그대로 건당 오천 원입니다. 추천 경로는 단말기 지도에 주황색으로 떠 있습니다. 4층 정각에 고블린이 나오면 경로 옆 빛 우물 벽에 붙어서 지나가십시오.”
턱수염 기사가 손을 들었다. “뽁뽁이는 회사에서 줍니까?”
대기실에 웃음이 터졌다. 웃음 끝이 날카로웠다. 차정우 팀장은 웃지 않았다.
“포장실에 요청하시면 됩니다.”
나는 손을 들지 않고 일어섰다. 무릎에서 뽁 소리가 났다.
“팀장님, 제 길 빼 주세요. 지도에서요.”
“던전 길은 누구 것도 아닙니다.” 차정우 팀장이 나를 보았다. “계단이 하나밖에 없는데 따로 어떻게 걷느냐고, 지난 금요일에 기사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할 말이 목에서 막혔다. 내 말을 내가 받으니 삼키기 어려웠다. 차정우 팀장은 다음 공지로 넘어갔다. 추석 당일에는 배차가 평소의 두 배라고 했다. 두 배라는 말에 누구도 기뻐하지 않았다.
*
아홉 시 십 분, 내 단말기에 8층 배송이 떴다. 「물약 두 병 + 송편 한 팩, 요청 사항: 할머니가 송편은 꼭 먹으래요」. 게이트를 지나자 화면이 바뀌었다.
「남은 시간 25:00」
숫자 다섯 개가 오 분 줄었을 뿐인데 게이트 밖 계단이 한 칸씩 더 길어 보였다. 4층은 정각 전이라 고블린 없이 지났다. 빛 우물 아래 돌계단에 볕이 들어 따뜻했다. 5층 기사 계단으로 들어서는데 아래에서 누가 끙 하는 소리가 올라왔다.
길수 형님이 기사 계단 열몇 번째 칸에 주저앉아 있었다. 계단 돌이 젖어 있었다. 5층 큰 방에서 흘러나온 슬라임 물이 기사 계단까지 번져 있었고, 형님 운동화 한 짝이 미끄러진 자국이 돌 위에 길게 나 있었다. 형님 오른 무릎이 바지 위로도 보일 만큼 부어 있었다. 형님 옆에는 상자 세 개가 쌓여 있었다.
“형님!”
“어, 신입. 괜찮아. 잠깐 쉬는 거야.” 형님이 웃었다. 이마에 땀이 맺혀 있었다. “묶음이 세 건이 떠서. 8층 하나, 3층 하나, 6층 하나. 3층은 놓고 왔고, 8층 먼저 가야 25분이라 뛰다가…….”
“세 건을 왜 받아요!”
“안 받으면 거절이잖아. 아침에 벌써 두 번 거절했어. 한 번 더 하면 추석에 정지야.”
형님 단말기에서 「남은 시간 11:40」이 깜빡였다. 내 단말기는 「19:20」이었다. 형님 상자를 들고 8층까지 뛰면 둘 다 늦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형님을 여기 두고 가면 형님은 젖은 계단을 혼자 올라가야 했다. 나는 내 손목과 형님 손목을 번갈아 보다가 위를 보았다.
“태산 씨!”
목소리가 기사 계단을 타고 4층까지 올라갔다. 잠시 뒤 쿵쿵 갑옷 소리가 내려왔다. 삼각김밥 파티는 추석에도 4층 쉼터에 있었다. 태산 씨가 바위틈에 어깨를 끼워 넣으며 고개를 들이밀었다.
“형님, 추석 인사 드리러 오셨어요?”
“우리 형님 업고 올라가 줄 수 있어요? 입구까지.”
태산 씨는 묻지 않았다. 방패를 진솔 씨에게 넘기고 길수 형님 앞에 등을 대고 쪼그려 앉았다. 길수 형님이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헌터 등에 업혀 가는 기사가 어디 있어.”
“여기요.” 태산 씨가 형님 다리를 잡고 일어섰다. 갑옷이 끼익 울었다. “형님, 저 각성 전에 편의점에서 생수 스무 묶음씩 날랐어요. 형님은 생수 여덟 묶음이에요.”
“이 녀석이 사람을 생수로 세네.”
진솔 씨는 방패를 끌어안고 따라 올라가면서도 휴대전화를 놓지 않았다. 고을 씨는 형님 무릎에 손바닥을 대고 초록빛을 조금 흘려 넣었다. 힐러의 손이 닿자 형님 얼굴이 한결 펴졌다. 나는 형님 상자 두 개를 내 상자 위에 얹고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8층 돌기둥 홀에서 송편을 건넸을 때 내 단말기는 「-01:10」, 형님 상자는 「-03:30」이었다. 받는 헌터가 송편 팩을 들어 보이며 고맙다고 했다. 할머니가 꼭 먹으라고 했다는 송편이었다. 국화가 묶인 돌기둥이 홀 한가운데에서 조용했다.
단말기가 두 번 울었다.
「지연 1건이 확인되었어요. 정산 시 5,000원이 차감됩니다.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
물류센터 의무실 침대에 길수 형님이 누워 있었다. 오른 무릎에 얼음주머니가 두 개 얹혀 있었다. 의무실 선생님은 인대가 늘어났을지 모르니 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 형님은 천장을 보며 말했다.
“병원 가면 진단서 나오고, 진단서 나오면 쉬어야 하고, 쉬면 등록금이 안 나와. 딸이 이번 학기 마지막이야.”
“산재 신청해요, 형님. 2023년부터 우리 같은 사람도 된다면서요. 여러 군데서 일해도 된다고.”
“되는 거랑 하는 거랑 달라.” 형님이 얼음주머니를 고쳐 얹었다. “신청하면 그다음 달 배차가 묘하게 줄어. 증거는 없어. 앱이 고르니까. 다들 알아서 안 해.”
의무실 문이 열렸다. 차정우 팀장이 서류철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형님이 몸을 일으키려다 아파서 도로 누웠다.
“엄길수 기사님, 산재 신청서 초안입니다. 묶음 세 건 배차 기록과 5층 기사 계단 젖은 바닥 사진을 붙였습니다. 서명만 하시면 제가 접수하겠습니다.”
형님이 서류철을 받아 들고 멍하니 차정우 팀장을 보았다. 나도 보았다. 이런 얼굴로 막을 줄 알았던 사람이 막지 않았다.
“팀장님.” 내가 말했다. “서류 써 주실 거면 25분부터 빼 주세요. 형님이 25분 맞추려다 넘어졌어요.”
“엄길수 기사님은 묶음 세 건을 수락하셨습니다.”
“거절 세 번이면 정지라면서요! 그게 수락이에요? 손가락이 누른 거지!”
차정우 팀장이 초시계에 엄지를 올렸다. 누르지 않았다. 엄지가 초시계 위에 그대로 있었다.
“묶음 배차 기준은 제가 다시 보겠습니다.” 목소리가 낮았다. “25분은 그대로입니다.”
“왜요!”
“오늘 오전 8층 이상 배송이 마흔한 건이었습니다. 서른여섯 건이 25분 안에 닿았습니다. 묽어지기 전의 물약이 서른여섯 명 손에 들어갔습니다.” 차정우 팀장이 의무실 창밖 던전 입구를 보았다. “그중 한 명이 오늘 죽을 사람이었는지 아닌지, 저는 모릅니다. 모르니까 줄이지 않습니다.”
“그럼 팀장님이 직접 뛰어 보세요. 묶음 세 건 들고, 25분에.”
대답이 없었다. 차정우 팀장은 서류철을 형님 손에 쥐여 놓고 의무실을 나갔다. 문이 닫히기 전에 또 왼쪽 다리를 아주 조금 끌었다. 길수 형님이 문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뛰어 봤지, 저 사람은.”
“네?”
“아냐. 얼음 녹는다. 하나 더 갖다 줘.”
*
오후 두 시, 7층 계단참에 물약 세 병을 놓았다. 받는 사람은 첫날 사십 초 늦었을 때 괜찮다고 해 준 칠층 베테랑이었다. 오늘은 붕대 대신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다. 베테랑은 파우치를 받아 들고 내 단말기를 넘겨다보았다.
“이십일 분 사십 초. 많이 늘었네.”
“제 길이 이제 다 같이 뛰는 길이 됐어요. 25분.”
“들었어. 헌터 게시판도 난리야. 잘했다는 놈 반, 기사들 잡는다는 놈 반.” 베테랑이 물약 한 병을 따서 팔뚝에 부었다. 상처 위로 연기 같은 김이 피어올랐다가 가라앉았다. “근데 신입, 삼십 분 보장은 원래 우리 헌터들이 만들어 달라고 한 거야.”
“헌터들이요?”
“오 년 전 가을에 8층에서 애 하나가 죽었어. 고새벽이라고, 스물여섯 살. 물약이 십일 분 늦게 왔지. 왔을 때는 늦었고.” 베테랑이 빈 파우치를 납작하게 접었다. “그 뒤로 헌터들이 서명을 받았어. 물약 늦으면 사람 죽는다, 시간을 보장해라. 너네 팀장이 그 서명을 들고 회사를 돌아다녔고, 그래서 삼십 분이 생겼어.”
8층 돌기둥에 묶인 마른 국화가 떠올랐다. 종이처럼 바랜 꽃잎이었다.
“늦게 간 기사는요?”
“몰라. 회사가 이름을 안 냈어. 유족이 소송을 했다는 말만 돌았지.” 베테랑이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8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었다. “헌터 입장에선 25분이 고마워. 기사 입장에선 25분이 무릎이겠지. 둘 다 맞는 말이라 골치가 아픈 거야.”
나는 대답하지 못하고 빈 배낭을 멨다. 올라가는 계단에서 무릎이 한 칸마다 따끔거렸다. 7층에서 입구까지 칠백 칸이 넘었다. 한 칸 한 칸이 누군가에게는 물약 한 방울만큼의 시간이었다.
*
저녁 일곱 시, 마지막 배송을 4층 쉼터에 놓자 태산 씨가 나를 붙잡았다. 쉼터 궤짝 위에 상이 차려져 있었다. 송편 한 팩, 삼각김밥 세 개, 빈 물약 파우치에 꽂은 들꽃 한 송이, 휴대용 버너 위 라면.
“던전 차례상이에요, 형님. 할아버지 제사를 못 가서요.”
“삼각김밥은 왜 올려요?”
“우리 할아버지가 편의점 삼각김밥을 좋아하셨어요. 참치마요.” 태산 씨가 진지하게 절을 두 번 했다. 갑옷 무릎이 돌바닥에 닿을 때마다 쾅쾅 울렸다. 빛 우물 위에서 볕 쬐던 두건이가 소리를 듣고 내려다보았다. 진솔 씨가 뽁뽁이 한 장을 위로 던져 주었다. 위에서 뽁뽁 소리가 났다.
태산 씨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엄마」가 떴다. 태산 씨는 스피커를 켰다.
“밥은 먹었니?”
“먹었어, 엄마. 송편도 먹었어. 택배 형님이 갖다 줬어.”
“너는 칼 들고 내려가서 택배 기사님한테 송편을 얻어먹니?”
쉼터에 웃음이 터졌다. 고을 씨는 송편을 입에 문 채 웃다가 사레가 들렸다. 나는 웃으면서 무릎에 손을 얹었다. 하루에 계단 이천 칸을 넘게 탄 무릎이 손바닥 밑에서 뜨거웠다.
밤 열한 시, 원룸 침대에서 정산 화면을 열었다. 추석 하루에 스물두 건, 벌금 두 건. 할머니 문자가 정산 화면 위로 겹쳐 떴다. 「총각 추석 잘 보내요. 월세는 연휴 끝나고 꼭」. 웃는 얼굴 그림이 붙어 있었다.
답을 쓰기 전에 단말기가 짧게 울었다. 운영팀 공지 창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개인 문자였다.
「내일 07:00 입구 게이트. 8층 묶음 세 건. 같이 뜁니다. — 차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