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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송편은 25분 안에

헌터 전용 택배 기사 · 윤바로

9월 15일 수요일⁠, 추석 아침 여섯 시 반에 물류센터 정문을 들어서자 탕제실 굴뚝에서 박하 김과 참기름 냄새가 같이 올라왔다⁠. 던집이 추석이라고 송편을 떼다 팔았다⁠. 대기실 화면에는 「⁠던전 한가위⁠! 물약 두 병에 송편 한 팩⁠, 고향 대신 던전에서 보름달을⁠」이라는 광고가 떴고⁠, 송편 팩 사진 옆에 보름달 그림이 지하 9층 바닷물 위에 떠 있었다⁠. 지하에는 달이 없었다⁠.

대기실 문을 열자 의자에 앉아 있던 기사 열몇 명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가 동시에 내렸다⁠. 누구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냉장고 모터만 웅웅 울었다⁠.

휴대전화가 떨었다⁠. 금요일 밤에 들어간 기사 단톡방이었다⁠. 방 이름은 「⁠던전 기사 쉼터⁠」⁠, 사람은 백열두 명이었다⁠.

「⁠오늘부터 8층 25분 실화냐⁠」 「⁠금발 신입 길이래⁠」 「⁠뽁뽁이 들고 다니는 애⁠」 「⁠신입아 니 덕분에 추석에 벌금 받는다 고맙다⁠」

나는 엄지로 한 글자씩 눌러 답을 썼다⁠. 「⁠죄송합니다⁠. 제가 올린 거 아니고 운영팀이 단말기 위치로 가져간 거예요⁠.⁠」 보내자마자 답이 붙었다⁠.

「⁠그러니까 니 길이잖아⁠」

맞는 말이었다⁠. 단톡방 맨 위에는 길수 형님이 올린 공지가 고정돼 있었다⁠. 「⁠욕은 운영팀한테⁠. 신입한테 하지 말 것 — 방장⁠」⁠. 공지 아래로 욕이 계속 올라왔다⁠. 운영팀한테 하는 욕 반⁠, 나한테 하는 욕 반이었다⁠.

*

일곱 시⁠, 차정우 팀장이 대기실 앞에 서서 초시계를 눌렀다⁠. 딸깍⁠.

“⁠오늘부터 8층 이상 배송은 목표 시간 25분입니다⁠. 지연 벌금은 그대로 건당 오천 원입니다⁠. 추천 경로는 단말기 지도에 주황색으로 떠 있습니다⁠. 4층 정각에 고블린이 나오면 경로 옆 빛 우물 벽에 붙어서 지나가십시오⁠.⁠”

턱수염 기사가 손을 들었다⁠. “⁠뽁뽁이는 회사에서 줍니까⁠?⁠”

대기실에 웃음이 터졌다⁠. 웃음 끝이 날카로웠다⁠. 차정우 팀장은 웃지 않았다⁠.

“⁠포장실에 요청하시면 됩니다⁠.⁠”

나는 손을 들지 않고 일어섰다⁠. 무릎에서 뽁 소리가 났다⁠.

“⁠팀장님⁠, 제 길 빼 주세요⁠. 지도에서요⁠.⁠”

“⁠던전 길은 누구 것도 아닙니다⁠.⁠” 차정우 팀장이 나를 보았다⁠. “⁠계단이 하나밖에 없는데 따로 어떻게 걷느냐고⁠, 지난 금요일에 기사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할 말이 목에서 막혔다⁠. 내 말을 내가 받으니 삼키기 어려웠다⁠. 차정우 팀장은 다음 공지로 넘어갔다⁠. 추석 당일에는 배차가 평소의 두 배라고 했다⁠. 두 배라는 말에 누구도 기뻐하지 않았다⁠.

*

아홉 시 십 분⁠, 내 단말기에 8층 배송이 떴다⁠. 「⁠물약 두 병 + 송편 한 팩⁠, 요청 사항⁠: 할머니가 송편은 꼭 먹으래요⁠」⁠. 게이트를 지나자 화면이 바뀌었다⁠.

「⁠남은 시간 25⁠:00⁠」

숫자 다섯 개가 오 분 줄었을 뿐인데 게이트 밖 계단이 한 칸씩 더 길어 보였다⁠. 4층은 정각 전이라 고블린 없이 지났다⁠. 빛 우물 아래 돌계단에 볕이 들어 따뜻했다⁠. 5층 기사 계단으로 들어서는데 아래에서 누가 끙 하는 소리가 올라왔다⁠.

길수 형님이 기사 계단 열몇 번째 칸에 주저앉아 있었다⁠. 계단 돌이 젖어 있었다⁠. 5층 큰 방에서 흘러나온 슬라임 물이 기사 계단까지 번져 있었고⁠, 형님 운동화 한 짝이 미끄러진 자국이 돌 위에 길게 나 있었다⁠. 형님 오른 무릎이 바지 위로도 보일 만큼 부어 있었다⁠. 형님 옆에는 상자 세 개가 쌓여 있었다⁠.

“⁠형님⁠!⁠”

“⁠어⁠, 신입⁠. 괜찮아⁠. 잠깐 쉬는 거야⁠.⁠” 형님이 웃었다⁠. 이마에 땀이 맺혀 있었다⁠. “⁠묶음이 세 건이 떠서⁠. 8층 하나⁠, 3층 하나⁠, 6층 하나⁠. 3층은 놓고 왔고⁠, 8층 먼저 가야 25분이라 뛰다가⁠…⁠…⁠.⁠”

“⁠세 건을 왜 받아요⁠!⁠”

“⁠안 받으면 거절이잖아⁠. 아침에 벌써 두 번 거절했어⁠. 한 번 더 하면 추석에 정지야⁠.⁠”

형님 단말기에서 「⁠남은 시간 11⁠:40⁠」이 깜빡였다⁠. 내 단말기는 「⁠19⁠:20⁠」이었다⁠. 형님 상자를 들고 8층까지 뛰면 둘 다 늦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형님을 여기 두고 가면 형님은 젖은 계단을 혼자 올라가야 했다⁠. 나는 내 손목과 형님 손목을 번갈아 보다가 위를 보았다⁠.

“⁠태산 씨⁠!⁠”

목소리가 기사 계단을 타고 4층까지 올라갔다⁠. 잠시 뒤 쿵쿵 갑옷 소리가 내려왔다⁠. 삼각김밥 파티는 추석에도 4층 쉼터에 있었다⁠. 태산 씨가 바위틈에 어깨를 끼워 넣으며 고개를 들이밀었다⁠.

“⁠형님⁠, 추석 인사 드리러 오셨어요⁠?⁠”

“⁠우리 형님 업고 올라가 줄 수 있어요⁠? 입구까지⁠.⁠”

태산 씨는 묻지 않았다⁠. 방패를 진솔 씨에게 넘기고 길수 형님 앞에 등을 대고 쪼그려 앉았다⁠. 길수 형님이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헌터 등에 업혀 가는 기사가 어디 있어⁠.⁠”

“⁠여기요⁠.⁠” 태산 씨가 형님 다리를 잡고 일어섰다⁠. 갑옷이 끼익 울었다⁠. “⁠형님⁠, 저 각성 전에 편의점에서 생수 스무 묶음씩 날랐어요⁠. 형님은 생수 여덟 묶음이에요⁠.⁠”

“⁠이 녀석이 사람을 생수로 세네⁠.⁠”

진솔 씨는 방패를 끌어안고 따라 올라가면서도 휴대전화를 놓지 않았다⁠. 고을 씨는 형님 무릎에 손바닥을 대고 초록빛을 조금 흘려 넣었다⁠. 힐러의 손이 닿자 형님 얼굴이 한결 펴졌다⁠. 나는 형님 상자 두 개를 내 상자 위에 얹고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8층 돌기둥 홀에서 송편을 건넸을 때 내 단말기는 「⁠-01⁠:10⁠」⁠, 형님 상자는 「⁠-03⁠:30⁠」이었다⁠. 받는 헌터가 송편 팩을 들어 보이며 고맙다고 했다⁠. 할머니가 꼭 먹으라고 했다는 송편이었다⁠. 국화가 묶인 돌기둥이 홀 한가운데에서 조용했다⁠.

단말기가 두 번 울었다⁠.

「⁠지연 1건이 확인되었어요⁠. 정산 시 5⁠,000원이 차감됩니다⁠.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

물류센터 의무실 침대에 길수 형님이 누워 있었다⁠. 오른 무릎에 얼음주머니가 두 개 얹혀 있었다⁠. 의무실 선생님은 인대가 늘어났을지 모르니 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 형님은 천장을 보며 말했다⁠.

“⁠병원 가면 진단서 나오고⁠, 진단서 나오면 쉬어야 하고⁠, 쉬면 등록금이 안 나와⁠. 딸이 이번 학기 마지막이야⁠.⁠”

“⁠산재 신청해요⁠, 형님⁠. 2023년부터 우리 같은 사람도 된다면서요⁠. 여러 군데서 일해도 된다고⁠.⁠”

“⁠되는 거랑 하는 거랑 달라⁠.⁠” 형님이 얼음주머니를 고쳐 얹었다⁠. “⁠신청하면 그다음 달 배차가 묘하게 줄어⁠. 증거는 없어⁠. 앱이 고르니까⁠. 다들 알아서 안 해⁠.⁠”

의무실 문이 열렸다⁠. 차정우 팀장이 서류철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형님이 몸을 일으키려다 아파서 도로 누웠다⁠.

“⁠엄길수 기사님⁠, 산재 신청서 초안입니다⁠. 묶음 세 건 배차 기록과 5층 기사 계단 젖은 바닥 사진을 붙였습니다⁠. 서명만 하시면 제가 접수하겠습니다⁠.⁠”

형님이 서류철을 받아 들고 멍하니 차정우 팀장을 보았다⁠. 나도 보았다⁠. 이런 얼굴로 막을 줄 알았던 사람이 막지 않았다⁠.

“⁠팀장님⁠.⁠” 내가 말했다⁠. “⁠서류 써 주실 거면 25분부터 빼 주세요⁠. 형님이 25분 맞추려다 넘어졌어요⁠.⁠”

“⁠엄길수 기사님은 묶음 세 건을 수락하셨습니다⁠.⁠”

“⁠거절 세 번이면 정지라면서요⁠! 그게 수락이에요⁠? 손가락이 누른 거지⁠!⁠”

차정우 팀장이 초시계에 엄지를 올렸다⁠. 누르지 않았다⁠. 엄지가 초시계 위에 그대로 있었다⁠.

“⁠묶음 배차 기준은 제가 다시 보겠습니다⁠.⁠” 목소리가 낮았다⁠. “⁠25분은 그대로입니다⁠.⁠”

“⁠왜요⁠!⁠”

“⁠오늘 오전 8층 이상 배송이 마흔한 건이었습니다⁠. 서른여섯 건이 25분 안에 닿았습니다⁠. 묽어지기 전의 물약이 서른여섯 명 손에 들어갔습니다⁠.⁠” 차정우 팀장이 의무실 창밖 던전 입구를 보았다⁠. “⁠그중 한 명이 오늘 죽을 사람이었는지 아닌지⁠, 저는 모릅니다⁠. 모르니까 줄이지 않습니다⁠.⁠”

“⁠그럼 팀장님이 직접 뛰어 보세요⁠. 묶음 세 건 들고⁠, 25분에⁠.⁠”

대답이 없었다⁠. 차정우 팀장은 서류철을 형님 손에 쥐여 놓고 의무실을 나갔다⁠. 문이 닫히기 전에 또 왼쪽 다리를 아주 조금 끌었다⁠. 길수 형님이 문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뛰어 봤지⁠, 저 사람은⁠.⁠”

“⁠네⁠?⁠”

“⁠아냐⁠. 얼음 녹는다⁠. 하나 더 갖다 줘⁠.⁠”

*

오후 두 시⁠, 7층 계단참에 물약 세 병을 놓았다⁠. 받는 사람은 첫날 사십 초 늦었을 때 괜찮다고 해 준 칠층 베테랑이었다⁠. 오늘은 붕대 대신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다⁠. 베테랑은 파우치를 받아 들고 내 단말기를 넘겨다보았다⁠.

“⁠이십일 분 사십 초⁠. 많이 늘었네⁠.⁠”

“⁠제 길이 이제 다 같이 뛰는 길이 됐어요⁠. 25분⁠.⁠”

“⁠들었어⁠. 헌터 게시판도 난리야⁠. 잘했다는 놈 반⁠, 기사들 잡는다는 놈 반⁠.⁠” 베테랑이 물약 한 병을 따서 팔뚝에 부었다⁠. 상처 위로 연기 같은 김이 피어올랐다가 가라앉았다⁠. “⁠근데 신입⁠, 삼십 분 보장은 원래 우리 헌터들이 만들어 달라고 한 거야⁠.⁠”

“⁠헌터들이요⁠?⁠”

“⁠오 년 전 가을에 8층에서 애 하나가 죽었어⁠. 고새벽이라고⁠, 스물여섯 살⁠. 물약이 십일 분 늦게 왔지⁠. 왔을 때는 늦었고⁠.⁠” 베테랑이 빈 파우치를 납작하게 접었다⁠. “⁠그 뒤로 헌터들이 서명을 받았어⁠. 물약 늦으면 사람 죽는다⁠, 시간을 보장해라⁠. 너네 팀장이 그 서명을 들고 회사를 돌아다녔고⁠, 그래서 삼십 분이 생겼어⁠.⁠”

8층 돌기둥에 묶인 마른 국화가 떠올랐다⁠. 종이처럼 바랜 꽃잎이었다⁠.

“⁠늦게 간 기사는요⁠?⁠”

“⁠몰라⁠. 회사가 이름을 안 냈어⁠. 유족이 소송을 했다는 말만 돌았지⁠.⁠” 베테랑이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8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었다⁠. “⁠헌터 입장에선 25분이 고마워⁠. 기사 입장에선 25분이 무릎이겠지⁠. 둘 다 맞는 말이라 골치가 아픈 거야⁠.⁠”

나는 대답하지 못하고 빈 배낭을 멨다⁠. 올라가는 계단에서 무릎이 한 칸마다 따끔거렸다⁠. 7층에서 입구까지 칠백 칸이 넘었다⁠. 한 칸 한 칸이 누군가에게는 물약 한 방울만큼의 시간이었다⁠.

*

저녁 일곱 시⁠, 마지막 배송을 4층 쉼터에 놓자 태산 씨가 나를 붙잡았다⁠. 쉼터 궤짝 위에 상이 차려져 있었다⁠. 송편 한 팩⁠, 삼각김밥 세 개⁠, 빈 물약 파우치에 꽂은 들꽃 한 송이⁠, 휴대용 버너 위 라면⁠.

“⁠던전 차례상이에요⁠, 형님⁠. 할아버지 제사를 못 가서요⁠.⁠”

“⁠삼각김밥은 왜 올려요⁠?⁠”

“⁠우리 할아버지가 편의점 삼각김밥을 좋아하셨어요⁠. 참치마요⁠.⁠” 태산 씨가 진지하게 절을 두 번 했다⁠. 갑옷 무릎이 돌바닥에 닿을 때마다 쾅쾅 울렸다⁠. 빛 우물 위에서 볕 쬐던 두건이가 소리를 듣고 내려다보았다⁠. 진솔 씨가 뽁뽁이 한 장을 위로 던져 주었다⁠. 위에서 뽁뽁 소리가 났다⁠.

태산 씨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엄마⁠」가 떴다⁠. 태산 씨는 스피커를 켰다⁠.

“⁠밥은 먹었니⁠?⁠”

“⁠먹었어⁠, 엄마⁠. 송편도 먹었어⁠. 택배 형님이 갖다 줬어⁠.⁠”

“⁠너는 칼 들고 내려가서 택배 기사님한테 송편을 얻어먹니⁠?⁠”

쉼터에 웃음이 터졌다⁠. 고을 씨는 송편을 입에 문 채 웃다가 사레가 들렸다⁠. 나는 웃으면서 무릎에 손을 얹었다⁠. 하루에 계단 이천 칸을 넘게 탄 무릎이 손바닥 밑에서 뜨거웠다⁠.

밤 열한 시⁠, 원룸 침대에서 정산 화면을 열었다⁠. 추석 하루에 스물두 건⁠, 벌금 두 건⁠. 할머니 문자가 정산 화면 위로 겹쳐 떴다⁠. 「⁠총각 추석 잘 보내요⁠. 월세는 연휴 끝나고 꼭⁠」⁠. 웃는 얼굴 그림이 붙어 있었다⁠.

답을 쓰기 전에 단말기가 짧게 울었다⁠. 운영팀 공지 창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개인 문자였다⁠.

「⁠내일 07⁠:00 입구 게이트⁠. 8층 묶음 세 건⁠. 같이 뜁니다⁠. — 차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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