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5,087자)

여섯 시

드론 부대 막내가 전쟁을 하루 만에 멈췄다 · 남시우

3월 16일 저녁 여섯 시, 세렌 고원 동쪽 언덕 일곱 곳에서 카렐 드론 천백 대가 한꺼번에 떠올랐다.

고원 위 높은 자리에서 보면 그것은 동쪽 땅에서 검은 연기가 일곱 줄기로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일곱 줄기는 이백 미터 높이에서 한 번 흩어졌다가 서쪽으로 기울며 하나의 넓은 띠가 되었다. 띠 아래로 해 질 녘 고원의 마른 풀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띠가 지나가는 동안 풀밭 위에 그림자가 길게 끌렸고, 그 그림자 위로 날개 수천 장이 내는 소리가 내려앉았다. 모기 떼가 아니라 벌집을 통째로 흔드는 소리였다.

흰샘 분지 위에는 이미 불빛 고리 셋이 돌고 있었다. 고리에는 카렐 드론과 베스트라 드론이 섞여 삼백 대 남짓이었다. 동쪽에서 온 띠가 고리에 닿았다.

바르카 언덕 밑 관제 컨테이너에서 렌츠 소령이 말했다. “수동 사격 개시.”

토마시의 오른손은 「수동」 위에 있었다. 왼손 옆에 뚜껑을 덮은 컵라면이 있었다. 뚜껑 위의 볼펜이 냉각팬 바람에 조금씩 굴렀다.

토마시는 누르지 않았다.

미로가 눌렀다. 한 번 누르고 손을 뗐다. 미로의 화면 속에서 깃발 단 베스트라 드론 하나가 떨어졌다. 미로는 떨어지는 드론을 끝까지 보지 않고 화면을 껐다. 그리고 다시 켜지 않았다.

페트르는 순한 맛 상자 앞에 서 있었다. 렌츠가 페트르를 조종석으로 부르지 않았다. 순한 맛 상자는 비어 있었다. 걸레 한 장만 남아 있었다.

*

여섯 시 십 분, 흰샘 분지 위에서 고리 하나가 깨졌다.

카렐 쪽에서 손으로 쏘는 조종사들이 있었다. 고원 전체에서 열에 넷쯤이었다. 그 조종사들의 드론이 고리 안으로 파고들며 깃발 단 베스트라 드론들을 하나씩 떨어뜨렸다. 베스트라 쪽에서도 손으로 쏘는 조종사들이 생겼다. 떨어지는 드론이 풀밭에 박힐 때마다 작은 불꽃이 일었고, 해가 진 분지 바닥에서 그 불꽃들이 점점이 남아 탔다.

그러나 고리는 다시 생겼다. 깨진 자리 옆에서 손으로 쏘지 않는 조종사들의 드론이 계속 돌았고, 새로 날아온 드론들이 그 곁을 사십 초 넘게 스치면 깃발을 달았다. 깃발을 단 드론은 고리로 끌려 들어갔다. 쏘아 떨어뜨리는 것보다 깃발이 번지는 것이 빨랐다. 분지 위 고리는 셋에서 둘이 되었다가, 다시 넷이 되었다.

사슴목 위에서는 박격포 소리가 났다. 드론이 아니라 사람이 쏘는 포였다. 텅 빈 사슴목 돌무더기 위로 흙이 솟았다가 떨어졌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

여섯 시 이십 분, 고원 아래 텔렌의 방면 사령부 이층 복도에서 브로더가 걸음을 멈췄다. 복도 끝 나무 의자에 코바치가 앉아 있었다. 무릎 위에 모자를 올려놓고 있었다. 코바치는 일어서서 경례했다. 브로더가 답례했다.

“대위, 시계.”

“맞췄습니다.”

“지금 몇 시인가.”

“여섯 시 이십 분입니다.”

브로더가 자기 손목시계를 보았다. 여섯 시 이십 분이었다. 브로더는 아무 말 없이 계단으로 걸어갔다. 손에 무전기가 들려 있었고, 무전기에서 렌츠의 목소리가 났다. 수동 사격 비율 사십 퍼센트, 깃발 단 기체 증가 중, 물자 컨테이너 수용 인원 열하나.

“열하나?” 브로더가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열하나입니다. 의자가 모자란다고 헌병 중사가 보고했습니다.”

*

물자 컨테이너에는 사람이 열둘이었다. 레아까지 열둘이었다. 의자 일곱이 다 차고 다섯은 통조림 상자 위에 앉았다. 석유난로 둘레에 사람들의 무릎이 빙 둘러 있었다. 제5 중대 하사, 제1 중대의 상병 둘, 제7 중대의 병장 하나, 그리고 레아가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

그레고르 중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겨드랑이에 의자 넷을 끼고 있었고, 손목에 쇠사슬 하나가 덜렁거렸다.

“차에 갔다 왔어.” 중사가 의자를 펴며 말했다. “의자 가지러.”

“그건 수갑이잖아요.” 레아가 말했다.

“같이 있더라. 놓고 오기 그래서.” 중사가 수갑을 통조림 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아무도 그 수갑을 보지 않았다.

제1 중대 상병 하나가 손을 들었다. “중사님, 여기 라면은 없어요?”

“없어. 다들 왜 라면을 찾아.”

“저녁 시간이잖아요.”

여섯 시 사십 분, 문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의자를 든 사람이 아니었다. 브로더였다. 털모자를 쓰지 않았고, 흰 머리가 바람에 흐트러져 있었다. 통조림 상자 위에 앉은 사람들이 일어서려다 멈췄다. 브로더는 그 사람들을 보지 않았다. 의자 열하나와 통조림 상자 다섯과 난로와 수갑을 보았다. 그리고 레아를 보았다.

“노박 상병. 따라와.”

*

여섯 시 오십 분, 고원 서쪽 비탈 밑의 베스트라 관제실에서는 조종사 넷이 화면을 끄고 앉아 있었다. 손으로 쏘라는 명령이 내려왔고, 넷은 쏘지 않았다. 소대장은 그 넷을 헌병에게 넘기지 않았다. 관제실에 헌병이 없었다. 헌병이 탄 차는 고원 아래에서 바퀴가 진흙에 빠져 있었다.

카이 렌의 화면 넷은 켜져 있었다. 카이의 무리 열두 대 가운데 셋이 저녁 이십 분 동안 떨어졌다. 카렐 쪽에서 손으로 쏜 것이었다. 카이는 그 셋을 떨어뜨린 카렐 드론들을 따라가지 않았다. 남은 아홉 대를 고리 안에 두고, 자기 손으로는 한 대만 따로 떼어 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그 한 대가 고리 바깥 높은 곳으로 천천히 올라갔다.

“렌, 그거 어디 보내?” 소대장이 물었다.

“위로요.”

“위에 뭐가 있는데.”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보입니다.”

소대장은 카이의 화면을 오래 보았다. 그리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 무전기를 들었다. 무전기 너머에서 상급 부대가 수동 사격 비율을 물었다. 소대장은 숫자를 하나 불렀다. 실제보다 높은 숫자였다. 무전기를 내려놓은 소대장이 카이 쪽을 보지 않고 말했다.

“나 방금 거짓말했다. 그 값은 네가 해.”

카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가슴 주머니에서 노란 쪽지를 꺼내 화면 아래 붙였다. 「노박」이라는 글자 밑에 나선과 꺾임과 긴 선이 그려져 있었다. 카이는 그 그림을 한 번 보고, 위로 올려 보낸 한 대의 고도를 쟀다. 사백 미터였다. 고원의 어느 언덕에서 올려다보아도 고리들보다 높은 자리였다. 카이는 그 자리에서 드론을 멈춰 세우고, 화면 구석의 시계를 보았다. 일곱 시 칠 분이었다. 카이는 동쪽 언덕 어딘가에서 불빛 하나가 혼자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폈다. 장갑 끝을 잘라 낸 손가락이 차가워서 잘 접히지 않았다.

*

일곱 시 오 분, 바르카 언덕 밑 관제 컨테이너의 다섯째 조종석에 레아가 앉았다. 이틀 만이었다. 의자는 레아가 마지막으로 앉았을 때의 높이 그대로였다.

렌츠가 순한 맛 상자에서 꺼낸 꺼짐이를 레아 앞 작업 화면에 연결해 두었다. 레아가 렌츠를 보았다. 렌츠는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걸레가 나와 있었다.” 렌츠가 말했다. “두 시에 봤다.”

“그런데 왜 그때…….”

“사령관님이 저녁 이후에 묻겠다고 하셨으니까.” 렌츠가 지휘 화면 쪽으로 물러섰다. “나는 명령을 지켰다. 지금이 저녁 이후다.”

브로더가 레아 뒤에 섰다. 컨테이너 폭이 이 미터 반이었다. 브로더의 외투에서 밤공기와 석유난로 냄새가 같이 났다.

“정보처가 「하이브」 규칙서를 구해 왔다.” 브로더가 말했다. “미르니아 회사가 인터넷에 올려 둔 거다. 동맹은 판 끝까지 간다. 그런데 한 가지 예외가 있더군. 동맹 파기. 동맹을 먼저 깬 쪽은 깃발이 내려가는 그 순간 몇 초 동안 상대보다 먼저 겨눌 수 있다. 맞나?”

레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맞나, 상병.”

“맞아요. 삼 초요.”

“동맹 파기는 깃발을 처음 단 기체가 해야 한다. 그것도 맞나?”

“맞아요.”

브로더가 꺼짐이가 연결된 화면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럼 이 기체로 해. 고원 위 깃발이 전부 내려가고, 우리 기체 천백 대가 삼 초 먼저 겨눈다. 삼 초면 흰샘 하늘이 비어. 오늘 밤 안에 양수장 지붕에 우리 사람이 올라간다. 내일 정오에 감시단이 선을 그을 때, 그 선은 흰샘 서쪽이다.”

컨테이너 안이 조용했다. 냉각팬이 돌았다. 토마시는 조종석에서 몸을 돌리지 않았다. 토마시의 컵라면은 뚜껑을 덮은 채 식어 있었다.

“그 삼 초 동안 저쪽 기체가 몇 대 떨어져요?” 레아가 물었다.

“많이.”

“저쪽 조종사들은 그 삼 초 동안 손을 안 쓰고 있을 거예요. 깃발 믿고요.”

“그래서 삼 초면 된다.” 브로더의 목소리는 높아지지 않았다. “상병, 너는 게임에서 이기려고 했지. 이게 이기는 법이다. 규칙서에 있는 법이다. 속임수가 아니다.”

“배신이에요.”

“게임 말로는 그렇겠지. 군대 말로는 기습이다.”

레아의 왼손이 조종기 위에 있었다. 꺼짐이의 화면에는 바르카 언덕 꼭대기 발사대의 풀밭이 떠 있었다. 레아가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면 꺼짐이가 떠오를 것이었다.

브로더가 허리를 숙였다. 레아의 귀 옆에서 말했다. “오르바 물탱크가 내일 아침이면 바닥이다. 상병, 그 마을 우물가에 가 본 적 있나?”

“없어요.”

“나는 거기서 자랐다.”

레아의 손가락이 조종기 위에서 멈췄다. 브로더가 몸을 폈다.

“일곱 시 십오 분까지 띄워.”

*

일곱 시 십사 분, 레아가 꺼짐이를 띄웠다.

꺼짐이는 바르카 언덕 꼭대기에서 떠올라 흰샘 쪽으로 낮게 날았다. 고원은 이제 완전히 어두웠다. 꺼짐이의 카메라에는 땅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하늘에 불빛 고리 넷이 떠 있었고, 고리 아래 분지 바닥에서 떨어진 드론들이 남은 불꽃으로 점점이 타고 있었다.

꺼짐이가 분지 위 오백 미터에서 멈췄다. 브로더가 레아의 어깨 뒤에서 화면을 보았다. 렌츠가 지휘 화면에서 카렐 드론 천백 대의 조준 상태를 띄웠다. 손가락 하나로 삼 초를 쓸 준비였다.

레아는 꺼짐이를 돌리지 않았다. 화면 한가운데, 불빛 고리 넷 사이에서 불빛 하나가 위로 솟고 있었다. 고리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불빛이 나선을 그리며 오 미터, 십 미터, 이십 미터를 올라갔다. 꼭대기에서 몸을 뒤집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날카롭게 한 번 꺾은 뒤, 바닥을 향해 길게 내려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려온 불빛이 깜빡였다. 짧게, 짧게, 길게.

레아는 그 기동을 알았다. 대회에서 딱 한 번 보았다. 두 해 전 결승, 마지막 판의 마지막 일 분, 레아의 군집이 사 초 동안 멈췄을 때 맞은편 큰 화면 한구석에서 카이의 드론 하나가 그렇게 내려왔다. 「하이브」 규칙서 맨 뒤쪽, 아무도 읽지 않는 쪽에 그 기동의 이름이 있었다. 판 끝이었다.

“상병.” 브로더가 말했다. “지금.”

레아의 손가락이 조종기 위에서 움직였다.

9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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