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145자)
천 대
드론 부대 막내가 전쟁을 하루 만에 멈췄다 · 남시우
꺼짐이가 위로 솟았다. 흰샘 분지 위 오백 미터에서 나선을 그리며 십 미터, 이십 미터를 올라갔다. 3월 16일 밤 일곱 시 십오 분, 바르카 언덕 밑 관제 컨테이너의 다섯째 화면 속에서 고리 넷의 불빛이 아래로 멀어졌다.
브로더가 화면을 보았다. 렌츠가 지휘 화면 앞에서 손가락을 들고 있었다. 동맹 파기가 시작되면 고원의 깃발이 한꺼번에 내려갈 것이고, 그 순간 렌츠가 카렐 기체 천백 대의 조준을 풀 것이었다. 렌츠에게 주어질 틈은 삼 초였다.
꺼짐이가 꼭대기에서 몸을 뒤집었다. 오른쪽으로 날카롭게 꺾은 뒤 아주 천천히 내려왔다.
브로더의 손이 레아의 왼손 손목을 잡았다. 손바닥의 데인 줄 바로 위였다. 힘이 세지는 않았다. 쥐고만 있었다.
“상병. 그건 파기가 아니다.”
“판 끝이에요.” 레아가 말했다. 손목을 빼지 않았다. “이미 내려가고 있어요. 손 놓으셔도 내려가요. 손 안 놓으셔도 내려가고요.”
“되돌려.”
“못 해요. 사십 초예요. 시작하면 아무도 못 멈춰요. 저쪽이 먼저 시작했고 제가 받았어요.”
토마시가 조종석에서 일어섰다. 브로더와 레아 쪽으로 오지는 않았다. 자기 자리에서 일어서서, 식은 컵라면을 손에 든 채 그대로 서 있었다. 미로도 일어섰다. 페트르는 빈 순한 맛 상자를 안고 일어섰다. 아다는 정비칸 커튼을 젖히고 나와 섰다. 렌츠의 손가락은 공중에 든 채였다.
브로더가 그 넷을 차례로 보았다. 넷 가운데 누구도 브로더 쪽으로 걸어오지 않았다. 누구도 앉지도 않았다.
지휘 화면 맨 위에서 숫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착륙 중 기체」. 열둘, 마흔, 삼백.
브로더가 레아의 손목을 놓았다.
*
고원 위 높은 자리에서 보면 그것은 별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흰샘 분지 위의 불빛 고리 넷이 한꺼번에 풀렸다. 풀린 고리에서 초록 불과 빨간 불이 아래로 흘러내렸다. 고리 바깥에서 따로 날던 불빛들도, 동쪽 언덕들 위에서 출격을 기다리던 불빛들도, 서쪽 비탈 밑에서 막 떠오른 불빛들도 모두 같은 쪽으로 기울었다. 흰샘 분지의 평평한 바닥이 고원에서 가장 가까운 넓은 땅이었다. 「하이브」에서 판 끝 기동을 받은 군집은 가장 가까운 평지에 내려앉게 되어 있었다.
일곱 시 십육 분부터 일곱 시 이십구 분까지, 깃발을 단 드론 천이백십육 대가 흰샘 분지 바닥에 내려앉았다. 카렐 기체가 칠백 대 남짓, 베스트라 기체가 오백 대 남짓이었다. 날개 소리가 하늘에서 땅으로 옮겨 가다가, 하나씩 꺼졌다. 마지막 날개가 멈추자 고원에 바람 소리만 남았다.
드론들은 위치 불빛을 끄지 않았다. 분지 바닥의 마른 풀 위에 초록 불과 빨간 불 천이백여 개가 깔렸다. 펌프장 둘레에도, 녹슨 물탱크 밑에도, 김이 오르는 샘 가장자리에도. 카렐 기체와 베스트라 기체가 섞여 있었고, 나란히 놓인 둘의 날개 끝이 서로 닿아 있는 것도 있었다.
펌프장 지붕의 베스트라 관측병 넷이 일어섰다. 사흘 동안 엎드려 있던 사람들이었다. 넷은 지붕 끝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발밑 사방이 불빛이었다. 넷 가운데 하나가 지붕의 쇠 계단을 천천히 내려왔다. 어제 오후 고리를 올려다보다가 손으로 눈을 가렸던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불빛 사이로 발을 조심스럽게 디디며 샘가로 걸어갔다. 쪼그려 앉아 물통 뚜껑을 열고 샘물에 담갔다. 손등에 닿은 물이 차서 그 사람이 손을 한 번 털었다. 김이 그 사람 얼굴 앞에서 흩어졌다.
바르카 언덕 기슭의 응급 진료소 천막 앞에서는 보리스 하사가 그 불빛을 보았다. 천막 안에서 다닐이 진통제에 취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사님, 밖에 뭐예요. 보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천막 입구를 들어 올려 다닐이 볼 수 있게 묶었다. 다닐은 그물을 끌어안은 채 고개를 돌렸고,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슴목에서는 박격포 소리가 그쳤다. 골짜기 바닥에서 포를 쏘던 사람들도 고개를 들고 있었다.
*
일곱 시 사십 분, 관제 컨테이너 안에서 브로더가 지휘 화면 앞에 섰다. 화면에 흰샘 분지가 떠 있었다. 분지 바닥이 불빛으로 덮여 있었다. 「착륙 기체 · 천이백십육」. 그 아래 줄에 「비행 중 기체 · 카렐 삼백사 · 베스트라 이백여」. 깃발을 달지 않은 채 손으로 쏘던 기체들이었다. 그 기체들은 아직 하늘에 있었지만, 분지 위를 맴돌기만 했다. 겨눌 것이 분지 바닥에 깔려 있었다. 거기에는 자기 편 기체도 섞여 있었다.
“렌츠 소령.” 브로더가 말했다. “비행 중 기체 전부 귀환.”
“귀환입니까?”
“귀환.”
렌츠가 명령을 내렸다. 브로더는 레아에게로 돌아섰다. 레아는 아직 조종석에 앉아 있었다. 꺼짐이도 분지 바닥에 내려앉아 있었다. 꺼짐이의 카메라에는 바로 옆의 베스트라 드론 한 대가 비쳤다. 그 드론의 앞쪽 불빛이 짧게, 짧게, 길게 깜빡였다.
“흰샘은 베스트라 쪽에 남는다.” 브로더가 말했다. “내일 정오에 감시단이 올라오면, 양수장 지붕에는 베스트라 관측병이 있다.”
“양수장 바닥에는 우리 드론 칠백 대가 있어요.” 레아가 말했다. “저쪽 오백 대랑 같이요.”
“그게 선이 되나?”
“모르겠어요. 게임에서는 판 끝나면 점수판이 떠요. 여기선 뭐가 뜨는지 몰라요.”
브로더가 레아를 오래 보았다. 회색 눈이 레아의 얼굴을 지나 왼손 손목의 붉어진 자국에서 멈췄다. 자기가 쥐었던 자리였다.
“노박 상병. 너는 군사 법정에 간다. 나는 내일 아침 베르나로 올라간다. 차관이 부른다.” 브로더가 털모자를 썼다. “둘 중 누가 먼저 끝나는지 보자.”
“사령관님은 오르바에 물 가져다주실 거예요?”
브로더가 사다리 첫 칸에 발을 올리다가 멈췄다. 돌아보지 않았다.
“그건 상병이 걱정할 셈이 아니다.”
브로더가 사다리를 올라갔다. 찬 공기가 한 번 들어왔다가 끊겼다.
*
여덟 시 반, 그레고르 중사가 레아를 물자 컨테이너로 데려갔다. 수갑은 여전히 통조림 상자 위에 있었다. 의자 열하나와 통조림 상자 다섯에 사람이 열여섯 앉아 있었다. 레아가 들어가자 열여섯이 한꺼번에 레아를 보았다.
“끝났어요?” 제5 중대 하사가 물었다.
“판은요.” 레아가 말했다. “전쟁은 몰라요.”
아홉 시에 헌병 하나가 상자 하나를 들고 왔다. 관제 컨테이너에서 보낸 것이었다. 상자 안에 컵라면 열여섯 개가 들어 있었다. 매운 소고기 맛, 해물, 김치, 순한 맛이 섞여 있었다. 상자 뚜껑 안쪽에 볼펜으로 적힌 줄이 있었다. 「서열 없음. 물은 선대로. 페트르」.
그레고르 중사가 그 줄을 읽고 주전자를 난로에 올렸다.
*
3월 17일 아침 일곱 시, 카렐의 수도 베르나의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국방차관 이레나 볼크가 연단에 섰다. 연단 뒤 화면에 흰샘 분지의 새벽 사진이 걸려 있었다. 분지 바닥에 드론 천여 대가 서리를 맞고 누워 있었다. 불빛은 밤새 전지가 닳아 대부분 꺼져 있었다.
“어젯밤 일곱 시 십육 분, 베스트라의 전자 공격으로 인해 세렌 고원에서 양측의 드론 작전이 일시 중단되었습니다.” 볼크가 말했다. “이것은 정전이 아닙니다. 카렐은 멈춘 것이 아니라, 적이 우리 장비를 망가뜨린 것입니다. 우리 조종사들은 마지막까지 손으로 싸웠습니다.”
같은 시각, 베스트라 국영 방송의 아나운서는 「카렐의 전자 공격으로 인한 일시 중단」이라는 글자를 등 뒤에 걸었다. 두 나라 방송 어디에도 「정전」이라는 낱말은 나오지 않았다. 「깃발」이라는 낱말도, 「하이브」라는 이름도 나오지 않았다.
여덟 시, 미르니아의 게임 회사 솔렌 스튜디오가 짧은 공지문을 냈다. 십 년 전 두 나라 군에 판매한 군집 엔진에 오래된 게임 기능 일부가 남아 있었음을 확인했다. 두 나라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일흔두 시간 안에 해당 기능을 지우는 갱신을 내보낸다. 공지문 끝에는 회사의 사과가 한 줄 붙어 있었다.
여덟 시 반, 미르니아가 이끄는 국제 휴전 감시단이 예정대로 정오에 고원에 올라간다고 발표했다. 감시단 대변인은 기자 하나의 질문을 받았다. 분지 바닥의 드론 천여 대는 어느 나라의 선 안에 있는 것으로 적느냐는 질문이었다. 대변인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
아홉 시, 물자 컨테이너의 환기구로 들어온 아침 빛이 바닥의 먼지를 가로질렀다. 사람 열여섯이 의자와 상자 위에서 잠들어 있었다. 난로 옆 라디오에서 솔렌 스튜디오의 공지문이 두 번째로 읽히고 있었다.
레아는 깨어 있었다. 라디오가 일흔두 시간이라고 말할 때 레아는 손가락 셋을 접었다. 하루, 이틀, 사흘. 그리고 접은 손가락을 하나씩 다시 폈다.
맞은편 의자에서 그레고르 중사가 눈을 감은 채 물었다. “사흘이면 그 깃발 다 지워진다는 거지?”
“네.”
“그럼 사흘 뒤엔 다시 쏘는 거야?”
레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환기구 너머로 고원의 바람 소리가 들렸다. 그 바람은 흰샘 분지 바닥을 지나왔을 것이고, 거기 서리를 맞고 누운 날개 천여 장 사이를 지나왔을 것이다. 꺼짐이와, 꺼짐이 옆에 날개 끝을 붙이고 누운 베스트라 드론 한 대 사이도.
문이 열렸다. 찬 공기와 함께 들어온 사람은 코바치였다. 텔렌에서 밤새 차를 얻어 타고 올라온 듯 외투 어깨에 흙먼지가 앉아 있었고, 손에 종이 한 장을 들고 있었다. 잠든 사람들 사이로 발을 디디며 레아 앞까지 걸어왔다. 그레고르 중사가 눈을 떴다가, 계급장을 보고 다시 감았다.
“대위님, 텔렌에서 대기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대기했어. 밤새.” 코바치가 손목시계를 보았다. 아홉 시 칠 분이었고, 실제로도 아홉 시 칠 분이었다. “아침에 감시단이 사령부로 연락을 했다. 베르나를 거치지 않고.”
코바치가 종이를 내밀었다. 미르니아 말과 카렐 말이 나란히 인쇄된 종이였다. 레아는 카렐 말 쪽을 읽었다. 감시단은 정오에 흰샘 분지에서 선을 긋기 전에, 깃발을 처음 띄운 조종사의 말을 듣고자 한다. 양측에서 한 사람씩. 두 나라 정부는 반대했다. 감시단은 반대를 기록했고, 요청을 거두지 않았다.
“양측에서 한 사람씩.” 레아가 소리 내어 읽었다.
“저쪽에서도 한 사람 나온다.” 코바치가 말했다. “사령관님은 지금 베르나로 가는 기차 안이다. 출발 전에 이 종이를 보셨다. 너를 보내라고도, 보내지 말라고도 하지 않으셨다. 렌츠 소령한테 이렇게만 말씀하셨다더라. 그 상병은 게임 말로 할 거다. 통역을 붙여라.”
그레고르 중사가 눈을 감은 채 웃었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통조림 상자 옆면의 「손 안 굳었음」이 아침 빛을 받아 반쯤 하얗게 보였다. 레아가 일어섰다. 의자 다리가 바닥을 긁는 소리에 제5 중대 하사가 잠결에 몸을 뒤척였다.
“통역은 필요 없어요.” 레아가 말했다. “그쪽 사람도 같은 말 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