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076자)

오 분 빠른 시계

드론 부대 막내가 전쟁을 하루 만에 멈췄다 · 남시우

물자 컨테이너는 바르카 언덕 남쪽 기슭에 반쯤 묻혀 있었다. 관제 컨테이너와 같은 길이였지만 창도 화면도 없었다. 안에는 전지 상자와 통조림 상자와 물통이 천장까지 쌓여 있었고, 그 사이에 접이식 의자 둘과 작은 석유난로 하나가 놓여 있었다. 난로 위 쇠판에서 석유 냄새가 올라왔다. 3월 16일 아침 열 시, 문 위의 환기구로 들어오는 빛 한 줄기가 바닥의 먼지를 가로질렀다.

레아는 의자 하나에 앉아 있었다. 맞은편 의자에 헌병 중사가 앉았다. 중사는 마흔쯤이었고, 군복 왼쪽 가슴에 「그레고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중사는 레아의 손목에 아무것도 채우지 않았다. 채우라는 명령은 받았다고 했다. 수갑을 차에 두고 왔다고도 했다.

“차에 가서 가져오면 되잖아요.” 레아가 말했다.

“차가 언덕 위에 있어. 이백 미터.” 중사가 말했다. “내가 이백 미터 가는 사이에 네가 도망가면, 수갑 가지러 간 내가 바보가 돼.”

“안 가면요?”

“안 가면 수갑 안 채운 내가 바보가 되지. 둘 중에 덜 걷는 바보를 골랐어.”

중사는 주머니에서 휴대용 라디오를 꺼내 난로 옆에 놓았다. 라디오에서 베르나의 아침 방송이 흘러나왔다. 아나운서는 「적의 전자 공격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한 문장에 두 번 썼다.

“너 「하이브」 했다며.” 중사가 라디오 소리를 줄이며 물었다.

“했어요.”

“내 조카가 그거 해. 열여섯 살. 방에서 안 나와.” 중사가 통조림 상자 하나를 끌어다 레아 앞에 놓고, 볼펜을 내밀었다. “이름 좀 써 줘. 너 결승 나갔지? 조카가 네 경기 영상을 봤대. 마지막에 손 굳은 거.”

레아는 볼펜을 받았다. 상자 옆면에 「소고기 통조림 · 이십사 개」라고 인쇄되어 있었다. 레아는 그 아래에 이름을 썼다. 그리고 그 밑에 작게 한 줄을 더 썼다. 「손 안 굳었음」.

중사가 그 줄을 읽었다. “이게 무슨 말이야?”

“조카한테 그대로 보여 주세요. 알아들을 거예요.”

*

같은 시각, 관제 컨테이너 안에서 아다가 정비칸 커튼을 젖히고 나왔다. 손에 공구 가방을 들고 있었다. 아다는 문 옆 선반 앞에 섰다. 맨 위 칸의 매운 소고기 맛, 둘째 칸의 해물, 셋째 칸의 김치를 차례로 보다가, 쪼그려 앉아 맨 아래 칸의 순한 맛 상자를 꺼냈다.

상자는 열두 개들이였고, 남은 컵은 다섯이었다. 아다는 컵 다섯을 꺼내 선반 위에 올리고, 빈 상자 안에 걸레를 깔았다. 그리고 공구 가방에서 꺼짐이를 꺼내 날개를 접은 채 상자에 눕혔다. 날개를 접으니 꺼짐이는 상자에 꼭 맞았다. 아다는 꺼짐이 위에 걸레를 한 장 덮고, 그 위에 컵 다섯을 도로 세워 넣었다.

“여긴 아무도 안 봐요.” 아다가 상자에게 말했다. “순한 맛이라.”

페트르가 조종석에서 몸을 돌려 그 장면을 보았다.

“하사님, 그거 제 칸인데요.”

“그러니까.”

“제가 지켜야 되는 거예요?”

“네가 막내잖아. 계급으로.”

페트르가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 그리고 조종석에서 일어나 선반 앞으로 가서, 순한 맛 상자 앞에 섰다. 미로가 손등을 보며 중얼거렸다.

“나 이거 건다. 페트르 저기서 세 시간 못 버틴다.”

“버팁니다.” 페트르가 말했다.

“그럼 걸어.”

“제가 걸 게 뭐가 있습니까. 상병님이 다 따 가셨잖아요.”

토마시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미로, 조용히 해.” 그리고 덧붙였다. “페트르, 다리 벌리고 서. 상자가 다 가리게.”

*

열한 시 반, 코바치는 사다리를 올라가 언덕 위로 나갔다. 사령관 차가 언덕 꼭대기 풀밭에 서 있었다. 검은 지프였고, 바퀴에 마른 흙이 엉겨 붙어 있었다. 브로더는 차 옆에 서서 흰샘 쪽을 보고 있었다. 바람이 서쪽에서 불어 브로더의 외투 자락을 동쪽으로 밀었다.

고원 위 높은 자리에서 보면 언덕 꼭대기의 두 사람은 바늘 끝 둘이었다. 그 위 하늘에서 드론 고리 셋이 돌았다. 고리는 밤새 커져 있었다. 하나에 예순 대, 일흔 대였다.

“대위.” 브로더가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그 기체를 내놔. 그리고 정비 하사를 넘겨. 정비 기록을 고친 사람이다. 시험 비행 승인란에 시각을 써 넣은 게 어제 낮 열두 시 반이다. 그 시각에 서리와 진눈깨비가 꺼짐이와 같이 날았다. 정보처가 기록에서 찾았다.”

“꺼짐이라고 부르시는군요.”

“네 하사가 그렇게 적어 놨다.”

코바치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열한 시 삼십칠 분을 가리켰다. 실제로는 열한 시 삼십이 분이었다.

“사령관님. 중대원은 제가 데리고 내려가겠습니다. 저녁 공세가 끝나면 전부 제가 데리고 법정에 서겠습니다. 기록 고친 것도, 기체 숨긴 것도, 폐기했다고 한 것도 제 명령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네 명령이었나?”

“아닙니다. 그래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브로더가 처음으로 코바치를 돌아보았다. 회색 눈이 코바치의 얼굴을 지나 손목시계에서 멈췄다.

“그 시계, 오 분 빠르지?”

“예.”

“왜?”

“아버지가 맞춰 줬습니다. 시계 고치는 사람이었습니다. 군대 가면 늦지 말라고, 오 분씩 먼저 가 있으라고.”

“그래서 오 분씩 먼저 갔나?”

“예. 십이 년 동안.”

브로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도 오 분 먼저 가라. 대위는 지금부터 제3 중대장이 아니다. 렌츠 소령이 맡는다. 대위는 텔렌 사령부로 내려가서 대기한다. 저녁 공세가 끝날 때까지.”

코바치는 대답하지 않았다. 바람이 한 번 세게 불어 풀이 무릎께에서 일제히 동쪽으로 누웠다.

“사령관님,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말해.”

“첫날 양수장 출격 명령이 왜 사십 분 늦었습니까?”

브로더의 얼굴이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이 다시 불었다.

“베르나에 확인 전화를 했다. 국경 너머로 드론을 보내도 되는지.” 브로더가 말했다. “사십 분 동안 아무도 받지 않았다. 그사이 양수장 지붕에 베스트라 관측병이 올라갔다.” 브로더가 차 문을 열었다. “그다음부터는 확인하지 않는다.”

브로더가 차에 올랐다. 지프가 언덕을 내려갔다. 바퀴가 마른 흙을 튀겼다.

코바치는 언덕 꼭대기에 혼자 서서 손목시계를 풀었다. 시계 옆의 작은 태엽 손잡이인 용두를 당겨 돌리자, 긴바늘이 다섯 칸을 거슬러 가서 열한 시 삼십사 분에 멈췄다. 처음으로 시계가 맞았다. 코바치는 용두를 눌러 넣고 시계를 다시 찼고, 찬 손목을 한 번 털었다.

*

열두 시 사십 분, 코바치가 관제 컨테이너 문을 열고 사다리를 반쯤 내려왔다. 다 내려오지 않았다. 컨테이너 안의 다섯이 사다리를 올려다보았다.

“나 텔렌 간다.” 코바치가 말했다. “새 중대장은 렌츠 소령이다. 너희가 아는 그 소령이야. 종이 두고 가던.”

“중대장님.” 토마시가 일어섰다.

“이제 아니야.” 코바치가 미로를 보았다. “하벨, 내기 판 접어. 소령은 그런 거 싫어해.”

미로가 손등을 소매로 덮었다.

“세르게 하사.”

“네.” 아다가 정비칸 커튼 앞에서 대답했다.

“내가 텔렌에서 정비 기록에 대해 진술할 거다. 시험 비행 승인은 내가 구두로 했다고. 시각도 내가 불러 줬다고.” 코바치가 잠깐 멈췄다. “하사는 그 진술이랑 다른 말 하지 마.”

아다는 대답하지 않았다. 코바치는 페트르를 보았다. 페트르는 여전히 다리를 벌리고 순한 맛 상자 앞에 서 있었다. 코바치가 그 자세를 오래 보았다.

“오소 일병, 그 자리에서 뭐 하나?”

“순한 맛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 코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지켜. 순한 맛은 아무도 안 훔쳐 가지만.”

코바치가 사다리를 올라갔다. 문이 닫혔다. 문 닫히는 소리가 컨테이너 안에서 평소보다 오래 울렸다.

*

한 시 이십 분, 물자 컨테이너의 문이 열리고 그레고르 중사가 접이식 의자 다섯 개를 겨드랑이에 끼고 들어왔다. 의자 다리가 문틀에 부딪혀 쇳소리를 냈다. 중사는 의자를 통조림 상자 사이에 하나씩 펴서 놓았다. 난로를 둘러싸고 의자 일곱이 둥글게 섰다.

“손님 와요?” 레아가 물었다.

“올지도 몰라.” 중사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방금 명령이 내려왔어. 저녁 여섯 시에 조종석에서 손 떼는 놈 있으면 헌병이 데려와서 너 옆에 앉히래. 고원 전체에서. 여기가 제일 가까운 물자 컨테이너라 여기로 다 온대.”

“몇 명이요?”

“그걸 모르니까 의자를 가져왔지. 다섯이면 되겠냐?”

레아는 의자 다섯을 보았다. 난로의 붉은빛이 의자의 쇠다리에 한 줄씩 비쳤다.

“모자랄 것 같아요.”

“그럼 더 가져와야 하나?” 중사가 머리를 긁었다. “차에 가면 더 있는데. 이백 미터.”

“수갑도 같이 가져오세요.”

“그건 안 가져와.” 중사가 의자 하나에 털썩 앉았다. “라디오 들었어? 열두 시 방송에 고원 전체 숫자 나왔어. 쏘지 않는 기체가 우리 쪽만 육백이래. 베스트라 쪽도 비슷하대. 근데 방송은 그걸 적의 공격으로 고장 난 기체가 육백이라고 하더라.”

“고장 아니에요.”

“알아. 조카가 그러더라. 아까 전화했거든. 그거 「하이브」 동맹 깃발 아니냐고. 열여섯 살짜리도 아는 걸 베르나에서는 몰라.” 중사가 라디오를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조카가 하나 더 물었어. 노박 누나 지금 어디 있냐고.”

“뭐라고 하셨어요?”

“통조림 옆에 있다고 했지.”

레아가 웃었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웃으면서 의자 다섯 개를 하나씩 세었고, 다 세고 나서 손가락 하나를 더 접었다.

*

한 시 오십 분, 문이 다시 열렸다. 내려온 사람은 렌츠 소령과 헌병 둘이었다. 렌츠는 서른여덟이었고 얼굴이 길었다. 손에 종이 한 장을 들고 있었다. 맨 위에 「제3 중대 관제 컨테이너 수색 명령」이라고 찍혀 있었다.

“정비칸부터.” 렌츠가 말했다.

헌병 둘이 커튼을 젖히고 들어갔다. 작업대 서랍이 열리는 소리, 벽에 걸린 드론들이 하나씩 내려지는 소리, 공구 상자가 바닥에 엎어지는 소리가 차례로 났다. 아다는 커튼 밖에 서서 그 소리를 들었다. 드론 하나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나자 아다의 어깨가 한 번 움찔했다.

렌츠는 정비칸에 들어가지 않았다. 컨테이너 안을 천천히 걸었다. 조종석 다섯, 화면 서른두 개, 냉각팬 넷, 그리고 문 옆 선반. 렌츠가 선반 앞에서 멈췄다. 선반 앞에 페트르가 다리를 벌리고 서 있었다.

“일병, 비켜.”

“이 칸은 막내 칸입니다, 소령님.”

렌츠가 페트르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페트르의 어깨 너머로 맨 아래 칸의 순한 맛 상자를 보았다. 상자 안에 컵 다섯이 서 있었다. 컵 다섯 사이로 걸레 한 귀퉁이가 삐져나와 있었다.

7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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