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274자)

손으로 쏴

드론 부대 막내가 전쟁을 하루 만에 멈췄다 · 남시우

카렐의 수도 베르나는 고원에서 기차로 아홉 시간 걸리는 평지의 도시였다. 3월 16일 아침 여섯 시, 국방부 본관 사층 끝방의 창문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 방 안 벽에 커다란 화면 둘이 걸려 있었다. 하나에는 베스트라 국영 방송이 떠 있었고, 하나에는 텔렌의 방면 사령부가 떠 있었다.

베스트라 방송의 아나운서는 「카렐의 비겁한 전자 공격」이라는 글자를 등 뒤에 걸고 있었다. 화면 아래쪽으로 「우리 드론을 오염시킨 카렐, 국제 사회에 해명하라」가 흘렀다. 소리는 꺼져 있었다.

국방차관 이레나 볼크는 마흔여덟이었다. 회색 정장 위에 털 숄을 둘렀고, 책상 위에 식은 커피 세 잔을 나란히 두고 있었다. 세 잔 다 반쯤 남아 있었다. 볼크는 새 잔을 받을 때마다 앞의 잔을 치우지 않았다.

“저쪽은 우리가 했다고 하네요.” 볼크가 말했다. “우리 방송은 일곱 시에 저쪽이 했다고 할 거고요. 장군, 둘 다 해킹이라고 하면 아무도 안 한 게 됩니다. 아무도 안 했는데 드론이 안 쏘면, 사람들은 그걸 뭐라고 부를까요?”

화면 속 브로더는 집무실 책상 앞에 서 있었다. 밤새 옷을 갈아입지 않았다. “차관님 걱정은 낱말입니까?”

“제 걱정은 내일 정오입니다. 미르니아 감시단이 고원에 올라가서 선을 그어요. 그 선이 흰샘 동쪽에 그어지면, 협상장에서 우리가 받는 건 물이 아니라 물 사 오는 값이에요. 대통령께서는 그 선을 흰샘 서쪽에 긋고 싶어 하십니다.” 볼크가 커피잔 하나를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그리고 「정전」이라는 말은 안 됩니다. 정전은 우리가 멈췄다는 뜻으로 읽혀요. 멈춘 게 아니라 적이 우리 기계를 망가뜨린 겁니다.”

“기계가 망가진 건 저쪽도 같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이죠. 저쪽도 쏘지 못할 때.” 볼크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장군, 첫날 양수장 보고서가 아직 제 책상에 있어요. 출격 명령이 사십 분 늦게 나간 건. 저는 그걸 위로 올리지 않았습니다. 장군이 흰샘을 되찾을 거라고 믿었으니까요.”

브로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화면 속 집무실 창밖이 회색으로 밝아 오고 있었다.

“깃발 단 기체는 자동으로 쏘지 못합니다.” 브로더가 말했다. “조종사가 손으로 하나씩 겨누면 쏩니다. 저녁 여섯 시, 전 기체 수동 사격으로 흰샘을 칩니다. 해가 서쪽입니다.”

“사람이 쏘면, 해킹은 상관없겠군요.”

“상관없습니다.”

볼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에는 이렇게 나갈 거예요. 적의 전자 공격에도 불구하고 우리 조종사들이 손으로 싸웠다.” 볼크가 화면을 끄려다가 멈췄다. “장군, 그 깃발 처음 띄운 사람은 찾았어요?”

“찾았습니다.”

“방송에는 안 나가요. 그 사람은.”

*

일곱 시, 고원 서쪽 비탈 밑 베스트라 관제실에 종이 한 장이 돌았다. 종이를 들고 온 사람은 카이의 소대장이었다. 소대장은 종이를 조종사 하나하나의 책상에 놓았다가, 읽은 것을 확인하고 다시 집어 다음 책상으로 옮겼다. 종이가 한 장뿐이었다. 관제실의 인쇄기는 난방기와 같은 날 고장 났다.

종이에는 다섯 줄이 있었다. 카렐이 오늘 저녁 대규모 공세를 준비 중이라는 정보가 들어왔다. 자동 조준이 듣지 않는 기체는 조종사가 손으로 막는다. 흰샘 양수장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킨다. 깃발이라 불리는 표시가 뜬 화면은 보고하라. 보고하지 않은 조종사는 징계한다.

종이가 카이의 책상에 놓였다. 카이는 종이를 읽고 나서 책상 위의 노란 쪽지를 보았다. 쪽지는 여전히 뒤집혀 있었다. 카이는 쪽지를 뒤집지 않고 그 위에 종이를 덮었다.

“렌, 네 화면에 깃발 있지?” 소대장이 물었다.

“있습니다.”

“몇 개?”

“열둘 전부입니다.”

소대장이 종이를 집어 들었다. 다음 책상으로 가지 않고 카이 옆에 섰다. 소대장의 장갑 손가락 끝이 하얗게 터 있었다.

“나도 열둘이야.” 소대장이 말했다. “이 방에 깃발 없는 사람 없어. 다 보고하면 징계를 누가 하냐?”

“보고하겠습니다.”

“그래. 다 보고해라. 그럼 다 같이 징계받자.” 소대장이 종이를 다음 책상에 놓으며 덧붙였다. “저녁 여섯 시에 저쪽이 손으로 쏘면, 너는 어떻게 할 거냐?”

카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목도리를 코 위로 끌어올렸다. 화면 속에서 흰샘 분지의 김이 아침 햇빛에 하얗게 피어올랐다. 그 위에서 카렐과 베스트라의 불빛 고리 셋이 돌았다. 해가 뜨면서 불빛은 보이지 않게 되었고, 고리는 검은 점들이 그리는 원이 되었다.

*

일곱 시 삼십 분, 바르카 언덕 밑 컨테이너의 문이 세 번째로 열렸다.

미로가 조종석에서 몸을 반쯤 돌렸다. 손등에는 볼펜 작대기 옆에 「경례」라는 새 글씨가 하나 있었다. 지난밤 걸어 둔 내기였다. 사령관이 다음에 내려오면 레아에게 경례한다는 쪽에 컵라면 둘.

사다리를 내려온 브로더는 털모자를 벗었다. 조종석의 다섯과 정비칸 앞의 아다와 레아가 일어섰다. 이번에는 브로더가 손바닥을 누르지 않았다. 다들 경례했고, 브로더가 오른손을 들어 답례했다. 답례하는 손끝이 마침 정비칸 커튼 옆에 선 레아 쪽을 향해 있었다.

미로가 숨을 들이켰다. 토마시가 미로의 발목을 찼다.

“저거 쳐 줘?” 미로가 입 모양으로만 물었다.

“안 쳐 줘.” 토마시도 입 모양으로만 대답했다.

브로더는 지휘 화면 앞으로 가지 않았다. 정비칸 커튼 앞에 섰다. 손에 종이 두 장이 있었다. 브로더는 첫 장을 코바치 앞에 내밀었다.

“정보처 분석 결과다. 어젯밤 받은 폐기 기체의 번호판을 복원했다. 사백십칠이 아니다. 이백구십삼이다. 이틀 전 흰샘 북쪽에서 불탄 기체다.”

코바치가 종이를 받았다. 손목시계를 보지 않았다.

“기체를 잘못 가져왔습니다.” 아다가 커튼 안에서 나오며 말했다. “제 실수입니다. 벽에 걸린 게 다 비슷해서요.”

“하사, 이름을 붙여 놓고 비슷하다고 하나?” 브로더가 벽을 보았다. 벽에 걸린 드론 마흔여 대의 배에 흰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우박, 이슬, 소나기, 안개. 브로더는 테이프를 하나씩 읽지 않았다. 대신 둘째 장을 들어 올렸다.

“사슴목 관측초소 철수 보고. 부상 하나. 비고란.” 브로더가 읽었다. “철수 중 아군 기체 한 대가 길 안내. 불빛 깜빡임 짧게 짧게 길게.”

브로더가 레아를 보았다. 레아는 브로더를 보았다.

“그 기체는 지금 어디 있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냉각팬이 돌았다. 미로는 손등의 「경례」를 엄지로 덮었다.

“좋다.” 브로더가 종이 두 장을 접어 외투 주머니에 넣었다. “그건 저녁 이후에 묻겠다. 지금은 저녁 이야기를 하지.”

*

브로더는 지휘 화면 앞에 섰다. 화면에 고원 지도가 떴다. 흰샘 분지 위에 붉은 화살표 넷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그어져 있었다.

“오늘 저녁 여섯 시, 고원의 카렐 기체 전부가 흰샘으로 간다. 깃발이 붙은 기체도, 안 붙은 기체도. 전 기체 수동 사격. 자동 조준은 쓰지 않는다. 조종사가 손으로 하나씩 겨누고 손으로 쏜다. 해는 서쪽이다. 저쪽 화면이 탄다.” 브로더는 조종석 다섯을 하나씩 보았다. “확인한다. 이름 부르면 대답해.”

“크랄 병장.”

“확인.” 토마시가 말했다. 목소리가 고르게 나왔다.

“하벨 상병.”

미로가 손등을 보았다가 화면을 보았다. “……확인.”

“오소 일병.”

“확인.” 페트르가 말했다. 페트르의 손에는 순한 맛 컵라면 하나가 들려 있었다. 미로가 밤새 판돈으로 딴 것을 아침에 하나 돌려준 것이었다. 페트르는 컵을 내려놓지 않았다.

다른 두 자리의 조종사도 차례로 확인했다. 브로더가 정비칸 커튼 쪽으로 몸을 돌렸다.

“노박 상병. 조종석으로 돌아온다. 오늘 저녁 맨 앞줄.”

코바치가 한 걸음 나섰다. “사령관님, 노박 상병은 제가 조종석에서 내렸습니다. 다시 올리는 건 중대장 권한……”

“대위.” 브로더가 코바치를 보지 않고 말했다. “폐기했다는 기체 이야기는 저녁 이후에 하자고 했다. 그 이야기를 지금 할까?”

코바치가 입을 다물었다.

레아는 커튼 옆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왼손 바닥의 데인 줄이 컨테이너의 푸른빛 아래서 검붉게 보였다.

“못 합니다.” 레아가 말했다.

“명령이다.”

“알아요. 그래도 손으로는 안 쏩니다.”

“왜?”

“깃발 단 기체는 쏘지 않아요. 저쪽 깃발 단 기체도 우리를 안 쏘고요. 우리가 손으로 쏘면, 저쪽도 손으로 쏴요. 그럼 깃발은 아무것도 아니게 돼요. 이건 버그가 아니고 기능인데, 우리가 버그로 만드는 거예요.”

“상병, 또 게임 말이군.”

“군대 말로 하면요.” 레아가 숨을 한 번 쉬었다. “그쪽 조종사도 지금 손을 안 쓰고 있어요. 그쪽 조종사가 먼저 손을 안 썼어요.”

브로더가 레아 앞으로 걸어왔다. 컨테이너 폭이 이 미터 반이었다. 브로더의 외투 주머니에서 종이 접히는 소리가 났다.

“사슴목의 다닐 보스 일병. 네가 길을 찾아 준 덕에 살았다. 그리고 네 깃발 덕에 다쳤다. 두 가지 다 네 거다.” 브로더가 말했다. “오늘 저녁에는 하나만 고르면 된다. 네가 쏘면 흰샘 아래 마을 셋이 물을 먹는다. 네가 안 쏘면 네 옆자리 병장이 네 몫까지 쏜다. 어느 쪽이 덜 쏘는 거지?”

토마시가 조종석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레아는 토마시를 보지 않았다.

“안 쏩니다.”

브로더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놀란 얼굴이 아니었다. 셈이 끝난 얼굴이었다.

“헌병.”

문 옆에 서 있던 헌병 중사가 다가왔다. 어젯밤 선반 앞에서 컵라면을 도로 올려놓았던 그 중사였다.

“노박 상병. 무단 기체 운용, 상관 명령 불복. 저녁 공세가 끝날 때까지 물자 컨테이너에 둔다. 공세가 끝나면 군사 법정으로 보낸다.” 브로더가 털모자를 썼다. “그사이 그 기체가 하늘에 뜨면, 띄운 사람도 같은 컨테이너로 간다.”

헌병이 레아의 팔을 잡았다.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레아는 걸으면서 정비칸 커튼 쪽을 한 번 보았다. 커튼 아래 바닥에 아다의 공구 가방이 놓여 있었고, 아다의 군화 한 짝이 그 가방 손잡이를 밟고 있었다.

레아가 문 앞에서 멈췄다. 헌병이 팔을 당겼지만 레아는 한 박자 늦게 움직였다.

“페트르.”

“네, 상병님.”

“물 선 맞춰서 부어. 해물은 선보다 조금 아래.”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 거 알아.”

문이 열리고 찬 공기가 들어왔다. 레아와 헌병이 사다리를 올라갔다. 문이 닫혔다. 브로더도 그 뒤를 따라 올라갔다. 사다리 꼭대기에서 브로더가 한 번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컨테이너 안의 여섯 자리 가운데 다섯 자리가 차 있었다.

*

미로가 손등의 「경례」를 침을 묻혀 지웠다. 반쯤 지워진 글씨가 번졌다.

“그거 경례였어.” 미로가 말했다. “손끝이 레아 쪽이었어.”

“아니야.” 토마시가 말했다.

“병장님도 봤잖아요.”

토마시는 대답하지 않았다. 토마시는 자기 화면의 저녁 출격 목록을 보고 있었다. 목록 맨 위 선두 칸에 레아의 이름이 지워지고 토마시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6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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