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5,032자)
둘, 넷
드론 부대 막내가 전쟁을 하루 만에 멈췄다 · 남시우
정비칸 작업대 위에 드론 두 대가 나란히 누워 있었다. 둘 다 새벽 흰샘 출격에서 날개가 부러져 돌아온 것들이었다. 3월 15일 열한 시, 아다는 새 날개를 끼운 두 대의 배에 흰 테이프를 붙이고 볼펜으로 이름을 적었다. 왼쪽은 「서리」, 오른쪽은 「진눈깨비」였다.
“날씨예요?” 레아가 물었다.
“고원 날씨.” 아다가 꺼짐이를 그 옆에 눕혔다. “다음 애들은 우박, 황사.”
“황사는 좀.”
“황사가 제일 잘 날아.”
정비칸 벽에는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정비 후 시험 비행 · 반경 오백 미터 · 고도 오십 이하 · 정비 담당 승인」. 맨 아래 승인란에 아다의 서명이 이미 들어가 있었다. 승인란 옆 시각 칸은 비어 있었다.
“시험 비행은 내 권한이야.” 아다가 말했다. “조종은 정비 보조가 하고.”
“정비 보조가 저예요.”
“그러니까.”
*
열두 시 반, 바르카 언덕 꼭대기에서 드론 세 대가 떠올랐다. 하늘은 낮게 흐렸고, 구름 밑으로 서쪽 바람이 풀밭을 한 방향으로 눕혔다. 언덕 아래에서 보면 세 대는 그냥 점 셋이었다. 레아는 정비칸 작업대 앞에 서서 작은 조종기를 들고 있었다. 화면은 작업대 위의 시험용 모니터 하나뿐이었다.
꺼짐이가 앞장섰다. 레아는 꺼짐이를 서리 옆 오 미터로 붙였다가, 진눈깨비 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셋을 한 원 안에 넣고 천천히 돌렸다. 레아는 아무것도 누르지 않았다. 「하이브」에서 동맹 깃발은 깃발을 단 기체가 같은 편 기체 곁에서 일정 시간을 함께 날면 옮겨 붙었다. 게임에서는 그 시간이 사십 초였다.
오십이 초째, 서리의 화면 구석에 손톱만 한 깃발이 떴다.
일 분 십 초째, 진눈깨비에도 떴다.
“셋.” 레아가 말했다.
아다가 시험 비행 기록지의 시각 칸에 「1230~1238」이라고 적었다. 그 아래 비고란에 「날개 교체 후 이상 없음」이라고 적었다. 레아는 아다의 볼펜 끝을 보았다. 아다는 레아를 보지 않았다.
“이상 없잖아.” 아다가 말했다.
*
한 시 사십 분, 컨테이너 안이 점심 냄새로 찼다. 레아가 컵라면 여섯 개에 물을 붓는 사이 미로가 선반 앞으로 왔다.
“나 이거 건다. 오후 출격 끝나기 전에 사령관이 또 내려온다.”
“또 걸어?” 페트르가 물었다.
“이번엔 확실해. 상대가 사령관이면 확실해.”
“뭐 거는데요?”
“너네 순한 맛 칸 전부.”
“제 거잖아요, 그거.”
“그러니까 따면 네 거 아니게 되는 거지.”
레아는 웃지 않고 물을 선에 맞췄다. 아다가 고친 서리와 진눈깨비는 이미 오후 세 시 재출격의 기체 목록에 다시 올라가 있었다. 목록은 컨테이너 안쪽 벽의 지휘 화면에 떠 있었고, 두 대는 토마시의 무리 열두 대 가운데 아홉째와 열째 자리에 들어가 있었다.
*
두 시 십 분, 토마시가 정비칸 커튼을 젖히고 들어왔다. 작업대 앞에서 레아가 꺼짐이의 덮개를 닫던 참이었다. 커튼 뒤에서 조종석의 푸른빛이 한 번 들어왔다가 커튼과 함께 닫혔다.
토마시는 작업대 위의 시험용 모니터를 보았다. 화면에는 아직 서리의 상태 표시가 떠 있었다. 구석에 손톱만 한 깃발이 있었다.
“이거 뭐야?”
“깃발이요.”
“서리면 내 무리야. 아홉째.” 토마시가 화면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화면이 조금 휘었다. “네가 내 기체에 그걸 꽂았어?”
“옮겨 붙은 거예요. 꺼짐이 옆에서 일 분 날았어요.”
“네가 날렸잖아.”
“제가 날렸어요.”
토마시는 꺼짐이를 내려다보았다. 아다가 공구 상자 앞에서 일어섰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토마시가 숨을 한 번 길게 쉬었다. 정비칸에는 납땜 냄새가 아직 남아 있었다.
“루카 알지?”
“알아요.”
“첫날 오후 네 시에 루카가 보급 트럭 위에 있었어. 우리 중대 전지 상자 싣고 언덕 올라오는 트럭이었어. 베스트라 드론 한 대가 트럭 지붕 위로 내려왔어. 나는 그거 화면으로 봤어. 우리 중대 화면으로. 내 무리가 거기서 이 킬로 떨어져 있었어.” 토마시는 말을 끊지 않았다. 목소리는 낮고 고르게 나왔다. “그 드론 몬 놈도 지금 화면 앞에 앉아 있겠지. 너 말대로.”
“앉아 있겠죠.”
“그러니까 쏴야지. 앉아 있으니까.”
레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꺼짐이의 덮개에서 손을 뗐다. 토마시와 레아 사이에 작업대 하나가 있었고, 작업대 위에 날개 넷 달린 기계가 배를 위로 하고 누워 있었다.
“빼.” 토마시가 말했다. “서리랑 진눈깨비에서 그거 빼.”
“못 빼요. 빼는 법을 몰라요. 게임에선 판이 끝나야 내려가요.”
“그럼 내 무리에서 빼.”
“세 시 목록에 이미 올라갔어요. 중대장님 승인 났어요.”
토마시가 레아를 보았다. 오래 보았다. 레아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결승전 계단에서 그랬던 것처럼.
“보고는 안 한다.” 토마시가 말했다. “루카가 고자질하는 놈을 제일 싫어했어. 대신 내 기체 근처에 그 깃발 단 베스트라 놈이 오면, 나는 손으로 쏜다. 자동이 안 쏘면 내 손가락으로.”
토마시가 커튼을 젖히고 나갔다. 커튼이 흔들리다가 멎었다. 아다가 공구 상자 위에 다시 앉으며 꺼짐이 쪽을 보고 말했다.
“병장님이 화나셨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레아가 아다를 보았다. 아다는 드론에게 말하고 있었다.
*
세 시 정각, 바르카 언덕에서 카렐 드론 서른두 대가 다시 떠올랐다. 이번에는 해가 서쪽에 있었다. 베스트라 드론들의 화면이 하얗게 탈 차례였다.
고원 위 높은 자리에서 보면 처음 삼십 분은 새벽과 같았다. 동쪽에서 검은 띠가 날아가고, 서쪽에서 검은 점들이 떠올라 흰샘 분지 위에서 엉켰다. 엉킨 자리에서 불꽃이 튀고, 점 몇 개가 풀밭으로 떨어졌다.
세 시 사십 분부터 엉킨 자리 한쪽이 달라졌다.
토마시 무리의 아홉째와 열째 곁에서 날던 여덟째와 열한째가 먼저였다. 그다음은 열한째 곁의 열두째, 여덟째 곁의 일곱째였다. 지휘 화면 위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작은 깃발들이 하나씩 켜졌다. 둘이 넷이 되는 데 십 분이 걸렸다. 넷이 여덟이 되는 데 십오 분이 걸렸다. 여덟 가운데 둘이 미로의 무리 곁으로 미끄러져 들어갔고, 미로의 무리 열두 대 가운데 여섯이 깃발을 달았다.
베스트라 쪽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흰샘 분지 서쪽 가장자리에서 베스트라 드론 하나가 오른쪽으로 날카롭게 꺾였고, 그 곁의 드론들이 하나씩 앞쪽 불빛을 흐렸다.
*
고원 서쪽 비탈 밑의 베스트라 관제실에서는 해가 정면이었다. 카이 렌의 화면 넷이 하얗게 탔고, 카이는 화면 가장자리에 남은 점들만 보고 손을 움직였다. 목도리는 코 밑까지 내려와 있었다. 입김이 화면 앞에서 하얗게 흩어졌다.
카이는 자기 무리 열두 대를 둘로 나눴다. 여섯은 대열 안에 두고, 여섯은 대열 바깥 가장자리를 따라 천천히 돌렸다. 바깥 여섯이 도는 길은 다른 조종사들의 무리를 차례로 스쳐 지나가는 길이었다. 스치는 자리마다 카이는 사십 초를 조금 넘게 머물렀다.
옆자리의 조종사가 카이의 화면을 흘끔 보았다. 장갑 손가락을 잘라 낸 손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렌, 너 왜 내 무리 옆에서 알짱거려?”
“바람.”
“바람이 너만 불어?”
카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옆자리 조종사의 화면 구석에 손톱만 한 깃발이 하나 떴다. 조종사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해가 너무 밝았다.
책상 위의 노란 쪽지는 여전히 뒤집혀 있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방이었는데도 쪽지 한쪽 귀퉁이가 조금 들려 있었고, 그 틈으로 볼펜 글씨 끝이 보였다. 「박」이라는 글자의 받침이었다.
카이의 소대장이 뒤에서 다가와 카이의 어깨 너머로 화면을 보았다. 화면 속에서 카렐 드론 여덟 대와 베스트라 드론 여섯 대가 같은 원을 돌고 있었다. 소대장이 오래 보았다.
“렌. 저거 너냐?”
“바람입니다.”
“바람이 원을 그려?”
“이번엔 그렸습니다.”
소대장은 무언가 말하려다 그만두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소대장의 화면에도 깃발 하나가 떠 있었다. 소대장은 그것을 보았고, 보고 나서 화면 밝기를 한 칸 낮췄다.
*
네 시 사십 분, 흰샘 분지 위에 고리 하나가 생겼다. 카렐 드론 열여섯 대와 베스트라 드론 열네 대가 한 원을 그리며 돌았다. 서로 이십 미터, 삼십 미터 거리를 두고 돌았지만 아무도 쏘지 않았다. 고리 바깥에서는 여전히 불꽃이 튀었다. 고리 안은 조용했다. 펌프장 지붕의 베스트라 관측병 넷이 고개를 들고 그 고리를 올려다보았다. 넷 가운데 하나가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해가 그 사람 정면에 있었다.
“미로, 조준 안 떠?” 코바치가 물었다.
“안 떠요. 떴다가 흐려져요.” 미로가 화면을 두드렸다. “중대장님, 나 이거 건다. 이거 고장 아니에요.”
“걸지 마.”
“그럼 안 걸게요. 근데 고장 아니에요.”
토마시는 말이 없었다. 토마시의 화면 둘에 깃발 단 자기 기체 여덟 대가 떠 있었고, 그 여덟 대의 이십 미터 앞에 베스트라 드론 한 대가 돌고 있었다. 토마시는 조종 화면 오른쪽 아래에서 「수동」이라고 적힌 작은 상자를 눌렀다. 조준 표시가 흐려진 채로 남았다. 토마시는 흐린 조준 표시를 손가락으로 끌어 베스트라 드론 위에 올렸다. 그리고 눌렀다.
베스트라 드론 한 대가 고리 안에서 떨어졌다. 날개 하나가 먼저 떨어지고, 몸통이 한 바퀴를 돌며 풀밭에 박혔다. 고리는 깨지지 않았다. 나머지 스물아홉 대는 그 자리를 비워 두고 계속 돌았다. 깃발 단 베스트라 드론 가운데 어느 것도 토마시의 기체를 향해 돌아서지 않았다.
레아는 정비칸 커튼 옆에 서서 토마시의 화면을 보았다. 토마시는 레아를 돌아보지 않았다. 손가락을 화면에서 뗐고, 그 손을 무릎에 놓았다. 손이 무릎 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다섯 시 이 분, 지휘 화면 맨 위에 붉은 띠가 떴다. 사령부에서 보낸 경보였다.
「제3 중대 · 아군 기체 사격 거부 · 열여섯 대」
그 아래에 줄 하나가 더 떴다. 「제1 중대 · 아군 기체 사격 거부 · 세 대」.
미로가 손등을 보았다. “제1 중대는 우리 옆 언덕이잖아.”
코바치가 손목시계를 보았다. 다섯 시 칠 분이었고, 실제로는 다섯 시 이 분이었다. 코바치는 정비칸 커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레아가 거기 서 있었다.
“노박 상병.” 코바치가 말했다. “사령관님이 내려오시기 전에 할 말 있나?”
“미로가 이겼어요.” 레아가 말했다.
미로가 페트르를 보았다. 페트르가 맨 아래 칸의 순한 맛을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