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454자)

배차 정지

드래곤 알을 주웠더니 우리 원룸이 둥지가 되었다 · 채온유

맞은편 이층집 창문은 이날부터 닫히지 않았다⁠. 낮에는 오롬이⁠, 밤에는 내가 이름 모르는 흑림 사내가 삼각대 옆 의자에 앉아 있었다⁠. 카메라 렌즈는 하루 스물네 시간 우리 반지하 창문을 봤다⁠. 이 창 안에서 깜부가 뭘 하는지 그쪽은 다 알았다⁠. 몇 시에 일어나 몇 시에 먹고 몇 시에 내 가슴에 올라와 자는지⁠.

깜부는 이 주에 처음으로 밖에 나가고 싶어 했다⁠. 진돗개만 한 몸으로 반지하 창틀에 앞발을 걸치고 골목을 내다봤다⁠. 고양이가 지나가면 목구멍에서 공기를 빨아들이는 소리를 냈다⁠. 나는 이 소리가 날 때마다 깜부 주둥이를 두 손으로 감쌌다⁠. 재인이 가르쳐 준 대로 아래턱을 위로 밀어 올리고 엄지로 콧등을 눌렀다⁠. 불이 목구멍에서 멎으면 깜부 콧구멍으로 연기가 두 줄 나왔다⁠. 내 손바닥은 이 주에 물집이 세 번 잡혔다가 터졌다⁠.

월요일 낮에는 오롬이 골목을 건너와 대문을 두드렸다⁠. 손에 할머니가 고구마를 담아 줬던 플라스틱 그릇을 들고 있었다⁠. 깨끗이 씻은 그릇이었다⁠. 그릇을 할머니에게 건네고 나서 나한테 물었다⁠.

“⁠저 몇 시에 먹이세요⁠? 일일 보고에 시간대를 넣어야 돼서요⁠.⁠”

“⁠그걸 왜 저한테 물어요⁠. 카메라로 보시잖아요⁠.⁠”

“⁠카메라는 열만 보여요⁠. 먹는 건지 자는 건지는 몰라요⁠.⁠”

“⁠자정이요⁠.⁠” 내가 말했다⁠. 깜부는 아침 일곱 시와 저녁 여덟 시에 먹었다⁠.

오롬이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갔다⁠. 할머니가 이 뒷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저 아가씨는 거짓말을 못 들어서 큰일이다⁠. 할머니는 이날 저녁 깨끗한 그릇에 다시 고구마를 담아 맞은편 집 대문 앞에 놓아두었다⁠.

깜부는 하루에 팔 킬로그램을 먹었다⁠. 동네 정육점 세 군데와 간석시장과 부평 마트를 돌아도 모자랐다⁠. 돼지 앞다리가 킬로그램에 만이천 원이었다⁠. 하루 십만 원이 넘었다⁠. 할머니의 금반지는 이 주 화요일에 금은방 저울 위에 올라갔다⁠. 할머니는 금은방 앞에서 기다리다 내가 나오자 돈 봉투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이 반지 우리 영감이 연탄 삼천 장 팔아서 사 준 거다⁠. 그러고는 정육점 쪽으로 앞장서 걸었다⁠.

나는 하루 열네 시간 콜을 잡았다⁠. 수요일 저녁 일곱 시⁠, 치킨 두 마리를 싣고 시동을 거는데 앱 화면이 바뀌었다⁠.

「⁠배차 정지 — 고객 신고 누적⁠」

신고받은 일이 없었다⁠. 육 년 동안 별점 4⁠.9였다⁠. 화면을 몇 번 눌러도 회색 글씨는 그대로였다⁠. 실린 치킨은 대행 사무실에서 다른 기사에게 넘기라는 문자가 왔다⁠.

*

대행 사무실은 구월동 로데오거리 뒤 상가 2층이다⁠. 계단을 뛰어 올라가 문을 열었을 때 나는 이미 누가 거기 있는지 알았다⁠. 사무실 에어컨이 꺼져 있는데 공기가 찼다⁠.

탁희준이 손님용 소파에 앉아 있었다⁠. 다리를 꼬고⁠, 대행 사장님이 타 준 믹스커피를 들고⁠. 사장님 책상 위에 흰 봉투가 하나 놓여 있었다⁠. 두툼했다⁠. 사장님이 나를 보더니 봉투 위에 서류철을 덮었다⁠. 덮는다고 안 보이는 두께가 아니었다⁠.

“⁠수동아⁠.⁠”

“⁠사장님⁠, 저 신고받은 적 없어요⁠.⁠”

사장님은 대답하지 못했다⁠. 쉰셋⁠, 기사로 시작해서 대행 사무실을 차린 사람이었다⁠. 나를 처음 뽑은 사람이고⁠, 내가 오토바이째 넘어져 쇄골이 부러졌을 때 병원비를 반 대 준 사람이었다⁠. 이 사람이 내 눈을 못 봤다⁠.

“⁠제가 부탁드렸어요⁠.⁠” 탁희준이 말했다⁠. 커피를 내려놓았다⁠. “⁠기사님 너무 무리하셔서요⁠. 하루 열네 시간 타시더라고요⁠. 운행 기록 보니까⁠.⁠”

“⁠그래서 내 밥줄을 끊어요⁠?⁠”

“⁠바꿔 드리려고요⁠.⁠” 탁희준이 서류철 하나를 내 쪽으로 밀었다⁠. 흑림의 검은 나무가 찍혀 있었다⁠. “⁠흑림 사육 담당⁠. 월 육백⁠. 숙소 제공⁠. 기사님은 지금 하시는 일 그대로 하시면 돼요⁠. 먹이고⁠, 재우고⁠. 장소만 송도 사옥 지하로 옮기고⁠.⁠”

나는 서류철을 열지 않았다⁠. 육백이라는 숫자가 머릿속에서 저절로 계산됐다⁠. 오토바이 할부 열한 달⁠, 반지하 보증금⁠, 할머니 금반지⁠. 계산이 끝나기 전에 나는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날면요⁠?⁠”

“⁠그건 그때 가서 말씀드릴게요⁠.⁠”

“⁠지금 말해요⁠.⁠”

탁희준이 나를 봤다⁠. 처음으로 웃지 않았다⁠.

“⁠날면 제가 잡습니다⁠. 기사님은 보너스 받으시고요⁠. 처음 키운 사람 손에 있을 때가 제일 잡기 쉬워요⁠. 체온을 따라오니까⁠.⁠”

탁희준은 이걸 거짓말 없이 말했다⁠. 나는 이게 탁희준의 무기라는 걸 이때 알았다⁠. 오롬처럼⁠, 탁희준도 거짓말을 안 했다⁠. 다만 오롬은 거짓말을 못 하는 사람이었고⁠, 탁희준은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

“⁠사장님⁠.⁠” 나는 대행 사장님에게 돌아섰다⁠. “⁠제 계정 언제 풀려요⁠.⁠”

“⁠흑림이 이 동네 배달을 다 시킨대⁠. 회사 식당이랑 현장이랑⁠. 한 달에 몇 천 콜이야⁠. 조건이 너 하나야⁠.⁠” 사장님이 서류철 위에 손을 얹었다⁠. “⁠미안하다⁠.⁠”

나는 사무실 문을 열고 나왔다⁠. 계단을 내려가다 멈췄다⁠. 다시 올라가 문을 열었다⁠. 탁희준이 커피를 들다 말고 나를 봤다⁠.

“⁠그 치킨 두 마리⁠, 다른 기사 주지 말고 제가 사 갈게요⁠. 우리 집에 먹을 애가 있어서⁠.⁠”

사장님이 치킨 봉지를 들고 나왔다⁠. 나는 내 돈으로 이걸 샀다⁠.

*

밤 열 시⁠, 구월동 고가 밑 공터는 기사들 쉼터다⁠. 치킨집 세 곳이 이 공터를 둘러싸고 있어서⁠, 콜을 기다리는 기사들이 오토바이를 세우고 자판기 커피를 마신다⁠. 나는 육 년 동안 거기서 담배 냄새와 튀김 기름 냄새와 비 맞은 헬멧 냄새를 맡으며 콜을 기다렸다⁠.

이날 밤 거기 열넷이 있었다⁠. 강산이 단톡방에 「⁠수동 형이 할 말 있대⁠, 이건 진짜야⁠」라고 올린 덕이었다⁠. 강산은 무슨 말인지 몰랐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영상 하나를 틀었다⁠. 찜질방 사장님이 찍은 것이었다⁠. 진돗개만 한 검은 것이 미역국 냄비에 머리를 박고 미역 줄기를 입가에 늘어뜨리고 있었다⁠. 화면 구석에서 박수 소리가 났다⁠.

“⁠개 아니야⁠?⁠”

“⁠드래곤이에요⁠.⁠”

공터가 조용해졌다가 웃음이 터졌다⁠. 다마스를 모는 쉰 넘은 형이 제일 크게 웃었다⁠. 나는 웃음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다음 영상을 틀었다⁠. 불가마 뒤 화구였다⁠. 하얀 불에 파란 테가 돌았다⁠. 쇠줄 그물이 공중에서 녹아내렸다⁠.

이번에는 아무도 웃지 않았다⁠.

나는 처음부터 다 말했다⁠. 족발 대자부터⁠, 흑림 길드장 어깨의 서리⁠, 껍데기 배달⁠, 하수구 장어⁠, 할머니 장조림⁠, 관리청 정문의 위탁 처리 승합차⁠, 맞은편 집 창문의 삼각대⁠, 배차 정지까지⁠. 내가 훔쳤다는 것도 말했다⁠. 송도 마흔한 명도 말했다⁠. 그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았다⁠.

“⁠그래서 우리한테 뭘 하라고⁠.⁠” 다마스 형이 물었다⁠.

“⁠세 가지요⁠. 흑림 차가 어디 서 있는지 보이면 단톡방에 올려 줘요⁠. 고기를 나눠서 사 줘요⁠. 돈은 드릴게요⁠. 그리고 흑림이 사진 값 준다고 해도 팔지 말아 줘요⁠.⁠”

사진 값 이야기는 이날 오후부터 돌았다⁠. 대행 공지 단톡방에 「⁠구월동 일대 검은 개 모양 짐승 사진 제보 시 백만 원⁠」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흑림 이름은 없었는데⁠, 다들 누가 올린 건지 알았다⁠.

“⁠백만 원이면 내 일주일 치야⁠.⁠” 누가 말했다⁠.

“⁠알아요⁠.⁠”

“⁠드래곤이 다 크면 우리 동네 탄다며⁠.⁠”

“⁠그것도 알아요⁠.⁠”

열넷 중에 다섯이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고 떠났다⁠. 하나는 떠나면서 미안하다고 했고⁠, 하나는 미쳤다고 했다⁠. 둘이 더 떠났다⁠. 남은 건 일곱이었다⁠. 다마스 형⁠, 탑차를 모는 형⁠, 스쿠터를 할리데이비슨처럼 칠한 누나⁠, 중국집 막내⁠, 대학 휴학생 둘⁠, 그리고 강산이었다⁠.

“⁠나는 드래곤이 뭔지 몰라⁠.⁠” 다마스 형이 담배를 비벼 껐다⁠. “⁠근데 흑림이 우리 같은 기사 밥줄 끊는 건 알아⁠. 오늘은 너고 내일은 나야⁠.⁠”

*

이 주 금요일부터 일곱이 고기를 날랐다⁠. 정육점 열 군데에서 이 킬로그램씩 샀다⁠. 배달통에 고기를 싣고 우리 골목을 지나가며 대문 안에 봉지를 던져 넣었다⁠. 맞은편 창의 카메라는 이걸 다 봤다⁠. 그래도 배달 오토바이가 골목을 지나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문제는 깜부였다⁠. 금요일 밤⁠, 탑차 형이 치킨 다섯 마리를 싣고 골목에 들어섰다⁠. 고기를 던져 넣고 가려는 길이었는데⁠, 반지하 창문이 안에서 밀려 열렸다⁠. 깜부가 창틀을 넘어 골목으로 튀어나왔다⁠. 이십 킬로그램이 탑차 형의 오토바이 뒤 배달통에 매달렸다⁠. 앞발로 뚜껑을 끌어안고⁠, 뒷발을 번호판에 걸치고⁠, 배달통 틈에 코를 박았다⁠.

탑차 형이 비명을 질렀다⁠. 오토바이가 휘청거렸다⁠. 깜부는 떨어지지 않았다⁠. 치킨 냄새에 코를 박은 채 꼬리만 흔들었다⁠. 꼬리가 번호판을 칠 때마다 딱딱 소리가 났다⁠.

“⁠수동아⁠! 수동아⁠, 이거 떼⁠!⁠”

“⁠형⁠, 치킨 하나만 꺼내 줘요⁠!⁠”

“⁠이거 손님 거야⁠!⁠”

할머니가 대문을 열고 나왔다⁠. 이 광경을 보더니 허리를 젖히고 웃었다⁠. 할머니 웃음소리가 골목에 울렸다⁠. 나는 배달통 뚜껑을 열고 치킨 한 마리를 꺼내 골목 바닥에 던졌다⁠. 깜부가 배달통에서 뛰어내려 치킨으로 갔다⁠. 상자째였다⁠. 탑차 형은 손님 치킨 값을 내 돈으로 받고 떠났다⁠. 떠나면서 헬멧 속에서 웃고 있었다⁠.

맞은편 이층 창가에서 탁희준이 맥주 캔을 들어 보였다⁠. 이 장면을 다 봤다⁠.

할머니가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애가 오토바이 소리를 알아⁠. 저녁 여덟 시 넘어서 오토바이 소리 나면 창틀에 매달려⁠. 네 거 소리는 골목 두 개 밖에서부터 알아⁠. 다른 놈 거면 내려와⁠.⁠”

“⁠제 거 소리를요⁠?⁠”

“⁠네가 원래 들어오던 시간에 매달리더라⁠. 배차 정지 먹고도 그 시간이면 창틀에 매달려 있어⁠.⁠”

나는 이 주에 처음으로 일찍 집에 들어왔다⁠. 육 년 동안 아무도 내 오토바이 소리를 기다리지 않았다⁠. 나는 이걸 몰랐다⁠. 기다리는 게 생기고 나서야 그동안 없었다는 걸 알았다⁠.

*

밤에 재인이 2층 계단에 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나는 이 옆에 앉았다⁠. 계단이 뜨끈했다⁠. 반지하 창에서 올라오는 열이 계단 콘크리트를 데우고 있었다⁠.

“⁠사육 담당 월 육백이래요⁠.⁠”

“⁠싸네⁠.⁠” 재인이 소주병을 내밀었다⁠. “⁠나 있을 때는 팔백이었어⁠.⁠”

“⁠그 사람 옛날에도 그랬어요⁠?⁠”

재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병을 다시 가져가 한 모금 마셨다⁠. 관리청 정문에서 탁희준이 했던 옛날처럼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나는 이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재인이 먼저 말했다⁠.

“⁠옛날처럼이라는 말⁠, 묻지 마⁠. 아직⁠.⁠”

아직이라고 했다⁠. 나는 이 말을 들고 계단에 오래 앉아 있었다⁠.

*

토요일 밤⁠, 쉼터에 일곱이 다시 모였다⁠. 고기를 어떻게 나눌지 정하는 자리였다⁠. 강산이 늦게 왔다⁠. 표정이 이상했다⁠. 오자마자 내 옆에 붙어 앉아 목소리를 낮췄다⁠.

“⁠형⁠, 나 어제 PC방에서 친구들한테 얘기했어⁠. 형네 집에 드래곤 있다고⁠. 생일에 미역국 먹었다고⁠. 우리 기사들이 고기 날라 준다고⁠. 다마스 형이랑 탑차 형이랑 할리 누나랑 다⁠. 다들 웃었어⁠. 농담인 줄 알고⁠.⁠”

“⁠강산아⁠.⁠”

“⁠근데 옆자리에 시커먼 형이 하나 있었거든⁠. 그 형이 안 웃었어⁠.⁠”

강산이 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공터 입구로 전조등이 들어왔다⁠. 하나⁠, 둘⁠, 셋이었다⁠. 검은 승합차 세 대가 공터를 반원으로 막고 섰다⁠. 옆구리마다 검은 나무가 있었다⁠. 가운데 차 조수석에서 대행 사장님이 내렸다⁠. 뒤이어 흰 셔츠가 내렸다⁠.

탁희준이 공터에 서 있는 오토바이 일곱 대를 하나씩 봤다⁠. 번호판을 봤다⁠.

강산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를 봤다⁠.

“⁠형⁠, 나 그거 농담으로 한 건데⁠.⁠”

6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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