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5,531자)

껍데기도 배달됩니다

드래곤 알을 주웠더니 우리 원룸이 둥지가 되었다 · 채온유

나는 수락을 눌렀다⁠. 대신 이 통에 이것을 넣지 않았다⁠.

방바닥에 흩어진 껍데기 조각을 주워 담았다⁠. 큰 조각은 손바닥 두 개만 했고⁠, 바깥은 여전히 검은 바탕에 붉은 줄이었고⁠, 안쪽은 조개껍데기 속처럼 매끈하고 축축했다⁠. 아직 따뜻했다⁠. 나는 조각들을 족발 포장 용기에 차곡차곡 넣고 뚜껑을 닫아 배달통에 실었다⁠. 거짓말을 할 때는 물건이 있어야 한다⁠. 육 년 동안 배달 사고를 수습하면서 배웠다⁠. 국물이 샜다고 하려면 샌 봉지가 있어야 하고⁠,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고 하려면 땀이 나 있어야 한다⁠.

새끼는 화장실에 넣었다⁠. 타일 바닥이 방에서 제일 찼다⁠. 대야에 물을 받아 두고 문을 닫자 안에서 문을 긁는 소리가 났다⁠. 사각⁠, 사각⁠. 내가 현관 쪽으로 세 걸음 가자 긁는 소리가 문 아래쪽에서 현관 쪽 벽으로 따라왔다⁠. 벽 너머로 내 몸이 어디 있는지 아는 것 같았다⁠.

“⁠금방 와⁠.⁠”

나는 이 말을 하고 나서야 내가 무엇에게 말을 걸었는지 생각했다⁠.

*

새벽 다섯 시 이십 분⁠, 가림막에는 밤사이 없던 간판이 붙어 있었다⁠. 「⁠지반 안전 점검 중 — 관계자 외 출입 금지⁠」 이 옆에 검은 나무가 그려진 승합차 두 대가 서 있었다⁠. 우비 하나가 내 배달통을 보더니 말없이 현장 사무실 컨테이너를 가리켰다⁠.

컨테이너 문을 열자 숨이 하얗게 나왔다⁠. 칠월이었다⁠. 창문 안쪽에 성에가 꽃처럼 피어 있었고⁠, 책상 위 종이컵의 커피가 얼어 있었다⁠. 탁희준은 철제 의자에 앉아 내가 밤에 배달한 족발을 먹고 있었다⁠. 식은 족발이 아니라 언 족발이었다⁠. 이걸 사과처럼 베어 물었다⁠.

“⁠여기 족발 맛있네요⁠. 다음에도 여기서 시킬게요⁠.⁠”

“⁠감사합니다⁠. 리뷰 부탁드려요⁠.⁠”

나는 배달통에서 용기를 꺼내 탁희준의 책상에 올렸다⁠. 탁희준이 뚜껑을 열었다⁠. 껍데기 조각에서 김이 피어올랐다⁠. 언 컨테이너 안에서 이 김만 살아 있었다⁠.

“⁠깨졌네요⁠.⁠”

“⁠제 방에서 깼어요⁠. 깨자마자 하수구로 들어갔고요⁠. 반지하라 싱크대 옆이 바로 하수구거든요⁠. 쑥 들어가더라고요⁠. 장어처럼⁠.⁠”

탁희준이 조각 하나를 집었다⁠. 탁희준의 손가락이 닿은 자리부터 껍데기에 하얀 성에가 번지다가⁠, 붉은 줄에 닿자 칙 하고 녹았다⁠. 이걸 몇 번 되풀이했다⁠. 얼리고⁠, 녹는 걸 보고⁠, 또 얼렸다⁠. 장난감을 만지는 아이 같은 손놀림이었다⁠.

“⁠기사님⁠. 새끼는 깨자마자 하수구로 안 가요⁠. 처음 먹이 준 사람 몸 쪽으로 가요⁠. 그 사람 체온을 따라다녀요⁠. 엄마 품인 줄 알고⁠.⁠”

“⁠그럼 저는 먹이를 안 줬나 보죠⁠.⁠”

“⁠족발 뼈 같은 거⁠.⁠”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탁희준이 조각을 내려놓고 서랍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두툼했다⁠.

“⁠배달비 오십만 원⁠. 약속은 지켜요⁠.⁠” 탁희준이 봉투를 내 쪽으로 밀었다⁠. 봉투 겉면이 차가워서 손끝이 아렸다⁠. “⁠그리고 새끼를 데려오시면 천만 원 더 드릴게요⁠. 오늘 안에⁠.⁠”

“⁠하수구에 있다니까요⁠.⁠”

“⁠그럼 하수구를 뒤져서라도 데려오시면 되죠⁠.⁠” 탁희준이 다시 족발을 베어 물었다⁠. “⁠기사님 같은 분은 동선이 다 남잖아요⁠. 어디서 어디로 몇 시에 갔는지⁠. 저는 그런 게 좋더라고요⁠. 사람 말보다 정확해서⁠.⁠”

나는 봉투를 집었다⁠. 안 집으면 의심받는다고 생각했고⁠, 솔직히 말하면 오십만 원이 오토바이 할부 한 달 반이라는 계산이 먼저 돌았다⁠. 컨테이너 문을 나서자 바깥 공기가 목욕탕 수증기처럼 덮쳐 왔다⁠. 등에 붙은 땀이 그제야 흘렀다⁠.

헬멧을 쓰는데 휴대폰이 떨렸다⁠. 대행 사장님이었다⁠.

「⁠수동아 흑림에서 너 석 달 치 운행 기록 달래서 넘겼다⁠. 돈이 너무 커서 미안하다⁠. 무슨 일이냐⁠?⁠」

석 달 치 운행 기록⁠. 콜을 잡은 자리⁠, 음식을 받은 자리⁠, 내려놓은 자리⁠, 그리고 매일 밤 마지막 콜이 끝나고 오토바이가 서는 자리⁠. 매일 밤 같은 골목⁠. 우리 집이었다⁠.

*

시동을 걸자 가림막 옆에 서 있던 검은 스쿠터 한 대도 시동을 걸었다⁠. 우비를 벗은 젊은 남자였는데⁠, 운동화가 흑림 승합차와 같은 색이었다⁠.

나는 집 쪽으로 가지 않았다⁠. 구월동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모래내시장으로 들어갔다⁠. 새벽 여섯 시의 시장은 물건이 들어오는 시간이다⁠. 생선 가게 앞에 얼음 상자가 쌓이고⁠, 떡집 시루에서 김이 솟고⁠, 채소 트럭이 통로를 반쯤 막고 있다⁠. 나는 이 시장을 육 년 동안 하루 세 번씩 지나다녔다⁠. 어느 통로가 오토바이 한 대 폭이고 어느 가게가 몇 시에 셔터를 반만 올리는지 안다⁠.

떡집과 방앗간 사이 통로로 꺾었다⁠. 스쿠터가 따라 꺾었다⁠. 생선 가게 얼음 상자 옆을 바퀴 한 뼘 차이로 지나며 경적을 짧게 두 번 눌렀다⁠. 생선 가게 아주머니가 고개를 들었다⁠. 나는 이 아주머니 집에 고등어조림을 이백 번은 날랐다⁠. 아주머니가 얼음 상자 하나를 통로 쪽으로 밀어 놓았다⁠. 뒤이어 수박을 가득 실은 리어카가 들어왔다⁠.

뒤에서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욕이 들렸다⁠. 스쿠터 바퀴가 녹은 얼음물에 미끄러졌고⁠, 리어카 할아버지가 수박 하나를 끌어안고 소리쳤다⁠.

“⁠이 새끼야⁠, 수박 깨지면 네가 사⁠!⁠”

나는 뒤를 보지 않았다⁠. 방앗간 뒷문으로 빠져 골목 셋을 지나 교회 주차장 계단 옆 경사로로 내려갔다⁠. 이 경사로는 오토바이로 내려가면 안 되는 곳이다⁠. 그래서 따라오는 사람이 없다⁠.

*

집에 와 보니 화장실 문 손잡이가 녹아 있었다⁠. 플라스틱 잠금장치가 엿처럼 늘어져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문은 열려 있었고⁠, 대야의 물은 반쯤 증발해 있었다⁠. 방 안에 새끼는 없었다⁠.

창문이 열려 있었다⁠. 나는 창틀을 밟고 골목으로 기어 나가 대문 안 마당으로 뛰어 들어갔다⁠.

할머니가 마루 끝에 앉아 있었다⁠. 무릎 위에 이것이 있었다⁠. 할머니는 젓가락으로 장조림을 하나씩 집어 이것의 입에 넣어 주고 있었고⁠, 이것은 받아먹을 때마다 목구멍에서 주전자 끓는 소리를 냈다⁠. 마루 옆 장독대의 간장독 뚜껑이 하얗게 말라 있었다⁠. 이 위에서 몸을 말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놈아⁠, 손주를 데려왔으면 말을 해야지⁠.⁠”

“⁠손주요⁠?⁠”

“⁠도마뱀 손주⁠. 반지하 창문으로 기어 나와서 우리 간장독 위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더라⁠. 장마에 해도 없는데⁠.⁠” 할머니가 장조림을 하나 더 집었다⁠. “⁠애가 배가 고파서 그랬지⁠. 너는 애 하나 못 먹이고 어딜 갔다 와⁠.⁠”

“⁠할머니⁠, 그거 도마뱀 아니에요⁠.⁠”

“⁠꼬리 있지⁠, 다리 넷이지⁠, 도마뱀이지 그럼 뭐야⁠.⁠”

이것이 재채기를 했다⁠. 불꽃이 할머니 몸빼 무릎에 튀었다⁠. 할머니가 손바닥으로 탁탁 털었다⁠.

“⁠감기 걸렸네⁠. 장마에 반지하에서 재우니까 그렇지⁠.⁠”

할머니 손은 불꽃을 털고도 멀쩡했다⁠. 손바닥이 가죽처럼 두껍고 손톱 밑이 아직도 검었다⁠. 할머니는 이 골목에서 마흔 해 연탄 가게를 했다⁠. 집 뒤 창고에는 아직도 연탄이 몇 백 장 쌓여 있고⁠, 할머니는 불 색깔만 보고 연탄이 몇 장 탔는지 맞힌다⁠.

“⁠몸이 이렇게 뜨거운 걸 보니까 연탄 두 장 땐 아랫목이다⁠. 이런 건 굶기면 큰일 나⁠.⁠”

장조림 냄비가 바닥을 보였다⁠. 할머니가 부엌에 들어가 냉동실에서 돼지 앞다리 한 덩이를 꺼내 왔다⁠. 이 킬로그램은 돼 보였다⁠. 이것이 언 고기를 껴안더니 고기에서 김이 나기 시작했다⁠. 녹이는 데 일 분이 안 걸렸다⁠. 먹는 데는 삼 분이 걸렸다⁠. 할머니 냉동실이 이날 아침에 비었고⁠, 우리 냉장고는 원래 비어 있었다⁠.

“⁠이름은 있냐⁠?⁠”

“⁠아직요⁠.⁠”

할머니가 이것의 등을 쓸었다⁠. 검은 비늘 사이로 붉은 줄이 할머니 손바닥 밑에서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꼭 깜부기 같네⁠. 보리 이삭에 까맣게 앉는 거⁠. 우리 가게 할 때 손님들이 나보고 손이 깜부기 같다고 했어⁠.⁠”

“⁠깜부⁠.⁠”

내가 그렇게 불렀을 때 이것이 고개를 들었다⁠. 내 쪽으로 기어 오려다 할머니 무릎에서 굴러떨어졌고⁠, 마루 바닥에 엉덩이를 찧고⁠, 두 번째 재채기를 했다⁠. 이번 불꽃은 할머니가 신발로 밟아 껐다⁠.

“⁠깜부야⁠.⁠” 할머니가 따라 불렀다⁠. “⁠우리 깜부⁠, 할미가 내일 장조림 또 해 줄게⁠.⁠”

할머니는 이후로 아침상에도 점심상에도 숟가락 하나를 더 놓았다⁠. 깜부는 숟가락을 쓰지 않았지만⁠, 할머니는 숟가락을 놓았다⁠.

*

점심때 강산을 불렀다⁠. 강산은 짜장면 곱빼기를 들고 왔다⁠. 깜부가 반지하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고 짜장 냄새 쪽으로 혀를 날름거렸다⁠. 나는 이 머리를 손으로 밀어 넣고 창문을 닫았다⁠.

“⁠형⁠, 방금 그거 뭐야⁠?⁠”

“⁠이구아나⁠. 친구가 맡겼어⁠.⁠”

“⁠이구아나가 눈이 노래⁠?⁠”

“⁠요즘 이구아나는 노래⁠.⁠”

나는 강산에게 내 휴대폰을 건넸다⁠. 배달 앱이 켜진 채였다⁠.

“⁠이거 들고 오늘 하루 인천 좀 돌아 줘⁠. 송도 갔다가 부평 갔다가 연안부두 갔다가⁠. 콜은 잡지 말고 그냥 돌기만⁠.⁠”

“⁠왜⁠?⁠”

이번에는 그냥이라고 하지 않았다⁠. 강산에게 그냥은 독이다⁠.

“⁠빚쟁이가 내 위치를 보고 있어⁠. 헷갈리게 해야 돼⁠.⁠”

강산의 눈이 커졌다⁠. 동정과 흥분이 섞인 눈이었다⁠. 나는 이 눈을 보는 순간 실수했다는 걸 알았다⁠.

“⁠형 사채 썼어⁠? 얼마⁠? 형⁠, 이건 진짜야⁠, 내가 아는 형이 사채 때문에 오토바이를⁠—⁠”

“⁠강산아⁠. 돌기만 해⁠. 말하지 말고⁠.⁠”

강산은 내 휴대폰과 짜장면 곱빼기를 들고 나갔다⁠. 저녁까지 내 휴대폰은 송도 바닷가와 부평 지하상가와 연안부두 횟집 골목을 돌았다⁠. 그리고 대행 단톡방에는 맹수동 사채설이 공사장 지진설을 밀어내고 맨 위로 올라갔다⁠.

오후에는 모래내시장 정육점에 갔다⁠. 탁희준이 준 봉투에서 오만 원짜리를 여섯 장 꺼내 돼지 앞다리와 닭 목뼈와 소 잡뼈를 샀다⁠. 정육점 사장님이 개를 몇 마리 키우냐고 물었다⁠. 한 마리요⁠, 하고 대답하자 사장님이 저울 눈금과 내 얼굴을 번갈아 봤다⁠. 십오 킬로그램이었다⁠. 검은 비닐봉지 셋을 양손에 들고 나오면서 나는 이 돈이 누구 돈인지 생각했다⁠. 깜부를 데려오라고 준 돈으로 깜부를 먹였다⁠. 이 계산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장 본 봉지는 무거웠고 봉지 바닥으로 핏물이 배어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봉지 하나가 터졌다⁠. 닭 목뼈가 골목에 쏟아졌고⁠, 나는 이걸 하나하나 주워 담으면서 앞으로 이 짓을 매일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

밤이 되자 방이 다시 끓었다⁠. 깜부는 내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왔다⁠. 화장실에 가면 문 앞에 붙어 앉았고⁠, 싱크대 앞에 서면 발등에 올라앉았고⁠, 침대에 누우면 가슴 위로 올라왔다⁠. 체온을 따라간다고 했던 탁희준의 말이 맞았다⁠. 이 말이 맞다는 게 싫었다⁠. 이 남자는 깜부를 나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

열 시쯤 대문 초인종이 울렸다⁠.

창문 틈으로 골목을 봤다⁠. 반지하 창은 골목 바닥 높이라 사람 발목부터 보인다⁠. 흰 운동화와 검은 우비 자락이 보였다⁠. 할머니가 대문을 열고 나가는 슬리퍼 소리가 났다⁠.

“⁠누구여⁠, 이 밤에⁠?⁠”

“⁠흑림 추적조 오롬입니다⁠.⁠” 젊은 여자 목소리였다⁠. 높지도 낮지도 않고⁠, 콜센터처럼 또박또박했다⁠. “⁠늦게 죄송합니다⁠. 이 근처에 게이트 생물이 하나 나와서 확인하고 있어요⁠.⁠”

“⁠게이트 생물이 뭐여⁠?⁠”

“⁠괴물이요⁠, 할머니⁠.⁠”

“⁠우리 집엔 나밖에 없어⁠.⁠”

우비 자락이 움직였다⁠. 흰 운동화가 내 창문 쪽으로 두 걸음 다가왔다⁠. 내 눈높이에 손 하나가 내려왔고⁠, 이 손에 든 열화상 카메라 화면이 반지하 창문을 향했다⁠. 화면은 파랗고 보랏빛인 골목 한가운데에서 내 창문 하나만 하얗게 타고 있었다⁠. 하얀 자리 위에 숫자가 떠 있었다⁠.

「⁠43⁠.1⁠」

“⁠할머니⁠.⁠” 오롬이 말했다⁠. “⁠저 방은 왜 43도예요⁠?⁠”

깜부가 내 가슴 위에서 고개를 들었다⁠. 나는 이 입을 손바닥으로 덮었다⁠. 손바닥이 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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