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5,176자)

새벽 두 시의 훈련소장

군견이 나보다 계급이 높다 · 진해솔

개들이 먼저 알았다.

11월 4일 밤 열한 시 십육 분, 견사동 마흔 칸에서 한꺼번에 짖는 소리가 터졌다. 야간 견사 순찰을 돌던 다솜은 복도 한가운데에서 걸음을 멈췄다. 평소의 짖음이 아니었다. 셰퍼드도 말리노이즈도 래브라도도 철창에 앞발을 걸지 않았다. 칸 구석으로 물러나 몸을 낮추고, 바닥을 향해 짖었다. 강아지 견사 쪽에서 봄비가 길게 우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왔다.

복도 맨 끝 남향 칸에서 번개만 짖지 않았다. 번개는 매트리스 위에 일어서서 네 다리를 벌리고 버텼다. 귀를 바짝 세웠다.

몇 초 뒤 바닥이 흔들렸다. 철창문들이 한꺼번에 덜컹거렸고 천장 형광등이 그네처럼 흔들렸다. 다솜은 벽을 짚었다. 손바닥 밑에서 콘크리트 벽이 떨었다. 흔들림은 길지 않았다. 열을 세기 전에 멎었다. 개들은 그 뒤로도 한참 짖었다.

생활관 휴게실 텔레비전에 자막이 떴다. 「경북 해령시 동쪽 바다 규모 6.4 지진」. 해령은 경북 동해안의 작은 항구 도시였다. 지진이 난 곳에서 가람까지는 이백오십 킬로미터가 넘었다. 그 먼 데까지 흔들림이 왔다.

자정이 넘자 화면이 바뀌었다. 헬기에서 찍은 해령 구도심 전통시장이었다. 사십 년 된 삼층짜리 상가 건물이 가운데부터 내려앉아 있었다. 조명차 불빛 아래 소방관들이 잔해 위를 기어 다녔다. 자막이 다시 바뀌었다. 「매몰 추정 수십 명」.

밤 열두 시 사십 분, 훈련소 비상 방송이 울렸다. 국방부가 각 군에 구조 지원을 명령했고, 군견훈련소에는 탐색견 팀 출동이 떨어졌다. 무너진 건물 속 사람 냄새를 찾는 개들과, 잔해 속 가스통이나 위험물을 짚어 내는 탐지견들이었다. 출발은 새벽 다섯 시.

*

차량 정비고 앞 공터에 군용 트럭 석 대가 시동을 켠 채 줄지어 섰다. 배기가스 냄새와 디젤 소리 사이로 교관들이 출동견 철제 상자를 짐칸에 실었다. 피동팔이 정비고 앞에 서서 휴대용 조명등 아래 출동 명단을 들고 있었다. 군수과장은 출동 차량과 물자를 챙겼다.

다솜은 그 명단을 어깨 너머로 읽었다. 탐색견 여섯, 탐지견 넷. 번개의 이름이 없었다.

“소령님. 번개가 빠졌습니다.”

“은퇴 예정견은 출동에서 제외야.” 피동팔이 명단을 넘겼다. “물자 반납 예정 품목이야.”

“번개는 2019년에 인명 탐색 과정을 마쳤습니다. 도 교관님이 그러셨습니다. 폭발물 탐지견으로 옮기기 전에 일 년 동안 무너진 건물 훈련을 받았습니다. 지금 훈련소에 탐색이랑 탐지 둘 다 할 줄 아는 개는 번개 하나입니다.”

“그 개 고관절 몰라? 계단 세 칸도 못 올라가는 개를 무너진 건물 위에 올려?”

“짧게 끊어서 쓰면 됩니다. 염 대위님이 진통제 넣고 이십 분 일하고 사십 분 쉬게 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피동팔이 명단에서 눈을 들었다. 조명등 불빛이 그의 얼굴 아래쪽을 비췄다.

“문 이병. 그 개 11월 20일에 넘겨요. 협약서에 건강 상태 그대로 인계라고 적혀 있어. 잔해 위에서 다리 하나 부러지면 협약 위반이야. 일천오백이 날아가.”

다솜은 그 말을 오래 들었다. 디젤 소리가 귀를 울렸다.

“그러니까 소령님은 번개가 다칠까 봐 빼시는 게 아니라, 물건에 흠집 날까 봐 빼시는 겁니다.”

트럭 짐칸에서 상자를 싣던 교관 둘이 손을 멈췄다. 피동팔의 얼굴이 굳었다.

“해령에 지금 사람이 묻혀 있습니다. 소령님.” 다솜의 목소리가 떨렸다. “번개 상사님은 사람 냄새를 압니다. 그런데 우리가 협력금 지키려고 그 코를 견사에 두고 갑니까?”

“이병이 출동 명단을 정하나?” 피동팔이 명단을 겨드랑이에 끼웠다. “명단은 군수과장이 짰고 훈련소장님이 재가하셨어. 들어가요. 오늘은 견사 지키는 것도 일이야.”

*

새벽 두 시, 훈련소장 관사는 행정동 뒤 언덕 위 단층집이었다. 현관 앞 화분에 국화가 피어 있었다. 다솜은 그 앞에서 손을 들었다 내렸다 세 번 했다.

“다솜아. 진짜 누를 끼가?”

뒤에 공두호가 서 있었다. 품에 봄비를 안고 있었다. 지진 뒤로 봄비가 공두호 바짓단을 물고 놓지 않아서 데리고 나왔다고 했다. 봄비는 공두호의 팔 안에서 다솜의 소매를 물었다.

“두호야, 너는 왜 따라왔어?”

“니 혼자 보내믄 내가 잠이 안 올 것 같아서.” 공두호가 봄비를 고쳐 안았다. “그라고 니 잡혀가면 누가 봤다고 말해 줄 사람 있어야 될 거 아이가?”

다솜이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소리가 새벽 공기 속에서 너무 크게 울렸다. 공두호가 몸을 움찔했다. 봄비가 짖었다.

한참 만에 현관 불이 켜졌다. 문이 열렸다. 백무영이었다. 짙은 남색 내복 차림이었는데, 상의 가슴팍에 노란 곰 얼굴이 크게 박혀 있었다. 그는 다솜을 보고, 공두호를 보고, 공두호 품의 강아지를 보았다.

“……이게 뭐야?”

“충성! 이병 문다솜입니다!”

“충성. 이병 공두호, 그리고 봄비입니다.”

백무영이 자기 가슴팍의 곰을 내려다보았다. 손으로 가렸다. 소용없었다. 곰이 손바닥보다 컸다.

“딸이 생일 선물로 준 거야. 웃지 마.”

“안 웃습니다.” 다솜이 말했다. 공두호는 이미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떨고 있었다.

“새벽 두 시에 이병 둘이 강아지 안고 소장 관사에. 무슨 일이야.”

다솜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말했다. 번개의 인명 탐색 과정, 출동 명단, 협약서의 「건강 상태 그대로 인계」, 피동팔이 정비고 앞에서 한 말. 일천오백이 날아간다는 말까지 그대로 옮겼다. 백무영은 현관 문틀에 기대 팔짱을 끼고 들었다. 곰이 팔짱 사이로 웃고 있었다.

“문 이병. 피 소령 말도 틀린 게 아니야. 다치면 그 개 남은 몇 년이 더 아파.”

“압니다.” 다솜이 말했다. “소장님. 번개 상사님은 넉 달 뒤면 어차피 견사를 나갑니다. 실험실로 가든 어디로 가든요. 그 전에 번개가 자기가 평생 배운 일을 한 번 더 할 수 있으면, 그건 번개한테 다치는 것보다 나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해령에 묻혀 있는 사람들한테는 코 하나가 더 있는 겁니다.”

백무영은 오래 다솜을 보았다. 봄비가 공두호 품에서 하품을 했다. 언덕 아래 정비고 쪽에서 트럭 시동 소리가 희미하게 올라왔다.

“생일잔치에서도 그러더니.” 백무영이 말했다. “문 이병은 꼭 사람 많은 데서 아니면 새벽에 와.”

“죄송합니다.”

“번개 보내.” 백무영이 문틀에서 몸을 뗐다. “대신 조건이 있어. 피 소령이 물자 책임관으로 같이 가. 넘길 개라면 군수과장이 직접 지키라고 해. 그리고 문 이병.” 그가 다솜을 똑바로 보았다. “번개가 거기서 다치거나 일을 못 하면, 그다음부터 인계에 대해서 한마디도 안 하는 거야. 나한테도, 피 소령한테도. 약속할 수 있어?”

다솜의 손가락이 바지 솔기를 쥐었다. 피동팔의 숫자처럼 맞는 조건이었다.

“약속합니다.”

“전화는 내가 할게. 가서 짐 싸.” 백무영이 문을 닫다 말고 덧붙였다. “그리고 내복 얘기 밖에서 하면 너희 둘 다 견사 마흔 칸이야.”

문이 닫혔다. 공두호가 그제야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봄비가 덩달아 짖었다. 다솜은 언덕을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

새벽 세 시, 다솜은 견사동 비품실 바닥에 배낭 두 개를 펼쳤다. 번개 배낭과 다솜 배낭이었다.

번개 배낭에는 처방 사료 사흘 치를 하루 치씩 지퍼 봉투에 나눠 담았다. 진통제 한 통, 관절 영양제 한 통, 소독약과 붕대, 발바닥 연고, 접이식 물그릇, 담요 한 장, 체온계, 그리고 털 빠진 테니스공. 배낭이 터질 듯 불룩해졌다. 다솜 배낭에는 칫솔 하나, 양말 두 켤레, 건빵 두 봉지가 들어갔다. 배낭이 홀쭉하게 주저앉았다.

공두호가 두 배낭을 나란히 들어 보더니 말했다. “상사님 짐이 니 짐보다 세 배 무겁다.”

“계급이 세 배 높으시잖아.”

“세 배가 뭐꼬? 이병에서 상사까지 몇 계급이고?” 공두호가 손가락을 접었다. “일병, 상병, 병장, 하사, 중사, 상사. 여섯 계급이네.”

“그럼 여섯 배 넣을까?”

비품실 문이 열렸다. 피동팔이었다. 휴대전화를 손에 든 채였다. 방금 통화를 끝낸 얼굴이었다.

“소장님 관사까지 갔어?”

“갔습니다.”

피동팔은 한참 다솜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묘한 얼굴로 물었다.

“곰 봤어?”

다솜은 대답하지 못했다. 공두호가 고개를 홱 돌려 벽을 보았다. 어깨가 다시 떨렸다.

“작년 당직 때 나도 봤어.” 피동팔이 배낭 두 개를 내려다보았다. 번개의 불룩한 배낭 위에 테니스공이 삐져나와 있었다. “물자 책임관이 나야. 그 개 다치면 문 이병 책임이 아니라 내 책임이 돼. 그러니까 거기서는 내 말 들어.”

“번개가 다칠 것 같으면 제가 먼저 내리겠습니다.”

“그건 내가 정해.” 피동팔이 문을 닫고 나갔다.

*

새벽 네 시 오십 분, 정비고 앞 공터. 다솜은 번개의 목줄을 쥐고 세 번째 트럭 앞에 섰다. 염다인이 번개의 앞다리에 진통제를 놓고, 다솜에게 약통과 발바닥 보호 신발 네 짝을 넘겼다. 잔해의 유리와 철근에서 발바닥을 지키는 개 신발이었다.

“이십 분 일하고 사십 분 쉬어요. 엉덩이 떨리기 시작하면 무조건 내려요. 무조건.”

“무조건.”

피동팔이 서류 가방을 들고 트럭 쪽으로 걸어왔다. 군복 위에 방한 점퍼를 입었고, 다른 손에 그 계산기를 쥐고 있었다. 그는 다솜과 번개를 보고 말없이 짐칸 뒤쪽 의자에 올랐다. 번개가 피동팔의 군화 냄새를 맡았다. 이빨을 보이지는 않았다. 몸을 돌려 그쪽으로 엉덩이를 두었을 뿐이었다.

다솜은 번개의 엉덩이 밑에 두 팔을 넣었다. 서른두 킬로그램을 들어 짐칸에 올렸다. 허리에서 소리가 났다. 번개가 짐칸 바닥에 깔린 담요 위에 엎드렸다.

트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문으로 가는 길가에 누가 서 있었다. 도민철이었다. 교관은 훈련소에 남아야 했다. 그는 방한복도 없이 작업복 차림으로 정문 초소 옆에 서 있었다. 트럭 전조등이 그를 비췄다.

도민철이 오른손을 들었다. 화상 자국이 있는 손이었다. 손끝을 눈썹 옆에 붙였다.

경례였다. 이 훈련소에서는 군견에게 경례하지 않았다. 도민철이 다솜에게 첫날 그렇게 말했었다.

번개가 짐칸 담요 위에서 고개를 들었다. 트럭 뒤 방수포 틈으로 도민철을 보았다. 그러고는 짧게 한 번 짖었다. 트럭이 정문을 지났다. 도민철의 손은 트럭이 모퉁이를 돌 때까지 내려가지 않았다.

다솜은 그 손이 안 보일 때까지 방수포 틈을 붙잡고 있었다. 맞은편에서 피동팔이 계산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딸깍, 딸깍, 딸깍.

“해령까지 네 시간.” 피동팔이 말했다. “유류비, 숙영비, 진통제값. 문 이병, 이 개 마지막 출동 얼마 드는지 알아?”

다솜은 대답하지 않았다. 번개가 다솜의 무릎에 턱을 얹었다. 트럭이 고속도로로 올라섰고, 동쪽 하늘 끝이 희미하게 밝아 오고 있었다.

8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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