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608자)

밥그릇 시험

군견이 나보다 계급이 높다 · 진해솔

토요일 밤 열한 시, 다솜은 잠이 오지 않아 견사동에 갔다. 번개의 칸 앞에 이미 누가 앉아 있었다. 도민철이었다. 철창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앉아서, 철창 사이로 손을 넣어 번개의 귀 뒤를 긁고 있었다. 번개는 그 손에 머리를 맡기고 눈을 감고 있었다.

“교관님.”

“어.” 도민철은 손을 빼지 않았다. “너도 잠이 안 오냐?”

“번개가 내일 이빨을 보이면요.”

“보일 거다.” 도민철이 말했다. “그 사람들은 보일 때까지 할 거니까. 그러니까 넌 왜 보였는지를 봐. 이빨 말고.”

다솜은 도민철 옆에 앉았다. 콘크리트 바닥이 차가웠다. 도민철은 그 뒤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번개의 귀 뒤를 긁는 손만 열두 시가 넘도록 움직였다. 그 손등에도 팔뚝처럼 하얗게 아문 자국이 있었다. 이빨 자국이 아니었다. 불에 덴 자국이었다.

*

일요일 아침 훈련장에는 이슬이 아직 덜 말라 있었다. 운동화 대신 군화를 신은 병사들이 훈련장 울타리를 따라 하나둘 모여들었다. 아무도 오라고 하지 않았다. 번개 상사가 오늘 시험을 본다는 소문이 어젯밤 생활관을 한 바퀴 돌았고, 일요일 아침 아홉 시 반에 훈련장 울타리에 병사 스물셋이 붙어 섰다. 취사장 조리병 셋도 앞치마를 두른 채 와 있었다. 생일 케이크를 만든 조리병들이었다.

훈련장 한가운데에 흰 줄로 네모난 평가 구역이 그려져 있었다. 구역 한쪽에 접이식 탁자가 놓였고, 탁자 뒤에 처음 보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마흔쯤이었고 하늘색 셔츠 위에 흰 가운을 걸쳤다. 가운 가슴에 작은 글씨로 회사 이름이 수놓여 있었다. 「세진라이프랩」.

그 옆 의자에 오보미가 앉아 있었다. 오늘은 간식 바구니가 없었다.

다솜은 번개의 목줄을 쥐고 평가 구역 바깥 흰 줄 앞에 섰다. 도민철이 다솜 옆에 와서 섰다. 염다인이 반대편에 섰다.

“외부 평가관이 세진 수의사야.” 도민철이 앞을 본 채 낮게 말했다.

“알아요. 가운 봤어요.”

피동팔이 탁자 앞으로 나왔다. 손에 평가표를 든 채였다.

“지금부터 은퇴 예정견 번개의 공격성 평가를 시작합니다. 평가관은 세진라이프랩 탁민규 수의사님. 항목은 다섯 개. 낯선 사람 접근, 갑작스러운 소리, 다른 개 통과, 몸 만지기, 밥그릇 제거. 하나라도 물려고 하거나 으르렁거리면 공격성 있음입니다.” 그는 다솜을 보았다. “담당병은 목줄을 평가관께 넘기고 줄 밖에서 참관만 합니다.”

다솜은 목줄을 내밀었다. 탁민규가 받으러 다가왔다. 그가 목줄을 쥐는 순간 번개가 고개를 돌려 탁민규의 소매 냄새를 맡았다. 오래 맡았다. 번개의 꼬리가 천천히 내려갔다.

“짓.” 다솜이 줄 밖에서 말했다.

번개는 앉았다. 다솜을 보면서.

*

첫 번째 항목은 낯선 사람 접근이었다. 군수과 행정병 하나가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평가 구역 반대편에서 번개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번개는 고개를 들어 그쪽을 보았다. 행정병이 1미터 앞에서 멈추자 번개는 그의 군화 냄새를 맡고, 하품을 했다.

울타리 쪽에서 누가 박수를 쳤다. 피동팔이 그쪽을 돌아보았다. 박수가 멈췄다.

두 번째 항목은 갑작스러운 소리였다. 탁민규가 등 뒤에 숨겨 둔 장우산을 번개 바로 옆에서 펑 소리가 나게 펼쳤다. 번개는 몸을 움찔했다. 귀가 뒤로 눕고 엉덩이가 반쯤 들렸다. 그러고는 다시 앉아 우산을 보았다. 우산 쪽으로 코를 뻗어 천 냄새를 맡더니, 우산살 끝을 한 번 핥았다.

조리병 셋이 동시에 「오오」 했다.

세 번째 항목은 다른 개 통과였다. 원래는 훈련견 한 마리가 지나가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훈련장 입구에서 소란이 일었다. 공두호였다. 강아지 견사 아침 산책을 하던 공두호가 봄비의 목줄을 놓쳤고, 생후 넉 달짜리 셰퍼드 강아지가 평가 구역 흰 줄을 넘어 번개에게 돌진했다.

“봄비 상병님! 상병님 안 됩니더!”

봄비는 번개의 앞다리 사이로 파고들어 번개의 귀를 물었다. 바늘 같은 이빨로 접힌 귀를 잡고 고개를 흔들었다. 번개는 가만히 있었다. 눈만 내리깔아 봄비를 보다가, 귀를 물린 채로 천천히 엎드렸다. 봄비가 번개의 등 위로 기어올라 가서 목덜미 털을 물고 늘어졌다. 번개는 눈을 감았다.

울타리의 병사 스물셋이 웃음을 터뜨렸다. 오보미도 웃었다. 탁민규만 웃지 않고 평가표에 무언가를 적었다.

공두호가 땀을 흘리며 달려와 봄비를 안아 들었다. 봄비의 입에서 번개의 털이 한 뭉치 딸려 나왔다.

“죄송합니더. 진짜 죄송합니더.”

“통과.” 탁민규가 말했다.

*

네 번째 항목은 몸 만지기였다. 탁민규가 번개 옆에 쪼그려 앉아 귀를 젖히고, 입술을 들추고, 발을 하나씩 들어 올렸다. 번개는 다 참았다. 그런데 탁민규의 손이 엉덩이 쪽으로 내려갔다. 그가 왼쪽 고관절 자리를 손바닥으로 꾹 눌렀다.

번개가 고개를 홱 돌렸다. 입이 탁민규의 손목 쪽으로 갔다. 다솜의 숨이 멎었다.

번개의 입은 탁민규의 손목에 닿기 직전에 멈췄다. 이빨이 아니라 코끝이 닿았다. 번개는 탁민규의 손목을 코로 한 번 밀어냈다. 아프니까 그만하라는 몸짓이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앞을 보았다. 숨이 거칠었다.

“거기가 고관절입니다.” 염다인이 줄 밖에서 말했다. “아픈 데를 눌렀어요. 물지 않았고요.”

탁민규는 평가표를 오래 보다가 적었다. “통과.”

다솜은 숨을 내쉬었다. 손바닥이 땀으로 미끈거렸다.

*

다섯 번째 항목은 밥그릇 제거였다. 번개 앞에 사료 담긴 그릇을 놓고, 번개가 먹기 시작하면 사람이 그릇을 빼앗는다. 먹을 것을 지키려고 무는 개인지 보는 항목이었다.

탁민규가 그릇을 들고 일어서려는데 피동팔이 손을 내밀었다.

“이건 제가 하겠습니다. 군수과 주관이니까.”

피동팔은 바지 주머니에서 장갑 한 켤레를 꺼냈다. 얇은 하늘색 고무장갑이었다. 그가 장갑을 손가락 끝까지 끌어당겨 끼는 동안, 바람이 평가 구역을 가로질러 다솜 쪽으로 불었다. 맵고 시큼한 냄새가 실려 왔다.

다솜은 그 냄새를 알았다. 수의실에서 피동팔의 손등에 배어 있던 냄새, 생일잔치에서 오보미의 소매 끝에서 나던 냄새였다.

피동팔이 사료 그릇을 번개 앞에 놓았다. 번개는 냄새를 맡고 먹기 시작했다. 세 입째에 피동팔이 장갑 낀 손을 그릇으로 뻗었다.

번개가 고개를 들었다. 피동팔의 손을 보았다. 냄새를 맡았다. 윗입술이 말려 올라갔다. 목 깊은 데서 그 낮은 소리가 났다. 울타리의 병사 스물셋이 일제히 숨을 멈췄다. 피동팔은 그릇을 잡아당겼다. 번개의 으르렁 소리가 커졌다. 이빨이 드러났다.

“으르렁거림 확인.” 탁민규가 펜을 들었다. “공격성 있음.”

“잠깐만요!”

다솜은 흰 줄을 넘어 있었다. 도민철이 소매를 잡으려 했지만 늦었다. 다솜은 평가 구역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 피동팔 앞에 섰다.

“문 이병. 참관만이라고 했어.”

“소령님, 그 장갑 벗어 주십시오.”

“뭐?”

“그 장갑에서 실험동 소독약 냄새가 납니다. 번개는 밥그릇 때문에 으르렁거린 게 아닙니다. 그 냄새 때문입니다.” 다솜의 목소리가 훈련장 끝까지 울렸다. “수의실에서도 그랬고, 생일잔치에서 오 이사님한테도 그랬습니다. 그 냄새 나는 손이 다가오면 번개는 이빨을 보입니다. 그 장갑 어디서 나셨습니까?”

평가 구역이 조용해졌다. 오보미의 웃음이 얼굴에서 지워졌다.

피동팔은 장갑을 벗지 않았다. “군수과 비품이야.”

“그럼 냄새 맡아 보겠습니다.” 다솜이 손을 내밀었다. “아니면 일부러 끼고 오신 겁니까?”

울타리 쪽에서 누가 「와」 하고 숨을 들이켰다. 피동팔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천천히 장갑을 벗어 다솜의 손에 쥐여 주었다. 다솜은 장갑을 코에 댔다가 염다인에게 건넸다. 염다인이 냄새를 맡고 얼굴을 찡그렸다.

“동물 사육 시설에서 쓰는 소독제예요. 군 수의실에서는 안 써요.” 염다인이 탁민규를 보았다. “탁 선생님 소매에서도 같은 냄새가 나요. 개는 이 냄새를 압니다. 특정 냄새에 대한 반응이지 공격성이 아닙니다.”

“그럼 다시 하죠.” 다솜이 말했다. “냄새 안 나는 사람이 맨손으로요.”

“누가?” 피동팔이 물었다. “문 이병이 하면 그게 평가가 돼?”

다솜은 대답을 찾지 못했다. 담당병이 하면 안 되었다. 도민철도 옛 담당이었다. 염다인은 이 개의 수의관이었다.

그때 공두호가 흰 줄 앞으로 나왔다. 봄비를 울타리 쪽 병사에게 맡긴 뒤였다. 얼굴이 하얬다.

“지, 지가 하겠심더.”

모두가 공두호를 보았다.

“지는 번개 상사님 담당 사흘 하고 잘렸심더. 상사님이 지를 안 좋아합니더. 지도 개가 무섭습니더.” 공두호가 침을 삼켰다. “그라니까 지가 하면 공정한 거 아입니꺼.”

탁민규가 피동팔을 보았다. 피동팔은 대답하지 않았다. 염다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두호가 번개 앞에 섰다. 새 사료 그릇이 놓였다. 번개가 먹기 시작했다. 공두호는 무릎을 굽혔다. 손이 떨렸다. 문짝만 한 손이 사료 그릇으로 다가가는 동안 손끝이 덜덜 떨려서 그릇 가장자리에 닿자 딸그락 소리가 났다.

번개가 고개를 들었다. 공두호의 손 냄새를 맡았다. 강아지 냄새, 봄비 냄새, 견사 호스 고무 냄새.

공두호가 그릇을 들어 올렸다.

번개는 공두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꼬리를 바닥에 두 번 쳤다. 공두호의 손등을 한 번 핥았다. 그릇이 없어진 자리의 바닥에 떨어진 사료 알갱이 하나를 주워 먹었다.

공두호가 그릇을 든 채 굳어 있다가, 울음 같은 웃음을 터뜨렸다. 울타리의 병사 스물셋이 함성을 질렀다. 조리병 셋이 앞치마를 벗어 흔들었다. 다솜은 그 소리 속에서 눈을 감았다.

*

탁민규는 평가표에 오래 무언가를 적었다. 오보미가 그의 귀에 대고 무어라 말했다. 탁민규가 고개를 저었다. 그가 일어섰다.

“판정은 보류하겠습니다. 재평가가 필요합니다.”

피동팔은 오보미를 보았다. 오보미는 그를 보지 않았다.

조리병 셋이 울타리를 넘어 들어왔다. 맨 앞 조리병이 앞치마 주머니에서 은박지 뭉치를 꺼냈다. 은박지를 펼치자 결대로 찢은 닭가슴살이 김을 올렸다. 군수과 지시로 끊긴 지 한 달 된 닭가슴살이었다.

“상사님 축하 간식입니다. 저희 아침에 몰래 삶았습니다.”

번개는 은박지에 코를 박았다. 꼬리가 풍차처럼 돌았다. 다솜은 그 모습을 보며 웃다가 조리병에게 물었다.

“저는요?”

조리병이 다솜을 보았다. 잠깐 생각하는 얼굴이더니 반대쪽 주머니를 뒤졌다. 비닐랩에 싼 동그랑땡 하나가 나왔다. 식어서 기름이 하얗게 굳어 있었다.

“문 이병님은 이거요. 어제 점심 남은 겁니다.”

다솜은 동그랑땡을 받았다. 한 달 전 전입 첫날 선임에게 뺏긴 바로 그 동그랑땡 같았다. 번개가 닭가슴살을 다 먹고 다솜의 손에 든 동그랑땡 쪽으로 코를 돌렸다. 다솜은 동그랑땡을 높이 들어 올렸다.

“상사님, 이건 양파 들어가서 개는 못 먹어요. 이건 온전히 이병 몫이에요.”

번개가 다솜을 올려다보았다. 다솜은 그 눈을 피해서 동그랑땡을 한입에 넣었다. 전입하고 처음으로 상사님보다 먼저 먹은 밥이었다.

사람들이 흩어지는 동안 피동팔이 다솜에게 걸어왔다. 그는 다솜이 손에 든 하늘색 장갑 한 짝을 내려다보았다.

“문다솜 이병. 참관 지시 위반. 평가 방해. 그리고 상관한테 일부러 그랬느냐고 물었지. 스물세 명 앞에서.” 그의 목소리는 숫자를 말할 때처럼 부드러웠다. “상관 모욕으로 보고 올립니다. 월요일 아침에 훈련소장실로 가요.”

“소령님은 그 장갑 왜 끼고 오셨습니까?”

피동팔은 장갑 한 짝을 다솜의 손에서 빼 갔다. 그러고는 돌아서서 걸어갔다. 번개가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이번에는 이빨을 보이지 않았다. 다솜의 군화 위에 턱을 얹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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